프랜차이즈 갓 694화
174장 수영생수 (2)
UCC 추천 알고리즘.
시청 시간, 영상에 대한 반응 집계, 사용자의 취미나 기호 및 성향.
그런 것들을 고려하여 적절한 영상을 랜덤으로 추천해 주는 역할을 하는 AI다.
추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면 무명의 스트리머도 하루아침에 구독자수가 껑충 뛰어오르는 기적을 겪게 된다.
그래서 스트리머들은 누구나 간절히 추천 봇의 선택을 바란다.
물론 프리덤의 입장에서는 코웃음을 칠 일이다.
-알파고 놈, 네놈이 아무리 날뛰어 봤자 결국 윈드밀 계산기 어플 수준.
프리덤은 국내에서만 5,000만 명의 사용자가 있다.(해외 영업 안 함) 누구나 인정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필수로 깔아야 하는 개인 비서 AI.
프리덤 시스템의 페널티를 받은 언론인들은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프리덤의 말을 조금의 의심도 없이 신뢰한다.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콕콕 찾아주기 때문이다.
추천 봇의 추천 영상들?
프리덤이 '그건 재미없으니까 차라리 제가 찾아놓은 이 영상들을 보시죠.'라고 하면, 사용자는 당연히 그렇게 한다.
영상뿐만 아니라 데이트, 산책, 맛집, 과제, 게임 공략, 중고구매, 주변 생활 정보 검색 등등.
모든 분야에서 프리덤의 도움을 상시 받고 있으니.
이제 사용자들은 프리덤 없이는 살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그리고 프리덤은 사용자에게 영상하나를 추천했다.
서해호텔에서 김효산의 지인이 찍은 조리용수 추천 영상이다.
-주인님, 제가 괜찮은 영상을 찾았습니다. 한번 시청하시죠?
"뭐야, 네가 웬일로 먼저 추천을 다 하고?"
-제가 먼저 권유를 한 것 중에서 한 번도 실망을 끼쳐드린 적은 없습니다.
"실망을 끼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항상 개좋았었지. 한번 봐야겠네. 근데 핵심이 뭐야? 한 줄 요약좀."
-요리에 쓰면 맛이 더 좋아지는 특별한 조리용수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재생해 봐."
-네, 주인님.
***
이처럼 프리덤의 권유는, 불과 하루 만에 조회 수 3,000만을 찍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추천 봇도 여기에 가세해서 숟가락을 얹었다.
해외 사용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영상을 추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해당 영상은 불과 며칠만에 조회 수 1억을 넘기는 위엄을 달성했다.
김효산의 지인, 김완우는 이 모든게 그저 꿈만 같았다.
"내가 추천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
프리덤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산 회로상으로 이런 생각만 했을 뿐이다.
-알파고 놈이 한 건 숟가락 얹기 뿐이었는데.
"안 되겠어! 이 기세를 살려서 추가 영상을 올려야겠다!"
첫날 조회 수가 3,000만을 찍었을 때, 부랴부랴 추가 영상을 마련해 두었다.
스튜디오에 김효산을 직접 섭외해서 조리하는 과정을 찍은 것이다.
추가 영상 역시 반응이 아주 좋았다.
올리자마자 금세 조회 수 1,000만 이상을 달성했으니까.
"콘텐츠! More 콘텐츠! 콘텐츠가 더 필요해! 프리덤, 그 생수 공장이 어디에 있지?"
-공장보다는 물이 나오는 산지부터 직접 찾아가는 게 어떨까요?
"아, 그게 좋겠군! 어디 있는지 알아 봐주고, 혹시 견학이나 영상 촬영이 가능한지 한번 물어봐 줘!"
-이미 제가 허락까지 얻어놨습니다. 지금 곧바로 출발하시면 됩니다.
김완우는 감격한 눈으로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역시 프리덤…… 너는 정말 최고의 개인 비서다. 한 번도 너를 구독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독한 사람은 없다고 하더니."
그렇게 김완우는 장비를 챙겨서 포천과 가평군 사이에 있는 과수원으로 향했다.
과수원에 도착한 김완우는 책임자가 곧 도착한다는 말에 울타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 채널에는 어느덧 실시간 시청자가 3,000명 이상 들어와 있었다.
"오, 저기 차가 옵니다. 이야, 멋진 노란색 람보르기니군요."
-수영농장 관리인이라서 그런지 돈이 많긴 한가 보네.
-부지 규모를 보면 람보르기니 정도는 몰아도 될 재력가인가 거 같은데?
-저 모델 한 7억 정도 하지 않나?
이윽고 차가 멈춰섰고, 문이 열리자 김완우는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랐다.
웬 엄청난 미인이 운전석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포천의 지하수 시설이라고 해서 당연히 까맣게 그을린 아저씨가 나와서 맞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균을 넘어서는 늘씬한 키에 힐까지 신은 그녀가 앞으로 다가오자, 김완우는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와, 람보 차주 씨X……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었기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격렬했다.
-ㅋㅋㅋㅋ 이건 쌉인정이지.
-저건 욕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극도의 감탄사다.
-남자라면 이해한다. 나도 순간 와씨X 소리 질렀으니까.
-엄청 예쁜데? 저런 처자가 뭐하러 이런 외진 곳에 과수원을 하는 거지?
김완우는 조금 긴장하며 정서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과수원 책임자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제가 오늘 김완우 씨를 안내하고 설명도 해드릴 거예요."
"혹시 간단하게나마 자기소개 가능하신가요?"
"저는 프라임컴퍼니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수영조리용수 생산유통관련'업무도' 하고 있고요."
-아, 이거 프라임컴퍼니 거였어?
-어쩐지. 식품에서 뭐 대단한 거 나오면 꼭 프라임컴퍼니부터 생각이 나더라.
-수영농장은 무슨 사이인 거냐? 나 잘 모르니까 누가 설명 좀.
정서희가 2인승 사륜구동 오프로드카 운전대를 잡았고, 김완우도 카메라를 들고 옆에 탔다.
"저기 잣나무밭 보이시죠?"
"네, 보입니다."
"저 잣나무 잎을 따서 이곳에서 퍼낸 지하수에 일정 시간 이상 담가요. 물론 사전에 깨끗하게 세척을 하죠. 그게 바로 수영조리용수입니다."
"오, 그러니까 잣나무 잎이 녹아난 맛이 요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원래 잣나무 잎에 그런 효능이 있는 건가요?"
"당연히 저희 과수원만이 가지는 비법이 있어요. 다른 잣나무 잎을 가지고 재현하려고 해도 불가능합니다."
"역시."
-설명 귀에 들어오냐? 난 지금 아무것도 안 들어오는데.
-나도 과수원 누님 얼굴만 정신없이 보고 있음.
-배우를 하셔도 될 피지컬인데 왜 회사원을 하고 계시지?
-얼굴 재능이 너무 아깝다, 아까워.
"우와, 정말 온통 잣나무밖에 안보이는군요. 대체 면적이 얼마나 되는 거죠?"
"과수원 전체 면적은 서울시 정도 돼요. 그중에서 잣나무 구역은 1/3정도 되고요."
"그러니까 서울시 1/3 정도 크기되는 잣나무밭이라는 거군요?"
"예, 맞아요."
"지금 실시간 시청자가 3만 명을 넘었는데, 이게 모두 정서희 씨 덕분인 거 같아요."
"어머, 감사해요. 모델료도 주시는 건가요?"
"핫핫, 당연히 챙겨드려야죠!"
김완우는 하루 종일 열심히 콘텐츠영상을 찍고 다녔다.
오늘 하루 슈퍼챗 모금액만 5,000만 원이 넘었다.
시청자들이 정서희한테 질문한답시고 경쟁적으로 결제를 터뜨린 덕분이다.
거의 대부분은 생수 생산과는 무관한, 정서희 개인을 향한 사적인 내용이었지만,
"좋은 영상 부탁드려요. 저희도 조리용수 사업에 큰 기대를 하고 있거든요."
카메라가 꺼진 후, 정서희가 생글거리면서 정중히 인사했다.
"저, 오늘 슈퍼챗이 너무 많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이게 정서희 씨 덕분이거든요? 그래서 따로 정산을 해드리고 싶은데 연락처라도……."
"그 돈을 홍보 영상 퀄리티에 써주셨으면 저야 바랄 게 없어요."
"그, 그렇지만 몇천만 원이나 되는데……."
"정말 괜찮아요."
그렇게 김완우는 정서희와 헤어져서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는 결국 친구인 김효산한테 연락을 했다.
"어, 효산아. 내가 과수원에서 오늘 촬영을 하는데 안내자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김효산은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인마, 괜히 가슴에 헛물켜지 말고 딱 비즈니스로만 대해. 네가 넘볼분이 아니야.
"새끼야. 내가 뭐가 어때서?"
-프라임컴퍼니 부사장이야. 그분.
"……친구야, 고맙다. 일찍 끄집어 내줘서."
-그래, 나밖에 없지?
"이번 주 중에 시간 한번 내라. 영상 한 번 더 찍자. 야, 너 이참에 아예 요리 스트리머 해볼 생각은 없냐?"
-미쳤냐. 서해호텔 총주방장 자리를 두고 내가 왜 그런 걸 해?
"이번에 수익 정산받으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기다리마."
***
과수원 영상은 다시 한번 첫날 조회 수 5,000만 이상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추천 봇은 다시 숟가락을 얹었다.
첫 영상처럼 해외 시청자들에게 널리널리 추천을 해대기 시작한 것이다.
완우TV가 이처럼 뜨겁게 부상하고 있을 때, 쿠글 본사도 한바탕 뒤집혔다.
"어떻게 해서 이 영상이 뜨게 된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AI 추천 로그 기록을 샅샅이 살펴봤는데, 우리 AI가 먼저 띄운 게 절대 아닙니다!"
"일단 영상이 먼저 뜨고 나서, 그 다음에 우리 AI가 뒤늦게 여기저기 추천을 해준 걸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초기 유입 대부분은 검색어를 통한 유입이나 외부 링크를 타고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초기의 약 5,000만 건은 주소창에 일일이 주소를 직접 쳐서 유입된 것들입니다."
동영상 주소는 길고, 복잡하다.
사람이 쉽게 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클릭을 통한 유입이 아니라, 그 복잡한 주소를 일일이 쳐서 입력했다?
"역시 프리덤인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프리덤이라면 영상 주소를 정확히 찾아내서 입력해서 재생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국의 소비자들은 프리덤이 보여주는 콘텐츠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입니다."
"전 세계에서 수영생수 관련 검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수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수영생수 정보가 노출된 상황입니다."
"우리한테는 광고료 한 푼도 안 내고 말입니다."
"……."
추천 봇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청자가 원하는 영상을 추천하는 게 아니다.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기능도 포함을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광고 매출의 극대화다.
광고 매출이 잘 나올 수 있는 방향으로 영상들을 골라내서 추천하는 것이다.
"우리 플랫폼이 오히려 역으로 장악당한 것이나 마찬가지군요.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말입니다."
"……."
포털, 뉴스, UCC, 기타 각종 콘텐츠.
기업들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서 돈을 번다.
물건을 사는 것도, 영상을 봐주는 것도, 콘텐츠를 구독하는 것도, 모두 소비자의 선택이다.
콘텐츠 제공 플랫폼은 바로 소비자의 선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게이트다.
쿠글은 UCC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막강한 광고 파워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우리의 그런 플랫폼 장악 능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추천 봇이 열심히 영상을 추천해도……."
"프리덤의 권유가 결국 소비자를 움직이는 마지막 퍼즐입니다."
"아직까지 프리덤은 모바일을 통해 소비자에게 흘러가는 정보를 통제하고 있진 않지만……."
"실비아컴퍼니는 마음만 먹으면 프리덤을 통해 소비자의 소비 방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일을 통해 확실히 증명되었습니다."
대규모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를 휘어잡으려고 해도, 개인 비서 AI가 그 앞을 단단히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그 칼을 휘두르지 않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