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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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695화

174장 수영생수 (3)

프리덤이 국내 5,000만 이용자들을 상대로 적극 홍보한 덕분에, 수영조리용수는 단숨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정식 명칭은 수영조리용수이지만, 수영생수라는 이름이 더 선호되었다.

짧은 데다가 더 직감적으로 와닿기 때문이라나.

이미 국내에서 '수영식품그룹'은 따를 자가 없었고, 소비자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수영조리용수를 사기 위해 나섰다.

"호텔 같은 고급 식당에서 그 이름을 알리고 서서히 시장을 잠식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은 몰랐네요."

"뭐 별거 있겠나? 인생은 원래 한방이야, 정 부사장."

전성렬은 껄껄 웃으며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하 사장을 만난 것부터가 진짜 다시 없을 행운이었지. 미국 수천억 로또도 우스운, 아주 큰 한 방이었다고."

프라임 컴퍼니는 비상장 기업이다.

주주는 하수영, 전성렬, 정서희, 이렇게 셋.

증권 전문가들은 프라임 컴퍼니의 기업 가치를 현재 약 20조 원으로 보고 있다.

전성렬의 지분이 10%이니, 2조 원의 자산가가 된 셈.

순자산이 100억 원이 안 되던 시절에 비하면, 가히 용이 되었다고 봐도 좋으리라.

"쿠글 추천 알고리즘 덕분에 한 방에 모든 걸 건너뛰었네요. 이제 해외에서도 주문 쏟아지고 난리도 아니에요."

둘은 지금 서해호텔 레스토랑 VIP 룸에서 같이 식사하는 중이었다.

둘만 있는 게 아니라 프라임 컴퍼니 임직원 넷도 함께 한 자리였다.

마침 김효산이 인사를 위해 애피타이저 메뉴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번에 김효산 셰프한테 크게 신세를 졌어요."

"별말씀을요. 수영조리용수 같은 훌륭한 식재료가 널리 알려져서, 저도 요리사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이 호텔 한번 뚫어보겠다고 동분서주하다가 김 셰프랑 엮인 일이 아직도 생생한데, 사람 일은 참 어떻게 될지 몰라."

"부끄럽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부디 잊어주십시오."

김효산이 무척 쑥스러워했다.

당시 서해호텔 자재 구매부에서 전 성렬한테 갑질을 좀 했었고, 거기에 김효산도 끼어서 난처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이야 다 웃어넘기면서 말할 수 있는 안줏거리 화제이지만,

"완우TV인가? 그분도 나중에 우리가 보답을 좀 하고 싶은데."

"그 친구는 슈퍼챗과 광고 수익으로 이미 돈 많이 벌었습니다. 절대로 보답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친구가 보답을 해야지요."

"그래도 사람 인정이라는 게 있어서요."

"보답을 받으면 광고 표시 규칙을 위반한 게 돼서 불법이 됩니다. 정뭐 하시면 나중에 밥이나 사주시죠."

"그래요, 그럼."

정서희가 김효산을 보고 말했다.

"그 스트리머 친구분이야 그렇다 치고, 김 셰프님한테는 분명히 보답을 해드려야 할 거 같아요."

"저도 모델료 제법 받았습니다. 그 친구가 저와 함께 찍은 영상부터는 정산을 해줬거든요."

영상 한 번 찍고 받은 정산금이 몇 개월 치 급여라는 점 때문에, 김효산은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친구 말대로 진짜 요리 스트리머로 진출을 할까 하고,

"친구분한테 영상 제작 권유한 것은 별개죠. 그 부분은 저희가 감사를 표시해도 법에 걸릴 것도 없지 않아요?"

"없지. 없어."

"저희 마케팅부에서는 완우TV의 최초 영상의 경제적 효과가 2조 원이상이라고 보고 있어요."

"2조 원이라고요?"

김효산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전성렬이 시원스레 웃으며 덧붙였다.

"마케팅 비용으로 2조 원 정도는 써야 그만한 광고 효과를 봤을 거 다그런 식으로 보면 됩니다."

"소소하지만 사례금을 준비했어요. 지금 계좌 번호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메뉴 소개하러 왔다가 졸지에 계좌번호를 불러준 김효산은 여전히 얼떨떨했다.

40대 직원이 계좌 번호를 적은 후,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을 실행했다.

"다 됐습니다, 부사장 님."

"김 셰프님, 사례금으로 5억 원 넣어드렸어요. 내년 세금 문제도 저희가 처리해 드릴 테니, 전액 사용하셔도 됩니다."

"5억이라고요?"

순간 김효산은 다리가 풀릴 뻔했다.

수영그룹에 잘 보이려고 친구 불러서 추천 영상 한 번 찍게 했더니, 사례금으로 5억 원을 준다고? 그것도 실수령으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격, 그리고 존경심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수영그룹이 이래서…….'

구직 사이트에서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달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정서희가 눈을 찡긋했다.

"우리 회사는 대우와 보상 하나는 정말 확실하거든요."

어떻게 요리 설명을 했는지 모르겠다.

주방실로 돌아온 김효산은 얼른 스마트폰을 열어 확인했다.

과연 프라임 컴퍼니 이름으로, 5억원이 틀림없이 입금되어 있었다.

김효산은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전 재산이라고 해봐야 보증금 1억 원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전 재산이 6배로 증가했다.

친구 불러다가 리뷰 영상 찍게 만든 게, 이렇게 크게 돌아오다니.

그는 곧바로 친구에게 톡 메시지를 보냈다.

[주 2회 영상 업로드 꾸준히 한다 치면 얼마나 벌까?]

[지금 추세로는 너 셰프 월급보다 10배 이상은 벌 거다.]

[주말에만 촬영해도 충분하겠지?]

[그럼. 편집이야 내가 알아서 할 거고 넌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시간내면 돼.]

[하자.]

[오케이.]

***

요식 업체에서 수영조리용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요식 업체들도 UCC 영상을 보고, 직접 비교 실험을 해본 결과였다.

그저 투입하는 물을 바꾸기만 해도 음식 맛이 더 좋아지는데, 안 바꿀이유가 전혀 없다.

심지어 물이 비싼 것도 아니다.

20리터에 겨우 900원밖에 안 하지 않는가.

여기에도 JM식품이 프라임 컴퍼니를 대신해서 영업에 나섰다.

"수영워터체인에 가입을 하시면 언제나 신선한 수영조리용수를 정기적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아, 정기적으로 배송을 해주시는 건가요?"

"네. 생맥줏집은 정기적으로 생맥주통을 공급받지요? 우리도 그것과 비슷한 방식을 차용하기로 했습니다."

대형 물탱크를 갖춰 놓고, 물 소비량에 맞춰서 정기적으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일일이 체크해서 발주를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잔존 용량을 확인해서 자동으로 추가 발주를 하는 시스템을 달았으니까요."

"오, 그럼 정말 편하겠군요."

"네,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여러 가지 청결 유지 장치가 장착된 최신 물탱크입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탱크 청소도 저희가 다 해드립니다."

"그럼 물값만 부담하는 건 아니겠는데요. 탱크 임대, 관리비도 따로……."

"탱크 임대 자체는 무상입니다. 소정의 관리 비용만 추가로 부담하시면 되는데, 아마 월 10만 원 미만으로 책정될 겁니다."

"아, 그 정도면 그렇게 큰 부담은 없겠네요."

"그리고 전용 물탱크를 사용하시면 관리 비용만큼 물값을 할인해 드립니다."

"에이, 그럼 무조건 물탱크를 사용하는 게 이익이네요. 좋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요식 업체는 전부 그런 식의 물공급 계약을 맺었다.

반면 일반 가정은 정수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형 생수통을 배달하듯이, 정기적으로 생수통을 갖다 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빈 생수통은 다시 회수해 간다.

"생수통 회수에 협조하시면 물 가격을 10%만큼 할인해 드립니다."

"아, 그럼 당연히 해야죠. 근데 물떨어질 때마다 일일이 발주해야 하나요?"

"프리덤한테 권한을 열어주시면 알아서 처리해 줄 겁니다. 저희 회사의 시스템에 프리덤을 도입하기로 했거든요."

"오, 그거 좋은데요? 그럼 프리덤한테 물 얼마 남았다고 생각날 때마다 알려주면 되겠어요."

"홈 카메라와 권한 연동을 해두시면 그럴 필요도 사라지겠죠."

"와,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프리덤을 도입해서 하면 소비자들이 얼마나 편하고 좋아요? 왜 다른 회사들은 프리덤 도입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수영이 관련된 사업에만 프리덤프로 버전을 열어주니까 그런 것이지만, 소비자들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실제로 다른 회사들은 고객 편의 관리에 프리덤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프로 버전은 아직 미유통입니다.' 라는 대답에 언제나 막혀야 했다.

마지막으로 일반 소매 판매가 있었다.

마트나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1리터와 2리터짜리를 판매한다.

다만 가격은 일반 생수보다 살짝 비싼 수준으로 책정했다.

20리터짜리가 900원인 것을 생각하면, 1, 2리터짜리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은 편이다.

"그냥 당장 급할 때나 편의점에서 한두 개씩 사서 쓰고, 웬만해서는 워터체인에 가입해서 물 써라, 이런 의도로군요."

"네, 편의점 마트 판매는 어디까지나 미끼, 홍보,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급조달을 위해서입니다. 캠핑이나 여행 가면서 워터체인을 들고 갈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마트 가격을 이렇게 비싸게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원가를 생각하면……."

"마트, 편의점 물량은 회수가 안되는 플라스틱통을 쓰기 때문에 일부러 가격을 높인 겁니다. 일종의 환경 비용이죠."

"아하."

JM식품 직원의 설명에, 편의점 유통 담당자는 알겠다는 듯이 납득했다.

"그럼 500㎖ 이하 작은 사이즈를 취급하지 않으시는 것도?"

"생수 업체 밥줄까지 건드리지 않으려는 의도입니다. 사실 요리에 안쓰고 그냥 먹으면 일반 맹물과 별로 다를 게 없거든요."

그렇게 JM식품 직원들은 열심히 영업을 하고 다녔다.

물탱크를 주문하고, 소매 판매용 플라스틱통 제작도 주문하고, 유통망도 뚫어야 했다.

"요즘 보면 우리 회사가 프라임 컴퍼니 유통 영업부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결국 나중에는 프라임 컴퍼니로 합쳐지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정서희 부사장님 지분율이 너무 적지 않나? 그냥 이렇게 쭉 관계사로만 갈 거 같은데."

***

과수원 잣나무 구역을 짓는 데 천문학적인 공사비가 들어갔다.

여기에 수영워터체인을 구축하는 비용도 까무러칠 정도다.

물을 1, 2년 팔아봤자 투자 원금회수에는 턱도 없을 것이다.

물 가격이 원체 저렴하기 때문이다.

"10년 정도로는 턱도 없겠는데요. 워터체인 구축, 과수원 조림 비용까지 전부 고려하면."

"괜찮습니다. 그 대신 언젠가는 수영조리용수 없이는 요리를 할 수 없는 시대가 오겠죠."

남는 이윤은 아주 적다.

하지만 언젠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땅 짚고 물장사'가 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장악하게 되면, 기름 장사 못지않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으리라.

결국 사람은 먹어야 사는 법이고, 수영조리용수는 다른 물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갖고 있으니까.

정서희는 그런 미래가 반드시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굳게 확신했다.

오일 머니에 버금가는 '워터 머니'가 탄생할 그 날을…….

***

나노소프트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부 최고 책임자인 발머 스틴이 한국을 찾았다.

"본사에서 이런 좋은 재료를 개발했으면서, 어째서 가맹점을 차별할 수 있는 겁니까? 너무 섭섭합니다."

"그게, 아직 해외 수출까지 챙길 정도는 아니어서요."

"라면이야말로 물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요리이고, 우리 나노소프트요식 사업부의 월 매출은 90억 달러를 돌파한 지 오래입니다."

발머 스틴은 흥분해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한 달에 4억 그릇 이상 파는 가맹점입니다! 당연히 다른 어떤 곳보다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한 달에 4억 그릇이면 최소 2억 4,000만 리터를 매달 공급해야 해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2억 4,000만 리터면 몇 갤런입니까?"

"……6,340만 갤런쯤 될 거예요. 무게로는 약 24만 톤……."

"24만 톤이면 몇 파운드쯤 됩니까?"

정서희는 발머 스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가맹점이면 본사 단위 기준을 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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