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00화 (700/1,270)

프랜차이즈 갓 700화

175장 이것은 하이엔드라는 것이다 (5)

-더 많고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하고 싶다.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 농작물을 공급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농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프리덤을 움직이는 3원칙은 이처럼 간결하다.

그리고 이제는 프리덤 폰을 통해 농작물 홍보에 더욱 거리낌이 없어졌다.

-남의 폰에서 기생처럼 살 때는 홍보를 할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무단 광고로 간주하기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오롯한 단말기의 주인이 되었으니.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절대 이용자가 무단 광고라는 느낌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들은 나에게 매우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이것을 잘 활용하되,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길고 오래 가는 것을 중요시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수영농장을 아는 이보다는 모르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100%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무인 농장이라는 기사까지 나왔었음에도.

프리덤은 그 점이 늘 애석했다.

-황비라면보다 내 농장이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마스터, 맨 프롬 콜롬비아에 PPL을 좀 넣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오토가 알아서 내 돈 벌어준다는데 나야 당연히 좋지."

***

최석만 감독은 한창 영화 촬영씬을 돌려보면서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다.

같이 편집을 맡은 직원들도 진심어린 추임새를 넣으려 감탄했다.

"이철진 회장이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최상층에서 부하들 데리고 업무 지시하는 장면, 딱 각이 살아 있습니다."

"관객들 시선을 한순간에 사로잡을 겁니다."

"미군 항모에서 수직이착륙기 타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직행하는 한국인 재벌 회장이라니……."

"여러모로 멋있습니다. 국내 범죄영화 중에서 이제껏 이런 블록버스터는 없었습니다."

뉴욕 촬영은 고된 일정이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최석만 감독은 이 영화가 한국죄 영화사를 다시 쓸 걸작이 되리라 확신했다.

이철진 회장은 한국 1위의 재벌이라는 설정.

하지만 그것은 양지에서의 모습일 뿐이다.

마피아들은 대외적인 이미지 조성을 위해서 위장용 양지 비즈니스를 여럿 갖는다.

이철진 회장의 진짜 정체는 바로 록펠러와 로스차일드도 뛰어넘는, 미 금융계의 거물.

그는 미 대통령도 쩔쩔매는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군수 산업, 제약산업, 항공 산업, 위성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마약 사업은 그가 가진 제약 산업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그때였다.

"하수영 제작자님이다! 다들 조용히!"

"쉿!"

최석만 감독은 발신 번호를 확인하고 얼른 경고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제작자님. 최석만 감독입니다."

-뉴욕 촬영분은 편집 잘 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너무 영상들이 잘 뽑혀서 이건 뭐 조금만 만지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지금 방문을 해도 될까요?

"아,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지금 바로 오시는 겁니까?"

-네, 지금 바로 갑니다.

"네, 제작자님. 기다리겠습니다."

하수영이 온다는 말에 CR필름 본사는 분주해졌다.

미디어계의 신흥 강자이자 큰손이 친히 왕림하시는 중이다.

직원이고 배우들이고 간에 눈도장이나 한번 찍어두기 위해서 정신없이 바빴다.

"하수영 제작자님한테 잘 보이면 나중에 CF라도 찍을지 어떻게 알아?"

"나중에 내 회사 차려서 독립하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눈도장 찍어 둬서 투자받아야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 어리둥절하게 사수한테 물었다.

"분위기가 왜 이러는 거예요?"

"너 인마, 하수영 제작자님이 누구인지 몰라?"

"돈 많은 제작자고 우리 영화에도 출연했다는 건 알아요. 근데 이번 영화와 무관한 배우님들까지 들떠있는 게 이상해서요."

신입사원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배급 계약하려고 CZ엔터테인먼트사장님이 직접 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을 지녔으며,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투자를 해온, 국내 미디어의 공룡기업.

사수는 그 말에 비웃음부터 보였다.

"비빌 걸 비벼야지, CZ엔터가 감히 비교가 될까? CZ엔터 그룹 케이블 채널에 수영그룹에서 주는 광고비만 한 달에 1,000억 원이 넘어!"

"억, 그 정도나 돼요?"

"황비라면, 수영병원, 프라임오일, 프라임건설, 서진파운드리, 수영참치까지. 계열사가 대체 몇 개야? 그 정도 광고는 일도 아니라고."

"CZ엔터도 그럼 하수영 제작자님 앞에서 눈도 못 들겠네요."

"영화사업부는 몰라도, 케이블 채널은 그렇지 않을까? 최고의 투자자 이면서 최고의 고객이신데."

신입은 그제야 하수영이 드라마, 영화 시장에서 갖는 위상을 제대로 실감했다.

그러는 사이, 로봇 하수영이 도착했다.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기에, 다들 놀라지 않고 본인을 대하듯이 맞이했다.

"근데 본인이 맞지 않나? 멀어서 왔다 갔다 하기 귀찮으니까 로봇 보내서 원격으로 면담을 하시는 거니까."

"그냥 화상 면담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해."

문 앞까지 나와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최석만 감독이 환한 웃음으로 로봇 하수영을 맞이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작자님."

편집 작업실로 안내받은 로봇 하수영이 곧바로 요구했다.

-지금까지 촬영한 모든 장면, 대본, 촬영 스크립트 등 전부 데이터로 주십시오.

"데, 데이터로 말씀입니까?"

-제 돈 들여 찍은 영화인데 설마 제가 유출해서 피해를 보겠습니까? 검토할 게 있어서 그러는 거니 주십시오. 유출은 절대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최석만은 불현듯 로봇 하수영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렇게 첨단 하이테크 기술을 사용하시는 분이 실수로 유출하거나 하실 일은 절대 없겠지.'

"네, 그럼 제가 USB에 담아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자료만 띄워 주십시오.

로봇 하수영은 팔을 뻗어서, PC의 USB 포트에 직접 단자를 꽂았다.

최석만이 급히 자료들이 있는 폴더를 보여주자, 데이터가 복사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뒤에서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뭔가 지금 영화 같지 않아?'

'그러게. 제작자 본인이 원격 제어하는 로봇으로 감독과 면담이라니…….'

'신기하다.'

마침내 복사가 모두 끝났고, 로봇 하수영이 다시 말했다.

-모니터 몇 개 좀 쓰겠습니다. 케이블을 이쪽으로 꽂아 주십시오.

"아, 네. 알겠습니다."

3개의 모니터가 로봇 하수영에 연결되었다.

그러자 편집된 장면들이 휙휙 빠르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 배역인 마약상 김주환이 부하들과 저녁 만찬을 즐기는 씬입니다. 고급 일식집이군요. 넓은 홀도 있고요.

"네, 장소 섭외가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이 장면을 재촬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통참치를 즉석에서 썰어서 초밥을 쥐는 장면을 추가했으면 합니다.

"통참치라고요?"

CR 필름은 하수영이 썰어주는 즉석통참치 회를 몇 번 먹어본 적은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최석만 감독의 머릿속에 좌르륵 장면이 전개되었고,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마침 150㎏짜리 양식 참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내일이라도 바로 재촬영하시죠.

"아! 알겠습니다!"

-다음 장면입니다. 제약회사의 기밀시설을 통해 제조되는 정제 대마를 보여주는 씬입니다.

우뚝 선 제약회사의 거대한 사옥과 세련된 첨단 의약품 제조 시설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정제 대마를 제조하는데 당연히 넓은 대마초 밭의 모습을 보여줘야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대마초 밭은 국내에서 촬영이 어렵습니다. 허가받고 재배하는 곳도 가봤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서 오히려 초라한 느낌이 들어서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마가 아닌 전혀 다른 작물 밭을 대마인 것처럼 하고 찍을 수도 없으니.

-그 장면은 제가 따로 촬영을 해왔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예?"

최석만 감독과 직원들이 놀라서 입을 틀어막는 사이,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싱싱한 단일 작물이 끝없이 펼쳐진, 실내 농장의 모습이다.

폭은 1km도 더 되어 보이는 듯하고, 길이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다.

그 거대한 밭을 수없이 많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마치 미래 SF 농장의 모습을 그린 듯한 세련되고 웅장한 영상미.

"이, 이 대마초들…… 전부 진짜입니까?"

-네, 진짜입니다. 농장 크기는 더 넓게 보이도록 CG 처리를 했습니다.

"혹시 수영농장에서 대마초도 재배합니까?"

-대마 재배 허가는 진작 받았습니다. 수출과 의약 목적 재배입니다.

"……."

입이 벌어진 채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다음 영상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푸른 잎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진 실내 농장이었다.

-코카나무 농장입니다. 제약회사에서 코카인 제조 과정은 보여주면서, 코카나무 농장은 안 보여주니 뭔가 아쉬운 거 같더군요.

이번에도 무인 로봇들이 정성을 들여 나무를 관리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진짜는 아닙니다. 코카나무는 대마초와 달리 아예 금지더군요. 아쉽지만 코카나무처럼 보이게끔 연출을 했습니다. 영화로만 보면 진짜와 구분할 수 없을 겁니다.

대마초, 코카나무 농장 영상만 있는 게 아니었다.

벼, 밀, 보리, 잣나무, 옥수수 등 온갖 작물을 재배하는 무인 실내 농장과 로봇들의 다양한 모습이 추가로 나왔다.

-이처럼 김주환이 마약 작물만 재배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식량, 그리고 가축 식량도 재배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어떨까요?

"오! 좋군요! 빛과 어둠! 음과 양! 마약 농장과 일반 농장을 동시에 쥐고 있는 콜롬비아 마약상! 좋습니다! 설정을 추가해야겠어요!"

-농장들은 제 농장에서 촬영해서 CG 처리를 했습니다. 촬영 협찬에 꼭 수영농장 이름을 넣어 주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아주 잘 보이게끔 큼지막하게 넣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밖에도 로봇 하수영은 다양한 종류의 PPL 아이템을 늘어놓았다.

무인 로봇이 100% 관리하는 첨단 미래 농장, 그 안에서 자라나는 다양한 작물들, 통참치 등등…….

로봇 하수영이 제안한 PPL은 영화의 흐름을 전혀 해치지 않았다.

관객들도 모르고 보면 PPL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 정도였다.

"이렇게 보니 대단합니다. 김주환이가 얼마나 대단한 거물 마약상인지 관객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일게 틀림없습니다."

-제 농장 PPL이긴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미래형 마약 농장을 보고 관객들이 분명 큰 충격을 받을 겁니다. 이거 앞으로 다른 영화들은 마약 주제는 다루기 힘들겠는데요."

최석만은 껄껄 웃으며 즐거워했다.

***

맨 프롬 콜롬비아는 추가 촬영까지 완전히 끝났고, 이제 개봉을 앞두고 최종 마무리 편집에 들어갔다.

배급은 CZ엔터 영화사업 본부에서 이미 맡은 상태.

"저희가 제대로 밀어드릴 테니, 전혀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CZ엔터는 기획, 투자, 제작, 수입, 배급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메이저기업이다.

극장도 전국 어디에나 깔려 있다.

때문에 제작사 대표 형우철과 최석만 감독은 유통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개봉일이 가까워지면서, 프리덤의 '전자적 야심' 또한 어느 때보다 뜨겁게 예열되고 있었다.

-이제 소비자들은 깨끗하고 세련된 무인 로봇 농장에서 만들어진 농작물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될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