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02화 (702/1,270)

프랜차이즈 갓 702화

176장 잠자는 농장의 코털 (2)

노부부는 2인 199만 8,000원짜리 수영농장 관광패키지를 끊었다.

노부부는 설레는 마음으로 관광일이 다가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관광일, '리무진버스'가 노부부를 태우기 위해 집 앞으로 왔다.

"으응? 덤이야, 버스가 어디 있다는 거냐?"

-주인님, 저 앞에 있는 흰 차가 두분을 위한 특별 리무진버스입니다.

"저건 숙영할 때 쓰는 차량 아니여?"

-맞습니다. 원래는 캠핑카이지만, 두 분은 특별코스에 당첨되셨기 때문에 수영농장주가 직접 모시게 될 겁니다.

"농장주가 직접 온다고?"

노부부는 조금 당황했다.

이윽고 캠핑카가 노부부 앞에 정지했고, 운전석에서 서글서글한 인상의 청년이 정복 차림으로 내렸다.

복장만 보면 특급호텔 리무진 캐딜락을 운전하는 기사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3박 4일 동안 고객님을 모시게 될 하수영이라고 합니다."

"농장주 아니오? 덤이가 그랬던 거 같은데."

"맞습니다. 두 분은 수영농장 관광패키지 최초 구매자이시기에, 농장주인 제가 직접 모시게 되었습니다."

"아아!"

"우리가 처음으로 표 샀다고 주인이 직접 데리러도 오고, 정말 잘 되는 가게는 뭔가 다르긴 다르구만요."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노부부는 손뼈까지 치면서 기뻐했다.

하수영은 정중히 노부부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럼 운행하겠습니다."

대부호를 위한 최고급 캠핑카.

그만큼 좌석도 넓고 쾌적했기에, 노부부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히 여행할 수 있었다.

노부부가 듣지 못하게, 하수영은 프리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넌 어떻게 이런 기발한 장사 아이디어를 다 냈냐? 맨 프롬 콜롬비아를 이용해서 관광패키지를 팔아먹을 생각을 다 하다니."

-관광패키지는 여러 가지 장사 아이템 중 하나일 뿐입니다. 맨 프롬콜롬비아 시리즈는 앞으로 더욱더 많은 홍보를 해줄 겁니다.

"안 그래도 요즘 오토만 돌리느라고 조금 무료했었는데, 간만에 고객님들 에스코트도 직접 하니까 재밌네."

하수영은 즐겁게 운전을 했다.

어느덧 캠핑카가 멈춰 섰다.

"여기가 바로 수영농장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죠."

하수영은 친절하게 노부부를 안내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왕년에 농사 좀 지어본 노부부는 무인농장의 실내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랐다.

"세상에나,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 이렇게 농사를 짓는단 말인가?"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오직 저희 수영농장만이 이런 첨단 무인 로봇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전 세계에서 저희만이 유일합니다."

"저 로봇들이 24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한다는 말이지요, 젊은 사장님?"

"네, 그렇습니다."

"가까이 가서 일하는 걸 지켜봐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노부부는 가까이 다가가서, 로봇이 고추를 따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구경했다.

벼를 베는 모습, 토마토를 따는 모습, 딸기를 채취하는 모습들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젊은 사장님, 이 기계들은 비싸겠지요?"

"가장 저렴한 것도 10억은 넘습니다. 비싼 건 50억도 넘어가지요."

"그럼 여기 있는 로봇들을 다 합치면……."

"조 단위로 넘어가지요."

"세상에나."

노부부는 입을 틀어막으며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그럼 수입은 얼마나 되는 거요? 아, 이런 걸 물어도 되는가?"

"우리 농장이 한국에서 농작물을 팔아서 올리는 수입만 1조 원이 넘습니다. 정확한 액수까지는 조금 난감하군요."

"근데 내가 농사지을 땐 농작물에는 소득세를 안 매겼었는데……."

"매출 대부분이 식량작물이기에 저희 농장 역시 세금을 안 냅니다."

노부부는 정신없이 로봇들이 농사짓는 모습을 구경했다.

자신들이 농사지을 때와 너무 다른 모습에, 상전벽해의 감격을 느꼈다.

"수영농장산 수박을 한 번 드셔보시죠. 시판되지 않는 생산품입니다."

하수영이 손짓하자 로봇이 수박을 열 통이나 따가지고 왔다.

노부부는 손사래를 치며 놀랐다.

"아이구, 우리 이렇게 다 못 먹어요. 집에 가져갈 수도 없으니, 그냥 한 개만……."

"제가 아홉 통 먹을 겁니다."

"보, 보기보다 대식가시구려."

차갑게 식히지 않은 수박을 즉석에서 칼로 잘라서 썰었고, 노부부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한 입 베어 물었다.

"정말 맛있구랴."

"엄청 달고 시원하오. 젊은 사장님, 이 수박 키우는 데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거요?"

"세계 제일의 비료를 쓴 덕분입니다."

하수영은 수박 외의 다른 과일들도 하나씩 맛을 보여주었고, 그때마다 노부부는 탄성을 터뜨렸다.

평생 먹어왔던 그 어떤 과일보다도 맛이 강렬하게 넘쳤다.

"이거 큰일이오. 집에 가서도 계속이 맛이 생각날 것만 같아……."

"시장에서는 언제 파는 거요?"

"당분간은 시판 예정이 없습니다. 다른 농가의 매출을 침범할 순 없으니까요."

"허허……."

노부부는 연신 입맛을 다셨다.

달콤하고 중독성 깊은 과일 맛이 아직까지도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하수영은 각종 나물과 버섯을 넣은 산채비빔밥을 만들어 주었다.

재료는 전부 농장에서 로봇들이 키우던 것을 즉석에서 채취해서 씻었다.

"수영농장에서 난 쌀을 수영조리용수로 밥을 지었습니다. 나물들도 모두 농장에서 특별한 비료를 이용해서 키운 것들입니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군요, 젊은 사장님."

"계란 역시 수영양계장에서 엄선해서 가져온 유정란을, 황비버섯오일을 프라이팬에 둘러서 반숙을 했습니다."

노부부는 선명한 노란빛이 맴도는 반숙 노른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식욕이 많이 감퇴했다고 생각했는데, 즉석 산채비빔밥은 보기만 해도 위장이 격렬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고추장 역시 특별한 비료로 정성스럽게 키운 고추를 이용해서 만들었습니다. 특급호텔 비빔밥도 이보다는 못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수영은 아무런 포장지가 없는 참기름 통을 턱 하니 올려놓았다.

"이 또한 특별한 비료로 키운……."

"특별한 비료를 먹고 큰 참깨를 볶아서 짜낸 기름이라는 거지요, 젊은 사장님?"

"네, 그렇습니다."

"역시 시장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것들이고."

"네, 맞습니다."

"아주 귀한 산채비빔밥이로구만.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도 못 먹을 진귀한 요리일세."

하수영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랍 왕족도 한 번 먹어보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동할 맛일 겁니다. 자신합니다."

"그럼 어디."

노부부는 비빔밥을 열심히 비빈 다음, 수저로 한 입을 떠넣었다.

둘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노부부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없이, 미친 듯이 수저로 밥을 푸기 시작했다.

아까 과일을 이것저것 다양하게 집어먹었음에도, 손이 멈추지 않았다.

비빔밥은 마치 전용게이트를 이용하는 일등석 탑승객처럼, 순식간에 목구멍을 통과해 버렸다.

신기하게도 배가 그리 부르지 않았다.

분명히 포만감이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이 비빔밥이라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거짓말이 아니었구랴……."

"젊은 사장님, 정말 천상의 맛이었소."

"이 비빔밥 가게를 차리면 정말 초대박이 날 거요. 내가 장담하오."

"하하, 들어간 재료가 재료다 보니 아무래도 한 그릇당 가격이 너무 비싸질 거라서요. 오히려 초대박을 내기는 힘들 거 같네요."

재롯값을 제대로 치면 너무 비싸져서 아무도 못 사먹을 음식이 된다.

수영라면처럼 파격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야 겨우 장사를 할 수 있으리라.

그 화려한 재료 구성에 35,000원이면 엄청 싼 가격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공통적인 감상이다.

"이제 부산으로 이동합니다."

"양식장은 그럼 언제 가는 거요?"

"시간이 늦어서 오늘은 해운대 펜션에서 주무시고, 내일 이동하실 겁니다."

캠핑카는 해운대로 향했고, 노부부는 수영펜션의 화려하고 편리한 시설, 그리고 하수영이 농장에서 가져온 식재료로 만들어 올린 불고기볶음 요리에 대만족했다.

다음 날 아침.

"이제 경남 통영의 수영양식장을 보러 가시겠습니다."

하수영과 노부부는 차에 올랐다.

양식장에서 노부부는 자신들이 먹어봤거나, 먹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 모든 어패류를 모조리 접할 수 있었다.

"이건 남은 숙박 일정 내내 먹을 식재료들입니다."

하수영은 다양한 종류의 양식어들을 모두 아이스박스에 챙겼다.

넓고 복잡한 양식장을 모두 둘러본 노부부는 마지막으로 참치양식장에 당도했다.

그리고 참다랑어 분수쇼를 보았다.

촤아악!

거대한 참다랑어가 허공으로 5미터 이상 높이 뛰어오르며 물분수를 퍼트린다.

"고객님, 직접 먹이를 한 번 줘보시겠어요?"

"이걸 던지면 되는 거요?"

"네, 그렇습니다."

노부부는 호기심에 차서 인공생선을 휙 던졌다.

그러자 브라우니가 높이 뛰어오르며 허공에서 먹이를 낚아챘다.

찬 바닷물이 살짝 덮쳤지만, 노부부는 오히려 웃음을 가득 띤 채 즐거워했다.

"한 번 쓰다듬어주시죠."

"만질 수도 있는 거요?"

"물론입니다."

참다랑어가 어느덧 노부부가 서 있는 만 앞까지 다가와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었다.

노부부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만지다가, 생각보다 단단하고 차가운 감촉에 깜짝 놀랐다.

"누가 보면 참다랑어가 아니라 돌고래인 줄 알겠어요. 허허……."

"이놈이 웬만한 돌고래보다 더 똑똑한 슈퍼 참다랑어라서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양식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거 참, 이런 귀여운 아이를 만지고 나서 이따가 참치회는 어떻게 먹을지……. 너무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거 같은데."

"나도 그래요, 여보. 미안해서 어찌 먹나."

물론 노부부는 참치회 한 점을 입에 넣자마자 감동해서 젓가락질을 쉬지 않았다.

노부부는 이틀을 수영펜션에서 푹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수영이 농장과 양식장, 목장에서 직접 공수한 재료로 만들어주는 온갖 요리 덕분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한창 젊었을 때 이상으로 노부부는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나이 들어서 입맛과 기력이 떨어진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밥이 맛이 없었던 거네요, 여보."

"우리 젊은 사장님 같은 아들이 매일 이런 요리를 만들어주면 하루하루가 살맛 나겠는데."

마지막 날.

노부부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수영펜션을 출발했다.

"고객님들, 우리 리무진버스는 지금 포천시 인근의 수영과수원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그곳에서 풍성한 대자연의 싱그러운 기운을 느껴보십시오."

잣나무밭이 뭐가 대단할까, 하고 다소 안일하게 생각했던 노부부는 자신들의 예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드넓은 잣나무밭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푸른 녹빛으로 노부부의 시선을 압도했다.

산에 오르는데 신기하게도 숨이 차지 않았다.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기운이 가득 넘치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잣나무들이 기운을 몰아서 자신들을 북돋워 주는 듯한 감각마저 받았다.

보이지 않는 신성한 기운이 폐까지 말끔히 씻어 내리는 기운에, 노부부는 문득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여기에서 퍼올리는 깨끗한 지하수에 이 잣나무 잎을 타서, 바로 수영조리용수가 만들어집니다. 두 분 고객님께서 관광 내내 드셨던 요리들은 모두 그 조리용수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맛이 좋고, 기운이 넘쳤던 거로군요……."

"여기 터가 아주 좋소. 내가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냥 가만히 서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힘이 넘치는 것만 같구려."

"여보, 이렇게 오래 걸었는데도 관절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그래? 당신, 관절염 벌써 10년 넘게 달고 살았잖아?"

"지금 하나도 안 욱신거려요. 신기해요."

마지막으로 노부부는 서진파운드리를 방문했다.

한 명의 인간 없이, 100%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무인첨단공장의 광경에, 평생 농사만 지었던 노부부는 또 다른 종류의 충격을 받았다.

"서진파운드리는 세계 제일의 반도 체 제조공장입니다. 버섯 팔고 쌀팔아서 지었어요."

"농사 외길만 걸어도 이런 재벌들 공장도 가질 수 있는 거군요. 정말 대단하오, 젊은 사장님."

그렇게 노부부는 3박 4일의 관광패키지를 마쳤다.

"평생 못 먹어본 맛있는 것들은 이번에 다 먹어본 거 같아요."

"나도 음식들만 가장 기억에 남네."

"밥값만 따져도 푯값은 건지고도 남는 거 아니유?"

기대했던 것 이상의 식도락 관광.

노부부는 3박 4일 동안 살이 상당히 졌으며, 혈색이 좋아졌고, 오랜 관절통도 사라졌다.

"덤이야."

-예, 주인님.

"엘릭서 드링크인가 머시기인가 하는 것 좀 낭낭하게 주문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리고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태그 달고 사람들에게 자랑하면, 수영농장에서 사은품을 준다고 합니다.

"그랴? 그럼 우리 손으로 찍은 것들까지 해서 유씨씨인가에 한 번 올려다오. 우리도 자랑 좀 해야긋다."

-제가 멋지게 편집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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