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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30화 (730/1,270)

프랜차이즈 갓 730화

181장 금융의 종착역 (3)

중국과 한국은 여전히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중이다.

특히 한국산 식품은 종류를 막론하고, 철저한 관세폭탄을 맞고 있었다.

관세도 허울일 뿐이고, 실제로는 품질 등 여러 가지 핑계에 막혀서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가공하지 않은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가공된 완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의 무역 전쟁이 대체 언제나 끝나려는지 모르겠네."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어. 중국의 괘씸죄가 그렇게 쉽게 끝날 거 같아?"

"그 괘씸죄가 대체 뭐야?"

"미국에 그만 붙고 중국의 질서에 순응하라 그거지 뭐. 속재료는 항상 그거였어. 포장만 그때그때 달랐을 뿐이지."

"TSMC가 서진파운드리에 넘어간 뒤로 더 심해진 거 같은데?"

"원래 반도체 시장을 중국이 꿀꺽하려고 TSMC 공장만 핀포인트로 미사일 폭격했던 건데, 서진파운드리가 어부지리 취했으니까. 아마 공산당은 더 약이 올랐을 거야."

대중무역 전문가들은 교역의 앞날을 여전히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허나 그들에게도 한 가닥 희망이 있었으니…….

"누군가가 대중 무역의 절망을 논하거든, 고개를 들어 수영농장을 보라."

"중국의 한복판에 과감히 대농장을 우뚝 세운 저 한국인의 기개!"

"세금 내고, 이익 분배하고, 그러고도 월 15조 원씩 따박따박 꽂히는 저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캐시 카우!"

"심지어 달러라네."

황비버섯농장만큼은 중국의 무역보복에서 철저하게 비껴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추론했다.

"중국인들의 황금비단우산버섯 사랑은 옛날부터 알아줬지. 전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크게 환장하는 식재료잖아."

"제아무리 일당독재라 해도, 인민들의 식욕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다는 거지."

"그리고 농장이 중국에 있고 말이야. 공산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집어삼킬 수 있는 위치이니까."

"한국에 꽂히는 돈은 매출의 절반쯤 되나?"

"아마 그럴걸? 세금 내고, 중국 파트너와 이익 분배하고 수영농장에 떨어지는 게 절반쯤 될 거라고 보는데."

물론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언제 버섯농장에 대한 야욕을 드러낼까 타이머를 재고 있었다.

"그 어떤 다국적 대기업도 이만큼이나 막강한 수익을 낸 적은 없었다."

"이런 거위를 중국 정부가 군침만 흘리면서 가만히 구경한 적도 없었다."

"특히 버섯농장…… 사실 농장을 뺏을 필요도 없어. 그건 국제사회가 보기에 너무 대놓고 양아치 짓이니까."

"그냥 재배 노하우를 알아내기만 하면 되지. 그리고 농장을 카피해서 자기들이 황비버섯을 만들어서 팔면 되고."

"원조 농장은 적당히 명분 만들어서 운영 폐쇄해 버리면 그만이고."

하지만 버섯농장은 여전히,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류이엔의 인맥이 장난 아닌가 보네. 자기 몫 거의 대부분을 로비 자금으로 붓는 거 아니야?"

"글쎄, 아무리 인맥이 대단하다 해도 수영농장이 가져가는 몫이 어마어마한데…… 공산당이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다는 것도 이상한데."

***

류이엔은 농장 보안관리에 철저히 신경 썼다.

애초에 재배 노하우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 특수비료를 포자에 잘 섞어서 뿌린 뒤, 포자를 밭에 적당히 뿌려 주면 됩니다. 참 쉽죠?

재배 노하우라고 해봐야, 특수비료가 전부였으니.

이것은 중국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을 가져와서 사용한다.

'구루마 비료…… 국제자원투자회사의 안살린 왕자가 한국에서 개발한 차세대 비료…….'

안살린이 하수영의 본가, 엘릭서 토양을 연구한 끝에 만들어낸 비료.

그 자체만으로도 모든 농사를 끝낼 비료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은 뛰어난 비료다.

제조단가도 저렴하고, 토양의 질을 높이 끌어올리며, 농작물의 생장과 수확량도 뛰어난 효과를 미친다.

하수영은 이 뛰어난 '구루마' 비료를 위장으로 내세웠다.

즉, 중국은 구루마 비료가 수영농장이 지닌 말도 안 되는 생산성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다.

'수영농장이 폭발적인 생산력을 보인 것도, 안살린 왕자가 한국에 눌러앉은 직후부터니까…….'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나긴 하지만, 그것은 사소한 문제였다.

한 번 단단히 박힌 오해는 더 이상의 창의적인 의심을 차단했다.

"회장님, 허난성에서 은밀히 황금비단우산버섯 재배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또?"

"네, 인부들을 통해 은밀히 비료를 빼돌린 거 같습니다."

"비료 저장창고가 털렸을 가능성은 없겠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구루마 비료'는 총 3곳의 대형 창고에 나누어서 보관하고 있다.

24시간 무인, 유인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특수공작원이라고 해도 섣불리 침투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비료라는 특성상, 샘플로 소량을 운반할 순 있어도 그 많은 비료를 한꺼번에 몰래 빼내는 것은 불가능.

그래서 경쟁자들은 밭에서 일하는 인부들을 상대로 공작을 했다.

비료 섞인 포자를 밭에 살포하는 것은 결국 인부들이다.

이동식 농업장비의 저장탱크에서 일부를 슬쩍 담아 몸에 숨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경쟁자들은 그런 식으로 조금씩 비료를 빼돌려서 성분 조사를 한다.

재배 시험을 한다, 온갖 수작을 하고 있으리라.

"인부 개개인에 접촉하는 것까지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걸리는 족족 본보기 차원에서 해고하고, 저장 탱크에 대한 침투, 방화, 폭발 같은 것만 조심하게."

"예, 회장님."

류이엔은 지평선 너머까지 가득 메우고 있는 황비버섯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나 믿어지지 않는군. 저 버섯들이 모두 오늘 새벽에 뿌린 것들이라니."

"살포가 끝나자마자 바로 수확을 준비해야 합니다. 정말 정신없이 바쁩니다."

"멍청한 도둑놈들, 백날 헛짓거리를 해봤자 아무 소용없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경쟁자의 수작질까지는 어쩔 수 없다.

류이엔은 당의 간섭 억제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당이 대놓고 뺏으려고 나서는 것만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어도 성공이다.

'어차피 재배 노하우는 놈들이 훔쳐낼 수가 없다. 그게 가능했다면 내가 벌써 알았겠지.'

류이엔 자신도 알아낼 수 없는 재배 노하우를, 경쟁자들이 무슨 재주로?

사실 재배 노하우라고 해봤자, 결국 비료 제조법이다.

만약 하수영이 언제쯤 중국에서 농장을 뺏으려 들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 아마 게거품을 물고 당황하겠지만…

"한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 그래? 무슨 연락인가?"

"어…… 음…… 이게……."

이메일 요청서를 확인한 측근이 당황해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버섯 판매금을 선불로 조금 땅겨받고 싶다고 합니다만."

"어려울 거 없지. 지금도 버섯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으니."

밀어내기인가?

아마 현금이 필요한 일이 있나 보다, 하고 류이엔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1,000억 달러 밀어내기가 가능하냐고 묻고 있습니다."

"……1,000억 달러라고?"

천하의 류이에도 흠칫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숫자였다.

"1,000억 달러면 대략 8, 9개월 치대금을 먼저 달라고 하는 소리인가?"

"그 정도는 팔아야 건질 수 있는 돈입니다."

"……."

당장 그만한 현금이 있을 리가 없다.

"본사에서 필요한 것은 그 정도이지만, 가맹점의 재량에 따라서 최대한 노력을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합니다만."

"자네는 그게 무슨 뜻으로 읽히는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1,000억 달러를 만들어내서 선납하라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물론 류이엔은 자신의 몫에서 로비나 기타 경비로 쓰고 남은 것을 차근차근 저축해 뒀다.

하지만 1,000억 달러에는 터무니없이 못 미친다.

"……대출 좀 알아보게."

"회장님? 대출까지 해야 합니까?"

"그럼 본사가 선납 좀 해달라는데 별수 있나?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데 나중에 계약갱신 때 다른 가맹점을 들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잘나갈 때 더 잘 보여야 한다.

본사가 마음만 먹으면 저 황금빛 밭의 위용은 한낱 신기루로 사그라져 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수집한 미술품들 있지? 이번에 소더비 경매 열린다는데 거기에 전부 내놓고, 하여튼 돈이 될 만한 건 죄다 처분해서 어떻게든 현금을 만들게."

"네, 회장님."

"난 당에 부탁해서 세금 납부를 한동안만이라도 유예를 받아내야겠어. 그동안 먹인 돈이 있는데 이 정도는 들어주겠지."

"묶음할인 이벤트도 진행하겠습니다. 단기간에 매출을 높이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너무 과하게 하지는 말고, 하루에 먹는 버섯 양은 결국 정해져 있어. 오늘 많이 사면 내일 사는 양은 그만큼 줄어드는 걸세."

"네, 회장님."

류이엔은 현금을 쥐어짜내기 위해 일어났다.

***

도우야 초밥도 비슷한 공문을 받았다.

"식재료 밀어내기?"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 본사에 지금 현금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아니, 천하의 수영그룹이 현금이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게……."

비서는 수영사채의 출범, 규모, 그리고 현황 등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도우야 히데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니까 일반 예금주들 돈을 1억씩 받을 때마다 자기 돈으로 4억을 예치해야 된다고?"

"네, 회장님."

"……그룹 직원들이 더 이상 예치를 할 수가 없어서 자기 예치금을 늘리려고 식재료 밀어내기를 시전중이란 말이군."

"현재 총 예치금이 약 516조 원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이 금액은……."

도우야 회장은 난감해서 숫자를 다시금 확인했다.

10억 달러.

원화로 1조 원, 엔화로는 약 1,000억 엔.

전국 1위의 초밥 프랜차이즈라고 하지만, 식재료 대금만으로 1,000억엔을 지불하려면 대체 몇 년의 시간이 걸려야 할까.

도우야 초밥은 무공해 참다랑어 일본 독점유통권을 가진 대신, 수영그룹에서 요구하면 모든 식재료를 대체해야 한다.

"우리 회사 규모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액수입니다. 참다랑어 유통을 고려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되겠어. 내가 도게자를 해서라도 금액을 줄여달라고 부탁해야겠네."

그래서 도우야 회장은 하수영한테 연락을 했고, 자세한 설명을 들은하수영이 오히려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전 도우야 초밥이 연매출 몇백억 달러는 되는 줄 착각했네요.

"그, 그래도 5,000만 달러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에이, 잔돈은 번거롭기만 해요. 괜찮습니다. 그냥 없던 일로 하죠. 제가 무리한 요구를 했습니다.

"회장님? 회장님?"

그렇게 대화는 깔끔하게 끝났다.

도우야는 어안이 벙벙해서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이보게들, 나 지금…… 가엾게 보인 거 맞나?"

"……."

"……."

하수영의 말이 꼭 이렇게 들렸었던 것이다.

'너 이 정도는 버는 줄 알았지. 근데 가난하구나. 미안, 없던 일로 하자.'

분명 배려를 받았는데, 이상하게 속이 쓰리다.

***

나노소프트 요식업 총책임자 발머스틴은 공문을 받고 흔쾌히 반응했다.

"우리가 월 평균적으로 식재료 구매에 얼마를 쓰고 있지?"

"약 12.5억 달러입니다."

"1년 치 식재료 대금이 150억 달러쯤 되나? 참, 중국은 얼마를 송금했다고 하던가?"

"지금까지 500억 달러를 송금했고, 더 쥐어짜 내고 있다고 합니다."

"뭐야?"

발머 스틴은 눈을 부릅뜬 채 벌떡 일어났다.

하필 중국 가맹점 따위한테 패배하다니! 양키의 자존심을 걸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금도 유예하고, 대출도 받고, 류이에 회장 사재를 팔고, 여기저기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랍니다."

"차 준비해. 지금 은행으로 가야겠다."

"지금 IT사업부 현금 보유량이 1,600억 달러 정도 되는데 그것은……."

"그건 당연히 가져올 거고, 대출은 대출대로 받는 거고."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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