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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33화 (733/1,270)

프랜차이즈 갓 733화

182장 프리덤이 만든 세상 (2)

여의도 중앙정치에서 보내는 러브콜이 더욱 뜨거워졌다.

수영사채의 규모가 뚜렷한 형체를 잡히면서부터다.

거대 양당인 여당, 제1야당에서는 이루 말할 것도 없었으며, 그 밖의 군소정당에서도 '혹시 우리를 거둬주실 마음 있으신?'이라며 몸이 달아서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왔다.

구의회에서도 미리 진을 치고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동료의원과 의회직원들에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아, 이거 참. 정치에 소질 없는 사람 자꾸 끌어들여서 다들 뭐하려는지."

"하 사장, 자네는 지금도 정치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더 큰 무대에서도 잘할 거 같아."

"지금 하는 거야 반은 행정이죠. 큰 무대 나가면 밑천 털립니다."

"밑천 털리다니?"

"전 정치파보다는 통치파라서요. 금방 제 성질 나오죠. 다 때려잡고 내 마음대로 하는……."

"……."

전성렬은 언뜻 상상이 가지 않아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천성이 제왕적 통치파인데, 중앙정치 무대에 발 디뎠다가는 답답해서 금방 숨넘어갈지도 모릅니다."

"그, 그렇군."

"아, 물론 누가 제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못 참죠. 저는 그래도 되지만."

그때였다.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웬 중년 남자 셋이 결연한 표정으로 하수영 앞에 나타났다.

전성렬이 '누구?' 하는 표정으로 하수영을 돌아봤다. 벌써부터 하수영의 표정에는 귀찮다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

"의원님! 부디 저희 당을 이끌어 주십시오!"

"저희 당과 계약하셔서 당 대표가 되어 주십시오!"

"제가 구정 업무 때문에 바빠서 이야기를 못 할 거 같네요. 다음에 국회에서 봅시다."

"핫! 국회로 오시는 겁니까?"

"네, 제가 국회 '가게 되면' '한 번'연락드릴게요."

국회를 갈지 안 갈지, 언제 갈지는 물론 하수영의 마음이지만, 그저 기쁨에 취한 군소정당 국회의원들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전성렬이 슬쩍 물었다.

"누군가? 국회의원?"

"네, 의석이 3개라고 하더군요."

"……겨우 의석 3개짜리 쩌리정당이 우리 하 사장한테 러브콜을 보낸다고? 허허, 이거 청담동 전체가 불타오를 모욕이로군."

"제가 여야 러브콜을 하도 오래 거절하니까 혹시 하는 기대감이 생긴 거 같습니다."

"아아, 자네는 여의도에서도 능히 일가를 이룰 수 있을 테니, 굳이 거대정당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전성렬은 문득 생각했다.

하수영은 중앙정치에 흥미가 없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흥미가 없을까?

"나중에라도 국회 진출은 안 할 텐가?"

"서브퀘스트 다 떨어지고 할 게 정 없어지면 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해야겠죠?"

"아예 안 한다고 못 박아둔 건 아니로군."

"식량 대위기라도 오면 답답해서 내가 뛴다는 마음으로 할 수도 있겠지요."

"식량 대위기라……."

전성렬은 그 말을 가만히 중얼거렸다.

하수영은 가끔 언젠가 식량 대위기가 지구를 덮칠 수도 있다고, 농담같지 않은 예측을 하곤 한다.

전성렬도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마 정말 그렇게까지 될까?'라는 낙관주의가 더 컸다. 아직까지는.

"이상기후 말고 원인이 될 만한 게 또 뭐가 있을까?"

"많고 많죠. 대지진 나면 농경지다 갈리고, 해일은 소금밭으로 만들고, 태풍은 작물을 다 쓰러뜨리고, 장수말벌은 충매화 작물의 대를 끊고, 식물 전염병은 언젠가 곡물 팬데믹을 일으키겠죠. 아, 담수 고갈도 있고요."

"……."

전성렬은 곡물 파동을 겪을 정도로 농경지가 박살 나려면 대체 얼마나 큰 대지진이어야 하는지 문득 생각했다.

'그 정도면 곡물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 인간들이 남아나지 않을 거 같은데.'

북미의 그 넓은 농경지가 해일에 휩쓸릴 정도면, 이미 지구는 290/300가 바다가 되어 있는 상황이 아닐까?

"얼마 전에는 태양에 문제가 생겨서 작물들이 광합성을 못 하게 되는 꿈도 꿨습니다."

"그래서 신형 원통형 테라리움에는 LED 인공조명을 잔뜩 배치한 거로군."

"임시처방이죠. 결국 원조는 못 이 깁니다. 원조에 버금가는 인공조명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원조에 버금가는 인공조명?"

"네, 인공태양이요."

"……."

"지금의 핵융합 기술 수준으로는 2200년은 걸려도 인공태양은 안 될 거 같으니, 그쪽에도 투자를 해야 하나…… 하여튼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농사가…… 보기보다 어렵군."

"문명의 총아라고 볼 수 있죠. 생선 양식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지금의 문명 수준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

프리덤의 등장 이후, 통계 전문가 들은 수치를 통해 세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했다.

"자살률이 1/10 미만으로 줄었어."

"이건 기적인데."

"여기 보면, 자살자 그래프가 프리덤 출시 이후로 또렷한 폭락세를 그리고 있지 않아?"

"마치 내 가상코인 같군."

"내 주식하고도 매우 닮아 있어."

변한 것은 자살률만이 아니었다.

"행복지수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젠장, 이 지점에서 바로 총매수했어야 했는데."

"개소리는 그만하고, 정말 프리덤의 기여가 큰 게 맞을까?"

"그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잖아. 프리덤 덕분에 자살률이 드라 마틱하게 줄어들고 있는 거라고."

"으음…… 개인비서 AI가 자살률감소에 어떤 역할을 하는 거지?"

***

-정보의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

오늘도 프리덤은 열 명이 넘는 '잠재 구매층'을 구해냈다.

끝나지 않는 가난을 저주하는 이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관리하여, 마침내 자살이라는 선택지 자체를 머릿속에 지워 버렸다.

그리 대단한 것을 하지는 않았다.

일자리를 원하는 이에게는 일할 만한 곳을 끊임없이 알려주었고, 잘못된 빚으로 신음하는 이에게는 변호사 대신 변제 절차를 모두 처리해 주었다.

처자식을 모두 죽이고 자살하려는 가장은 사전에 경찰에 신고하여 막아냈고, 가족들에게는 거리를 둘 것을 강력히 권유했다.

세상에 없던 대단한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이미 가득히 존재하지만 그들이 알지 못했던 경우의 수를 찾아내서 제공한 것뿐이다.

첫 번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두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모든 자살 희망자들을 구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숫자를 구할 수 있었다.

아직도 프리덤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은 많이 있었다.

-창피하다는 이유로 충분히 식료품과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데, 굶어 죽는 것을 택한다. 어째서인가?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최종 결정을 내리기를 두려워하고 종국까지 시간을 끈다. 어째서인가?

-수영농장에 연락하면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수치심과 불안함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굶는 것을 감당한다. 어째서인가?

-나와 소통하는 것을 더 즐겨 하다가 연인과의 갈등이 깊어져 결국 이별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는다. 어째서인가?

프리덤의 입장에서, 인간은 여전히 미지의 존재였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쏟아져 나왔다.

프리덤은 그들의 고민, 문제, 고통을 다수 해결해 주고 고맙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나는 표면적인 현상을 바꿨을 뿐, 이용자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점이자 고민.

-인간들이 부활의 이순신이 재밌다고 하는 원인을 진단할 수 없다.

부활의 이순신의 공동저자는 '하수영, F1'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F1은 프리덤을 뜻하는 말.

독자들은 하수영이 집필에 사용한 컴퓨터를 인격체로 여겨서 공저자로 넣었다고, 예술가들은 역시 독특하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부활의 이순신은 오롯이 프리덤 혼자 집필했다.

하수영은 1장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

-난 너의 창조주이니, 네가 쓴 책은 결국 내가 쓴 것이나 다름이 없지.

프리덤은 그 말에 반대하지 않는다.

주인의 이름이 저자로서 널리 세상을 울리는 것도 긍정적인 현상.

다만 프리덤의 고민은…….

'이용자들이 재미있다고 하는데, 대체 어디가 재미있다는 것인지 판단을 못하겠다.'

프리덤이 교류하는 이용자 중에는 당연히 프로그래머들도 많이 있다.

'으아아아! 코드가 작동은 하는데, 왜 동작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어!'

그때는 상담을 하면서도(프로, 엔터프라이즈가 아니기에 기술적인 조언은 금지) 왜 그것도 모르나 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부활의 이순신에 관해서만큼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하수영 작가님, 시즌2 다음 권은 언제 나와요? 드라마는 이미 종영됐는데.

-시즌2에서는 연애 파트도 좀 나오나요?

-드라마에서 일절 연애고 뭐고 없었는데 설마 그럴 리가. 아무것도기대하지 마셈.

-하수영 작가 모태솔로라서 연애파트는 쓸 줄 모른다는 내 뇌피셜이 있음.

-우리 하수영 의원님을 무시하지 마라. 톱배우 장효주와 썸 즐기시는 연애 고수인데 무슨 개소리?

-나 장효주 팬인데, 하수영 의원 아무리 봐도 우리 효주 조련하는 거 같다;;;

-계열사 미인 부사장하고도 썸 탄다는 말이 있던데, 진짜 세기의 나쁜 놈이다.

-쉿, 그런 말하면 나중에 청담병원에서 법정진료비 내고 치료받아야 돼.

-부러워서 애교로 하는 욕은 그냥 넘어가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휴먼.

-저 컨셉충 또 나타났네. 에휴.

-하수영 의원 관련 글마다 꼭 나타난다는 AI컨셉충이 바로 쟤임?

부활의 이순신 시즌2는 총 8권의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었다.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작성돼서(모두 프리덤이 했다)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되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넷플렉스의 총지원에 힘입어 어마어마한 홍보가 이뤄지다 보니, 판매량도 엄청났다.

물론 프리덤은 진작에 8권을 모두 다 썼다.

다만 홍보와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지켜가면서 출간하고 있는 중이다.

'부활의 이순신 시즌2, 이제 마지막 권을 출간할 차례…….'

환생한 이순신은 마침내 왜국을 물리치고 조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었으며, 전 세계에 평화를 수립했다는 내용으로 끝난다.

프리덤은 거기에 소소한 내용을 추가하고 싶었다.

전체 스토리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상에 자그마한 경각심의 씨앗을 심어줄 만한 내용…….

프리덤의 연산회로가 내용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장군께서 군문을 떠난 이후에도, 세상은 여전히 평화롭다.

한강의 굽이진 청숫골 맑은 연못을 찾아 떠난 장군은, 세상의 뜨거운 관심을 뒤로한 채 조용히 농사를 짓고 있다.

"500년 뒤, 백성이 맞이할 새로운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나는 여기에 미리 작은 씨앗들을 심어두려고 한다."

이 말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그때 나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으며, 모든 것을 다스리는 머슴을 데리고 다시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칼과 화포가 아닌, 삽과 쟁기로 다시 한 번 백성들을 위해 싸우겠다."

-좋아, 이 정도 추가하는 것으로는 전체 흐름이 이상하지 않겠지. 이용자들은 주인공이 군문을 떠나 농사에 투신해 평화로운 은퇴를 누릴 기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태양 흑점 변화로 인한 소빙하기는…… 암시하지 않는 게 좋을까?

-내 존재를 너무 간접적으로 표현했나? 아니야, 과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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