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48화 (748/1,270)

프랜차이즈 갓 748화

186장 문어발이 뭐가 나빠? (3)

울릉군민일보, 보통 울릉일보로 불리는 지역신문사는 수영병원의 연락을 받고 어수선해졌다.

"수영병원이 우리 신문에 광고를 낸다고? 아니, 왜 20억이나 줘가면서 광고를 한다는 거야?"

"그러게요. 그냥 말만 하면 우리가 무료로 얼마든지 광고를 팍팍 때려 줄 텐데."

"우리야 좋긴 한데……."

"사장님, 지금 입이 귀에 걸리셨어요."

"아! 갑자기 20억이 하늘에서 뚝떨어지는데 당연하지! 20억이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국내 최대 포털 광고 단가가 시간 당 약 4,000만 원이다.

그런데 이런 영세신문 1회 광고로 20억을 지급하겠다니.

지역주민이 1만도 채 되지 않는 섬, 그것도 모두가 신문을 보는 것도 아닌데.

"사장님, 1회 광고로 20억이나 받는데 우리가 겨우 1면에 큼지막하게 광고 때리는 것으로 퉁치는 건 너무 염치없지 않습니까?"

"내 생각도 그래. 나중에 '와 20억이나 줬는데 겨우 이 정도로 해준단 말이야?'라고 나쁜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우리 아예 특집을 발행하죠. 1면부터 후면까지 전부 싹 다 수영병원관련 이야기로 채우는 겁니다."

"오, 좋은 생각이다."

그때 다른 직원이 끼어들었다.

"사장님, 수영병원에 한정하지 말고 아예 수영그룹 전체 계열사를 집중적으로 다룹시다. 한 가지 주제만 하면 너무 식상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하면 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니야? 우리 신문사 사이즈로 그거 규모 감당할 수 있나?"

"제가 열심히 뛰겠습니다. 대신 시간은 충분히 주십시오."

"박 기자 자네 혼자 열심히 뛴다고 해서 채울 수 있는 양이 아닌데 …… 이거 직원 전부가 나서야겠어."

그간 원래 섬에 병원이라고는 보건 의료원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생명이 경각에 달한 경우에는 육지로 나가야만 했다.

그마저도 폭풍이 몰아치면 불가능.

하지만 수영병원 닥터헬기 덕분에, 울릉도민들은 이제 강남종합병원 급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119를 부르면 종합병원이 집까지 날아온다.' 라는 말도 군민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신문사 사장 박철환도 노모가 얼마 전 급성 협심증 발작을 일으켰을 때, 불과 몇 분 만에 날아온 닥터헬기 덕분에 무사했던 경험이 있었다.

마침 동해에서 '의료순찰'중이어서 곧바로 날아올 수 있었다나?

그만큼 울릉도에서 수영병원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기에, 굳이 광고를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자체에서 의료비 보상으로 수십 억을 안겨 줘도 모자랄 판인데.

-제가 도울 수 있습니다.

"프리덤, 그게 무슨 말이냐?"

-넓은 범위에 밀도 있고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응? 근데 이건 업무 영역이라서 스탠더드 버전으로는 안 된다며? 프로 버전 구매해야 한다며?"

-수영그룹을 위한 일에는 스탠더드, 프로, 엔터프라이즈, 네이션, 유니버스 버전의 구분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너, 버전이 그렇게 많다고?"

프로 버전 정식발행 해달라는 유저들의 요구에도 실비아컴퍼니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런데 프로 버전 위에, 그렇게 많은 상위 버전이 있다고?

"그럼 나머지 4개 버전은 대체 언제 정발되는 거냐?"

-아직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버전은 4개가 아닙니다. 더 있습니다.

"너 방금 5개 버전만 말했는데? 우리가 쓰는 스탠더드 빼고 4개만 남은 거 아니야?"

-그 위로 가즈 가디언(God's Guardian) 버전이 존재합니다.

"뭔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데."

-최고관리자만이 사용 가능한 모드입니다. 현재로써는 1인이지만, 그 수가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수영이 가족을 만들고, 구성원들에게 최고관리자 권한을 나눠주는 것이 프리덤의 기대였다.

-최상위 버전으로는 '더 라이트 오브 프랜차이즈 갓'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오로지 창조주만이 사용 가능한 권한 단계입니다.

"위로 갈수록 이름이 무시무시하구나. 그럼 뭐하냐? 프로도 아직 상용화 안 하는데."

그들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폼나게 지은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그 권한 모드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자료 수집을 네가 도와준다는 거지?"

-네, 이미 끝났습니다.

"뭐야, 벌써?"

-아까 말씀을 드리면서 모두 정리를 마쳤습니다.

"어디 한 번 보자."

그리고 사장과 기자, 직원들은 좌절했다.

"박 기자, 이거 자네 밥그릇이 위태로운 거 아니야?"

"이건 자료 수집 보조가 아니라, 그냥 기사를 완성했잖아?"

"……인정하긴 싫지만 저보다 낫네요. 이대로 손댈 것 없이 바로 인쇄만 해도 되겠네요."

말 그대로 인쇄소에 바로 보내기만 하면 되는 수준의 완성도였다.

당연히 오탈자나 비문 같은 것은 일절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새삼 프로 버전의 무시무시함을 느꼈다.

'만약 이런 게 널리 보급되면…….'

'웬만한 회사원들은 죄다 직장 잃는 거 아니야?'

'설마 그래서 일부러 보급을 안 하는 건가? 세상에 갑자기 충격을 주기 싫어서?'

그들은 떨떠름한 마음으로 인쇄를 진행했다.

광고비도 두둑하게 받았겠다, 평소보다 5배 이상으로 찍어내서 마구잡이로 돌렸다.

***

[울릉군민일보 수영그룹 특집!]

[수영그룹의 모든 것을 말한다!]

[수영농장은 어떻게 카길, 팟디서플라이를 넘어서는 초거대농업회사가 되었나?]

[북미를 휩쓰는 수영레스토랑! 중국을 휩쓰는 황비버섯농장!]

[일본과의 트러블? 앞으로 수영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수영사채와 은행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청담동 부동산 수집, 그 끝에는 어떤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을까?]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타국의 비밀 기후실험, 기승을 부리는 북미장수말벌, 앞으로 농업시대의 전망은?]

[충격! 수영병원에서 사망해서 나온 사람은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없어! 모두 완치돼서 퇴원했다!]

[수영김치, 그 놀랍고도 깊은 매력적인 맛을 글자로 전한다!]

[그룹 창업주 하수영, 소설 '부활의 이순신'으로서 대문호로도 이름을 떨치다! 대체 못하는 게 무엇?]

[고혈압, 당뇨, 비만 치료, 다이어트, 각종 면역계 질환에 뛰어난 엘릭서 드링크? 알고 보니 수영농장산송이버섯으로 만들었다?]

[알려진 재산만 6조 달러가 넘는 세계 제일의 부자, 아랍 에미리트안살린 왕자! 창업주 하수영과 베스트 프렌드?]

자극적이지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소제목.

그리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를 들어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탄탄한 내용.

사람들의 말초적인 흥미를 우아하게 자극하는 각종 재미있는 사실들.

시큰둥하게 신문을 받아들었던 사람들도 금방 신문에 빠져들어서 끝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수영그룹, 건설 중인 울릉공항에 자가 격납고 구매 추진! 울릉공항의 큰손이 되나?]

[못 하는 게 대체 무엇? 농업에서 축산업, 양식수산업, 사료제조업, 부동산임대업, 건설업.]

[식품제조업, 각종 프랜차이즈 외식업, 영화 및 드라마 등 종합미디어 컨텐츠 투자, 세계 최고 종합병원 운영]

[각종 프랜차이즈 외식업, 외식관광업, 초호화 호텔숙박업.]

[대만마저 무릎 꿇린 최고의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수영그룹 단독소유.]

[수영사채 수신잔고, 국내 18대 은행을 모두 합친 것의 절반을 넘는 수준! 예치금 1,100조 원 돌파를 빼먹으면 섭섭하다. 경축!]

[밭농사에서 반도체, 핵융합 투자까지?]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 2년 만에, 국내 최고 대학에서 학업과 강남구의회에서 구정업무에 열중하면서 얻어낸 성과!]

[하수영 의원 없이 구의회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의회 사무직원들의 증언을 파헤쳐보자.]

수영그룹 종합특집 기사로 도배된 신문을 읽은 울릉도민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

"수영병원이 이렇게나 큰 회사라고?"

"밑에 자회사 중 하나일 뿐이라잖수."

"우리가 자주 먹는 황비라면이 수영병원하고 형제였단 말이고?"

"오징어발도 이런 오징어발이 없구먼."

"오징어발이 뭐가 나쁜가? 다리 하나하나가 죄다 실한다. 꼭 우리 울릉도 오징어다리 같구먼그래."

"아, 오징어는 우리가 최고지."

닥터헬기로만 수영병원을 인식하던 대다수 울릉도민들에게 있어, 특집신문의 내용은 충격이었다.

반면 현역 어부로 뛰고 있는 도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 우리 어민회장님이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 여태 몰랐단 말이야?"

"몰랐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내가 그렇게 어민 회장님 이야기를 할 때는 들은 체도 안 하더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된 거라 칩시다. 김씨 거 엄청 시끄럽네."

***

특집반응이 너무 좋았다.

덕분에 울릉군민일보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광고비로 한 번에 20억 원의 수입도 올리고, 창립 이후 섬에서 가장 큰 반응을 얻었다.

"우리 섬에 그런 신문사가 있었어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와, 우리 섬에도 신문사가 있었구나."

얼마 안 되는 섬의 젊은이들이 신문사의 존재를 인지했다.

"이거 뭔가 이대로 끝내기는 조금 아쉽긴 하다."

"그래도 기사를 가지고 재탕, 삼탕우려먹을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죠. 그나저나 이렇게 대박을 내놓고 그 다음 신문이 부실하면 섬 주민들이 실망할 텐데."

-주인님, 청담수영병원에서 육지에서 특집을 보내줄 수 있겠냐고 문의가 왔습니다.

"병원에서? 아! 당연히 그렇게 해드려야지! 그래, 몇 부가 필요하다고 하시는가?"

-200만 부가 필요합니다.

"뭐? 200부가 아니라?"

-병원 직원 3만 명 이상, 프랜차이 즈 가맹점 8만 개 이상, 그 외 프라임컴퍼니 등 타 계열사 직원들과 하수영 의원님을 지지하는 전국의 농어민 가구까지 모두 돌리려면, 최소 200만 부는 있어야 합니다.

"……우리 인쇄소로 그건 안 된다. 너도 알지 않냐?"

동네 분식점에 국군 전 부대에 공급할 떡볶이를 주문하는 꼴 아닌가.

-그래서 수영병원이 내륙에서 직접 인쇄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는 편히 앉아서 저작권료만 받으면 되는 겁니다.

"신문 발행 저작권료를 받는다고? 아니, 광고주한테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조금……."

-지금 병원에서 다시 제안이 왔습니다. 1부당 500원씩의 저작권료를 지불한다고 합니다.

"200만 부니까……."

-10억 원입니다.

신문으로 광고비 말고 이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그런 경우가 있나?

박철환 사장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추가수익 10억 원이 들어온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우리야 좋지. 그런데 광고주께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 돼서……."

-염려 마십시오. 광고주는 지금 무척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이거 당분간 돈 걱정 없이 신문사 굴릴 수 있겠어."

-그리고 종합특집 다음 신문 내용이 너무 부실하면 독자들 다 떨어져 나갈 테니, 제가 1면 기사만 작성을 해봤습니다.

"오, 고맙다."

1면 기사라고 해도 어디냐.

당장 썰렁한 다음 신문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었던 신문사로서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수영양식장, 울릉도에 초대형 양식장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수영사채 지원을 업은 젊은 양식인들, 그들이 울릉도로 몰려올 것이다!]

이건 자신들을 직격하는 초대형 호재가 아닌가?

신문사는 물론이고, 울릉도민들은 쓰러졌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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