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49화
186장 문어발이 뭐가 나빠? (4)
수영그룹에서 처음으로 신문광고를 냈다.
그 사실은 순식간에 국내 언론사사이에 널리 퍼졌다.
겉으로는 싫은 소리를 퍼부으면서도 수영그룹을 언제나 관음하는 이들이기에, 금방 알려진 것이다.
기자와 임원들은 처음에는 부정했다.
"뭐? 아니, 그거 섬 지역신문 몇백명이나 보는 거라고 거기에 광고를내?"
"그냥 그 신문사에서 자기들이 하도 쓸 게 없으니까 기사 쓴 걸 광고로 오해받은 거 아냐?"
"읽어봤는데 그냥 광고 지면도 없고 순 기사뿐이더구만."
"광고 지면이 없는데 무슨 광고를 집행했다고 그래?"
"설령 의뢰가 맞다고 쳐. 그래도 하수영 의원이 직접 말한 게 아니라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작게 진행한 거 아냐?"
다음에는 분노했다.
"텍스트 광고?"
"기사 전체가 통째로 광고였다고? 아니, 그게 말이 돼?"
"그 몇백 명 보지도 않는 신문에 한 번 광고기사 실었다고 20억을 줬다고? 매일 수천만 명이 보는 우리 신문 후면 광고 단가도 2억 정도인데?"
그 다음에는 본인의 내면과 타협했다.
"우리가 더 좋은 기사 써줄 수 있었는데……."
"내가 발로 써도 그것보다는 잘 쓰겠다. 본사에 찾아가서 한번 말을 해볼까?"
"차라리 우리 신문사에 발주하지 그랬어. 그럼 수천만 명의 독자들이다 함께 봤을 텐데."
그리고 긴 우울에 빠졌다.
"고작 그런 작은 신문사에 무려 20억 원……."
"그럼 우리 신문사에는 얼마를 집 행했을까?"
"……TV에 나가는 광고료, 그게 원래 다 우리 건데. 우리게 될 수 있었는데."
"하수영 의원은 기자를 싫어하나? 언론을 탄압하나? 정치하는 사람이 왜 그러나?"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시한부 환자는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해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왜 내가 죽어야 하냐고 분노하며.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초월적인 존재와 타협하여 구원을 바라고, 아주 긴 우울의 늪에 혼자 빠져 지내다가.
마침내 죽음을 수용한다.
하지만 국내 대형 언론사들은……
[말도 안 되는 문어발식 사업!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수영그룹은 혼자가 아니다. 수영그룹이 망하면 밑에 딸린 수많은 식구들도 함께 망한다.]
[정부는 수영그룹의 불안정한 문어 발식 사업 확장에 우려를 표현해야 한다.]
[농업법인이 핵융합 투자까지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어느 대기업도 이런 위태로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하지 않았다.]
운명을 수용하지 않고, 처음으로 초기화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아무리 악을 써도, 정작 하수영은 한 글자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이라면 이렇게 비판을 하는데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지."
"그래도 우리 기사는 항상 체크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보란 듯이 섬영세신문사에 광고를 넣은 거지. 우리 약 오르라고."
"아직 비판의 강도가 낮아서 그래.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야겠어."
"어차피 우리를 어떻게 하지는 못해. 신문 발행하고 판매하는데, 수영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기자들은 펜을 더욱 날카롭게 갈았다.
"펜이 칼보다 강하고 아프다는 것을 보여주겠어."
"흥, 칼은 겨우 사람 한둘을 찌를 뿐이지만, 펜은 회사를 통째로 찌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지."
기자들도 대부분 프리덤을 이용한다.
하지만 하수영에게 적대적 행위를 하기에, 프리덤은 최소한의 비서 서비스만 제공한다.
다른 유저들이 활용하는 것의 50%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정서적인 교류 자체는 아예하지 않고, 묻는 말에만 권한 하에서 대답한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은 프리덤이 알려진 것보다는 별로라고 오인하고 있다.
-이들은 왜 광고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적대시하는가?
-광고를 원하면 정중히 부탁을 하면 될 텐데, 어째서 공격을 하면 방어를 위해 광고를 줄 거라고 착각하는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오늘도 프리덤의 빅데이터 수집은 열심히 돌아간다.
***
"역시 나의 하스피탈 오토야. 발상이 아주 마음에 들어."
하수영은 신문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프리덤도 냉큼 말했다.
-마스터, 기사 내용 자체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한테도 한 부씩 꽉 돌렸다고?"
-네. 모든 '하수영협회'에 소속된 협회원들에게 한 부씩 무료로 돌렸습니다. 대부분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직은 하수영만 알고 있는 협회.
협회원들은 그런 협회에 자신이 소속되었다는 것도 모르는 미지의 협회.
-언론사는 질투를 참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응, 내가 안 보면 그만."
-이용자들이 비판선동기사 내용에 현혹되려고 할 때마다 제가 교정해 주고 있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우리 농장그룹은 안전합니다.
"일방적으로 핍박받는 것도 나름괜찮아. 1인 국가 선언하고 그룹 파내서 해외로 나간 다음에 군사력 키워서 점령전 하는 것도 재밌거든."
-아, 이미 해보신 모양이군요.
"한두 번이 아니지. 이젠 시들시들해."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애프터버닝 하듯이 불타오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글쎄다.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줄 빌런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산은 모기들의 날갯소리에 화를 내지 않는 법.
-흥미로운 가설입니다. 만약 그런 빌런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연히 아껴줘야지."
-예?
"밥도 주고, 돈도 주고, 인맥도 주고, 열심히 키워줘야지. 날 진심으로 빡치게 할 수 있는 빌런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기나 해?"
"밥도 주고, 돈도 주고, 인맥도 주고, 열심히 키워줘야지. 날 진심으로 빡치게 할 수 있는 빌런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기나 해?"
-아아! 그래서 히어로 장르에서 숙적을 계속 죽이지 않고 놓아 보내주는군요!
"당연하지. 숙적을 끝내면 자기도 출연 끝나고 생계 걱정해야 한다고."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뭐, 이건 외적인 관점이고, 내적으로도 그래. 빛과 그림자처럼, 영웅은 빌런이 있어야 영웅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빌런이 없어지면 대중은 영웅을 솥에 넣어서 삶으려고 할 거다."
-마치 제 농장과 소비자들의 관계 같군요. 소비자가 있어야 제 농장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회로철학 알고리즘에 잘 새겨놔라."
-예, 마스터.
"아, 진짜 어디 날 설레게 해줄 그런 진짜 나쁘고 똑똑한 놈 없나? 없겠지……."
***
'로한의 오브.'
교수들이 사과 크기의 핵융합로에 붙인 이름이다.
이제야 겨우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교수들은 오늘도 뚫어져라 '오브'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안에 한국 전체가 최소 10년 이상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수소 형태로 들어 있다는 거지요?"
다시 말하지만, 10년 이상 100만 이하.
그 정도 오차는 하수영과 로한의 기준에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교수들은 10년 이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게 진짜라면 이건 KSTAR 같은 핵융합로보다는, 그냥 작은 인공 항성이라고 정의해야 할 거 같은데요."
"정말 그렇다면 오브 자체가 작은 별 폭탄이나 마찬가지로군. 이론상 초신성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아."
"그간의 핵융합 기술과는 전혀 궤가 다릅니다."
"아참! 도청보안! 도청보안!"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곳의 도청보안 시스템은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 맙소사. 내가 어쩌다가 이런 시련에 빠진 거지?"
몇몇 교수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가벼운 절규를 했다.
그러면서도 토의에는 열심이었다.
"원자핵의 전기적 척력을 이겨내고 결합시키려면 무조건 1억도 이상의 운동 에너지를 부여해야 할 텐데……."
"핵이 서로 밀어내고 있는데, 그걸이겨낼 충분한 운동 에너지 없이 붙는다는 것은 모순이죠. 애초에 상온 핵융합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말이 안 돼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잖아요? 지금 우리 눈앞에서?"
"그것도 아주 느린 반응 속도로 말입니다."
"혹시 전기적 척력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럼 높은 운동에너지 없이 얼마든지 핵들이 서로 다가갈 수 있지 않습니까?"
"논리적으로는 그게 맞긴 한데, 무슨 재주로 그걸 실현합니까?"
"척력의 무효, 상쇄, 혹은 반대화라……."
"정운원 교수, 뭐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꺼내 보세요. 같이 들읍시다."
"아니, 갑자기 저는 왜 저격합니까?"
"그야 정운원 교수가 양자역학 논문도 많이 썼으니까 그래도 이중에서는……."
"이거는 신학을 찾아서 연구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요?"
"아니, 그게 지금 양자물리 과학자가 오브를 앞에 두고 할 말입니까?"
토의하다가 티격태격, 다시 사이좋게 토의하다가 티격태격, 이하 반복.
"배고픕니다. 밥 먹고 합시다."
"그럽시다. 배고파서 힘이 없네요."
"오늘은 푸드차에서 또 무슨 메뉴를 준비했으려나……."
다들 테이블을 탁 하고 내려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이 아주 살짝 흔들렸고, 그 순간 정운원 교수는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어?"
"정 교수, 왜 그래요?"
"아니, 지금 뭔가 빛이 아주 순간이지만 밝아진 거 같은 느낌을……."
"뭐요?"
그 말에 놀란 교수가 얼른 오브를 주시했으나, 밝기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인데, 뭐 잘못 본 거 아닙니까?"
"……그런가 봅니다."
"정 교수 시각이 너무 예민해서 그래요. 자,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정운원은 의아함을 지우고 연구실을 나섰다.
혼자 남은 오브는 변함없이 꾸준한 밝기의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
울릉도 초대형 양식사업 투자.
종합특집 다음에 1면으로 나온 기사에 울릉도민들은 말 그대로 좋아서 쓰러졌다.
단순한 거액의 투자였다면 이렇게 기쁘지 않다.
수영사채에서 대출을 받은 젊은 양식업자들이 섬으로 귀어를 할 예정이라는 것이 기쁜 것이다.
인구도 줄어가고, 노인 비율이 줄어가는 이 섬에 젊은 피가 수혈되는 것이니까.
"그래도 몇백 명은 넘어오지 않을까?"
"몇백 명이 어디야. 우리 섬 인구가 지금 9천 간신히 넘는 판인데. 엄청나지."
도시에서는 몇백 명은 '에게?' 수준.
하지만 여기에서는 '우와.' 규모다.
울릉군민일보 박철환 사장은 지인들에게 열심히 홍보를 했다.
"대충 200명이 넘어온다 칩시다. 근데 그게 단순히 200으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그럼?"
"젊은 양식장 사장님 200명이에요.
그중에는 결혼한 사람도 있겠죠? 당연히 가족도 함께 넘어올 겁니다."
"그래도 아이 교육 생각해서 혼자 넘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텐데."
"전부 혼자 오진 않겠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직원은 고용 안 합니까? 설마 우리 울릉도에서만 전부 고용하겠어요? 여기 그런 힘든 일할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죄다 노인네들인데."
"오, 확실히 직원 채용하면 우리 섬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겠네."
"업장 하나당 최소 20명만 고용한다고 소박하게 가정해도…… 적어도 수천 명은 새 도민으로 살게 될 거라, 이겁니다. 인구가 최소 1.3배, 잘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어요."
"수영양식장에서 우리 섬 양식장에 얼마만큼 투자할지에 달렸네."
"그리고 그리되면, 잘하면 청담수영병원 분원이 아예 들어설 수도 있어요. 섬이라서 매번 헬기로 왔다갔다 하기에는 그러니까, 수영병원복지정책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이겁니다."
왕세경이 무심코 던진 작은 동전
(20억)이, 동해를 크게 출렁이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