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58화
188장 선거운동은 이렇게 (3)
"세상에, 저게 다 얼마야?"
산처럼 수북하게 쌓인 티타늄 합금건설재를 볼 때마다 직원들은 혀를 내두르곤 했다.
중장비가 티타늄 건설재를 움직이고, 인부들이 서로 모양을 끼워 맞춘 후 용접하기를 반복한다.
공기 단축을 위해 프라임건설은 장비와 인부를 아낌없이 썼다.
말 그대로 다리 모듈은 돈 덩어리가 되어 가고 있는 중.
덕분에 금속업체, 건설업계만 신이 났다.
그렇게 고군분투한 끝에, 드디어 500미터짜리 다리 모듈이 완성되었다.
완성 소식을 듣고 하수영이 보러 왔다.
이도공은 뿌듯한 마음으로 안내했다.
"금속 구조물만 완성하고, 아직 아스팔트를 얹지는 않았습니다."
"이대로 아스팔트 깔고 배에 싣기만 하면 끝이라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일단 다리보다는 높이가 낮은 편이군요."
"일반 다리 구조물에 비해 가볍고 강도가 높은 덕에 높이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비용 때문은 아니겠군요."
같은 길이, 같은 폭의 다리라도 높이를 낮추면 비용은 당연히 감소한다.
하지만 이도공은 그 때문에 높이를 낮춘 게 아니었다.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아래에 놓는 게 중요하니까요. 높으면 높을수록 무게 중심이 불안정해집니다."
다리는 왕복 8차선이었다.
그러나 6차선만 왕복도로로 사용하게끔 해놓았다.
양쪽 최외곽 차선은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 차들이 진입을 할 수 없게 막아 놨다.
"양 바깥은 비상차량 전용 차로입니다. 교통사고, 응급환자 수송, 보수차량 등만을 위한 차선이죠. 아무 래도 바다 위 도로이다 보니 안전을 위해 이런 차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런 보험마인드, 든든하네요."
이도공은 10미터짜리 소형 모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모듈을 얼마나 많이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다리 모듈의 길이가 정해집니다. 바지선의 크기에 따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죠. 최대한 조립탈착의 편의성을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노후화되면 수리도 쉽겠네요."
"네, 해당 부분 바지선만 교체해 버리면 됩니다."
"음, 꼭 바지선이 될 거라고 벌써부터 단정하진 마시고……."
"예?"
"아닙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아무튼 실제로 만들어 보니 비용이 얼마나 들었습니까?"
"500미터짜리 모듈을 만드는 데 1,258억 원이 들었습니다."
이도공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전투기를 만들 금속으로 교통다리를 만들었으니, 가격이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쌌다.
요즘 1m짜리 한강 다리 하나 만드는데 총 30억도 안 되는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비용이다.
남들이 시도조차 안 하는 것은, 역시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도 화성 가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낮다고 해야 하나?'
"바지선은 정사각형 가까운 형태가 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다리 모듈이 중심을 반듯하게 가로지르는 것보다는, 대각선을 긋는 방식이 더 안정적일 겁니다. 마름모 꼭짓점끼리 서로 연결하는 모양새가 되는 거죠."
이도공은 열심히 바지선에 관해서 보조 설명을 늘어놓았다.
배 건조는 자기 전문이 아니지만, 그래도 합작을 할 것이라면 이 정도 참견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하수영은 정작 바지선 이야기만 나오면 귓등으로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들어차서 여유 도크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네, 제가 얼마 전에 메가 컨테이너선 100척을 발주했으니까요. 1년 단축할 때마다 500억씩 사장 개인한테 포상하겠다고 했는데, 효과가 괜찮더라고요."
지금 백두중공업은 수십 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하는 중이었다.
잘하면 18개월 안에 100척 모두를 건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백진택 사장은 2조 원의 포상금을, 개인 돈으로 받게 된다.
재벌이라 해도 개인 현금을 2조원이나 쥐고 있는 이는 없다.
백진택 사장은 잘만 하면 이번 선박 수주로 차기 회장 자리를 꿰찰수도 있었다.
"절대 일본과 중국 조선소는 안 됩니다. 차라리 기다렸다가 백두중공업에 발주하는 게 나을 겁니다. 화물선 건조가 모두 끝나기를 기다렸다가요."
"……."
"물에 다리를 올리는 건 제가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말할 정도는 아니고요. 그나저나 티타늄에서 비용을 절감할 방안이 있을 거 같은데요."
"네? 건설자재 양을 줄이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무조건 안전하고 튼튼하게 가야 합니다."
"설계 변경이 아니라, 티타늄 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관련 기술이 있거든요."
"그룹에 그런 기술이 있었습니까?"
"네, 제련 관련 쪽입니다. 직접 생산하는 게 더 낫겠습니다."
티타늄은 그 자체로는 매우 흔하지만, 제련 가공이 무척 어려워서 비싼 것이다.
특히 제련 과정에서 엄청난 고온을 만들어야 하기에 에너지가 많이 든다.
"수영조명이 자리 잡으면 제련 비용은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네, 핵융합…… 말씀하시는군요."
이도공은 생각했다.
핵융합을 완성해서 티타늄을 싸게 제련한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티타늄 가격이 싸지기 전에 자신이 먼저 늙어 죽는 게 아닐까?
***
-마스터, 중국 농장에서 버는 돈에 비하면, 이도공 대표이사가 예측한 비용은 무척 저렴합니다.
"안다. 근데 우리가 핵융합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제련 비용 아낄수 있으면 하는 게 낫지. 그게 사업이라는 거야, 사업."
-음, 확실히 그렇습니다.
"계열사 시너지 효과로 비용 절감을 딱 하면, 거기서 오는 재미가 또 있어. 수영조명에서도 이제 슬슬 핵융합 완성했을 거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있는데도 갖다 쓰지 않는 건 바보다.
트랙터가 있는데 굳이 소를 동원해서 밭을 가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마스터, 그런데 수영조명은 아직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뭐야? 내가 핵융합 오브까지 만들어서 갖다 줬는데, 고작 출력 조절하나를 못 한다고?"
-지금 문명에는 그것조차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 핵융합 하도 옛날에 만지던 거라서 다 까먹었는데, 그래서 신어 능력으로 겨우 성공했는데, 출력 어떻게 높이는 거더라?"
-마스터도 수영조명 연구소에서 같이 논의해 보시죠.
"내가 그거 할 시간이 어딨어? 지금도 나 찾는 곳이 널렸는데, 오토돌려야 할 건 확실하게 오토 돌리고 다른 거 하는 게 효율적이다."
***
수영조명.
정운원 교수는 또다시 오브의 밝기가 강해진 것을 확인했다.
혹시나 해서 오브 주변에 설치해둔 관측장비를 통해 변화값까지 정확하게 측정했다.
오브가 발산하는 시간당, 표면당열에너지가 분명히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물론 1초도 되지 않는 아주 잠깐이었고, 오브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제는 수영조명 소속 과학자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오브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발산한 것은 총 세 번."
"세 번 모두 오브에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충격이 발산 에너지를 더 높여주는 것일까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오브에 충격을 줘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브는 여전히 약간 뜨거운 정도의 에너지만을 변함없이 꾸준히 내뿜고 있었다.
내부에서 일정한 속도로 수소를 아주 천천히 융합시키고 있다는 증거.
"충격…… 일정함…… 외부 물리력……."
"아, 알 듯 말 듯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정확한 원인이 뭘까요?"
"왜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만 발산 에너지가 올라갔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처음으로 잡은 단서에, 과학자들은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주인님, 마스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농장 용도 외' 핵융합 발전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이들은 하수영이 인공조명 전력 발전에 쓸 핵융합 발전소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수영이 바라는 것은 LED 조명이 아니라 인공태양 그 자체로 비춰서 광합성을 시키려 한다는 것은 모른다.
"발전소? 우리도 만들고야 싶지. 하지만 어떡하면 핵융합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그런데 회장님이 갑자기 왜 재촉을 하시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는 느긋하게 간다고 하시지 않았나?"
-티타늄 제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대량의 티타늄을 제련할 계획입니다.
"아, 그럼 수영금속이라는 계열사가 또 하나 생기는 건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농장 경영이란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금속제련사업과 농장 경영이 대체무슨 상관인데?"
교수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해 울릉도 해상도로를 티타늄합금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대량의 티타늄이 필요합니다. 수영조명이 핵융합 발전소를 지으면, 티타늄 광석을 싸게 제련할 수 있습니다.
"……."
"그거 해상도로, 진짜로 하는 거였어?"
"당선되려고 쇼하시는 건 줄 알았는데……."
"적어도 50년 이상 잡은 프로젝트인 줄 알았는데……."
-울릉도 양식장은 늦어도 2년 안에 양식어 물량을 쏟아낼 겁니다. 다리 건설은 하루라도 빨리 서두르는 게 좋겠죠.
"우리야 핵쟁이들이라서 해상도로는 잘 모른다지만, 프리덤 그거 현실성이 있는 거냐?"
-마스터는 시간과 돈이 많습니다. 그 두 가지가 있는데 다리 하나쯤 문제겠습니까?
"……."
-그룹에서 티타늄 자체 제련을 못한다면 외부에서 사와서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영조명에서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에 빠르게 성공한다면, 절감한 비용을 연구소에 더욱 투자할 수 있겠죠.
여기서 예산이 더 복사가 된다고?
교수들은 갑자기 불타올랐다.
"좋았어. 오브 출력 조절에 반드시 성공하고 말 테다."
***
"아버지, 저 왔습니다."
본가에 도착한 하수영은 부친의 아바타가 깃들었던 은하신목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부친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진짜 로한 피해서 어디 도망가신 거 맞아요?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제가 입신 시험에 자꾸만 나태해지고 있잖아요. 나중에라도 제 탓 하시면 안 됩니다?"
하수영은 나무줄기 하나를 잡았다.
푸른 잎사귀에서 황금빛이 반짝거린다.
하수영은 흡입호스 깔때기 안으로 나무줄기 끝을 밀어 넣고, 정신을 집중했다.
"존경하는 프랜차이즈 갓 파더, 오늘도 이 부지런한 아들에게 월용(月用)할 양식을 내려주소서. 석션!"
-예, 마스터.
위이잉! 위이이잉!
엔진이 힘차게 가동하며, 흡입호스가 우렁차게 흡입을 시작했다.
나무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액체, 엘릭서.
오직 하수영에게만 허락된 은하신 목의 권능이 흡입호스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흡입호스에 연결된 초대형 급수차량의 빈 물탱크가 엘릭서로 가득 채워졌다.
"이번에는 너무 빨리 와서 놀라셨죠, 아버지? 교량 하나 올리려고 하다 보니까 엘릭서가 많이 필요해졌어요. 당분간 자주 올 거 같아요."
여전히 말 없는 은하신목을 향해, 하수영은 부친이 듣고 있는 것처럼 정중히 말했다.
"그럼 또 오겠습니다. 입신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수영은 급수차를 몰고 유유자적하게 본가를 떠났다.
농장 규모가 커지다 보니 엘릭서 소모량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해상도로에 쓸 티타늄에도 신어와 성역, 그리고 엘릭서의 권능을 섞어줄 것이다.
"바지선에 올릴 필요 뭐 있어? 그냥 다리를 바로 띄워 버리면 그만이지."
-세상이 기술적인 의문을 품을 겁니다.
"동해시 주민, 울릉도 주민 말고 해명할 필요가 있냐?"
-프라임건설이 난처해질 겁니다.
"그거 해결하라고 월급 주는 거야."
우주도 정복했던 황제 경험자는, 그런 세속적인 갈등에 얽매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