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64화 (764/1,270)

프랜차이즈 갓 764화

189장 한껏 돈을 싸들고 (6)

반수성 금속처리.

금속이 물에 저항하게끔 만드는 이 처리공정의 소유권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른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니까.

하수영이 투자하고 로한이 개발하고 프라임건설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로한이나 하수영을 찾는 게 가장 좋지만, 상황이 안 됐다.

일단 로한은 연락이 되지 않았고, 하수영은 '소유와 경영 분리 몰라요?'라고 반응할 따름.

그래서 자연스럽게 프라임건설에 몰리게 되었다.

어렵사리 이도공과 면담을 하게 된 포스코 사장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각오였다.

이도공은 한눈에 보기에도 피곤해 보였다.

기자회견 때부터 느꼈는데, 공식발표라고 일부러 표정에 힘을 쓴 건 아닌 듯했다.

"이도공 사장님."

"제가 먼저 말씀드리죠. 김항철 사장님."

"아, 네. 경청하겠습니다."

나이로 치면 삼촌과 조카뻘은 된다.

하지만 포스코 김항철 사장은 젊은이도공 앞에서 한껏 깍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사장님. 일단 저희의 제안을 들어 보시면……."

"특허 안 냈습니다. 안 낼 거고요. 외부 유출 자체가 안 됩니다. 기술 임대나 라이선싱 같은 건 없다는 뜻입니다."

특허를 내면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20년이 지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법의 보호 없이 유출, 도용의 염려만 없다면, 특허를 내지 않는 게 훨씬 이득.

보통은 그게 잘 안 돼서 특허를 내서 미리 방어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출 염려가 전혀 없다고 자신합니다."

"……그렇습니까."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목소리는 단호하다.

김항철 사장은 바늘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듯한 벽을 느꼈다.

'1차 플랜은 특허 출원을 설득하는 거였는데.'

그래서 김항철은 곧바로 2차 플랜을 꺼냈다.

"우리 제철소는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사장님, 우리 제철소에서 함께 해보십시다. 라이선싱을 달라는 게 아니라, 정말 함께 해보자는 겁니다."

"그 말씀은?"

"모든 제철 과정에 동업자로서 참여해 주십시오. 함께 생산하고, 함께 나누는 겁니다. 기술은 절대 탐내지 않겠습니다."

이도공은 로한의 당부를 떠올렸다.

-직접 전수해 줘도 흉내 내지 못합니다.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도 분석하지 못합니다. 유출 염려는 전무합니다.

기술에서 과연 그런 게 성립 가능한지 의문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로한의 당부였기에, 이도공 역시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그래도 남의 제철소에서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유출의 부담이 있어서 말입니다."

"철저한 보안과 비밀을 약속하겠습니다. 절대 훔쳐보지 않겠습니다."

"공동주인이 된다면 안심할 수 있겠죠."

"……무슨 말씀이신지?"

"광운제철소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하시고, 지분 50%를 주십시오."

"……!"

김항철 사장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광운제철소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제 철소이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

"포스코는 상장 기업이니 어쩔 수 없지만, 광운제철소 자체는 여지가 있지 않습니까."

"……."

제철소는 포스코 그룹의 근본이자 핵심.

모든 그룹사들이 제철소를 기반으로 사업을 형성하고 있다.

"반수성 금속처리 기술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는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달려오셨겠죠. 광운제철소 절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정부와 주주들을 설득할 근거가 필요합니다."

"저희야 그냥 적당한 제철소 인수해서 처음부터 세팅하면 그만입니다. 우리 회장님은 시간과 돈이 아주 많으십니다. 그리고 느긋하시죠."

근거는 그쪽이 알아서 만들어야지?

우리가 귀찮게 왜?

김항철의 귀에는 지금 그런 여유로운 대답으로 들렸다.

여기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미루면 결과가 더 나빠질 뿐이다!

김항철은 필사적으로 두뇌를 가동했다.

"30년! 30년 독점생산을 보장해 주십시오!"

"30년간 광운제철소에서만 생산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광운제철소를 분리해서 50%를 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국내 최대 제철소의 절반을 거제얻는 일.

나쁘지 않다.

이도공은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30년간 광운제철소에서만 반수성금속처리를 하겠다는 것이지, 기술에 대한 어떤 권리를 약속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제가 조금 더 힘을 실어드려 야겠군요. 그래야 정부와 주주들을 설득하기 편하시겠죠?"

"……?"

"이 딜이 깨지면 우리는 곧바로 중 소철강회사를 인수해서 제철소를 직접 차리는 뭐든 혼자서 할 겁니다."

돈과 시간이 좀 깨지는 것은 상관없다.

우리 오너는 돈도 시간도 많고, 아주 느긋하거든?

김항철의 귀에는 그런 압박으로 들렸다.

정부와 주주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으리라.

"제대로 힘을 실어주신 거 같습니다."

"월급 사장 입장에서는 그래도 빨리빨리 진행하는 게 인센티브 고과에도 좋아서요. 저 역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빕니다."

이도공의 눈에서 그제야 피로감이 조금 걷어지는 게 보였다.

***

울릉도가 금싸라기 땅이 된다!

프라임건설의 반수성 금속처리 시연식이 있고, 부동산계에 쫙 퍼진 소문이었다.

정보가 빠른 부동산 큰손들은 누구보다 재빠르게 움직였다.

해상교량으로 이어지면, 울릉도의 관광 가치는 수백 배 이상 뛰어오른다.

힘들게 동해나 포항까지 가서 배로 갈아타고 뱃멀미로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

동해에서 1시간 30분 정도만 밟으면 된다.

포항에서 3시간 30분 넘게 걸리던 것도 2시간 미만으로 줄어든다.

언제든 자동차로 한 번에 편히 다녀올 수 있는, 아늑한 바다 위 별장이 된다.

기획 부동산 업자들이 앞을 다투어 울릉도 배편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뱃머리를 이겨내고 힘들게 도착한 울릉도에서는 …….

"땅 매매? 매물 전혀 없는데."

"매매 매물이 전혀 없다고요?"

"에이, 전화라도 한번 하고 오지 그랬나. 팔라고 나온 땅은 없어요. 세주는 거야 많지."

정보가 새어나갈까 봐 미리 전화를 하지 않았다.

부동산 업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지 말고요, 우리가 웃돈 듬뿍얹어드릴 테니까 땅주인들 좀 설득해줘요."

"허허, 땅주인들이라니. 울릉도에서는 땅주인을 복수로 말하면 안 돼요. 단수로 말을 해야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장님?"

"관공서, 국유지 빼고 전부 개인 소유거든. 싹 다 팔렸어요, 팔렸어."

"설마 그 개인이……."

"부동산 업자면 잘 알 텐데? 청담동 부동산 재벌, 우리 하수영 어민회장님."

"……."

"지선 치르기 훨씬 전에 이미 그분이 울릉도 땅이란 땅은 전부 다 샀어요. 지금 울릉도 주민 중에서 자기 땅 가진 사람은 없어. 죄다 세입자야, 세입자."

"아니, 그래도…… 구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부 땅을 순순히 팔았다고요?"

"시세 3배로 일괄 쳐줬으니까. 도동항 근처, 우리 울릉도에서 제일 비싼 땅은 평당 오천까지도 쳐줬다니까?"

"……."

업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평당 오천이면 청담동 수준으로 쳐줬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울릉도에서 가장 비싼 구역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그게 다가 아니에요. 전 땅주인과 그 배우자가 죽을 때까지 계속 살아도 좋다고 했어요. 세도 전혀 안 받을 거라고 했고, 그러니 다들 팔았지."

큰돈도 생기고, 무상으로 계속 살아도 되고, 손해 볼 게 없다.

"울릉도 발전시키겠다고 다리 놓겠다는 해신님이 그렇게까지 해주시는 데, 어떻게 안 팔아? 그랬다가는 이웃들 눈총 사서 따돌림당해. 시골섬인심이 얼마나 후한지 아셔?"

"그, 그렇군요."

"보아하니 해상다리 정보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인 거 같은데, 관광이나 하고 돌아가요."

그렇게 업자들은 힘없이 육지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정보를 아무리 빨리 습득해도, 정보를 창조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절대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몸으로 새긴 채.

***

김항철 사장은 몸이 달았다.

미국, 유럽의 내로라하는 철강회사들이 국내에 속속들이 들어왔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차후, 바다 위에서는 반드시 반수성 금속처리가 된 철강재가 사용될 것이다.

선박, 해상플래폼, 교량 등 예외는 없다.

그리고 울릉도 해상다리가 크게 성공을 한다?

중국과 일본도 다리를 도입하고 싶어 안절부절못할 것이다.

필리핀 처럼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나라들은 아예 드러누워 땡깡을 부릴 것이고, 앞으로 어마어마한 수요가 새로이 창출된다.

김항철 사장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을 만나서 설득에 나섰다.

"반드시 우리 포스코가 30년간 그 철강상품을 독점 생산해야 합니다."

"아니, 그래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기술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생산을 해주는 조건으로 제철소를 분리해서 절반을 달라니요."

"좋게 생각하십시오. 제철소 공동소유자가 된다는 것은, 30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음…… 그건 그렇지만."

그 30년 동안 제철소는 더욱더 커져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영그룹이 굳이 다른 곳에서 반수성 철강재를 생산할 이유가 없다.

50% 지분을 가진, 쩔어주는 초대 형 '내 제철소'가 있는데 굳이 뭐하러?

"알았어요. 보건복지부 장관님을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포스코, 공단, 나아가서 이 나라 철강산업을 위한 일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전부 이해했습니다."

포스코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청담동 의원사무실도 문턱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제주도지사는 자기 도청은 비워놓고, 청담동에 상주하며 읍소하는 중이었다.

"의원님, 부디 제주도에도 해상교량을 놓아 주십시오."

"남해안은 출입하는 선박들이 많아서 곤란합니다. 특히 거제도 조선소에 들락날락하는 배들은 어쩌고요? 무조건 빙 돌아가야 할 텐데요."

울릉도 해상교량은 중간중간 어선들이 지나갈 만한 틈 정도만 만들어 줘도 끝.

하지만 큰 배들이 들락날락하는 조선소 해안은 높이를 더욱 높여야 한다.

제주도지사가 원하는 것은 부산, 특히 해운대와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럼 부산의 부자들, 관광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도까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쇼핑 인프라가 빈약한 제주도의 단점을 해운대 센텀시티가 커버해 줄 수도 있고, 제주도지사는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부산과 제주도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윈윈하는 결과가 될 겁니다. 2시간 30분 정도면 부산에서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부산 - 제주도 배편은 12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교량을 연결하면 3시간 미만으로 줄어들겠죠."

"비행편을 이용하려면 김해공항까지 차로 이동하고, 탑승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타고…… 어휴, 그 번거로움이 싹 사라지는 겁니다."

"그냥 바로 차 끌고 카드만 챙겨서 움직이면 그만이니까요."

"모든 번거로움이 싹 삭제되는 겁니다."

장거리 이동은 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얼마나 간편한지도 중요하다.

매번 여권이나 신분증 준비하고, 갈아타야 하고, 대기해야 하고, 차렌트해야 하고…….

움직일 때마다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은 망설임을 낳게 한다.

"프라임건설과 이야기하시죠. 저는 기술이나 사업 같은 건 전혀 몰라요. 투자만 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의원님이 결심을 굳혀주시면 초고속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제주도지사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호텔에서 묵은 후, 아마 내일 또 찾아올 것이다.

다음 손님은 국토부 차관이었다.

"의원님, 혹시 바다에 열차 다리도 놓을 수 있습니까?"

* 작중 공장 지배구조 등의 설정은 픽션입니다. 현실과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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