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68화
190장 엎드려 철 받기 (4)
[속보! 포항 패싱 선언!]
[울릉도 대교, 포항에 연결되지 않는다!]
[포항주민들은 망연자실. 부동산시장은 차갑게 냉각.]
[급속도로 떨어지는 포항 부동산! 쏟아지는 매물들!]
[수영그룹은 왜 포항을 패스한다고 했는가?]
[교량연결부지 매입에 실패한 것이 이유?]
[알박기 시전한 진상은 누구?]
[진짜 해외 사모펀드인가, 검은 머리 외국인의 비상금인가?]
[포항시, 어떻게든 수영그룹의 뜻을 돌릴 거라고 굳은 다짐 내보여.]
[경북도청, 필요하다면 도지사가 무릎이라도 꿇어서 추진시킬 것.]
[누가 포항의 희망에 재를 뿌렸는가?]
포항 북쪽 투자사업자 사무소.
대교 톨게이트 예정 부지와 인근까지 모조리 쓸어 담고 관광호텔을 올리고 있는 곳.
이곳의 분위기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괜찮을까요, 이거?"
"괜찮고말고, 블러핑하는 거야, 지금. 이런 거 한두 번 해보나?"
책임자, 박달수는 매우 느긋했다.
"이미 교량 모듈도 다 만들어서 바다에 띄워놨어. 그거 건설자재 값만 수십조 원이야. 이제 와서 그걸 다 녹일 수도 없고, 결국 어떻게든 소모되어야 해."
수십 조 원이 넘어가는 매몰 비용.
박달수가 포항 패싱을 블러핑이라고 확신하는 이유였다.
애초에 해상교량으로 만들어진 수십조 원짜리 건설자재를, 이제 와서 어디에 쓰겠는가?
"포항 빼면 해상교량 연결할 만한 곳은 제주도 여수, 제주도-부산밖에 남지 않았어."
"만약 거기에 연결한다고 하면……."
"거기 연결한다고 수영그룹에 무슨 이득이 있나?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야."
울릉도 대교는 하수영이 가장 큰 이득이다.
초대형 양식장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충분히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전 세계 어업과 양식업이 쫄딱 망한 상황.
하지만 하수영은 자체 농장에서 만든 곡물사료 체제를 대성공으로 거뒀다.
이제 전 세계 식탁에 올라갈 생선을 독점하는 일만 남은 것.
그러므로 울릉도와 내륙을 잇는 해상교량은 얼마가 들었는 유익하다.
"뭐하러 그 비싼 티타늄 합금 다리를 제주도에서 여수로, 부산으로 놔주나?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건데."
"납득이 됩니다."
"거긴 어차피 국토부에서 알아서 놓으려고 할 거야. 광운제철소는 나 랏돈 받고 다리 자재만 만들어주면 그만이지."
그리고 제주도 교량은 티타늄 합금이 아닌, 강철다리가 될 것이다.
녹슬음, 부식 방지에 꾸준히 유지 보수를 해야겠지만, 값비싼 티타늄합금 다리를 만들기에 국고는 빈약하다.
"지금 바다에 띄워놓은 티타늄 모듈, 그거 포항 말고는 쓸데없어. 쓸 수도 없어. 그러니 안심하고 지켜보면 돼. 시간은 우리 편이야."
"알겠습니다. 경거망동하지 않겠습니다."
"애초에 수십 년 이상 걸릴 거라고, 느긋한 마음으로 바닥일 때 들어간 거 아닌가? 최고점 찍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여기서 쫄보셀을 해버리면 안 되지."
"제가 그래서 주식을 못합니다. 하하."
"윤변 자네는 법률적 대응만 잘 준비하면 되네. 진짜 크게 한바탕 먹을 수 있을 거야."
박달수 역시 사모펀드의 대리인이지만, 자기 돈도 조금 넣어뒀다.
사모펀드는 다리가 연결되는 부지 주변만 매입한 게 아니었다.
교량에서 대구포항고속도로까지 연결될 만한 땅은 모조리 사두었다.
울릉도 포항대교가 포항을 거쳐 고속도로까지 연결되려면, 사모펀드가 선점한 땅을 밟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무조건 수십 배 이상 남긴다. 잘하면 백 배 이상도 남긴다.'
다른 데 쓸 데가 없는, 수십조 원이 넘어가는 교량모듈 자재.
그 매몰비용이 아쉬워서라도, 추가 적인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많아야 딱 몇조 원…… 그것만 먹고 빠질 거요, 하수영 회장.'
현금만 1,100조 원이 있는 사람이 치사하게 몇조 원 가지고 시간을 끌진 않겠지?
지금까지 보여준, 시간절약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믿어보련다.
[울릉도포항대교, 전면 백지화.]
[재검토 여지는 전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재검토 여지는 없다. 수영그룹 분명히 밝혀.]
[포항 패싱으로 패닉에 빠진 포항시민들!]
어떤 기사가 뜨든 간에, 박달수는 전혀 믿지 않았다.
***
"이거 참, 자그마한 건설사 하나 갖고 있다고 제가 무슨 건설 회장이라도 된 거 같네요. 하루가 멀다고 국토부 얼굴만 보는 거 같아요."
다시 찾아온 국토부 차관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현금만 50조 원을 쥔 건설사가 자그마한 건설사?
다른 건설사들이 들었다가는 뒷목을 잡을 말이다.
"의원님, 포항 교량은 정말 접으신 겁니까?"
"아, 선제시충 끼어들었잖아요. 그럼 거래파토 내야죠."
"그래도 포항 시민들이……."
"그럼 포항시에서 그 선제시충 해결하고 부지 공시지가로 넘기세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드렸습니다. 지금 다리 부품들이 몇 달째 바다에 둥둥 떠 있는지 아세요?"
"……."
차관은 말문이 막혔다.
해상교량은 100% 하수영의 사비로 진행하는 것.
얄팍한 행정지원밖에 해준 게 없는 국가 입장에서는, 더는 닦달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해상교량 건, 우리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 할 거 같습니다만."
"여야가 이미 합의한 내용입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다리의 소유권은 당연히 하수영이 갖는다.
그래도 공공재의 성질이 매우 높은 만큼,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워낙에 자체관리기준이 철저해서, 국토부 소속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다른 산업현장에서 이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하면, 안전사고는 지금보다 1/10 이하로 줄어들 겁니다.
-수영그룹은 안전에 지독한 강박증이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해상교량보다 저번에 신축된 잠실 라테월드타워가 훨씬 더 위험할 거 같은데요?
"요금 정산 문제는 나중에라도 뒷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네요."
"계약서가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계약서 못 지키겠다고, 재협상하자고 나오는 사람들 있을까 봐 그렇죠. 정치인들이 그런 땡깡 어디 한 두 번 부립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교량 소유권과 별도로, 운영은 정부지침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도로 통행료는 국토부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수십조 원을 넘게 들여 지은 다리라고 해도, 한 번 통과하는 데 8, 9만 원씩 받을 수는 없었다.
"울릉도 뱃삯이 10만 원이 조금 못 되는 것은 압니다. 의원님 입장에서는 도로 통행료를 뱃삯만큼이라도 받고 싶으시겠지만……."
"승용차 기준으로 9,900원만 받을 건데요?"
"예?"
차관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싸게 받을 거라고?
"돈 벌 생각했으면 티타늄 합금으로 안 지었습니다. 그냥 선박용 강철로 지었겠죠."
'돈 생각 했으면 그냥 애초에 다리를 안 짓는 게 이득 아닌가?'
"양식어 수송, 누구나 편히 울릉도 관광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었습니다. 비싼 요금을 받으면 의미가 없어지죠. 이용률이 떨어질 테니까요."
"……존경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끄럽습니다."
"제가 뭐 10만 원 이상씩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군요. 괜찮습니다. 공무원들이야 그럴 수 있죠."
"흠, 흠! 그나저나 그렇게 저렴하게 받으신다면 투자금 회수까지 한참 걸리시겠습니다."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교량은 완전한 세금 면제였다.
당연히 매출이 아니라 순수익으로 투자금 회수를 계산한다.
'9,900원이면 대충 5, 6천 원을 순수익으로 잡는다 쳐도…… 건설비를 모두 회수하려면 까마득하겠구나.'
달리 말하면, 나라에서 다리에서 세금을 거두게 되는 디데이도 까마득하다는 것.
"의원님, 죄송하지만 혹시 통행료를 조금 상승시킬 의향은 없으신지……."
"걱정 마세요. 더 안 올릴 겁니다."
"그,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통행료를 좀 더 올려야 회수가 빨리 이뤄지고, 그래야 세금도 거둘거 아닙니까!
차관은 속으로만 맴도는 이 말을,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서울-동해 민자도로는 포항처럼 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각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국토부는 포항 패싱에 그리 민감하지 않았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속으로는 내심 반기고 있었다.
'잘하면 티타늄 교량을 제주도에 가져다 쓸 수도 있겠어.'
정부가 돈이 없지, 체면이 없겠는가?
그 값비싸고 튼튼하고 부식에도 강한 다리로 제주도에 KTX 연장선을 떡 놓으면?
제주도 부산 구간을 하기에는 짧지만, 여수까지 연결하기에는 충분하다.
어떻게 싸게싸게 이쪽으로 돌릴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국토부, 청와대는 은근히 포항 패싱을 반기고 있었다.
경북 지역감정을 생각해서 내색을 안할 뿐.
-뭐하러 울릉도에 교량을 2개씩이나 놔? 하나면 충분하지.
-굳이 포항까지 연결할 필요가 있나?
-그걸 가지고 제주도나 연결하는 게 낫지. 모두가 윈윈하는 길이라고.
이게 중앙정부의 내심이었다.
"의원님, 그럼 포항을 패싱하면 이미 만들어놓은 그 부품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글쎄요. 다시 전부 다 녹여야 하나? 그러기에는 좀 아깝죠?"
"……아하하, 너무 큰 비용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게 아닐까요? 이제 조립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냥 본래의 목적대로 해상교량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초대형 크루즈선, 메가 컨테이너선, 포드 항모도 지나갈 수 있는 출입 포인트 2개짜리 200km 교량을 그대로 녹이긴 아깝긴 하죠."
"그렇지요."
차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수행원들의 입가에도 덩달아 미소가 피어났다.
'제주도! 제주도! 제주도!'
'여수! 여수! 여수!'
'아니면 모듈 조금 더 연장해서, 제주도와 부산! 제주도와 부산!'
제주도-여수 노선은 지금도 충분하지만, 제주도-부산을 연결하려면 모듈을 조금 더 만들어야 한다.
하수영이 못하겠다고 하면, 국가 예산으로 지을 의향도 있었다.
대신 티타늄은 무리고 강철로 지어야겠지만…….
"일본에서는 별말 없나요?"
"네?"
"길이만 보면 부산에서 규슈에 다리 놓기 딱인데, 일본도 우리 상황을 잘 알 텐데, 아직 아무 말도 없었습니까?"
"이, 일본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혹시 부산-일본 해상교량을 놓고 싶으신 겁니까?"
"네, 꼭 놓고 싶거든요."
면적 36,782km, 인구 약 1,300만.
일본 4대 본토섬의 하나를 온전히 갖고, 1,300만 명의 세입자를 얻을 수 있는데, 당연히 다리를 놓고 싶지 않을까?
'의원님은 도우야 초밥과 관세 갈등 때문에 일본과 감정이 좋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하수영이 다릿세로 바라는 대가를 모르는 차관 일행으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저도 당장 다리를 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다리가 놓일 거라고 봅니다."
"네, 아무래도 시민 감정을 극복해야 할 테니까요."
"그렇죠. 시민 감정을 극복해야죠."
'항구도시의 이점을 잃는 건데 절대 350만 부산 시민들이 반길 리가 없겠지.'
'1,300만 규슈 시민들을 일본 정부가 잘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것은 동상이몽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