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73화 (773/1,270)

프랜차이즈 갓 773화

192장 서울에서 독도까지 논스톱 (2)

울릉독도대교가 정식으로 개통했다.

전국 국민들의 가슴에도 바람이 들었다.

-주인님. 참을 수 있습니까, 독도 관광?

"독도 구경은 참을 수 없지. 교통이 불편해서 그동안 미루고 미뤘는 데, 애들 데리고 한 번 가봐야겠다."

-그럼 숙소를 예약하겠습니다. 동해시로 할까요, 울릉도로 할까요?

"기왕이면 울릉도지!"

-다행입니다. 주인님을 위해 딱 하나의 방만 남아 있었군요.

"좋아. 내일 당장 출발한다."

5,000만 유저를 상대로 프리덤은 독도 관광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지금 바로 차 끌고 출발하면 논스톱으로 독도까지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독도까지 당일에 다녀오는 관광버스 패키지가 생겼는데, 아직도 모르셨습니까?

-KTX 타면 동해시까지 한 방에 갑니다. 동해시에서 렌트카 빌려서 해상교량 건너면 편안하게 다녀오실 수 있습니다.

-지금 독도를 다녀오시면 추첨을 통해 퀸 스텔리온 하늘 관광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아, 다른 건 다 참아도 퀸 스텔리온 하늘 관광만큼은 진짜 못 참겠다."

-그럼 예약하겠습니다.

"그래. 해라, 해!"

프리덤은 적극적으로 영업을 했다.

덕분에 하루에도 수천,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독도를 찾았다.

프리덤은 주인을 위해 일정을 잡을 때, 동해시와 울릉도, 해상교량의 수용 상한선을 아슬아슬하게 고려해서 예약을 잡았다.

덕분에 적당히 혼잡한 수준에서 관광객들은 독도의 절경을 즐길 수 있었다.

***

전창현은 청담수영병원 교수였다.

그는 과 의사 제자들을 데리고 독도 2박 3일 주말여행을 결정했다.

오늘을 위해서 9인승 카니발도 빌렸다.

운전은 펠로우에게 맡겼다.

"세상 참 좋아졌어. 감히 외과의들끼리? 단체 여행을? 그것도 서울에서 독도까지? 몇 년 전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안 그래?"

"네, 맞습니다. 교수님."

"다른 병원 동기들이 무척 부러워 합니다."

전 교수는 껄껄 웃었다.

"우리 병원은 대한민국 의학계에서 다시는 없을 병원이다. 그러니 지금을 즐겨라. 나중에 다른 병원 한 번가 봐. 아, 청담수영병원이 정말 천국이었구나, 하고 깨달을 거다."

"다른 병원 절대 안 갈 겁니다."

"굳이 다른 병원 안 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동기들 단톡방에서는 죽는소리조차도 나지 않고 있습니다."

카니발은 어느덧 동해시에 도착했다.

KTX역 주차장,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는 렌트카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렌트카 업체 직원들은 고객의 명단을 확인하고, 차 키를 넘기고, 다음 손님을 찾고, 그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와우, 렌트카 업체 장사 엄청 잘되는데요?"

"하긴, 누구나 우리처럼 동해까지 차 끌고 오는 것은 아니죠."

"누구인지 몰라도 장사 하는 수완이 보통이 아니…… 어, 저기 저분, 이사장님 아니에요?"

"뭐, 뭐라고?"

전 교수는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과연 하수영이 렌트카 직원들을 앞에 놓고 뭐라 뭐라 말을 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차를 빌리려는 것은 아닌 듯한 구도였다.

"이거 가서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그래야지. 어서 가자."

"예, 교수님."

애초에 독도 여행을 기획한 것은 전 교수가 아니라 펠로우였다.

소중한 휴일+연차를 부서 야유회에 쓰게 된 레지던트, 인턴들도 불만은 없었다.

펠로우의 명쾌한 설명 덕분이었다.

'누가 우리에게 이 비싼 월급을 주시지?'

'이사장님입니다.'

'누가 우리에게 이 꿀 같은 근무시간을 보장해 주셨지?'

'이사장님입니다. 그런 이사장님이 100조 원 넘게 들여서 독도까지 관광다리 딱 놓으셨는데! 개통하자마자 얼른 달려가서! 사진도 팍팍 막 찍고! 해시태그도 잔뜩 달아서 막 SNS에 올리면! 이사장님이 혹시라도 그걸 보면 얼마나 흐뭇해하시겠냐?'

'설득력이 있습니다, 선배님.'

독도 관광은 겸사겸사고, 사실은 이사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랬는데 이렇게 동해시에서부터 딱 이사장을 마주칠 줄이야.

예상 못 한 행운에 다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흉부외과 3과 전창현 교수입니다."

"아, 전 교수님. 안녕하세요? 우와, 이런 데서 다 뵙네요?"

"절 기억해 주셨군요."

"그럼요.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죄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 3과 분들도 다 함께 오셨나 봐요?"

하수영이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자, 다들 감격한 표정이 되었다.

'이사장님이 나를 봐주셨어!'

'이사장님이 내 이름을 기억해 주셨어!'

"네. 휴일을 맞이해서 독도 구경좀 해보려고 다 같이 왔습니다."

"휴일인데 직장 상사와 여행을 온다고요?"

하수영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자, 저연차 레지던트가 황급히 나서서 설명했다.

"저희 모두가 한마음으로 합의한 겁니다! 다들 살면서 독도 구경 한번 못했던 터라, 이참에 다 함께 독도나 한번 보고 오면 어떨까 해서요! 분과 단합도 할 겸해서 말입니다!"

"아, 그랬습니까?"

저연차가 저리 적극적으로 해명하니 신빙성이 높아진다.

하수영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졌고, 교수와 펠로우는 안도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너 이 기특한 녀석, 하는 눈길로 레지던트를 바라봐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사장님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렌트카를 빌리실 분은 아니실 텐데요."

"아, 직원들 현장 교육 좀 하고 있었습니다."

"……현장 교육이요?"

"네, 이번에 렌트카 사업을 시작했거든요."

"……."

"……."

다들 순간이지만 할 말을 잃었다.

수영그룹이 렌트카 사업을 한다고?

이게 무슨 코스피 1위 기업이 길거리 나물장사 진출한다는 소리인가?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들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이건 아주 중요해요. 제가 렌트카 사업을 직접 운영함으로써, 기준점을 세우는 겁니다."

"기준점이라면……."

"제 교량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터무니없는 바가지, 불친절 서비스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지는 거죠."

"아, 그렇군요! 그런 깊은 뜻이!"

그제야 하수영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직 이쪽 렌트카 시장은 규모가 작죠. 사업 초창기라서 혼란도 많을 테고요. 이럴 때 관광객들의 피해가 커집니다. 저는 서비스, 가격, 만족도 등 모든 면에서 시장 적정시세형성에 기여해 주는 거죠."

"그렇군요. 직접 렌트카 업체까지 운영하실 줄이야……."

"이사장님께서 얼마나 울릉도, 독도 해상관광을 소중히 여기시는지 알겠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제가 챙기지 않으면 피해는 관광객들이 입습니다. 기껏 노력해서 다리 놓은 보람을 없애선 안 되겠죠."

그렇다고 직접 렌트카 사업 현장까지 챙길 줄이야.

병원 의사들은 묘하게 감동했다.

"그래도 제 병원을 굴러가게 해주는 직원들이신데, 제가 무료로 렌트카 몇 대 내드리겠습니다."

"괘, 괜찮습니다. 저희 따로 9인승카니발 가져 왔습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퍼포먼스 캠핑카인데요? 타고 오신 것보다는 훨씬 나으실 텐데."

"예? 퍼포먼스라고요?"

"커스터마이징 모델 아니고 보급 모델이긴 하지만 타고 오신 것보다는 나으실 텐데."

"……."

전 교수 일행의 눈빛이 일제히 흔들렸다.

하수영이 다시 말했다.

"직원복지 차원에서 무료로 빌려드릴 텐데, 그래도 거절하시겠어요?"

"감사히, 소중히 타고 반납하겠습니다."

"그러셔야지. 자, 이쪽으로 오세요."

하수영은 그들을 렌트회사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주차장은 굉장히 넓었고,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아마 임대를 위해 출고해서 그런 모양이다.

대체 얼마나 많은 차를 갖고 사업을 시작했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고급 차종은 이쪽에 있습니다. 여기로 오세요."

"……!"

그리고 일행은 보았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부가 티 등등 슈퍼카들이 즐비해 있는 광경을.

벤츠는 아예 여기에 끼지도 못했다.

"퍼포먼스 키가 어디에 있더라…… 아, 여기에 있네요. 제가 타고 다니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커스터마이 징은 아니라서 일반 강철 재질이에요."

"이, 이사장님. 이 비싼 차들은 대체……?"

"수요가 있을 줄 알고 들여놨는데 생각보다 안 나가네요. 지금 여기 주차장에서 퍼포먼스가 처음 나가는 겁니다."

물론 렌트카 업체들도 슈퍼카를 렌트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슈퍼카들을 한꺼번에 들여놓은 업체가 있을까?

'이거 수익이 나기는 하는 거야?'

'사업 적자 나는 거 아니야?'

***

캠핑카는 확실히 좋았다.

보급형도 15억이 넘어가는 모델다웠다.

바다 풍경 역시 아름다웠다.

어느덧 땅이 전혀 보이지 않고, 은백색으로 된 티타늄 다리만 앞뒤로 보인다.

"진짜 물에 뜬 다리 같지가 않은데요. 전혀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러게요. 육지에 놓은 다리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예요."

"독도 쪽 플래폼은 아예 연결이 된 것도 아니라고 하던데, 이렇게 안정적일 수가 있나?"

전 교수 일행은 독도로 향하는 중이었다.

독도교량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한 덕분인지, 정체 현상은 없었다.

해상 플래폼에 주차할 수 있는 수량에 맞춰서, 출입차량 수를 통제한다고 들었다.

"교수님,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독도입니다."

"그래, 운치 있게 독도 풍경 즐기면서 여기 차 안에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

"네, 교수님."

"쓰레기 투척은 안 되는 거 알지? 종이컵 하나까지 전부 챙겨 간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교, 교수님! 지금 창밖을 보세요! 바다에! 바다에!"

"뭐야? 뭐야?"

교수가 놀라서 창문으로 달라붙었고, 다른 일행들도 우르르 창문으로 몰렸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달리던 차량들이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다리 밖의 바다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촤아악! ?!

푸른 몸집을 자랑하는 거대한 물고기가 힘차게 수면을 뛰쳐나온 후,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바다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하얗게 부서지는 바닷물에 반사되는 태양빛에 어우러지는 모습이 몹시 근사했다.

전 교수 일행은 넋을 잃은 채 그 광경을 마냥 바라보았다.

"저거 참다랑어 아니야?"

"맞는 거 같습니다."

"참다랑어가 저렇게 크다고? 고래가 아니고?"

"진짜 덩치는 웬만한 고래 못지않게 크네요……."

거대한 참다랑어는 독도를 찾은 이들을 마중 나온 것처럼, 교량을 따라 끊임없이 수면 위 점프를 하면서 같이 움직였다.

관광객들은 어느덧 바깥쪽 차로에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정신없이 사진을 찍기 바빴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마스터. 동해시 숙박업소들이 지나치게 가격을 올려 받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불만이 극심한 수준입니다.

"에휴. 남이 잔칫상 차릴 때 접시한 장 날라준 적도 없으면서, 꼭 이렇게 잔치를 망치려고 드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서둘러 조치를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자기네 숙박시설 요금 마음대로 정해서 받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아무래도 동해시에 수영펜션 2호 점을 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대표님 통화 연결해 줘."

-알겠습니다.

잠시 후 이도공이 전화를 받았다.

"이 대표님, 독도 해상 플래폼에 추가하기로 한 휴게소 있잖아요?"

독도교량 끝 해상 플래폼은 대부분이 주차, 산책 공간이었다.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은 아직 최소한으로만 갖춰져 있었다.

확장식 모듈이기에 천천히 휴게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을 예정이었다.

-네, 지금 한창 작업 중입니다. 조만간 바다에 띄워서…….

"휴게소 말고, 펜션으로 업그레이드합시다."

-……업그레이드요? 펜션?

"네, 거기에 수영펜션 2호점 갖다가 붙이죠."

하수영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말했다.

"객실 한 1,000개짜리로 가능할까요?"

-혹시 우회적으로 사직하라는 말씀이시라면……….

"2,000개?"

-1,000개, 틀림없이 가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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