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75화 (775/1,270)

프랜차이즈 갓 775화

193장 그 오토의 각성 (1)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차라리 당첨 용지를 줬다면, 그래 회장님이니까 가능한 거야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리 로또를 수도 없이 구매해서 그중에서 당첨지를 줬다고 생각하면 맘 편하니까.

하지만 미추첨 용지 1장만 줬고, 그게 자신이 추첨을 보는 도중에 당첨이 되었다?

'설마 회장님, 추첨 결과에 손을 쓰신 것은 아니겠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정도로, 이도공은 지금 패닉에 빠져 있었다.

'우리 회장님의 재물운은 도대체…….'

이게 정말 사람이 지닐 수 있는 재물운인가?

3년도 안 돼서 수신액 1,100조 원이 넘는 개인은행(사실 은행은 아니지만)을 가진 사람은, 로또 같은 것은 그냥 숨 쉬듯이 당첨이 되는 건가?

'무슨 숨만 쉬어도 돈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이럴 수가 있다니.'

멍하니 당첨용지를 바라보다가 번쩍 든 생각에 얼른 프리덤한테 질문했다.

"프리덤, 지금 로또 1등 당첨 금액이 얼마나 되지?"

-세금 제하고 20억 4,300만 1,330원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20억이 넘는다고!"

세금을 제하고 이 정도 금액이면, 근래 로또 중에서 상당한 수준이다.

세전으로 약 30억 원이 조금 넘었다는 소리니까.

통화 속 하수영의 목소리는 밝았다.

-특별 보너스는 잘 수령하셨나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도 믿어지 지가 않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셨는데, 이 정도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앞으로도 건설 부문 잘 맡아 주세요.

"저는 임시로 건설을 맡은 게 아닙니까?"

-임시로 시작했다고 끝까지 임시란 법이 있나요?

"……."

-제 주변에 이도공 대표님 말고 건설을 잘 아는 분이 없어서요. 잘 부탁해요.

"회장님……."

-30억 정도 보너스로 드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세금이 13억 가까이 되더라고요. 로또로 드리는 게 더 낫지요? 4억 이상 세이브되잖아요.

"네? 설마 그 이유 때문에 로또로 주신 겁니까?"

-네. 그게 이유인데요.

"……."

자기가 찍은 번호가 반드시 당첨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일까?

이도공은 갑자기 하수영의 재물운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

퀸 루나호는 원래 병원선으로 운영하려고 사둔 크루즈 선박이었다.

항공모함이 허구한 날 구할 수 있는 매물이 아니다 보니.

그래서 조만간 조선소 도크에 입항해서 개조 작업을 벌일 예정이었는 데, 그게 미뤄졌다.

선주사도 기쁘게 운영 대행을 맡았다.

비용은 하수영이 전부 대기로 했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독도 해상 플래폼은 200m X200m 사이즈의 정사각형.

한쪽에는 100m x 50m 사이즈의 다층구조 주차장이 있다.

좌표 고정용 추진 프로펠러들은 플래폼 하부에 완전히 잠겨 있어, 크루즈 선박이 옆에 붙어도 충돌하지 않는다.

크루즈선이 예인선에 의지해 해상플래폼 옆에 붙었다.

전장이 350미터가 넘는 초대형 선박은 해상 플래폼보다 150미터 이상 길었다.

크루즈선을 해상 플래폼에 완전히 고정시키고, 기다리던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했다.

"완전 대박이네."

"이게 원래 스탠더드도 하루 요금만 백이 넘는다고 하지?"

"애초에 하루 이틀 일정은 받아주지도 않아."

"이런 호화 유람선을 펜션으로 쓰다니, 갓수영. 당신은 도대체……!"

숙박요금은 1박에 수십만 원 정도.

해상에서 독도 절경을 배경으로 모든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무척 저렴한 가격이다.

프리덤이 적극적으로 영업을 한 덕분에, 첫날부터 모든 객실이 꽉 차는 쾌거를 이루었다.

갑판 위 따뜻한 풀에 몸을 담근채, 손에는 와인잔을 쥐고,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으며, 석양이 내려앉는 독도를 감상한다.

관광객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향취를 느꼈다.

"천국이 따로 없네."

"외국 여행 가기 전에 독도 여행부터 필수로 가야겠네."

"외국에는 이런 거 없지. 누가 바다 한가운데에 이런 호텔을 세울 생각을 했겠어?"

***

독도 해상 플래폼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독도 경찰이었다.

이들은 1인당 1칸씩 고정 주차장을 무료로 배정받았다.

덕분에 이들은 이제 본가를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차량을 이용해서 빠르게 울릉도, 혹은 내륙을 방문할 수 있게 됐으니까.

또 크루즈선에서 주마다 1박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끝 영토를 지키는 분이 신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장 좋은 것은 크루즈선에 갖춰진 의료시설.

응급수술이나 치과 치료를 위해서 멀리 육지까지 나아갈 필요가 사라진 것도, 독도 경찰에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항상 시끌벅적했기에, 머나먼 섬 생활이 주는 외로움도 덜 수 있었다.

"크루즈 가보니까 어때?"

"죽이더라. 그냥 죽여. 외박 차례되면 반드시 꼭 갔다 와."

"여기 초소에서 보기만 해도 죽여주는데, 직접 자고 오면 더 죽이겠지."

"근데 해상대교 가지고 일본이 뭐라고 지랄할 때가 됐는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쉿,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거 몰라? 안 그래도 일본 침공 클리셰에서 우리 독도 경찰들은 항상 가장 먼저 죽어나간다고."

외국 관광객들도 독도 해상 플래폼을 찾았다.

덕분에 크루즈선은 객실이 비는 날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두 달 이상은 항상 객실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크루즈선은 숙박 손님이 아닌 일반 손님도 받았다.

물론 혼잡 방지를 위해서, 일정 숫자 이하로 제한을 했다.

그리고 해외 손님을 위한 특별 서비스가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신두라는 식품입니다. 영양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먹기에도 간편하죠. 이거 3알이면 하루 식사로 거뜬합니다."

"이렇게 작은데 3알로 하루가 거뜬하다고요?"

"네, 나중에 한 번 드셔 보십시오."

파견 나온 프라임컴퍼니 직원들은 해외 손님을 대상으로 신두 홍보에 열을 올렸다.

***

이도공은 국토부 관계자를 만나고 있었다.

"부산역-제주도역 KTX 해상철교 국책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프라임건설에서도 참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해가 안 가는군요. 마치 다른 회사들도 참여한다는 말씀 같습니다. 저희 회사 말고도 해상철교 건설이 가능한 회사가 있습니까?"

"이런 국책사업은 특혜 논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독점기술을 가진 기업이라 해도 무조건 몰아서 주지는 못합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그럼 다른 회사를 위해서 얌전히 반수성 금속처리 기술만 내놓으라, 이 말씀이십니까? 그 기술은 특허도 내지 않았다는 걸 아십니까?"

"국토부 구상은 이렇습니다. 철강재 생산은 포스코가, 조립식 모듈제작은 프라임건설이, 해상대교 건설은 제3의 회사가 맡는 겁니다."

이도공은 보이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과장님, 해상대교 건설이 가장 품이 많이 들고 규모가 가장 큽니다. 포스코야 원래 철강재 만드는 회사니 그렇다 쳐도, 가장 맛있는 부위를 우리 수영그룹이 먹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모듈과 대교 건설, 양쪽 모두 낙찰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형평성을 고려해 주십시오."

"꼭 이미 누가 낙찰 대상자인지 미리 정해놓으신 듯한 뉘앙스입니다만?"

"프라임건설은 울릉대교, 독도대교를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그 귀중한 경험을 다른 회사에도 나눠서 쌓게 해야, 전체적으로 국가 건설 경쟁력이 발전합니다."

"반대로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은 우리 프라임건설이 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과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한쪽에만 몰아주면 특혜 시비로 정부가 곤란해지게 됩니다. 이번 한 번은 이해해 주십시오."

"이번 한 번이라뇨. 우리나라에 해상대교를 지을 일이 이제 얼마나 더 있다고요? 부산-제주도 연결하고 나면 여수-제주도뿐입니다."

"나중에 한일해상교량을 지을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는 정부에서도 무조건 프라임건설을 밀어드리겠습니다."

"전 한일교량은 회의적으로 보는데요. 그리고 그거, 계약서로 공증해줄 수 있습니까?"

"……."

"부산-제주도 KTX, 이거 무조건 우리 그룹이 맡아야 합니다. 타회사에 절대 양보 못 합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철강재부터 직접 만들어서 하라고 하십시오!"

1차 미팅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국토부 과장이 돌아간 후, 이도공은 여론 반응을 살폈다.

언론에서는 특혜 시비 무마,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제주도 KTX 대교는 다른 회사에 나눠줘야 한다고 기사를 한창 쏟아내는 중이었다.

[해상교량 같은 중요한 건설기술을 한 회사만 독점하는 것은, 국가건설경쟁력에 좋지 않아…….]

[선진국들은 주요기간산업은 반드시 두 회사 이상에 분산해서 기술적 노하우가 소멸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어…….]

[철강재 판매만으로도 수영그룹은 이미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어……….]

"신문사란 놈들은 하여튼 우리 그룹에 절대 좋은 말을 해주지 않는다니까."

직원이 조심스럽게 끼어 들었다.

"우리 수영그룹이 신문 광고는 전혀 집행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녁 뉴스 한 곳에서는 우리를 열심히 옹호해 줍니다."

"그래 봐야 20초 남짓 나가는 뉴스에서 얼마나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수 있겠어? 기사 물량전에는 못 당하지."

"그런데 대표님, 요즘 얼굴 많이 펴신 거 같습니다?"

"그, 그래 보여?"

이도공은 당황해서 얼른 표정 관리를 했다.

약 20억 원을 수령한 이후, 가만히 있어도 그저 실실 웃음이 났다.

하지만 다시 화가 났다.

"말하는 거 보니까 이미 낙찰이 내정된 건설사가 있나 본데."

"중요한 국책사업에서 미리 낙찰자 내정하고 입찰 진행하는 게 어디 한 두 번입니까?"

"JS건설은 아닐 거 같고."

"거기야 우리 회장님이 주신 일감이 얼마인데, 말도 없이 우리 거 뺏으려고 달려들 리가 없지요."

"서해건설? 라테건설? 중앙건설?"

"JS건설 빼고 9대 건설은 죄다 염두에 두는 게 좋겠습니다."

"이것들이 어디서 맛있는 과실만 쏙 빼먹으려고……."

이도공은 잠시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일감이 많아서 힘들어 죽을 거 같았는데, 이제는 경쟁사놈들까지 감히 우리 알맹이를 탐내?"

"그런데 요 며칠 간은 정말 얼굴이 많이 펴셨는데요?"

"그, 그건 마음을 이제 바꿔 먹기로 해서 그런 거야. 원래 근심이라는 게 마음먹기에 따라서 행복이 될 수도 있다지 않아?"

"그런데 광진구 직원 기숙사, 수영조명, 여기에 독도 해상펜션 모듈까지 하다 보니, 이제는 해상철교까지 맡을 여력이 없습니다."

광진구, 청담동 한강 맞은편.

프라임건설은 그곳의 재건축 아파 트단지를 전부 허물고, 직원 기숙사아파트를 짓는 중이었다.

"해상펜션은 다리 놓는 것과는 작업 규모가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제주도 KTX보다 회장님의 지시가 더 급합니다."

냉정하게 보면, 지금 건설에는 여력이 없었다.

'아마 놈들이 그걸 알고 미리 약을 친 거라면…… 더 어울려 줄 수 없지.'

"그래도 이 사업, 우리가 전부 따낸다."

"교량모듈 제작, 다리 건설 양쪽 모두에 한 회사가 낙찰받을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모듈 제작은 하청 주면 돼. 우린 다리건설에 참가하고."

"하청을 맡길 만한 회사가 있습니까?"

"찾아보면 하겠다고 하는 데가 왜 없겠어? 이참에 서울동해 자기부상열차도, 서울동해 고속도로도, 해상펜션도 중요한 것만 우리가 직접 챙기고, 나머지는 전부 하청 줘버려."

이도공의 날카로운 말투에 직원은 조금 당황했다.

"국토부에 약 친 놈이 9대 건설사 누구든지 간에, 이거 무조건 우리가 먹는다. 만약 우리가 못 먹으면……."

ㄴ"못 먹으면?"

"제주도에도 KTX 못 들어가는 거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