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77화
193장 그 오토의 각성 (3)
티타늄 합금이 아니면 다리 공사할 생각도 하지 마라.
그런 통보를 받고, 중앙건설이 사업자격을 반납하기까지.
"어때, 가격을 맞출 수 있겠어?"
"절대 안 됩니다. 울릉대교, 독도대교 짓는 데 100조 원이 넘게 들어갔습니다. 통짜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면 자재비만 10배 이상으로 뛰고 시작합니다."
"여기 설계도 보면 하폭이 지나치게 넓은데, 이걸 좀 줄이면 되지 않나?"
"이것도 이미 최대한으로 줄인 겁니다. 이보다 더 줄이게 되면 파도의 영향에서 안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다리가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
괜히 울릉대교, 독도대교가 하폭이 2배 가까이 넓은 게 아니다.
"대형 선박들이 지나갈 수 있게 중간중간 다리를 높이고 출입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거 도저히 단가가 안 나옵니다."
"얼마나 손해를 보겠어?"
"재료비에서만 최소 2,000억은 손해 찍고 시작합니다."
"그 정도라고? 아니, 겨우 다리 하나 짓는데? 교각을 놓는 것도 아니잖나."
"그거 모듈 전부 예인선이 끌어서 위치 맞추고 조절해서 연결해야 합니다. 그런 부수비용은 일반 강 교량 짓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럼 운영권을 우리가 갖는 것으로 해서 손해를 보충하면……."
"통행료로 20년씩 받아서 그 손해 벌충하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100년을 운행해도 벌충이 안 될 거 같습니다."
실무자는 낙담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승객들에게 '다리 이용료'로만 10만 원씩 받는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다리 이용료다.
티켓값에 10만 원을 끼얹어서 추가로 받겠다는 것이다.
"아니, 그럼 누가 그 열차를 타다들 저가항공 타고 말지."
"프라임건설 설득해서 원래 고강도 철강재 납품으로 바꿔야 합니다."
반수성 철강재는 수영그룹에서만 만들 수 있다.
특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 중앙건설은 또다시 이도공을 찾았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서 타협은 없습니다. 무조건 티타늄 합금으로만 만들어야 합니다."
"고강도 철강으로도 충분합니다."
"하, 부식 관리를 수십 년 동안 한번도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여전히 안전 관리 미흡으로 대형사고 팍팍 터져 나가는 상황에서요?"
"……."
"해상교량은 말이죠. 소금물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요. 280km 가까이 되는 그 긴 다리를 매번 점검하고, 관리하는 게 얼마나 효율을 볼 거 같습니까?"
"광안대교도……."
"공사비 8천억도 안 되는 그 싸구려 다리와 비교하면 안 되죠! 얕은 바다에 콘크리트 교각 세워서 놓은 다리하고, 깊은 바다 표면에 띄워놓는 다리가 같습니까?"
"……."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티타늄으로 가야 합니다. 품질과 안전은 양보안 됩니다. 우리 회장님께서도 진지하게 당부하신 내용입니다."
중앙건설 부사장은 생각했다.
분명히 하수영이 '돈만을 보라'라고 당부했다고 보고받은 거 같은데?
'설마 그 돈만을 보라는 게 티타늄 납품인가?'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울릉대교처럼 티타늄 합금으로 지으면 부식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파손 부위 정도만 간간이 체크해 주면 됩니다."
눈먼 중대형 선박이 정면으로 부딪치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걱정이 없겠지만,
"그리고 귀사의 설계를 보니…… 이대로는 답 안 나옵니다. 안전 보장 못 합니다."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요?"
"네, 일단 더 높게 지어야 합니다. 그래야 파도에서 안전할 수 있어요. 높은 파도라도 들이닥쳐서 철로에 물 들어가면 좋을 거 하나 없습니다."
"이 정도도 충분한 안전 높이입니다."
"5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태풍정도는 고려를 하셨어야죠."
"……하지만 더 높이면 안정성의 문제가……."
"당연히 하폭도 더 넓혀야죠. 울릉대교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상폭 34미터, 하폭 60미터, 높이 6미터.
"그리고 열차는 아주 무겁습니다. 티타늄은 가볍고요. 무거운 무게추를 위에 올리는 셈인데, 이래서야 흔들림이 심하면 탈선 우려가 높습니다. 자동차와는 달라요."
이도공은 거침없이 물어뜯었다.
"울릉대교가 괜히 상폭 34미터, 하폭이 60미터나 되는 게 아니에요. 떠 있는 다리이다 보니 최대한 안정적인 관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이거, 모듈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도공이 제시한 모듈 설계 안을 보고, 부사장은 깨달았다.
공사비가 더욱 더 천정부지지로 날뛸 것임을.
"이 정도는 되어야 안전한 해상열차가 될 수 있습니다."
구구절절 틀린 말은 없다.
건설 전문가로서는 이도공의 말에 수긍했다.
하지만 경영자로서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지어서 남는 것이라고는 적자뿐이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부사장은 이도공의 눈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싱긋 웃어 보인다.
그 웃음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래도 하시겠습니까, 이 사업?'
프라임건설은 설득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를 움직인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프라임건설은 사업 주체에서 밀려난 것에 대한 강한 유감을 갖고 있었으리라.
그것을 기다렸다가 표출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 중앙건설은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
국토부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졌다.
이미 부산시와 제주도에서는 해상 KTX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올렸다.
심지어 시의회, 도의회에서 예산결의를 통과시켜 예산도 확보해 둔 상태.
부산시민과 제주도민들은 KTX가 곧 연결된다고 한껏 부풀어 있고, 이런 상황에서 중앙건설이 사업권을 반납해 버렸다.
"도저히 이 비용은 맞출 수가 없습니다. 회사를 팔아서 다리를 놓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프라임건설은 우리 국토부에서 설득을 해보겠습니다."
"설득이 통할 거 같지 않습니다.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이만 빠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중앙건설은 황급히 도주했고, 국토부는 2순위인 서해건설에 사업권을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소식을 들은 서해건설은 한사코 고사했다.
"우리도 이 사업을 포기하겠습니다."
"아니, 이제 와서요? 애초에 국토부가 이 사업을 진행한 것 자체가 귀사들의 제안 때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프라임건설을 제대로 꽉 잡아주셨어야 하지 않습니까?"
서해물산 건설부 전무는 오히려 국토부를 상대로 화를 냈다.
이도공을 만났던 국토부 과장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파토 날 모양인데, 이거."
"여기까지 와서 정말 파토가 나는 건가요?"
"과장님이 이도공 대표 만나서 직접 설득하신 거 아니었어요?"
과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무슨 설득을 했다고? 그냥 상부 입장을 읊은 것뿐인데."
"……."
"애초에 우리 중에서 이 사업, 제대로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 있었어?"
과장이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직원들 어느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실무자들도 지시를 받고 추진을 하긴 했지만, 이게 정말 될까 하고 반신반의했었다.
"재벌 기업 사장단하고 상부하고 짝짜꿍해서 주거니 받거니 한 거지. 다 잘될 줄 알고, 원래 윗분들이라는 게 좀 그렇다."
"결정해서 하달하면 밑에서 알아서 결과 만들어줄 줄 아시죠."
"내가 처음부터 말했지? 여기에 너무 지극정성으로 매달릴 필요 없다, 그냥 딱 자기 할 일만 신경 써라."
"이렇게 되실 줄 아셨던 거군요."
"어질러질 거라고는 생각했다. 자기 것 빼앗아서 남 배 불려주는 건데, 누가 좋아하겠어?"
과장은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럼 깨지러 갔다 오마."
"시원한 주스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래, 그거 마시고 다시 프라임건설 좀 갔다 와야겠다. 가야 할 일이 생길 테니까."
"오늘 양쪽에서 고역이시네요. 힘내세요, 과장님."
"응, 고마워."
***
부산과 제주도의 분위기는 안 좋았다.
그중에서도 제주도가 더욱 최악이었다.
해상 KTX가 들어서면 제주도는 이제 내륙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내륙 접근성이 더욱 커짐으로 인해, 국내 관광객들이 더 많이 유입된다.
동시에 도민들도 한결 쉽게 내륙을 방문할 수 있다.
부산 역시 마찬가지.
제주도 해외 관광객들이 편히 부산을 경유하며 관광 매출을 올려줄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게 어그러졌다.
"이서환 의원님, 이거 의원님이 손을 써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의원님은 하수영 계파잖습니까."
"하수영 의원님은 사업적인 부문은 웬만해서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조언을 드리는 것 자체가 월권이에요."
"그래도 부산시의원 입장에서 한 마디 부탁은 드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가 보기에 이건 애초에 단추가 잘못 꿰인 겁니다. 국토부와 메이저건설사들의 야합부터 따지고 들어야 합니다."
이서환이 강하게 입장을 유지하니, 부산시의회에서도 더 이상 그를 닦달하지 못했다.
"티타늄 합금 다리라니…… 그럼 대체 얼마나 들어가는 겁니까?"
"길이가 길이니만큼 100조 원 이상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울릉, 독도대교는 8차로 다리였습니다. 이건 2차 철도대교니까 그 정도로까지 들어가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몇십 조 깨질 각오는 해야 합니다."
"근데 정말 철강재 말고 티타늄 합금을 써야 하는 겁니까?"
"내구성만 보면 확실히 그게 낫긴 하죠. 울릉, 독도대교를 괜히 100% 티타늄으로 만든 것은 아닐 테니까요."
"이럴 거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겠는데요."
부산시의회는 차라리 포기로 돌아서는 분위기였다.
애초에 부산시는 제주도만큼 절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주도는 부산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이 사업이 중요했다.
***
"제주도에 KTX가 들어올 수만 있다면 뭐든 못 하겠습니까. 길만 알려 주십시오."
도지사를 대신하여 제주시장이 찾아왔다.
자신이 하는 약속이 곧 도지사의 약속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함께.
이도공은 차분히 말했다.
"티타늄 합금은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 회사는 품질과 안전은 양보가 안 됩니다."
"결국 비용이 관건이겠군요. 다른 건설사들은 이미 포기를 했으니."
"만약 비용이 해결되면 다시 고개를 들이밀려고 할 겁니다."
"도정부에서 그걸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겁니다. 방해는 없을 겁니다."
"그럼 비용이 문제로군요."
"중앙정부가 본래 약속한 국비가 6조 3,700억 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부산시, 제주도에서 보태기로 했지요."
"육상 철로 수준으로 잡은 거군요."
"그때만 해도 티타늄 합금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티타늄 합금이 아니라면, 우린 반수성 금속 모듈을 교량 재료로 납품하지 않을 겁니다. 위험을 거들 수는 없습니다."
팔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강제로 팔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칼자루는 저쪽이 쥐고 있던 상황.
제주시장은 메이저 건설사들과 국토부의 부정부패 고위공직자의 욕심이 결합하여, 지금의 사달을 불렀다고 생각했다.
"총공사비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34조 원 정도로 예상합니다."
"울릉, 독도 대교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군요."
"8차로가 아니라 2차 선로니까요. 또 완전히 티타늄 합금만 쓰지도 않을 겁니다. 바닷물과 파도에 닿는 부분만 티타늄을 쓸 생각입니다."
제주시장은 퍼뜩 이상함을 깨달았다.
"원래는 100% 티타늄 합금만 주장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밥상 뺏으려는 건설사와 '고객'에게 하는 말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흠, 흠. 우리 제주도가 고객입니까?"
"가장 KTX를 간절히 원하는 주체이니, 당연히 VVIP이십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데 VVIP 소리를 들어도 될런지……."
이도공은 한껏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건설 하다 보면 돈 떼이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당장의 현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불의지, 담보, 그리고 장기적인 상환능력이 중요하죠."
"좀 더 쉬운 설명을 바랍니다."
"모자라는 돈은 부산시와 함께 지방채 발행으로 해결하시지요. 중앙정부가 지급보증을 서고요. 어떻습니까?"
"아, 그렇게 되면 저희도 좋겠지만 그렇게 발행한 지방채를 누가 삽니까?"
"걱정 마시죠. 저희 수영그룹은 금융업에도 종사하고 있습니다."
"수영사채!"
"안심하십시오, 시장님."
이도공의 미소는 인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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