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93화 (793/1,270)

프랜차이즈 갓 793화

196장 자유무역은 좋은 것이다 (4)

CD1.

청담동 No.1이란 뜻의 신생 편의점.

CD1은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넓히는 중이었다.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브랜드가 순식간에 시장 점유율 85%를 돌파했다.

"우리 브랜드는 가맹점주끼리 절대로 경쟁을 시키지 않습니다."

CD1은 그 약속을 지켰다.

상권, 인구 유동성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매장을 배치했다.

그래서 가맹점주들은 가게를 열고 몇 달 뒤에 같은 가맹점이 바로 옆건물에 생기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기존의 다른 편의점 브랜드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신두 없어요?"

"네, 저희 편의점에서는 신두를 취급하지 않아서요."

"아니, 씨디원에는 들어오는데 여기는 왜 안 들어오는 거예요? 회장 손주가 수영농장에서 노상방뇨라도 했대요?"

"……."

"그럼 수영조리용수는 있나요?"

"그것도 저희 매장에는……."

"혹시 참다랑어 참치캔은요?"

"……그것도 없습니다."

이쯤 되자 손님의 얼굴에는 노골적으로 어이없다는 감정이 실렸다.

점주는 한숨만 푹 내쉴 뿐이었다.

"근데 라면 코너는 어디에 있어요? 보통 눈에 잘 띄게 해놓을 텐데……."

"들어오는 라면이 몇 개 없어서요."

"……죄다 수입 라면뿐이네요. 국산 라면은 하나도 없는 건가요?"

"……."

국내 라면생산은 프라임컴퍼니와 세컨드 파티 회사들이 100% 점유하고 있었다.

그들이 납품을 거절한 편의점 브랜드는 라면을 취급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 올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오늘도 벌써 몇 번째 그냥 나가는 손님들.

점주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지만, 편의점의 핵심 미끼 상품들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담배 하나만 보러 온 손님들 덕분에 어찌어찌 유지는 되고 있지만, 식료품을 사러 온 손님들은 열에 아홉은 그냥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두도 없어, 참다랑어 통조림도 없어, 조리용수도 없어, 라면도 없어. 사장님, 저 같아도 발길을 돌릴 거 같은데요."

"너 지금 내 속 긁는 거냐?"

"긁는 게 아니라 그냥 위약금 각오하시고 씨디원으로 갈아타시는 게 어때요? 아무리 봐도 이대로는 답이 안 보이는데요?"

"위약금이 얼만데. 그리고 인테리어도 새로 한다고 쳐봐라. 남는 게 없어. 차라리 그냥 가게 접는 게 낫지."

"수영식품그룹 상품들은 앞으로도 경쟁 편의점에는 납품 안 할 거 같아요. 몇 달 버틴다고 끝날 일이 아니에요. 빨리 결정을 하셔야 사장님도 손해를 덜 볼 거 같아요."

"누가 그걸 모르냐? 당장 어쩔 도리가 없어서 이러는 거지."

"지금 편의점 매출 점유율, 씨디원이 혼자서 85% 이상 찍는대요. 완전히 미쳤어요, 미쳤어."

알바생은 침을 튀길 듯한 기세로 말을 이었다.

"수영식품그룹에서 즉석밥도 출시하는 거 아시죠?"

"뭐야, 즉석밥까지?"

"거기는 남아도는 게 쌀이잖아요. 다른 식품회사들은 가격 경쟁력, 쌀수급력에서 절대로 이길 수가 없어요."

전국의 농가가 하수영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으니.

담합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다른 식품회사들에 대한 쌀 납품을 끊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수영 즉석밥이 아무래도 가격 경쟁력이나 품질에서 딴 즉석밥들 압살할 텐데, 그것도 분명히 씨디원에만 들어갈 거란 말이죠."

"하아……."

"황금 과자칩 스낵들도 우리 편의 점에는 이제 안 들어오잖아요."

"아, 황금비단우산버섯 오일로 튀겨서 만든다는 그 과자칩들? 그것도 수영그룹 거였어?"

"스낵 시장도 지금 수영그룹이 절 반 이상 먹었어요. 재료나 맛에서부터 상대가 안 되는데. 지금 라테제과는 시장 철수니 뭐니 하고 있구요."

"……정말 먹거리는 수영식품그룹이 전부 다 해먹는구나."

"우리가 맨날 먹는 거 절반 이상은 전부 수영식품그룹에서 만든 걸 걸요?"

기존 편의점들은 부랴부랴 브랜드를 갈아타려고 아우성이었다.

씨디원은 웬만해서는 그들을 받아주었다.

위약금의 일부를 보전해 주기도 했고,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었다.

덕분에 편의점주들은 빠르게 브랜드를 갈아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갈아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귀 매장은 기존 우리 브랜드 매장과 상권이 겹쳐서 곤란 합니다."

"아니, 그전에도 장사 잘만 했는데 이러기가 어디 있어요? 제발 나도 좀 살려주세요. 같이 좀 살아 봅시다."

"죄송합니다. 저희를 믿고 계약을 해주신 가맹점주분에게 피해를 끼칠수는 없습니다."

경쟁 브랜드 입장에서는 신두와 라면이 빠진 게 뼈아팠다.

핵심 무기를 둘이나 박탈당한 채 싸우는 싸움에서 승산이 있을 수가 없었다.

편의점 회사들은 결국 진지하게 사업 철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사업을 전면 철수해야 손해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독과점 위반으로 물고 늘어지면 안 되나? 아니, 브랜드 하나가 편의점 시장을 전부 다 해먹는다는 게 말이 돼?"

"이건 엄연한 불공정 상행위라고!! 반독점 제재 대상이야!"

기존 1, 2위를 다투던 편의점 브랜드들이 연합해서 공정경쟁위반 등 다양한 혐의로 물고 늘어지기를 시도했다.

덕분에 씨디원과 프라임컴퍼니 임원들이 공정위 사무소를 밥 먹듯이 드나들었다.

"불공정 독점이라니요? 우리 프라임컴퍼니는 공정한 시장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귀사에서 계열사 편의점에만 상품을 납품함으로 인해, 다른 편의점브랜드들이 큰 손해를 입고 있는데요?"

"씨디원은 우리 계열사입니다. 계열사의 경쟁사를 우리가 배려해 줘야 합니까?"

"그 덕분에 씨디원이 편의점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런 독과점 시장은 시장 발전을 저 해합니다. 규제 대상입니다."

다른 위원도 거들고 나섰다.

"수영식품그룹은 씨디원에만 모든 상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함으로써 시장 균형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인정하십시오."

"위원님, 인정 못 합니다."

"뭐요?"

"씨디원은 다른 중소형 마트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모든 상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

예상을 못한 반격에 위원들의 안색이 변했다.

희희낙락하던 경쟁 편의점 임원들의 눈빛도 덩달아 굳어졌다.

"동네 슈퍼마켓들도 우리 회사에 주문만 하면 씨디원 가맹점에 납품하는 모든 상품들을 정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 그래요?"

"사실 우리 입장에선 전혀 남는 게 없습니다. 차라리 동네 슈퍼들을 우리 가맹점으로 끌어들이는 게 이득이지요. 하지만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

"씨디원은 다른 재벌 편의점들과 달리 동네 중소 슈퍼들과 상생하는 편의점입니다."

씨디원 임원은 조소를 머금으며 경쟁 편의점 임원들을 흘끗거렸다.

"의도적으로 작은 슈퍼들을 고사시키고, 강제로 가맹점으로 끌어들여 착취해 온 재벌 편의점들이야말로 오히려 반독점 제재 대상인 거 같은데요?"

"……."

공정위는 말문이 막혔다.

경쟁 편의점들의 최후의 발악은 결국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편의점 브랜드들은 하나둘씩 사업전면 철수를 진행했다.

***

신두와 라면 등 메인 식품을 무기로 내세운 씨디원은 마침내 대한민국유일무이한 편의점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동네 슈퍼들도 씨디원에서 동일한 물품을 공급받아 장사할 수 있었기에, 바닥 민심은 괜찮은 편이었다.

씨디원 또한 동네 슈퍼의 상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매장을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편의점 매장의 숫자가 적절하게 조율되는 효과까지 있었다.

하수영은 오랜만에 버킷리스트에 표시를 추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나 혼자만 편의점 장사하기(V)

***

미 핵잠수함 2척이 부산에 입항했다.

마중을 나온 잠수함사령부 군인들은 저 멀리서 거대한 대형 잠수함이 다가오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진짜, 진짜 큽니다."

"이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비교도 안 되겠는데요?"

"전장 83미터짜리하고 170미터짜리가 어디 감히 비교할 수나 있겠어?"

"길이만 두 배 이상에, 배수량은 무려 다섯 배나 되는데 말입니다."

"진짜 이제부터 우리가 저 잠수함을 타게 된다고?"

"미군이 이런 엄청난 선물을 줄 줄이야. 정말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이게 다 하수영 의원님 덕분입니다. 그분이 독도 펜션 위협한 일본 잠수함 가지고 잘 협상한 덕분에 미국이 이런 선물을 준 거 아닙니까?"

"땅개 놈들 땅을 치고 질투하겠습니다. 하수영 의원님, 육군 출신으로 아는데 정작 해군에 이런 큰 선물을 주셨으니."

"그냥 병특으로 몇 주 군사훈련 받고 예비역으로 빠지신 거 아니었습니까?"

"훈련은 육군에서 받았다고 육군 출신이라고 땅개놈들이 자랑하듯이 말하고 다니던데 말입니다."

"어쨌든! 하수영 의원님은 뼛속까지 해군 마인드라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해신이라고 불리는 분이신데, 어디 육군 따위가 감히 자기들 족보에 그 분을 넣으려고."

16,000톤 이상의 대형 잠수함이 접항하자 승조원들은 가슴이 웅장해졌다.

"아, 저기 하수영 의원님인 거 같습니다!"

"잠수함 입항 때 오신다고 하더니, 역시!"

"아, 당연히 오셔야죠!"

저쪽에서 하수영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해군 참모총장 등 무시무시한 별들이 에스코트하듯이 함께 움직인다.

"어? 그런데 의원님, 지금 머리에 군모 쓰고 계시지 않습니까?"

"별이 하나, 둘, 셋…… 12스타 계급장을 달고 계시는데요?"

12장성은 없는 계급이니 계급 사칭은 아닌데, 왜 저러셨지?"

하수영은 2척의 핵잠수함 앞에 서서 올려다봤다.

외부에 나와 있는 미군 장교들이 이쪽을 향해 경례를 했다.

옆으로 다가온, 2스타 미군 장성이 열심히 설명을 했다.

"건조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후기형 오하이오급 핵잠입니다. 지구상 그 어떤 잠수함보다 쾌적한 실내환경을 자랑합니다."

"후기형이라서 확실히 그런 점은 좋군요."

"수직발사관에는 전략 탄도미사일 24기, 혹은 순항미사일 154기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이 잠수함 한 척으로 한국 해군 전력 전체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핵미사일도 실려 있나요?"

"예? 수직발사관과 어뢰관은 당연히 비어 있습니다만……."

"네? 핵미사일도 같이 주는 거 아니었어요?"

미군 3성 장군은 당황해서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미군은 핵잠수함을 제공한다고 했지, 핵을 제공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

한국 정부도 당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고, 그런데 하수영은 진심으로 놀란 듯이 보였다.

"이럴 수가…… 핵잠수함이니까 당연히 핵미사일도 세트로 딸려오는 줄 알았는데, 그냥 텅 빈 껍데기만 온 건가요?"

해군 참모총장이 부랴부랴 나섰다.

"의원님, 무한한 잠항 작전이 가능한 핵잠수함 2척이 생긴 것만 해도 우리 해군 입장에서는 엄청난 전력 상승입니다."

"맞습니다. 이미 우리 군은 잠수함탄도미사일 개발을 마쳤습니다. 신형 오하이오급 핵잠수함과 결합하면, 게임 체인저 카드 하나가 추가 된 셈입니다."

하수영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핵잠수함에 핵미사일이 없으면 팥 없는 붕어빵, 김치 없는 라면인데……. 우리는 핵미사일 언제 만들어요?"

"……."

"……."

당연히 한국이 핵미사일을 만들 일은 없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국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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