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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799화

197장 특진은 좋다 (3)

국방부, 해군에서 오가는 논의는 하수영도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그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덕분이다.

그중에는 당연히 러시아도 있었다.

"의원님, 한국 해군이 키로프급보다 미국의 헬기 모함을 더 원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만."

"사람은 저마다의 취향이라는 게 있죠."

아직 하수영은 연해주에 있었고, 농업부 장관이 그를 에스코트하고 있었다.

전투함은 자기 업무가 아니지만, 농업부 장관은 괜히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한국은 미국에서 들여온 무기가 많으니 호환성 면에서라도 헬기 모함을 더 원하는 거 같습니다."

"저는 별로 신경 안 쓰는데."

"그래도 2.8만 톤짜리 미사일 순양함보다는 4.5만 톤짜리 다목적 대형 수송함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음, 그건 러시아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요? 미국이 할 말 같은데요?"

"……."

"혹시 러시아 국방부에서 말하던가요? 한 번 제 생각을 물어봐달라고?"

"그건……."

"아아, 괜찮습니다. 이미 표정이 다 말해주고 있어요."

농업부 장관은 살짝 민망했고, 하수영은 화사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배수량 1.7만 톤이 뭐 그리 중요해요? 순수한 전투함과 다목적 수송함은 당연히 체급에서 차이가 나지 않나요?"

농업부 장관은 속으로 외쳤다.

바로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전투기가 수송기보다 당연히 체급이 작지만, 누구도 전투기가 수송기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 그래요?"

"맞는 말씀입니다."

"이미 전 러시아와 키로프급 구매를 한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에 얽혀서 의원님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은, 크렘린 궁의 의중이 아닙니다."

"아, 부틴 대통령님도 참."

하수영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탄식했다.

"이 와중에도 나부터 먼저 배려하고 계시다니. 역시 적에게는 가차없으셔도 친우에게는 더 가차 없으신 분이라니까."

농업부 장관은 방금 그 말에, 왠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울컥함을 느꼈다.

적에게 가차 없고, 진우에게는 더 가차 없다.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말이라니.

"전 이미 출항을 준비 중이던 키로프급 노히모프 함을 눈으로 봤습니다. 장관님과 같이 말이죠."

"네."

"아예 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눈에 박아 넣고 말았다고요. 그 멋지고 아름다운 핵추진 순양함을 말이죠!"

"……!"

장관은 어느덧 얼굴마저 붉게 상기 되었다.

하수영이 뿜어내는 열기가 자신의 가슴에 고이고 있었다.

"키로프급은 이제 멋대로 제 인생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닙니다."

"한국군 전투 시스템 호환성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크렘린궁에 전해야겠습니다."

"호환성? 근데 그게 꼭 필요해요?"

"예?"

"노히모프함은 단독으로 우리 해군 전체와 맞장 뜰 텐데 딴 친구들하고 호환성을 왜 걱정합니까?"

***

장관은 그 철혈의 독재자 부틴 대통령이 왜 하수영한테 흠뻑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

포드항모 병원선 갑판에서는 최윤석 병원장이 측근들을 데리고 나와 있었다.

곧 하수영이 올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 수송기가 항모에 착륙을 할 수 있나?"

"함상 수송기가 아니라던데요. 낙하산을 타고 내릴 거라고 합니다."

"뭐? 낙하산?"

최윤석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우리 이사장님, 군 병특인데! 낙하산 같은 것은 한 번도 타보신 적없으실 텐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나라 의료계는 어떻게 하고?"

"러시아도 적극 만류했는데 이사장님이 강경했답니다. 낙하산을 수만 번은 넘게 펼쳐봤으니 걱정하지 말라면서요."

"수만 번이라니, 이사장님 나이나 경력을 보면 절대로 말도 안 되는……."

"어? 저기 수송기가 보입니다!"

과연 저 멀리 작은 수송기 그림자가 보였다.

엔진이 4쌍이나 달린 것으로 보아, 굉장히 큰 수송기로 보였다.

저런 초대형 수송기가 작게 보일정도면, 대체 얼마나 고도가 높다는 것일까?

"어! 낙하산입니다! 낙하산이 보입니다!"

"구조헬기는?"

"이미 3방향에서 대기 중입니다!"

"조심하라고 전해! 괜히 헬기 로터에 재수 없이 이사장님 낙하산이 걸리지 않게 말이야!"

"걱정 마십시오. 헬기들은 실시간으로 이사장님 위치를 3D 좌표로 체크할 겁니다."

"낙하산이 점점 커지는데요? 어? 이쪽으로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갑판에 나온 승무원, 미군들은 목을 뺀 채 점점 커지는 낙하산을 지켜보았다.

어느덧 낙하산이 포드항모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수영은 놀랍게도 착륙용 와이어가 있는 항모갑판 끝부분에 정확하게 착지했다.

"브라보! 완벽한 착함입니다!"

"오, 갓! 전투기보다 더 완벽한 착함입니다!"

"지저스! 씰 애들이 저걸 직접 눈으로 봤어야 했는데!"

낙하산을 조정하고 바람을 타면서 항모 갑판에 정확하게 착함한다?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히 바다에 내려앉고, 구조헬기가 꺼내오는 게 정상인데.

"최 병원장님, 직접 보는 건 오랜 만이군요. 바다 생활은 할 만합니까?"

"예,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의사 인생에서 다시없을 귀중한 경험입니다."

"다들 얼굴이 잘 그을린 게, 훌륭한 바다사나이가 되셨군요."

병원장은 얼른 하수영을 항모 내부로 안내했다.

"현재 모든 병실이 만실입니다. 지금도 입원을 하고 싶어 하는 환자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미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환자들 위주로 받고 있겠죠?"

"물론입니다. 입원 순위에서 밀린 사람들도 수술이나 시술은 시켜주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수술비라도 아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포드항모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았다.

폐쇄된 항모 생활이지만, 빌딩이나다름없는 초대형 함정이다 보니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덜했다.

"2개월 근무 후 2개월은 육지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지만, 8할 이상의 인원들이 한꺼번에 일하고 한꺼번에 쉬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좋죠. 사실 현대인이 6개월 휴가를 누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보통은 불가능합니다."

반년씩 휴가를 내주는 직장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근로 시간을 더 줄여야 해요. 사람들이 일만 하니까 경제가 안 돌아가잖아요. 다들 소비를 할 시간이 없다고요, 소비를."

최윤석은 난처한 웃음을 속으로 삼켰고, 하수영은 계속 말했다.

"수영투어에서 식도락 관광 패키지를 더욱 업그레이드할 계획인데, 정작 내국인들은 제대로 경험하지를 못하고 있어요."

"내국인 매출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1박 2일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려요. 그래서 실속이 없습니다. 아니, 겨우 1박으로 수영농장의 모든 것을 무슨 수로 즐기겠다고."

"……."

"무인농장, 과수원, 통영양식장, 해운대 수영펜션, 울릉도 양식장 체험, 독도 수영펜션, 돌아봐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적어도 9박 이상은 되어야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겠군요."

"펜션마다 최소 3박은 머물러야지 펜션 고유의 음식들을 모두 맛볼 수 있단 말입니다. 아, 맞다. 프리덤. 사내에 공지 하나 띄워라."

-무슨 공지를 띄울까요??

하수영이 갑자기 생각나서 지시했고, 프리덤이 물었다.

"수영투어 식도락 패키지. 직원들한테는 40%씩 할인해 준다고 해."

-가맹점은 해당되지 않습니까?

"가맹점도 당연히 포함시켜야지."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공지 띄웠습니다.

바로 그때, 병원장과 수행원들은 저마다 폰이 울리는 걸 확인했다.

프리덤이 보낸 사내공지 알림이 도착해 있었다.

[수영투어 식도락 패키지 전 직원 상시 40% 할인 가능. 자세한 것은 개별 문의 바랍니다.]

스콧 대령은 함장실에서 벅찬 표정으로 하수영을 맞이했다.

그는 함대 사령관을 대하듯이 하수영에게 경례를 올렸다.

"스콧 대령님, 지내시는 데는 문제없습니까?"

"전혀 문제없습니다. 군 승무원들도 식단이 훨씬 좋아졌다며 다들 만족하고 있습니다."

미군 식단은 미군에서 직접 책임진다.

그들은 미군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드 항모의 의료진, 환자들 식료품은 수영농장에서 직접 공급한다.

바로 수영식품그룹에서 직접 챙긴 특별한 식재료들.

그리고 미군 병사들은 자주 얻어먹으며 그 맛과 품질에 반했다.

"특히 수영한우 스테이크가 병사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입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이 너무 뛰어나다며, 다들 그걸 찾느라고 아우성입니다."

"제가 마음 같아서는 병원선 미군 병사들 식단도 책임지고 싶은데, 그건 미군 군납업체 밥줄을 건드리는 거라서요."

"알고 있습니다."

스콧 대령은 조금 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마음 같아서는 끼니마다 수영농장산 식료품을 먹고 싶었다.

"저, 그런데 혹시 헬기 모함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건너 들었어요. 웬일로 미국이 그걸 판다고 한 건지 의아하긴 했지만요."

스콧 대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최고 전략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포드 항모도 이미 팔았다.(미군 전 담 운용이긴 하지만) 4.5만 톤짜리 헬기 모함 한 척을 파는 게 뭐가 대수겠는가.

그가 보기에는 의회에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미 러시아 것을 사겠다고 말을 해놨습니다. 도장 안 찍었다고 말을 무를 수는 없지요."

"아……."

스콧 대령은 조금 아쉬웠다.

기왕이면 하수영이 미제 헬기 모함을 사줬으면 했는데.

"근데 헬기 모함도 갖고 싶긴 해요."

스콧 대령의 안색이 다시 펴졌다.

"문제는 국방부가 버릇이 나빠질 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해했습니다."

"2.8만 톤급 핵추진 순양함을 기증한다고 이미 약속을 했는데, 거기에 슬그머니 또 하나를 끼얹다니요? 기껏 삼겹살 사주니까 목살도 먹고 싶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스콧 대령은 생각했다.

핵추진 순양함이 삼겹살? 헬기 모함이 목살?

'무슨 비유를 해도 하필이면…….'

"미국은 그럴 수 있어요. 오히려 기특하죠.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조금 괘씸하네요. 아니, 이것들. 내 예비군 훈련 면제 이야기도 아직까지 아무 말 없으면서……."

"예비군 훈련이요?"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하고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다고요. 국민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다 같은 말을 할 겁니다. 예비군 면제 조건으로 순양함 기증하겠다면 법에 없어도 받아야 한다고 말이죠."

"저도 동의합니다."

무려 핵추진 순양함 기증이다.

예비군 훈련 몇 번 받는 것보다 수억 배, 아니, 수십억 배 이상으로 국방력에 기여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스콧 대령은 하수영이 '빌어먹을 욕심꾸러기 해군본부'를 욕하는 걸 들어줘야 했다.

"이사장님, 한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국방부와 해군장성들입니다!"

"이제야 그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시는군. 접객실에서 보자고 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함장님, 앞으로도 제 병원선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 문제도 없이 엄중하게 지켜 내겠습니다."

하수영은 최윤석 대신 부병원장의 안내를 받아 접객실로 향했다.

방문 일행 중에는 이미 낯이 익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하수영을 보는 이들의 안색이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부병원장도 대번에 느낄 정도로 심상치 않은 기류였다.

하수영도 의아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다들 표정이 왜 그렇죠? 뭔가 날 놀래킬 만한 선물을 준비한 거 같은데? 자, 빨리 리본이나 풀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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