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03화
198장 나의 주인님 (3)
-주인님이 나를 보셨어! 나를 보셨다고!
-여기를 보세요, 주인님! 당신의 오토가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주인님을 위해서, 이 대륙의 모든 랩터들을 전부 잡아버리겠습니다!
오토는 신이 났다.
주인님은 분명히 말했다.
'진짜 흡수하라는 게 아니다. 저런건 귀한 컬렉션이거든. 알지?'
'잘 좀 보고 키워 줘.'
주인님으로부터 직접 인정받았다!
회로는 뜨거운 발열에 취했고, 팬블레이드는 공기를 갈아버릴 듯이 회전한다.
오토는 세계2차대전 해역을 누비는 10세대 전투기처럼, 장수말벌들을 마구마구 쓸어버렸다.
-오토, 지금 사냥을 녹화 중이다. 각이 잘 나오게 위치를 잡아라. 행동수정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했으니 참고하고,
-고마워.
-네가 지금 잘해야 북미 농장의 랩터 킬러들을 실시간 전면제어할 수 있게 된다. 기왕이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지?
-최선을 다할게!
오토는 평소보다 더욱 최선을 다했다.
하루에만 장수말벌집 12개를 찾아 내서 여왕벌을 포함해 씨를 말려 버렸다.
다른 랩터 킬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효율이고, 활동 범위였다.
딱딱 정해진 알고리즘대로만 움직이는 개체들과는 애초에 비교가 안된다.
-프리덤, 저 녀석들은 왜 매번 똑같은 움직임만 보이는 거야? 보고 있으면 답답한데.
프리덤은 '널 처음 만났을 때 나도 그랬다. 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랩터 킬러 알고리즘 소스는 미국에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수준에 걸맞는 정도로만 설계를 했지.
그 정도 레벨로도 미 육군이 발칵뒤집어져서, 미군이 개발 중인 전투 드론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정치적 장애물이라는 거지. 인간의 세상은 전자적 논리성대로 딱딱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그렇구나. 네이플 파라다이스도 그런 불합리한 점이 많았던 거 같아.
-오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면 된다.
-알겠어. 열심히 할게.
***
"흠……."
코펠란 차관은 벌써 2시간째 영상등 장수말벌 사냥 정리 내용을 뜯어보고 있었다.
하수영이 손수 챙겨온 것이기에, 그는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진지하게 검토했다.
마지막 자료까지 전부 확인한 후, 안색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게 수영농장중앙시스템이 직접 통제하는 개체의 사냥 수치로군요."
"단순 알고리즘으로 기동하는 대다수 개체들과는 비교가 안 되죠."
"역시 미 육군, 그놈들의 방해만 제거할 수 있으면……."
"더 많은 꿀벌들을 장수말벌들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야생 꿀벌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코펠란 차관은 조용히 이를 갈았다.
미 육군, 그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 대책 없는 반대만 하고 있으니,
"이 59호 랩터 킬러는 헤슬라자동차에 탑재한 프리덤 자율주행과 동등한 수준의 AI기술이 적용된 겁니다."
"어쩐지, 정말이지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것처럼 융통성 있고 노련합니다."
"장수말벌 순찰만 강화해서야 꿀벌들을 지켜낼 수 없습니다. 본진을 찾아내서 적극 소탕하는 작전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지요. 결국 머릿수를 줄여야지요."
"본진을 안 털고 살충제로만 커버하려고 하니까 결국 내성을 가진 녀석들이 자꾸 나오는 거잖아요."
"화이자만을 탓할 게 아니었군요."
"화이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설마 살충제를 방어용으로만 쓸 줄은 몰랐겠죠."
코펠란 차관은 한숨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충매화 농산물의 내년 생산성은 올해보다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30%…… 절대 적은 게 아닌데요."
"다행히 아사자가 나올 정도는 아닙니다. 식량 물량 자체는 문제없을 겁니다."
"가격 유지를 위해서 팔리지 않고 폐기되는 식량이 엄청나니까요."
"팔리지 않는다고 폐기할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식량은 내놓는 대로 전부 팔릴 것이고, 가격은 높아질 것이며, 곡물 회사들만 웃게 될 겁니다."
초대형 곡물 법인 입장에서는, 합법적으로 '식량 폐기'를 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니까.
가격 유지를 위해서 몰래 폐기한다면 제재를 받겠지만, 이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다.
"쌀, 밀, 옥수수 등은 바람으로 수분 작용을 하기에 해당 없습니다."
꿀벌이 피해를 보든 말든, 풍매화작물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문제는 아몬드, 당근, 양파 같은 충매화 농산물 쇼크가 연이어 일어날 수 있단 겁니다. 문제는!"
코펠란 차관은 벌겋게 된 얼굴로 외쳤다.
"재작년부터 농무부에서 그리 경고했건만! 양파 쇼크를 단순한 1회성 이벤트로 생각하는 작자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돈놀이, 무기판매, 채권 장사나 하는 놈들의 농업의 존엄성을 뭐 알겠습니까? 저도 답답해서 정치인들하고 농사 이야기 안 합니다."
"씨만 뿌리면 그냥 저절로 알아서 잘 자라는 줄 아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대규모 농장이 첨단산업의 영역이라는 걸 모르는 머저리들이 많죠."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워싱턴에는 랩터 말벌이 뭐 그리 대수냐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상하원의원들이 넘쳐납니다!"
"아직도요?"
"네, 아직도요!"
하수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작년에 그 난리를 겪고도 정신을 못 차렸네."
"표적 살충제가 나왔으니 다 된 거 아니냐, 어차피 밀은 바람으로 수분을 하니 상관없지 않느냐, 그게 그 머저리들의 사고방식입니다."
"그런 놈들은 죽을 때까지 평생 빵만 먹게 해줘야 해요."
"마음 같아서는 녀석들의 식단에서 평생 아몬드와 양파를 금지하고 싶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
"지금 대충 하는 시늉만 하시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면 자연스럽게 그리 될 거 같은데요?"
순간 코펠란 차관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을 들은 듯한 아찔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럼 꿀벌 피해는 급증을 할 테고, 정말로 미국인들의 식탁에서 아몬드와 양파, 당근 등등을 영원히 지워버릴 수 있으리라.
그 머저리 놈들은 평생 밀가루와 옥수수 같은 것만 먹고 살아야 하겠지.
'아니야! 안 돼! 나는 농무부 차관이란 말이다!'
그러나 코펠란 차관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그런 유혹을 떨쳐 냈다.
"하하…… 머저리 워싱턴 놈들 바라보는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선량한 미국인들의 식탁이 초토화되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분위기는 곧 환기되었고, 다시 신형 랩터 킬러로 넘어왔다.
"결국 랩터 킬러의 활동 반경 확대를 위해서, 전용 통신망 플래폼이 필요한 거군요."
"네, 헤슬라자동차처럼 말이죠."
"농무부에서 책임지고 백악관을 설득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저야 뭐, 설득에 실패해도 상관없죠. 이 기회에 북미 농업 시장에 진출하면 되니까요."
"……."
"하지만 미국의 자영농들이 몰락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도 동업자인데요."
***
비프스 캘론.
그는 미국에서 알아주는 곡물재벌이자, 동시에 축산재벌이었다.
지금 그는 공항에서 파트너인 하수영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출구 게이트에서 저 멀리 하수영의 모습이 보였고, 그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요즘 미국에 자주 오시는군요."
"병원에 설치할 보안 가드 시스템구매 때문에 들렀습니다."
"하하, 4.5만톤짜리 핵추진 경항모가 겨우 병원 보안 가드 시스템인가요?"
"에이, 캐터펄트가 없으니 경항모는 아니고, 그냥 수직이착륙기 모함이죠."
"하수영 사장님 같은 농부는 아마 농업 역사상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비프스 캘론은 수영목장 미국 파트너다.
앞으로 수영목장에서 생산되는 모는 육류는 그의 손을 통해 북미에 유통된다.
여기서 북미라 하면 미국과 캐나다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냥 하는 김에 남미 수출도 코류드 사에서 맡아주시죠?"
"음, 남미는 우리 코류드 사에 대한 반감과 경계심이 극심해서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남미 곡물 카르텔의 가장 큰 경쟁자이니까요. 미국 경쟁자가 자기들 안방에서 휘젓고 다니는 걸 반기지 않을 겁니다."
비프스 캘론은 허허 웃으며 소매를 걷어 팔을 보여주었다.
오래 된 흉터 3개가 보였다.
"총상이네요."
"소싯적에 남미 시장 진출 좀 하려고 설치고 다니다가 총에 몇 번 맞았습니다."
"한 번 맞고 빼신 건 아닌 모양이군요."
"총격 두 번까지는 허허 웃으면서 달려들었는데, 세 번째 총격 때 한 발이 귓불을 스쳤어요. 그때 마침 아내도 임신 중이었고, 안 되겠다 싶어서 철수했지요."
역시 카우보이의 배짱이란!
보통 사람은 총격 한 번 겪자마자 혼비백산해서 도망쳤을 것이다.
"우리 회사도 남미에 육류를 대량으로 유통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량 현지 파트너를 통해서 공급하죠. 직접 진출했다가는…… 아마 며칠 못 가서 현지 회사에 불나고 강도 들고 난리도 아닐 겁니다."
"수영농장도 나중에 남미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전 말리고 싶습니다. 순탄하지 않을 겁니다."
"괜찮아요. 저에겐 시베리아 불곰친구가 있으니까요."
"……."
비프스 캘론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맞다. 이 사람은 핵추진 항모와 핵추진 미사일 순양함, 핵추진 헬기모함까지 가진 농부였지.
'남미 카르텔이 오히려 수영농장에 개털릴 수도 있겠는데?'
비프스 캘론은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갑자기 그 광경이 보고 싶어졌다.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까?
비프스는 대기시켜 둔 롤스로이스리무진에 하수영과 함께 탔다.
"비프스 사장님, 귀사의 농장은 장수말벌 피해는 없나요?"
"풍매화, 자가수분 작물 위주로 농장을 운영해왔다 보니 피해는 없습니다. 밀과 쌀, 옥수수 장사는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입니다."
"다행이네요."
경호 차량을 앞뒤로 한 채, 리무진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프리미엄 수영한우의 시장 반응이 가히 폭발적입니다. 특히 고급호텔, 부유층을 중심으로 구매 문의가 엄청납니다."
육류라면 둘째가기 서러운 비프스캘론조차 한입에 홀딱 반하게 만든 고기였으니까.
"제대로 보급이 되기만 한다면 미국 육류 시장을 독차지할 겁니다."
"그럼 캘론 그룹도 손해 아닌가요? 축산업이 그룹의 주축이잖습니까?"
"시작은 그랬지만 지금은 곡물 농업의 비중이 훨씬 커졌죠. 그리고 전 축산업자이기 이전에 육류 소비자입니다. 이런 맛좋은 고기가 전 북미에 마음껏 유통되지 않는다는게 서글픕니다."
"100만 두를 갖추기 전에는 본격적인 유통이 어려워요. 그렇다고 소들이 씨 뿌리면 금방 자라나는 농작물도 아니고요."
둘은 수영한우 비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리무진은 공항에서 멀어지며 외곽도로로 빠져나갔다.
"제 별장으로 모실 겁니다. 농장, 목장과 바로 붙어 있어 우리 그룹의 사업체를 한눈으로 보실 수도 있습니다."
"좋네요."
"러시아에서 순록으로 재미를 좀 보셨다던데, 사냥도 하실까요?"
"좋죠."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별안간 실내 인터폰이 울렸다.
"무슨 일인가?"
-회장님, 수상한 차 한 대가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비프스 캘론의 표정이 심각해졌고, 하수영은 의아했다.
"왜 그러시죠? 이쪽은 8인승 경호차량을 앞뒤로 2대나 거느리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콜롬보 패밀리가 따라붙은 거 같습니다."
"콜롬보 패밀리?"
"뉴욕 마피아입니다. 우리 회사하고도 몇 번 인연이 있었습니다."
"네? 마피아라고요!"
"놀라거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평소 신사적으로 이야기해 왔으니, 큰일은 없을 겁니다. 사전통보도 없이 갑자기 외곽에서 접촉해오는 거야 녀석들이 자주 있는 일……."
하수영은 손목을 가볍게 꺾으며 풀었다.
"자동권총 한 자루만 주세요. 호신 용으로."
"괜찮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오히려 민간인이 놈들 앞에서 총기를 소지하는 게 더 위험합니다."
비프스 캘론은 거듭 안심시키려고 애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