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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12화 (812/1,270)

프랜차이즈 갓 812화

201장 최후의 만찬 (1)

콜롬보 패밀리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카지노가 가압류당했고, 담배 사업은 국세청한테 스토킹 당하는 중이니.

국세청은 출하된 담뱃잎의 양과 판매된 담배의 양을 비교한 뒤, 막중한 과징금을 때렸다.

정치인, 검찰과는 싸워도 국세청과는 싸우지 마라.

미국 마피아들의 철칙이다.

미 국세청이라 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돈에 혈안이 된 돈귀신들.

월가를 주름잡는 금융가들이라고 해도, 미 국세청보다 돈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세금으로 국세청과 다투지 마라.'

조직이 뿌리가 뽑힐 수도 있다.

국세청은 담배 농장의 면적을 토대로 평균적인 생산량을 산출했다.

-이 정도 농지 면적이면 담뱃잎 x 톤 정도는 생산이 가능하겠군.

-그럼 담배는 y개 정도 생산했겠지?

-그런데 왜 매출은 z달러밖에 안되지? 너, 탈세! 무조건 탈세! 억울하면 탈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시던가! 아니면 우리와 한 번 끝까지 가보시던가!

최대 추정치가 아니라 평균 추정치를 적용해 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과징금을 왕창 뜯기긴 했지만, 그래도 담배 사업으로 본 수익의 상당량은 지켜낼 수 있었다.

"카지노와 담배공장, 두 곳에서 들어오는 현금이 말라서 다른 사업들을 진행하는 데 지장이 큽니다."

"빅보스, 현금이 필요합니다. 지금 조직에 너무 유동성이 부족합니다."

"지금 진행 중인 기업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안정적인 돈줄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와서 발을 뺀다면 손해가 너무 큽니다."

새로운 캐시 카우를 만들어야 한다.

카지노, 담배 사업이 남긴 빈자리를, 조직원 전부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희소식이 들어왔다.

"보스! 알트리아가 아시아에서 담뱃잎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담뱃잎을 왜 미국까지 수입하지? 그냥 아시아 공장으로 돌려서 바로 담배를 만들면 그만일 덴데."

"아시아 공장을 돌리고도 양이 남고, 미국 담배 농장 생산원가보다 훨씬 싸서 미국 공장까지 들여오는 거라고 합니다."

현금 확보 문제로 골치가 아프던 요셉 입장에서는 희소식이었다.

"좋아. 그럼 놈들과 한 번 접촉을 해보자. 담뱃잎 확보가 안 되니 외부에서라도 사와야지."

***

하수영은 작은 위장용 상사를 만들어서 콜롬보 패밀리와의 거래에 내세웠다.

수영농장의 이름 위에 필터링을 한 겹 씌운 것이다.

작정하고 알아내고자 하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녀석들이 그런걸 신경 쓰겠는가.

그냥 물건만 잘 받으면 그만일 덴데.

콜롬보 패밀리에서 보낸 해외 에이전트가 협상을 위해 한국으로 왔다.

"질 좋은 담뱃잎 2만 톤을 수입하고 싶습니다. 다만 정식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은 거래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밀수를 하자는 거군요."

"어렵습니까?"

"농가 입장에서야 돈만 받으면 그만이죠. 어차피 세금도 없으니."

본래 식량작물은 소득세 완전 면제, 비식량작물은 소득 50억까지는 면제였으나.

얼마 전 모든 농축수산물에 관한 소득세를 면제한다는 법이 통과되었다.

'담배는 대체 뭐 때문에?'

라는 외침이 있긴 했지만, 하도 여론이 막강해서 엉겁결에 담배도 묻어갔다.

"우리는 컨테이너 항구인도까지만 책임질 겁니다. 그 다음은 귀사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에이전트는 패밀리가 맡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것에 한시름을 놓았다.

2만 톤.

얼마 안 되어 보이지만 북미 연간 소비량의 5%가 넘는 담배를 만들 수 있는 물량.

그리고 담배 밀매의 진가는 바로 탈세에 있다.

10달러의 매출이 발생하면 9달러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밀매업자가 꿀꺽 삼키는 것이다.

괜히 국세청이 담배 밀매 때려잡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게 아니다.

달콤한 독이 묻은 담뱃잎 컨테이너가 미국행에 올랐다.

***

콜롬보가 소유한 카지노 호텔은 파산 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청산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하수영의 잭팟 당첨금이 1순위였기에, 다른 채무들은 모두 포기했다.

애초에 채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말 그대로 매일 현금이 쏟아지는 알짜배기 캐시 카우 사업이었으니.

그렇게 호텔 카지노는 하수영의 소유로 넘어왔다.

"지금 명의를 엠파이어 트러스트에 넘길 필요는 없겠군."

굳이 콜롬보 패밀리 눈에 벌써부터 띌 필요는 없으니까.

아랍 왕자란 이름, 네바다 도박관리위원회, 미 국세청 공권력의 콜라보는 대단했다.

그 무서울 것 없는 마피아로 하여금 카지노에서 이렇게 쉽게 발을 빼게 만들었으니.

"담배 사업을 같이 친 게 괜찮았어요. 콜롬보 패밀리로서는 가능성 없는 카지노를 빨리 접고, 그쪽 문제해결에 치중하는 길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판단이 제법 냉정해서 놀랐어요. 마피아 놈들이라면 뒷생각 없이 카지노 못 잃는다고 총질이나할 줄 알았는데."

"특수기동대를 보낸 게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요셉 콜롬보는 마피아라기보다는 잔혹한 사업가예요. 마피아란 직위를 사업 운영에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사업 재능이 없지는 않다?"

"뛰어난 편이죠. 그 재능을 불법 사업에만 쏟아붓는다는 게 신의 장난이지만."

"글쎄요, 불법 사업을 굴리는 데만 특화된 재능일 수도 있죠. 정상적인사업은 제대로 건사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미레아는 여전히 하수영과 미 연방 정부, 주정부 간의 소통을 조율했다.

"담배 농장은 미 국세청 조사 때문에 멈췄고, 담배를 찍어낼 담뱃잎을 어렵게 수입했으니……."

"이제 현금 모으려고 열심히 담배만들겠네요."

"컨테이너를 추적할 수만 있으면 비밀 담배공장을 찾아내기 쉬울 텐데."

"발신기 달아도 소용없나 보죠?"

미레아는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요즘 마피아들, 그런 전자전에 얼마나 철저한데요. 수상한 전파가 감지되지 않나 싹 훑어본다고요."

"이야, 전자전까지?"

"그래도 컨테이너를 한국에서부터 추적 중이니까 수고가 들 뿐, 담배공장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몇 개냐가 관건이지만."

당연히 콜롬보 패밀리도 그런 불법 사업장은 여러 개로 분산을 시켜둔다.

연방 검찰도 모처럼 잡은, 대어를 낚을 기회를 마다치 않았다.

"이런, 콜롬보 패밀리가 연락을 했네요."

하수영은 폰을 흔들어 보이며 조소했다.

"카지노와 담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배가 고픈가 봅니다."

연락을 한 이는 요셉이었다.

수영농장 참치스테이크를 예약하기 위해서.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검은 세단 다섯 대가 도착했다.

요셉이 먼저 내려서 부친인 조노반의 하차를 에스코트했다.

조직원들의 경호 속에, 패밀리는 빌딩에 들어섰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하수영이 지배인 복장을 한 채 그들을 정중히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빅보스."

조직원 중 카지노에서 하수영을 만났던 이는 없었다.

있었다 해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는 큰 선글라스를 썼고, 복장 또한 너무 차이가 났으니.

지금은 누가 봐도 단정한 느낌의 젊은 레스토랑 지배인이었다.

"저번에 자네가 요리해 준 그 참치 스테이크로 부탁하네."

조노반은 검버섯과 무기력함이 가득한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수영이 물러가고, 침통한 분위기가 테이블에 내려앉았다.

얼마 후 요리가 나왔고, 조노반은 말없이 그것을 자르고 씹어 삼키기만 했다.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는 듯.

스테이크 3덩이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난 후에야, 조노반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마르카 그놈이 이 늙은 애비를 이렇게 실망시킬 줄은 몰랐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잘 관리하지 못한 저 때문입니다."

"그래, 네가 형으로서 잘 간수 못한 책임이다. 조직원의 잘못은 곧 보스의 책임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게냐?"

"죄송합니다."

요셉은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 사과했지만, 입꼬리는 보이지 않게 웃고 있었다.

부친의 책망은 지금 자신을 후계자로 인정하겠다는 이중적인 의미도 담고 있었다.

"사업체 유동성은 어떠냐?"

"조금 빡빡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카지노를 빨리 포기한 건 잘했다. 담배 사업에 불이 떨어졌는데, 이미 물 건너간 걸 붙들고 있을 순 없지."

"마르카 녀석이 아랍 왕자를 상대로 강탈 협박까지 한 모양입니다."

"강탈 협박?"

"네, 천만 달러만 받고 꺼지라는 각서에 강제 서명을 요구했다더군요. 그래서 화가 난 아랍 왕자가 미정부에 연락해서 특공대를 불렀고요."

"멍청한 녀석. 자기가 슬롯머신 관리는 병신같이 해놓고는,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야지."

"아버지, 마르카는 합법적이고 적당한 변두리 사업체 관리나 맡기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중요한 사업체를 믿고 맡기기에는 너무 성격이 급합니다."

"네가 알아서 하거라. 난 이제 그런 걸 생각하기도 싫구나."

요셉은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버지는 거의 자신을 후계자로 인정했다.

이제 모든 조직원들 앞에서 정식으로 공표만 하면, 콜롬보 패밀리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

"실례합니다. 주문하신 참치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애피타이저는?"

"빅보스께서 애피타이저보다 참치 스테이크 하나만을 원하실 거 같아서, 메인 디시를 가장 먼저 내왔습니다."

조노반이 늙은 눈가에 껄껄 웃음을 머금었다.

"젊은 동양인 친구가 그나마 내 맘을 잘 아는구먼. 맞네. 다른 요리는 필요 없어. 난 자네가 맛깔나게 구워준 이 스테이크만 있으면 돼."

"드시기 편하게 제가 잘라드리겠습니다."

"오, 고맙네."

하수영은 능숙한 손길로 스테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주었다.

덩달아 나이프와 포크를 들던 요셉은 불현듯 하수영의 시선을 느끼고, 살짝 굳어서 바라봤다.

'뭐야, 저 눈빛?'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의미심장하게 먹잇감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맹수 같다고 해야 할까?

왜 부친을 저런 시선으로 보는지, 요셉은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 시선이 왜 그렇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지금?"

"재료 상태가 어떤지 유심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재료?"

"네, 완성된 요리의 풍미는 재료의 상태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 말에 요셉은 의심이 풀렸다가, 다시금 냉담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조리 전에 미리 재료 상태를 살피지 않았다는 뜻인가?"

"물론 아주 신선하다는 것은 확인 했습니다. 하지만 조리가 끝나고 어떤 맛과 풍미를 낼지는, 요리를 먹을 때 비로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음, 그렇군."

그제야 요셉은 완전히 의심을 풀었다.

메뉴 완성 상태를 확인하고 가늠하느라고 유심히 보고 있었다지 않은가.

'어떤 맛이 나려나.'

이빨과 혀로 먹는 것만이 요리가 아니다.

눈과 귀로 즐기는 적의 고통과 몸부림 또한 만찬 중의 만찬이다.

콜롬보 패밀리라는 주재료.

알트리아, 미 국세청, 카지노, 그리고 담배라는 부재료, 그것들이 만들어낼 요리는, 과연 시식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자기를 위한 요리가 열심히 만들어지고 있음을 꿈에도 모르는, 비프스캘론이라는 시식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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