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14화
201장 최후의 만찬 (3)
비프스 캘론은 네바다에서 들려온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콜롬보 녀석들 카지노가 망했다고?"
"네, 웬 아랍 왕족이 엄청난 돈을 땄는데, 그걸 지불하지 못해서 카지노가 송두리째 넘어갔다고 합니다."
"대체 얼마나 큰 돈을 땄길래?"
"잘 모르겠습니다만, 카지노를 팔아도 턱도 없는 돈이라서 어쩔 수 없이 카지노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허어…… 소송으로 최대한 질질 끌면서 더럽게 나올 줄 알았는데, 순순히 넘겼다고?"
"그 아랍 왕족이 연방정부에 두터운 인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답니다.
그래서 콜롬보 패밀리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거 같습니다."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호텔카지노를 맥없이 넘길 줄이야. 뉴욕마피아 녀석들도 두려운 게 있긴 있나 보군."
비프스 캘론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오래전, 자신의 담배 농장을 뺏어간 녀석들이 천벌을 받은 것만 같았다.
'손해로만 보면 내가 입은 것의 백배, 아니 천 배는 훨씬 넘는 셈인가?'
카지노에서 가장 큰 돈을 버는 것은 카지노 주인이다.
하지만 담배 사업에서 가장 큰 돈을 버는 것은 담배 농장주가 아니라, 바로 정부다.
담배는 매출의 90% 이상이 세금이기에.
그 다음은 밀매업자다.
저 많은 세금을 횡령할 수 있기에.
'속이 다 시원하군.'
대체 얼마나 큰 잭팟을 터뜨렸기에, 카지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아랍 왕족이라고?'
짐작 가는 게 없다.
그래도 카지노를 잃은 것은 분명했기에, 비프스 캘론은 모처럼 콜롬보 패밀리를 기분 좋게 떠올릴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쏴죽이고 어디 조용히 파묻었겠지.'
역시 아랍 왕족 정도는 되어야 마피아 녀석들한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걸까?
그런데 좋은 소식이 그게 끝이 아니었다.
"회장님! 회장님! 콜롬보 패밀리 소식입니다!"
"뭐야? 녀석들이 어디서 잭팟이라도 터뜨린 거라면 말하지 말게. 스트레스 때문에 남은 머리카락들도 다 빠져버릴 순 없으니."
"국세청이 녀석들 담배 사업을 덮쳤습니다!"
순간 등줄기에 찬물을 끼얹은 듯 소름이 쫙 끼쳤다.
비프스 캘론은 들고 있던 신문도 내려놓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돌아봤다.
"정말인가?"
"네! 녀석들이 가진 담배 농장 말입니다!"
"내 담배 농장이지."
"네! 회장님의 담배 농장! 그 담배농장을 국세청이 덮쳐서 전수조사했답니다! 콜롬보 패밀리가 가진 담배제조 회사도 덮쳤고요!"
콜롬보 패밀리는 정식 담배 제조회사도 갖고 있다.
당연히 허가도 제대로 받았지만, 진짜 목적은 밀매에 있었다.
생산한 담배의 일부를 신고하지 않고 팜으로써 밀매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담뱃잎 생산량을 추산해서 맞지 않는 부분은 임의짐작으로 과징금을 때렸습니다! 그 금액만 수천만 달러입니다!"
"수천만 달러."
순순히 냈다는 게 놀랍지는 않다.
검찰도 무서워하지 않는 마피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권력기관이 바로 국세청이니까.
물론 백악관, 국방부 등은 천상계이므로 논외로 치자.
"그리고 지금 패밀리 담배 밀조장을 찾느라고 엄청 분주하답니다! 국세청에서 콜롬보 패밀리 하나만 콕짚어서 본보기로 때리고 있습니다!"
"내가 살다 살다 국세청 녀석들을 응원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카지노란 캐시 카우가 없어진 상황에서 담배 밀매까지 마비되니, 녀석들이 진행하던 다른 사업들도 차질을 빚은 모양입니다."
"좋은 소식이군. 정말 좋은 소식이야."
엔돌핀이 한껏 충만하게 뿜어져 나온다.
"갑자기 수십 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어지는군. 내가 담배 농장을 뺏긴 울분 때문에 끊었다는 거는 알고 있지?"
"네? 제가 듣기로는 당시 사모님이 담배 안 끊으면 만나주지 않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끊으신 것으로……."
"젠장,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어?"
"사모님께 들었습니다."
"……."
비프스 캘론은 잠시 굳어 있다가 멋쩍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와이프가 자네를 참으로 신뢰하나 보군. 그런 특급 기밀을 발설하다니. 혹시…… 또 다른 이야기를 한 건 없나?"
"또 다른 이야기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가 요셉 그 개자식한테 담배 농장 뺏기고 스트레스성 탈모가 와서……."
"이미 그 전부터 유전성 탈모가 시작된 거라고 하셨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전부 콜롬보 패밀리 탓만 하신다고……."
"……어디 가서 절대로 말하지 말게."
"말 안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뉴욕 마피아 중 도박, 담배 밀매에 손을 대지 않는 패밀리는 없다.
그만큼 손쉽게 막대한 이익을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들은 경쟁자이자 동업자인 콜롬보 패밀리가 국세청 폭격에 초토화되는 것을 보고, 일단 납작 엎드렸다.
"본보기인가? 이번에 담배 밀매를 제대로 뿌리를 뽑겠다는?"
"미친 녀석들. 그런다고 해서 미국땅에서 밀매가 사라질 것 같나?"
"금주법 시절에도 술을 산처럼 쌓아놓고 팔았던 게 바로 우리 조직이라고."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그들은 그럴수록 담배 농가 단속을 더욱 철저하게 했다.
브라질 등을 통해 들여오는 담뱃잎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다행히 국세청은 콜롬보 패밀리 담배 사업만 철저하게 두들겨 패고 있었다.
"보스, 국세청 녀석들은 아무래도 본보기 전략을 취하는 거 같습니다."
"음, 하나만 집중적으로 조지고 나머지는 알아서 기어라, 이런 건가?"
"녀석들이 받아내야 할 게 담배 세금 하나만은 아니니까요."
미국에 세금 내기 싫어하는 초고액탈세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자본주의의 본산이란 위명이 어디가는 게 아니다.
탈세 수십억 달러 정도는 해줘야 '너 정도면 우리 중에서 최약체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혹시 모르니 자진납세 할 만큼 현금 세탁 작업을 준비해 봐."
"알겠습니다."
"국세청에서 찾아오면 초반에 바로 인정하고 납부해 버려. 드잡이질하지 말고."
"예, 보스."
그리하여 패밀리들은 미리 돈세탁을 거쳐, 국세청에 내줄 만큼의 세금을 미리 만들어뒀다.
돈세탁은 꼭 횡령, 탈세만을 위해서 하지 않는다.
이미 빼돌린 돈을 합법적으로 정부에 납부하기 위해서도 다시 세탁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세청에서 우락부락한 '추심팀'들은 별다른 수고 없이, 다른 마피아들로부터 세금을 추징할 수 있었다.
"이렇게 큰돈을 여태까지 납부하지 않았다고요? 의도적인 거 아니오?"
"허허, 전 회계사가 일을 잘 못해서 자르고 이번에 새로 고용했습니다. 새로 고용한 회계사가 장부를 샅샅이 검토하다가 누락 내역을 찾아낸 겁니다."
"흠, 앞으로 회계사는 주의 깊게 살펴보고 고용하십시오."
"알겠소."
그렇게 다른 마피아들은 적은 돈으로 국세청의 추심 폭탄을 피했다.
하지만 콜롬보 패밀리만큼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추심팀의 추적을 뿌리칠 수 없었다.
***
"보스, 지금은 폭격을 피해 납작엎드려 있어야 할 때입니다."
"맞습니다. 지금 담배 밀매를 서둘렀다가는 오히려 국세청의 반감만 더 사게 됩니다."
"담배 사업은 잠시 중지하시고, 허리케인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시지요."
마비된 담배 농장을 대신해서, 외국에서 담뱃잎을 밀수하겠다.
그런 결정을 알게 된 조직원들이 위험하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컨테이너는 어디 짱박아두시고, 차후를 기약하십시오. 지금은 너무 위험합니다."
"보스, 제발 생각을 돌려 주십시오."
그러나 요셉은 어떤 반대에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카지노도 날아갔고, 담배도 타격을 입었다. 지금 조직의 현금이 말랐다. 막말로 조직원들 월급 주는 것도 이제 빠듯할 정도다."
"……."
"콜롬보 패밀리가 월급이 밀리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직의 존폐가 걸렸어.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이 일은 밀어붙여야 한다."
정말로 월급이 밀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직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가 몇 개인데, 그중 일부 자산을 현금화만 시켜도 큰 현금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요셉은 단지 자산 매각이 싫을 뿐이었다.
'카지노도 잃으신 마당이니, 자산보유에 절박하신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지금 담배 밀매를 하다가 잘못 걸리면 조직이 공중분해가 될 수도 있어.'
'국세청 녀석들,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때릴 게 분명한데.'
은행 인수합병.
지금 콜롬보 패밀리가 몇 년째 매달리고 있는 숙원의 사업이다.
콜롬보 패밀리는 아직 대형 은행을 가지지 못했다.
가지고 있는 금융업체라고 해봐야, 소도시의 작은 은행에 불과할 뿐.
말 그대로 비자금을 보관하는 대형 금고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콜롬보 패밀리는 몇 년 전부터 규모가 큰 중대형 은행 인수를 추진했고, 이제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가장 현금이 필요할 때, 카지노와 담배 사업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러니 자산 매각을 최소화하고, 위험하더라도 현금 창출에 힘쓰려는 것이다.
"다들 걱정하지 마라. 나도 자네들이 뭘 염려하는지 모르지는 않아. 보험은 들어둘 생각이다."
"보스?"
조직원들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그럼 그렇지.
요셉이라는 걸출한 마피아 사업가가 두서없이 눈 꼭 감고 다이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감비노 패밀리와 이야기를 해뒀다. 밀매는 놈들이 맡아서 해줄 거다. 우리는 물건만 넘기고, 돈만 받으면 된다."
"아, 감비노 패밀리가 말입니까?"
"그래. 물건을 넘김과 동시에 50%를 받기로 했다. 100% 수익을 낼수는 없으니 아쉽지만, 위험을 분산해야지."
"감비노 녀석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자네들은 믿나?"
"아닙니다."
"저희들은 보스만 믿습니다."
"나도 놈들을 믿지 않는다. 너희들만 믿을 뿐이다."
요셉은 다소 풀어진 표정으로 간부들을 둘러보며, 이견은 없다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완벽한 거래계약을 짜오게. 녀석들이 뒤통수를 친다고 해도 타격을 최소화할, 그런 결점 없는 대비책을 말이야."
"예, 보스."
배신과 분탕질이 난무하는 암흑의 세계.
감비노 녀석들 역시 콜롬보의 배신을 대비해서 거래 계획을 세울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듯이 알기에, 오히려 믿을 수 있다.
'50%…… 담배 밀조장이 없는 녀석들은 이번 거래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지.'
첫 거래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을 무사히 마치면, 2번, 3번은 쉽고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을 데니.
***
콜롬보 패밀리는 감비노와의 거래에 신중히 임했다.
국세청, FBI의 시선을 피해서 거래장소를 선정하고, 감비노 녀석들이 돈을 떼먹는 상황 역시 대비했다.
컨테이너를 모두 확인한 감비노 중간보스는 그제야 현금수송차량을 인도했다.
"요크론 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상품이 마음에 드나 보군."
"다음에는 이 열 배 정도를 가져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럼 50%가 아닌, 60%를 줘야겠는데."
"좋다. 그렇게 하지."
첫 거래는 무사히 끝났고, 콜롬보패밀리는 긴급 수혈된 현금에 겨우 한숨을 돌렸다.
***
장효주의 포크가 멈칫했다.
"또 출국이에요? 미국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됐잖아요?"
"요리 타이머가 다 됐거든요. 완성된 요리를 시식하러 가야지요."
"이번에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가는 건가요?"
"아니오. 거기는 주방이고, 연회장은 따로 있습니다."
하수영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뉴욕 바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