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18화
202장 마피아 컬렉션 (1)
연방검찰에서 아무래도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노반은 그러나 절대로 이렇게 몰락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후계자, 요셉을 믿었다.
녀석이라면 분명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콜롬보 패밀리를 다시 번영의 반석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서 우리를 쳐 없애봤자 다른 마피아들만 더 키워주는 꼴이다. 연방 검찰 녀석들로서는 미래의 골칫덩이를 키우는 셈이지.'
균형 수호의 법칙은 암흑가에서도 적용된다.
공권력도 철저히 그런 실리를 따라서 움직인다.
최약체로 전락한 마피아 패밀리를 몰락시키기 위해서 이만한 힘을 동원한다고?
그럴 리가 없다.
이것은 분명히 어떤 사법거래를 노린 포석이다.
연방 검찰이 진짜 벼르고 있는 목표는 콜롬보가 아닌, 다른 강성한 마피아 녀석들이리라.
다만 콜롬보가 그 풍파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무슨 곤욕을 더 치를지 그것이 불안했을뿐.
우당탕탕!
문이 부서지면서 무장한 특수기동대들이 기관단총을 겨누고 들어왔다.
조직원들은 전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기동대원들은 항복한 조직원들을 체포하는 데는 일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총구를 사방에 겨눈 채, 혹시라도 발생할 반항을 사전에 진압하겠다는 의지만 강렬히 보여주고 있었다.
일부 대원들이 발빠르게 벽쪽을 더듬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비밀금고 입구입니다!"
"역시 제보대로입니다! 정확한 위치에 비밀금고 입구가 있습니다!"
조노반은 그 말을 듣고 흠칫 했다.
'제보라고?'
어떻게 비밀금고 입구를 단번에 정확하게 찾아냈는지 가슴이 철렁했는 데, 제보라고?
입구를 열자 커다란 복도가 나왔다.
복도와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커다란 지하금고실이 나왔다.
가로세로 수십 미터는 넘어갈 듯한 초대형 지하금고실이었다.
수북하게 쌓인 금괴와 현금다발, 각종 유가증권,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등등 귀금속들.
세상 모든 금은보화는 다 모아놓은 듯한 광경에, 특수기동대원들도 저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FUCK. 경제가 어렵다니 뭐니 해서 빈민들은 죽어 나가는데, 이 마피아 놈들은 마약 팔아서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었네."
"들었어? 지금 여기 마피아가 뉴욕마피아 중에서 제일 작고 가난하다는군."
"이게 제일 작고 가난할 정도면, 다른 마피아 패밀리들은 대체 어떻다는 거야? 집 전체를 아예 황금으로 만들었나?"
"빨리 압류하자고. 어쨌든."
재물 중에는 취급에 주의를 해야 할 미술품과 문화재도 다수 있었다.
동행한 전문가팀까지 모두 나서서 재물의 가짓수와 양을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쓸어담기 시작했다.
조노반은 눈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저 재물은 최악의 경우에도 가문을 유지해 줄 마지막 비자금이었다.
패밀리가 망하더라도, 가문은 살린다.
콜롬보 패밀리가 완전히 몰락한 상황을 대비한 최후의 보험.
신체가 아사 직전에서나 뽑아쓰는, 뼛속에 비축된 마지막 영양분인 것이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목적에 부합하는.
그 마지막 보험이 눈앞에서 모조리 사라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저 지하금고실의 존재는 주요 간부들도 알지 못한다.
오로지 패밀리를 이끄는 자신의 직계, 그것도 최종 후보자만 알 수 있다.
아직 요셉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가 빅보스가 되는 날에 알려주려고 묵혀두고 있었는데.
"모두 체포하라."
재물을 모두 챙기는 데에만 수십대가 넘는 대형 트레일러 화물차를 동원해야 했다.
그 작업이 다 끝나자, 기동대원들은 그제야 체포 명령을 받았다.
투항한 조직원들은 모두 남김없이 수갑을 차고, 소지한 무기를 빼앗겼다.
늙고 기력이 쇠진한 조노반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다만 기동대는 그가 휠체어를 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앞으로 수갑을 찬 채 휠체어를 타고 저택을 나서는데, 유독 햇살이 눈이 부셨다.
이 정원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임을, 망막이 깨닫고 있어서일까?
쇠창살로 된 방탄호송차에 오른 조노반은 뜻밖의 얼굴이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마르퀴즈?"
"어서 오게, 조노반."
순간 마르퀴즈도 체포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르퀴즈는 수갑을 차지 않았다.
옷차림도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결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짓고 있는 희미한 조소.
"네놈…… 네놈이 이 모든 것을 꾸민 것이냐?"
"조노반, 콜롬보 패밀리는 너무 나 댔네. 5대 마피아 중에서 덩치는 제일 작으면서 말일세."
"……."
조노반은 이를 바드득 갈며, 충혈된 눈으로 마르퀴즈를 노려보았다.
마르퀴즈는 제노비스의 총두목이지만, 연배로 치면 자신보다 한참 어리다. 겨우 80세도 되지 않았으니.
그럼에도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태도가, 그리고 거기에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처지가, 눈알이 터질 듯이 분했다.
조노반은 확신했다.
이 모든 것은 콜롬보의 이권을 집어삼키기 위한, 제노비스의 설계였다고.
"네놈이 어떻게 감비노까지 움직일 수 있었지?"
"이 세상에서 돈으로 못 움직이는 것은, 그보다 더 큰 돈뿐이라네. 자네라면 잘 알 텐데?"
"……."
"콜롬보는 끝났네. 하지만 걱정 말게자네 직계 성인 한 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게 될 거야. 어린 가족들을 챙길 어른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참으로 자비로운 결정이로군. 허허허."
"그래도 한때 자네를 존경했었다네. 전 재산을 뺏기겠지만, 여자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는 말게. 내가 부족함 없이 챙겨주고, 필요한만큼 공부도 시켜주겠네. 양지의 좋은 일자리도 구해주지."
농락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90이 다 된 조노반도 알고 있었다.
제노비스의 총두목 마르퀴즈는 저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본인의 자비로움을 널리 알리고, 이미지 쇄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
몰락한 동업자의 일족을 챙겨주는 것에, 그깟 돈이 얼마나 들어간다고.
동시에 자신의 일족은 인질이기도 했다.
행여라도 허튼 생각은 할 수 없게 만드는.
물론 전 재산을 잃고 평생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는데, 마르퀴즈에게 보복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만.
"교도소 생활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게. 연간 100만 달러 이내에서는 뭐든지 내가 챙겨줄 테니까. 먹을 것이든, 포르노 잡지 든. 아, 눈치 봐서 여자도 한 번씩 몰래몰래 넣어주지."
마르퀴즈는 호탕하게 웃으며 조노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가 모자를 쓰자 반대쪽 문이 열렸다.
문을 열어준 요원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건넨 후에, 마르퀴즈는 조노반에게 마지막 미소를 보냈다.
"다음에는 천국에서 다시 만나세. 내 오랜 벗."
***
체포한 요셉을 태운 헬기가 비행갑판을 떠나자, 1번 병원선 나디아호 앤디 대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끝났군."
마음이 통한 것일까.
함께 진형을 이룬 2번 병원선 나미호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앤디 함장.
"스콧 함장."
-이제 다 끝난 건가?
"그렇다네. 다시 우리 원래 위치로 돌아가면 되네."
-나야 대서양 가로질러 유럽 쪽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귀함은 다시 파나마 운하를 지나서 캘리포니아까지 돌아가야 하는군.
"그래도 최고 속력이 45노트니까 금방 돌아갈 수 있네."
-이번에 뉴욕으로 재배치할 때도 펜타곤에서 난리가 났었지?
"또 45노트까지 나올 거라고는, 나도 상상을 못 했으니까."
1번 병원선은 추진력 미달로 하수영에게 팔렸다가, 그 이후 오히려 45노트까지 나오는 바람에 여러 구설수에 올랐다.
결론은 해류와 해풍을 잘 타서 우연히 그렇게 됐다는 것으로 났었는 데,이번에 뉴욕으로 움직이면서 또다시 45노트가 나오는 바람에 발칵뒤집혔다.
그리고 같은 설계로 만들어진 2번 함 나미호 역시 이번에도 45노트의 속력을 기록했다.
'사실 설계가 잘못된 게 아니라, 오히려 시대를 뛰어넘는 설계가 나온 것은 아닐까?'
'단지 우리가 아직 모자라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닐까?'
오죽하면 펜타곤 내부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두 함은 똑같은 설계, 똑같은 공정으로 태어난 쌍둥이함이었으니까.
-귀함의 무사항해를 빌겠네.
"귀함의 무사항해를 빌겠네."
임무를 다한 두 척의 항공모함(병원선)은 각자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호위 구축함들은 최대 출력으로 항공모함을 뒤따라갔지만, 얼마 가지 않아 거리가 멀어졌다.
"항모가 저렇게 빠르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45노트입니다! 더 이상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미 거리는 200km 이상 벌어졌습니다!"
"다음 호위함에 호위 임무를 인계하고, 우리는 복귀한다."
"예썰!"
항모가 너무 빠르다 보니 구축함들이 끝까지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져 버린다.
그래서 미 해군은 미리 예정 진로에 구축함들을 순차적으로 대기시키는, 릴레이 호위 서비스를 제공했다.
"저거 다시 되살 수 없나? 너무 탐이 나는데."
"원래 속도 잘 나오는 거 보고 빌다시피해서 되사왔는데 그 뒤로 다시 속도가 25노트 밑으로 뚝 떨어졌던 걸 기억하십시오."
"진짜 미스터 하수영이 해신에 제사를 지낸 것 덕분에 바다가 항모를 밀어주기라도 하는 건가?"
"해군에서 신을 부정하는 친구들도 포드항모 수호해신은 믿겠다는 분위기입니다."
***
조노반은 요셉과 직접 연락을 할 수는 없었다.
검찰 측에서 전부 막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셉 역시 자신처럼 체포되었으며,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늦게 얻은 후처가 면회를 왔다.
"그래? 오르단은 풀려났다고?"
"네, 여보, 검찰에서 그냥 순순히 풀어줬어요. 횡령배임 관해서는 수사를 받겠지만 벌금으로 끝낼 수 있나 봐요."
오르단은 요셉의 아들로, 조노반의 손주였다.
직계 가문 중에서 가장 똑똑해서 변호사의 회계사 자격도 갖고 있었다.
범죄에 직접 손을 담근 적은 없는, 패밀리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
요셉 역시 오르단을 가문의 브레인으로 키우려고 했었다.
'마르퀴즈 녀석이 그래도 약속은 지켰구나. 다행이다…….'
오르단이라면 여자와 아이들을 잘 챙겨줄 것이다.
더 이상 마피아의 이름을 유지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일족을 건사할 어른 한 명은 남았다.
유치장에서 며칠 동안 근심했던 조노반은 비로소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차라리 오랜 숙적의 손에 무너지는 게, 마피아 전체가 망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
그랬다가는 남은 일족마저 건사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오죽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조노반은 이미 삶에 지쳐 있었다.
조노반과 요셉 등 주요 직계는 종신형이 나올 만큼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어차피 종신형이니 빨리 모든 것을 마무리 짓자는 뜻이었다.
재판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고, 주요 간부 이상의 조직원들은 모두 감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
비프스 캘론은 저택 안으로 밀고 들어온, 다수의 대형 트레일러에 당황했다.
"이, 이게 다 뭔가?"
"배상금이라고 하던데요? 회장님, 아무것도 모르십니까?"
배상금?"
"네, 무슨 담배농장 배상금 어쩌고 그랬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