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19화
202장 마피아 컬렉션 (2)
수령확인증을 보니, 트레일러를 보낸 것은 뉴욕시였다.
"담배농장 배상금?"
알고 보니 수십 년 전에 뺏긴 담배농장에 대한 범죄피해배상금이라는 것이었다.
"그럼 이건…… 콜롬보 패밀리로부터 뺏었다는 뜻이 아닌가?"
비프스 캘론은 심장이 철렁했다.
"이, 이거 절대 좋은 일이 아닌데."
나중에 콜롬보 녀석들이 보복을 하겠다고 나오면 어떡하라고?
뉴욕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이런 폭탄을 떠넘긴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배상금이 이렇게나 많다고?"
내용을 보니, 담배농장으로 번 수익 일체를 그냥 배상금으로 '짬때리기'했다는 거 같다.
마피아가 밀매를 했으니까 당연히 담배농장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겠지!
하지만 그걸 원주인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어디 있어?"
비프스 캘론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이 이런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받게 된 것은, 하수영이 연방정부와 딜을 한 덕분이라는 것을.
'본가 저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거기서 나오는 <현물>만 제가 전부 처분하겠습니다.'
'만약 비밀계좌 같은 게 나오면……'
'그건 현물이 아니잖아요? 금, 현찰, 수집품, 이런 현물들만 제가 갖겠다는 겁니다.'
'콜'
미국인들은 당연히 비밀계좌 따위가 잔뜩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끝없는 현물들뿐이었다.
지폐, 금, 귀금속, 미술품, 문화재, 등등…….
콜롬보 패밀리는 비밀계좌 따위는 크게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들이 범죄자이므로, 똑같은 범죄계좌에 큰돈을 묻어두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놈들이 그래서 은행 보유에 그렇게나 집착을 했었던 거군."
"남의 은행 자체를 못 믿었던 겁니다."
패밀리의 전체 자산의 약 30%에 가까운 재화가 현물 형태로, 비밀금고실에 저장되어 있었다.
연방검찰은 무척이나 안타까워했지만, 거래는 거래였다.
"자, 불량채권이니만큼 추심비용으로 95%는 내가 챙기고…… 나머지 5%는 원 채권자에게 돌려줘야겠네요. 이만큼은 비프스 캘론 회장님한테 담배농장 피해배상금으로 주세요."
"미스터 하수영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 겁니까?"
"캘론 회장님은 민간인이잖아요. 많이 알아서 좋을 게 없습니다. 미국의 이름으로 실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뉴욕시의 이름으로, 담배농장 배상금이 수십 년 만에 비프스캘론에게 전달된 것이다.
비프스 캘론은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콜롬보 패밀리는 완전히 붕괴했고, 재기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주요 조직원들은 죽을 때까지 감옥에 나올 수 없었고, 하위 조직원들도 평생 연방정부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무엇보다 돈줄이 말라 버렸다.
히트맨 하나 제대로 움직일 돈조차 없이 몰락을 한 것이다.
"요셉의 아들 중 변호사 하는 친구 한 명만 무혐의로 풀려났는데, 남은 여자와 아이들을 케어하라는 연방정부의 배려로 보입니다."
"음. 그럼 콜롬보 패밀리가 나한테 보복할 일은 없는 건가?"
"그럴 여력 자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검찰에서 일방적으로 범죄배상금이랍시고 나눠준 건데, 굳이 회장님께 보복을 하겠습니까?"
"으음……."
"그냥 무난히 챙기셔도 될 듯 한……."
그때였다.
직원 한 명이 숨을 헐떡이며, 편지봉투 한 장을 들고 비프스 캘론을 찾아왔다.
"회장님! 요셉 콜롬보가 편지를 부쳤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쓴 편지 같습니다!"
"빨리 주게!"
비프스 캘론은 다급한 마음에 얼른 편지 봉투를 뜯어보았다.
교도소에서 쓴 편지이니만큼 당연히 검열을 거쳤으리라.
하지만 악한 의도를 담았다면, 분명 자신이 알아볼 수 있게 썼으리라.
'분명 배상금을 자기 가족들에게 몰래 되돌려주라는 내용이겠지. 안그러면 말년에 재미없을 줄 알라고, 감옥에 있다고 해서 자기가 손을 못쓸 거 같냐고.'
그런 협박이 어딘가에 숨어 있으리라.
그렇게 각오를 하고 편지를 열었는 데, 내용이 전혀 뜻밖이었다.
[과거 제가 지울 수 없는 무거운 죄를 지은 피해자 미스터 비프스 캘론에게, 교도소에서 참회를 바라는 죄인이 용서의 마음을 보냅니다.]
[배상금은 저의 의지입니다. 저는 법정에서 회장님으로부터 가장 많은 자산을 뜯어냈고, 그것을 통해 지금의 부를 일궜다고 증언을 했습니다.]
[때문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압류당한 현물의 일부를 회장님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간청을 했습니다.]
[저는 죽을 날까지 감옥 안에서 회장님에 대한 참회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 염려 마시고, 이 죄많은 죄인의 자그마한 사죄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시어, 모쪼록 행복한 미래만을 누리시기를, 감옥안에서 신께 기도하겠습니다.]
어디에도 악의는 없었다.
다른 사람이 쓴 게 아닐까 생각되는, 그만큼 파격적인 사죄의 편지였다.
'혹시 암호 같은 게 아닐까?'
비프스 캘론은 그런 의심마저 들어서, 꼼꼼히 편지를 뜯어보았다.
특별히 굵게 표시한 알파벳들을 연결하면, 'Send money to my family.' 같은 문장이 짠 하고 튀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답답한 나머지 비프스 캘론은 교도소를 찾아갔다.
이 찜찜함을 해결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잠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요셉은 수척해진 얼굴로 비프스 캘론을 맞이했다.
"회장님, 정말 죄송했습니다. 편지에 제 진심을 모두 담았습니다. 그러니 회장님은 이제 이 더러운 죄인은 영영 잊어버리시고, 남은 미래를 활기차게 즐기며 살아가십시오."
"……당신, 정말 요셉 사장이 맞는 겁니까?"
"참회했습니다. 참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 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참회하지 않았다가는 '해군 대원수'의 분노가 자신의 혈족 모두를 기름에 삶아버릴 테니까.
수없이 손에 피를 묻히며 살아온 마피아이기에, 도리어 그 진심 어린 살의를 바로 알아채고 공포를 느꼈었다.
"으음…… 하지만 이대로 그냥 받기에는 내가 너무 찜찜합니다. 요셉사장님의 배우자가 죽을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겠소. 매달 5천 달러 정도."
월 5천 달러면 비프스 캘론의 재력에 비하면 먼지 같은 돈.
아니, 이번에 받은 배상금에 비해도 티끌보다 못한 금액이다.
요셉이 오히려 깜짝 놀랐다.
"저, 전혀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안 그러면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이 정도로 요셉 사장님의 환심을 사둬야, 나중에 혹시 가석방이 되더라도 내가 걱정할 일이 없지 않겠소?"
비프스 캘론은 정말 자신의 마음이 편하자고 한 제안이었다.
'네 와이프한테 내가 이렇게 잘해 줬는데, 탈옥해서 굳이 나한테 총을 들고 찾아오지는 않겠지?' 라는 보험을 들고 싶은 것.
"진정으로 날 위한다면 내가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게, 편히 그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해주시오. 요셉 사장."
"……알겠습니다. 정말 너그러우신 분이군요. 그런 분에게 큰 죄를 지었으니, 참으로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혹시 나중에 가석방이 되거나, 탈옥을 하더라도, 우리 대화로 해결합시다."
갑자기 총 들고 나타나서 갈기지 말라는 뜻이다.
잃을 게 많은 남자이다 보니 전직마피아한테 배상금을 받아도 뒤가 걱정되는 것.
"제 가족에게 베풀어주시는 은혜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요. 그리고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사식을 넣어드릴 테니, 부담 없이 받아주시오. 또 원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는 오랜 절친 아닙니까, 요셉사장님? 안 그렇소?"
"절친이라 불러주시니 정말 영광이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스터 캘론을 저의 죄를 감해주신 은인으로 여길 것입니다."
"허참."
이렇게까지 공손할 줄이야.
냉혹한 가해자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해버리니, 비프스 캘론은 영찜찜했다.
특별히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가해자가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눈물을 흘리며 '흑흑, 감동했어. 나도 너를 용서할게.'라고 나올 성격은 아니었으니.
그저 괜히 신경 쓰이고, 찜찜한것.
면회를 마치고 나오자, 변호사가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요셉이 바깥에 지령을 내리더라도, 회장님께 위해를 가하라는 내용은 삼갈 거 같습니다."
"콜롬보 패밀리가 완벽히 몰락했다고는 하나, 마피아는 바퀴벌레 같아서 말이오."
"네, 월 5천 달러의 보험료라고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겁니다."
"이미 막대한 보험금을 선수령했으니 전혀 손해 볼 게 없지. 으하하하."
***
청담동 클럽 마르스.
과거 핀익스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으며, 유명 여가수의 소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한 하수영의 소유가 되었으며, 홍대 출신 클럽 전문가 와트니(월급사장)가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한때 고가의 신종마약 화이트 스카치(엘릭서 드링크를 섞어 만든 마약)의 온상이기도 했으며.
라테 일가 마약범 큰딸을 해외로 도망치게 만든 사연마저 서려 있는곳.
클럽 마르스는 물 관리가 철저하다.
여기에서 '물 관리'는 분위기를 흐리는 진상 고객들 관리를 뜻한다.
재벌 3세는 누구든 간에, 클럽 마르스에서는 난동을 피울 수 없다.
'너희,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호통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클럽 마르스를 찾는 손님들은 입구에서부터 압도당하게 된다.
"와, 무슨 슈퍼카들 쫙 깔아놨네."
"페라리, 맥라렌, 람보르기니……. 이거 다 여기 클럽 주인 차라며?"
"정확히 말하면 산 게 아니고, 진상 고객들한테서 합의금으로 받은 거래."
"합의금?"
"응, 돈 많은 친구들이 가게에서 진상 부리다가 걸리면 무조건 차, 시계, 구두를 벗어놓고 나가야 한대. 안 그러면 안 봐준대."
"그럼 시계와 구두는 어디 있어?"
"안에 들어가면 진열 코너가 따로 있어."
과연 그 말대로, 안에 들어가면 잘 보이는 넓은 방탄유리벽 안에 비치된 시계와 구두들을 볼 수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입이 떡 벌어질만큼 초고가 시계와 구두들.
"애들도 참 사연 많은 물건들이구나."
"차 키, 시계, 구두 안 내놓으면 못 나가니까. 나중에 돌려달라고 항의도 못 해. 클럽 주인이 하수영이거든."
"내가 진상 애비라면 그 정도로 합의를 해준 너그러움에 감사할 거 같은데."
"결국 차, 시계, 구두는 경고로군. 맨발로 쫓겨나기 싫으면 알아서 진상 피우지 말라고."
"그래서 마르스가 놀기에는 가장 깨끗하잖아. 성범죄 같은 것도 없다더라."
실제로 돈 많은 손님들은 만취해서 횡패를 부리려다가도, 가드들이 조용히 전시관 안의 시계와 구두를 가리키면 술이 번쩍 깨곤 했다.
술이 안 깨고 횡포를 부리다가 그냥 나가더라도, 다음 날 술이 깨면 알아서 시계와 차, 구두를 '반납'하러 돌아오곤 했다.
"어? 근데 저건 뭐지?"
"못 보던 전시관이 새로 생겼는데?"
"그새 또 누가 클럽에서 진상짓을 하다가 털렸…… 어? 이게 뭐야?"
"우, 우와! 우와아아아!"
"나 이렇게 많은 지폐는 처음 봐!! 세상에! 금, 다이아, 보석들도 잔뜩 있어!"
"미술품도 엄청나게 있는데?"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달러뭉치와 금, 귀금속, 그리고 미술품과 문화재들이 진열된 전시관이 있었다.
클럽의 한쪽 벽을 아예 증축까지 해가면서 새로이 넓은 전시장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플렉스! 플렉스다!"
"에이, 클럽 주인이 자랑하려고 자기 수집품을 이렇게 늘어놓은 거네. 근데 진짜 멋지긴 하다."
"진상 고객이 이런 합의금을 내놨을 리가 없지. 컬렉션 자랑이구나."
"근데 달러뭉치는 왜 컬렉션인 거야?"
"저 달러뭉치, 설마 전부 진폐일까?"
"에이, 설마. 저 정도면 수천만 달러 이상은 되어 보이는데, 그런 진폐를 은행도 아니고 뭐하러 클럽에 비치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