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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59화 (859/1,270)

프랜차이즈 갓 859화

211장 끊을 수 없는 것 (2)

윌링턴은 카지노 룰렛에 환호하는 패튼을 보며, 본국에서 전해진 추가 정보를 상기했다.

-화이트 스카치요? 한국에서 잠깐 유행했던 고급 마약입니다.

-약물, 금단 부작용이 전혀 없고 쾌락만 즐길 수 있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부유층 위주로 돌았죠.

몸이 망가질 일이 없으니까요.

-미국에도 유통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유통을 못 할 건 없죠. 일반 마약에 엘릭서 드링크 농축 성분을 섞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으니까요.

화이트 스카치는 원래 특정 마약이름이라고 했다.

지금은 엘릭서 드링크 농축 성분을 대량으로 섞어서 몸이 망가지는 부작용을 없앤 마약을 통칭하는 일반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건 나도 여러 번 확인했고.'

패튼은 매일 낮에는 카지노에 열중하고, 밤에는 화이트 스카치를 복용하고 여자들과 즐긴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아주 개운한 컨디션으로 일어난다.

다음 날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골골대는 게 정상일 텐데,슬쩍 물어봤는데, 1년 이상 거의 매일 복용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었다.

'피곤한 날에는 그냥 건너뛰기도 하지.'

피로도가 높으면 오히려 금단 증세가 더 심해지는데, 오히려 건너뛰어도 아무 갈증이 없다니.

중독 현상이 전혀 없다는 본국의 설명 그대로가 아닌가.

'마약에서 오로지 쾌락만을 남긴 것…….'

그래서 윌링턴은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이게 정말 마약이긴 한 건가?

오히려 기호품으로 분류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이따금씩 떠오르곤 했기 때문에.

'엘릭서 드링크라.'

그 부분을 파고들어 보니 또다시 재미있는 사실이 나왔다.

'또 수영농장인가?'

미국에서도 웰빙식품으로 유명한 엘릭서 드링크가 수영농장 상품이라는 것.

수영농장에서 양식한 송이버섯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건강음료였던 것이다.

대체 수영농장은 뭐하는 곳일까?

-정서적인 의존증은 있습니다. 고기에 중독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기 맛을 본 사람은 계속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이것은 마약의 일반적인 중독성질과는 전혀 다르다.

기호에 가깝다.

"패튼, 오늘도 여자들을 부를 건가?"

"스카치만 빨면 무슨 재미인가. 여자를 품어야 재미가 배가 되지."

"그건 그렇지."

"자네, 오늘은 좀 땄어?"

"아니. 운이 안 좋아. 그래서 몇천불밖에 안 잃었어."

"나도 오늘은 운이 안 따르는 거 같은데, 일찍 접을까?"

"그럴까?"

엄연히 말해서 지금은 비번 시즌.

하지만 화이트 스카치라는 새로운 마약을 접한 윌링턴은 사냥꾼의 본능을 갈고닦으며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마약쟁이와 그의 공통점, 바로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중독이었다.

***

중년 백인 남자들과 다시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린 뒤, 고윤무가 속삭였다.

"스카치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그건 알아들었어. 위스키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전체 맥락으로 보면 절대로 위스키는 아닙니다."

"음, 자세한 정보를 조회해 봐야겠어."

둘은 곧바로 제주지검에 신원 조회지시를 내렸다.

얼마 있지 않아 보고가 들어왔다.

"그레이엄 패튼, 미국 기업가. 중국에서 꽤 큰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고, 자산은 1억 달러 이상…… 상당한데?"

"덮칠까요?"

"이런 인물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우리 지검만 날아가지. 당분간 신중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여기 카지노에서 저자만 스카치에 손을 대는 건 아닐 거 아냐?"

"이 카지노를 중심으로 공급망이 뻗어 나가는 건 확실합니다."

"저자가 단순 소비자라면 괜히 판매책에 경각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일단 감시를 붙여놓는 선에서 만족을 해야겠군요."

"그런데 제주경찰을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신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능력을?"

"둘 다."

"……솔직히 둘 다 믿을 만한 정도는 못 되죠. 광수대에서 차출을 하는 게 나을 겁니다."

대검 마약반 지원은 둘 다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랬다가는 괜히 잘 익은 요리를 서울 놈들에게 거저 바치는 꼴만 될테니.

***

"FUCK! FUCK! FUCK!"

윌링턴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 욕을 내뱉었다.

"기호품은 무슨! 아무리 반짝반짝 닦아서 광을 내봤자 마약은 마약이지!"

윌링턴은 얼마 전까지 품었던 생각이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화이트 스카치를 잠시나마 '정말 마약이 맞긴 한 건가?'라고 혼란스러워했다니.

몸을 망가뜨리지 않아도, 중독성이 없어도, 금단 증세가 없어도, 마약은 마약이다.

복용자에게 환각을 동반하는 극한의 쾌락을 주는 한은.

그것이 야기하는 결과는 언제나 참 혹하므로,

"내가 들어오기 전에 일이 벌어진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윌링턴은 눈앞에 펼쳐진 참사를 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패튼으로부터 미리 받은 객실키로 들어왔을 때, 이미 사고가 터져 있었다.

패튼은 두 여자와 함께였다.

그는 한 여자와 바닥에서 엉킨 채 잠이 들었고, 그 여자는 목에서 흥건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경동맥을 찔려서 실혈사했다.

다른 여자는 조금 떨어진 곳에 널브러져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보니 멀쩡한 듯했다.

화이트 스카치를 복용하고 관계 중에, 패튼이 환각과 쾌락을 이기지 못하고 발작처럼 과도로 찌른 것이다.

그는 객실에 있는 부하들에게 전화를 했다.

"패튼이 사고를 쳤다. 환각 상태에서 사람을 죽였어."

-예? 이거 재수 없으면 과장님도 엮이는 거 아닙니까?

"참고조사는 피할 수 없겠지. 자네 혼자서 우리 룸에 있는 증거물 들고 호텔을 빠져나가."

-저 혼자 말입니까?

"둘 다 나가면 누가 봐도 우리가 수상해 보이잖나. 한 명은 남아야지."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윌링턴은 한숨을 내쉬고는, 객실을 나왔다.

문이 닫히지 않고 고정해 두고, 복도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사람이 죽은 거 같소. 경찰과 구급차를 불러 주시오."

***

호텔 복도에 폴리스 라인이 쳐졌다.

현장감식팀은 사진을 찍고, 지문을 채취하는 등 채증에 한창이었다.

윌링턴은 폴리스 라인 밖, 휴게장소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책임자가 윌링턴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 사람이야? 신고한 게?"

"네, 열흘 전부터 일행과 함께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답니다. 카지노도 매일 들렀고요."

"일행은?"

"한 명은 일정이 있어서 먼저 나갔고, 다른 한 명은 아직 객실에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사람 한 명 붙여놓고."

"예."

"의심 가는 건 있어?"

"없습니다. 2주 전쯤에 입국했는데 수영농장 식도락 관광 패키지를 즐기러 왔더군요."

"식도락?"

"네, 그게 끝나고 제주도 들어와서 여태 카지노에서 놀았다고 합니다."

"범인과의 사이는?"

"카지노에서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의기투합해서 게임 같이 하고, 범인의 룸에서 몇 번 같이 논게 전부랍니다."

"신고 당시 정황은?"

"범인이 예비 키카드를 줬는데, 오늘도 놀러 오라고 해서 갔다가 그 꼴을 보고 신고했답니다. CCTV를 봤는데 객실에 들어가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바로 복도에 나와서 프론트에 알렸습니다."

"몇 분? 확실해?"

"3분이 안 넘었을 겁니다."

그제야 책임자의 눈빛이 조금 풀어졌다.

"정황만 보면 그냥 날벼락 맞은 건 맞는 거 같군."

"예. 그래 보입니다. 그런데 너무 침착한 게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 그 광경을 봤으면 사색이 되고 그래야 하는데, 아주 태연합니다."

"그건 이상하군. 호텔 직원 불러. 통역 좀 부탁하게."

잠시 후 호텔 직원이 도착했고, 책임자는 윌링턴을 향해 다가갔다.

"Sir, 여기 형사분이 몇 가지 질문할 게 있다고 합니다."

"얼마든지."

책임자가 몇 가지 질문을 했고, 직원이 막 통역을 하려는 찰나였다.

"잠깐만!"

느닷없이 한 청년이 끼어들었다.

책임자는 뭐야 하는 표정으로 돌아보다가 흠칫했다.

'뭐, 뭐야? 이 친구?'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정장을 입은 20대 초반의 청년.

한눈에 보기에도 여러모로 범상치 않다.

"변호사 없이 함부로 심문을 하시면 안 되죠. 이분은 그저 최초신고자일 뿐이잖습니까."

"이분의 변호사입니까?"

"그 이상입니다. 아니, 그렇게 될 예정입니다."

갑작스러운 하수영의 등장에 윌링턴은 당혹스러웠다.

아니, 어떻게 이 일을 알고 내려왔지?

그것도 서울에서 이렇게 금방?

눈이 마주친 하수영이 윙크를 해보였다.

"말이 안 통하는 타국에서 괴상한 살인사건에 휘말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 없어요. 우리 수영농장은 찾아주신 해외관광고객이 출국하는 그날까지 확실하게 케어해드립니다."

그리고 하수영은 작게 속삭였다.

"관광객 AS가 이 정도인데, 직원복지는 어느 정도일 거 같아요?"

"……."

윌링턴은 다른 의미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프리덤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다.

소비자 스스로가 선택한 합법적이고 친화적인 '빅브라더 시스템' 이나 마찬가지.

윌링턴의 전화를 받은 프론트 직원도 당연히 프리덤 사용자였고, 때문에 하수영은 윌링턴이 곤경에 처했다는 정보를 곧바로 받아볼 수 있었다.

'객실을 찾은 두 여자도 제 구독고객인데, 그 당시에는 윌링턴이 객실에 없었습니다. 윌링턴은 무고합니다.'

'소리만으로는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을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하수영은 그렇게 윌링턴의 무고를 확신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곤란해 처해 있을 그를 위해 부랴부랴 닥터헬기를 타고 제주도로 내려온 것이다.

"이분의 신원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결백도 보증합니다."

"죄송하지만, 그런 말씀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어, 저기. 잠시 만요. 호, 혹시?"

못마땅한 듯이 말하던 책임자의 눈빛에 놀랍다는 감정이 깃들었다.

"설마 하수영 의원님?"

"예, 제가 하수영입니다. 바로 며칠 전까지 이분의 한국 관광을 직접 에스코트도 했었고요."

"여, 영광입니다!"

책임자는 저도 모르게 거수경계를 올리며 기쁨을 표시했다.

그리고 곧 난색을 표시했다.

"여기 이분하고는 잘 아는 사이는 아니시라고요?"

"네. 하지만 아시잖아요. 이분은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객실을 들어갔고, 몇 분도 되지 않아 나와서 신고를 했습니다."

'응?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것만 봐도 이분은 절대 범인일수가 없죠. 사망추정 시간부터 어긋날 텐데요."

"그런데 이분이 너무 침착하다는 게 이상해서요. 살인, 그것도 그렇게 엄청난 피를 동반한 현장을 목격했는데도 손끝 하나 떨지 않습니다."

"아아, 그건 이분 관상에 칼이 있어서 그래요."

"네? 관상에 칼이 있다니요?"

"선천적으로 그런 잔혹한 장면에 내성이 있다, 이겁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하는 감정이 책임자의 눈에 떠올랐다.

"아무튼 이분은 자기한테 맞지도 않는 농사를 지으려고 우리 농장에 견학까지 온 성실한 분입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여자들도 프리덤 유저인데, 그분들 로그 까보면 이분이 결백하다는 게 나올 겁니다."

"그래도……."

윌링턴은 한국어는 몰랐지만, 하수영이 자신을 적극 변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FBI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FBI입니다. 그래서 살인현장에는 익숙합니다."

직원이 급히 통역을 해주었고, 책임자는 벙찐 표정이 되었다.

얼마간의 정적 후 하수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 역시. 농사지을 팔자는 아니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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