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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69화 (869/1,270)

프랜차이즈 갓 869화

212장 중국 졸부가 무섭다 (6)

흑인은 씩 웃어주고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너무 당당한 태도에, 경호원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감히 놈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둘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행동에 옮겼다.

한 명은 상사에게 급히 보고했으며, 다른 한 명은 택배를 뜯어보았다.

내용물을 보고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초, 총이야!"

"뭐라고? 총이라고?"

"실탄도 있어!"

놀랍게도 안에는 소형 리볼버 1정과 실탄 1발이 들어 있었다.

사거리와 살상 능력이 낮은 모델.

6발 장전이 가능하지만, 일일이 탄환을 손으로 삽입해줘야 한다.

총기범죄에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근거리에서 누군가를 제압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다.

그리고 자살하기에도…….

경호팀은 발칵 뒤집어졌다.

진철진 회장 비서도 보고를 받고 한달음에 아파트로 찾아왔다.

"도련님은?"

"지금 안방에 틀어박혀 계십니다. 불도 다 끄고 움직이시질 않습니다. 창가 쪽으로는 전혀 얼씬도 안 하십니다."

"이런 젠장. 총은 확인해 봤어? 진짜 총이야?"

"네, 총도 실탄도 모두 진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모델입니다."

한국의 총기는 크게 한정돼 있다.

군용, 대테러부대용, 치안용, 사격용, 사냥용.

이런 자살용 소구경 리볼버는 컬렉션이나 전시 목적이 아니고는, 거의 들어올 일이 없다.

"총기번호는 확인해 봤어?"

"지워져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번호가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없었다고?"

"네, 제작 단계부터 일련번호를 새기지 않은 모델이 틀림없습니다."

"젠장, 대체 누구야? 그리고 이런 총은 대체 어떻게 구했고?"

누군가가 진석현을 노리는 것은 확실해졌다.

처음 협박 물품이 왔을 때도 그룹에서는 그렇게 판단하고, 경호를 늘렸다.

마약유통혐의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벌인 짓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절대 그런 사이즈가 아니다.

비서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진석현은 어두운 방구석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도련님, 말씀해 주십시오. 짐작 가는 바가 정말 없습니까?"

"……."

"말씀을 해주셔야 그룹에서도 대체를 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이 이 일을 가지고 더 이상 혼내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손주를 보호 해주려고 하시는 거니까, 모든 걸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사, 사실은……."

그제야 진석현은 덜덜 떨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카지노에서 만난 중국 졸부 2세한테 화이트 스카치 1억 5,000만 불어치를 팔기로 했는데.

검찰에 털리는 바람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것.

비서는 눈이 뒤집어질 뻔했다.

"1억 5,000만 불이라고 하셨습니까? 우리 돈으로 1,500억이라고요?"

"마, 맞아요."

말도 안 나오는 액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중국 범죄조직의 돈을 먹고 튀었다는 것 아닌가.

그런 큰돈을 쉽게 집행할 수 있는 걸 보면, 대륙 전체를 주름잡는 큰 조직일 것이다.

아마 공산당의 주요 인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아니, 그래도 그렇지! 무슨 1억 5,000만 불을 혼자서 삼키려고 했다고?'

대책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이건 비서의 상상력을 아득히 벗어난 스케일이었다.

진철진 회장도 보고를 받으면 정신이 탈출할 것이다.

차라리 사업하다가 수천억 원, 수조 원을 말아먹는 게 낫지.

그런 초대형 범죄집단을 상대로 1억 5,000만 불을 사기쳤으니.(결과적으로는)

"그 돈 어디 있습니까? 설마 다 쓴 건 아니겠지요?"

"조, 조금 썼어요. 재료 구매하느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있어요."

"왜 돌려주지 않았습니까?"

"그럴 틈이 없었어요.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내가 부리던 놈들이 죄다 잡혀 들어갔으니."

"……연락처는 알고 있습니까?"

"그건 몰라요.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서 항상 우리가 찾아가서 픽업해 왔어요."

"그놈,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에 있어요. 아니, 있을 거예요. 아, 거기 있어야 하는데."

"서둘러야겠습니다."

비서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는 곧바로 진 회장한테 전화를 걸면서 아파트를 나섰다.

진 회장은 벨이 한 번 울리기 전에 바로 받았다.

-어떻게 됐어?

"도련님이 생각보다 일을 크게 벌이신 거 같습니다."

-뭐?

비서는 최대한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진 회장은 몇 분 넘게 할말을 잊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쳤군. 차라리 계열사 한둘을 날려 버리는 게 낫지, 이건…….

"일단 도련님을 옮겨야 할 거 같습니다. 여기는 알려져서 너무 위험합니다. 그리고 전 지금 바로 제주도로 내려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알았어. 서두르게. 전권을 줄 테니까 어떻게든 해결만 해.

"위약금으로 1,500억 원, 아니, 3,000억 원 정도는 각오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중국 마피아 놈들이니까 그렇게 해야겠지. 알았어. 위약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놈들 원한을 푸는 데 주력하게.

돈 많고 권력 많은 중국 마피아가 원한을 품으면, 재벌가라 해도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

마약 시범거래로 1억 5,000만 불을 턱하니 집행하는 놈들은 더더욱.

비서는 마음이 급해졌다.

경호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먼저 동선을 정하고, 확보에 나섰다.

"지하주차장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그래서 정문으로 나와서 곧바로 밴을 타고 진철진 사저로 이동하기로 했다.

교통통제를 하면 좋겠지만, 라테그룹 3세를 위해서 경찰이 그렇게 해줄 리가.

대신 앞뒤좌우로 총 8대의 경호차량이 에워싸기로 했다.

트럭 등을 이용한 테러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경호 차량도 보통 세단이나 SUV가 아닌, 미니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파트 현관문에서부터 엘리베이터, 로비 복도, 단지 보도까지 철저히 검증을 한 후, 비로소 진석현의 휠체어가 나섰다.

혹시 몰라서 휠체어도 9대를 더 준비하고, 다른 휠체어에는 마네킹을 태워 진석현으로 위장했다.

휠체어 행렬이 이어지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흘끔거렸다.

"뭐야? 무슨 일이지?"

"뭐, 영화 같은 거 찍나 본데?"

"근데 카메라하고 스태프는 왜 전혀 안 보이는 거야? 영화 찍는 거 맞아?"

"글쎄."

휠체어가 마침내 단지 정문을 벗어나 인도에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Excuse me."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붉고 요란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중년의 백인 남자가 말을 걸었다.

검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인상이 푸근한 모습은 영락없는 미국 관광객이다.

"찰, 영, 장, 인, 가, 요?"

"No, No. Please away from here."

경호원 한 명이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엉성한 영어로 말했다.

그러자 백인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Pay for it."

"What……?"

"대. 가. 를, 치. 러."

순간 경호원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몇 명이 삽시간에 백인 남자, 요셉을 에워쌌고, 진석현의 휠체어가 재빨리 안에 탑승했다.

"No, No.Don't touch me. Wanna die?"

요셉은 여유 있게 두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자신에게 무기도, 적의도 없음을 알렸다.

경호책임자는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여기는 대로,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어둠 속의 테러를 대비해서 공공대 낮의 대로를 동선으로 삼은 것인데, 오히려 그게 약점이 될 줄이야.

요셉은 씨 웃으며, 두 손으로 라이플을 쥐고 견착하는 자세를 취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총처럼 쥔 채, 급하게 출발하는 차를 향해 쏘는 시늉을 했다.

"Bbbbang! Hahaha."

경호실장은 일단 이놈을 반드시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저쪽에서 덩치 큰 외국인 남자들 무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족히 잡아도 20명은 넘어 보인다.

가볍게 껄렁껄렁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어설픈 양아치나 조폭 따위는 범접하지 못할 분위기가 있었다.

'이 새끼들, 껄렁거리는 것도 더럽게 뉴요커 힙합 스타일이네.'

경호실장은 포기했다.

어차피 지금 이놈들을 잡아서 경찰에 넘겨봐야 나오는 건 없을 것이다.

진석현을 공격했다면 모를까, 그냥와서 겁만 준 것이니 잡아들일 명분도, 이유도 없다.

"이동하자."

자기들끼리 킬킬거리는 외국인 무리들을 뒤로한 채, 경호원들은 모욕감을 느끼며 움직였다.

제주도 라테드림타워로 내려간 비서는 카지노에서 중국 졸부 2세를 찾았다.

***

하지만 어느 테이블에서도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카지노 본부장을 잡고 물어보니, 기가 찰 대답이 돌아왔다.

"그분 방문 안 하신 지 좀 됐습니다. 객실도 빼신 것으로 압니다."

"고객 정보, 고객 정보를 보여 주십시오."

"외부로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진철진 회장의 비서였기에 카지노측은 투숙정보 등 모든 것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찍힌 CCTV 영상도 전부 주었다.

비서는 서둘러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지만, 없는 번호라는 말만 나왔다.

경찰 인맥을 통해 CCTV 분석을 의뢰했지만, 모르는 얼굴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비서는 미친 듯이 중국 졸부 2세의 행방을 찾았지만,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하다못해 비행기를 탄 기록조차 없었으니.

"입국 기록이 없다고?"

-네, 없습니다. 그런 이름의 중국인은 입국한 적이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진석현이 거래현장에서 보았던 수십 명의 부하들의 출입국 내역도 없었다.

귀신이라도 홀린 듯한 기분.

'도련님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을 테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치소에 있는 도련님의 부하들에게 사람을 보내서 확인했다.

도련님이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중국 졸부 2세와 그가 거느린 수십 명의 백인, 흑인 조직원들.

그들은 처음부터 제주도를 찾은 적도 없고, 나간 흔적도 없었다.

오싹 소름이 끼쳤다.

'대체 우리는 누구를 찾고 있는 거지? 도련님은 누구와 거래를 하신 거지?'

귀신이라는 게 아니다.

출입국 기록을 완벽히 말소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자금력과 영향력을 가진 조직이라는 뜻이다.

단서를 찾지 못한 비서는 힘없이 진철진 회장에게 보고했다.

회장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다고?

"네, 도련님이 검찰에 검거되니까 서둘러 자기들 흔적도 없애 버린 거 같습니다. 정말 철저하고, 용의주도한 놈들입니다."

-찾아내. 어떻게든 찾아내서 합의를 해야 해.

"최선을, 아니,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상대도 한국 검찰의 눈을 피해 몸을 피한 상황.

오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진석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놈들은 10년이고 20년이고 돈을 잃은 복수를 꾀할 것이다.

***

긴박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진석현은 조부의 저택에서 모처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원에 나와서 햇볕을 쐬어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근처에는 이 저택을 저격할 만한 높이의 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위이이이이! 위이이이잉!

그때 묘한 바람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다.

고개를 든 진석현은 드론 1기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구 드론이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드론이 빠르게 그의 얼굴을 향해 쇄도했다.

"우, 우와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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