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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70화 (870/1,270)

프랜차이즈 갓 870화

212장 중국 졸부가 무섭다 (7)

눈을 질끈 감으며 두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하지만 각오했던 아픔은 느껴지지 않고, 대신 날카로운 바람이 한쪽 뺨을 쌩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눈을 뜨고 돌아본 진석현은 자신의 뒤에서 호버링하는 드론을 볼 수 있었다.

"으, 으아아악!"

겁에 질린 진석현은 재빠르게 휠체 어를 움직여서 멀어지려 했다.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비명을 들은 경호원들이 달려왔다.

드론이 다시금 진석현을 향해 쇄도 하기 시작했고, 경호원들은 황급히 삼단봉을 꺼내 들었다.

"드론이다!"

"테러야! 막아!"

그러나 경호원들은 너무 멀었고, 드론은 무척이나 빨랐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드론은 이번에도 진석현의 뺨을 스치고 튀어나갔다.

충분히 부딪칠 수 있음에도, 일부러 농락하는 듯한 움직임.

진석현은 뺨에 생채기가 생겼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새 기저귀가 축축해졌지만, 마비된 하반신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빨리! 빨리! 저것 좀 어떻게 해봐! 씨발! 이 무능한 병신들아! 빨리 좀!"

진석현은 거의 울 듯이 외쳤다.

앞쪽으로 튀어나간 드론이 빙글 동체를 회전했다.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튀어나간 맹수가 다시 이쪽을 돌아보는 듯한 공포감에, 진석현은 오금이 저렸다.

"으아아아!"

그는 있는 힘껏 휠체어 바퀴를 뒤쪽으로 밀었다.

서둘러서 저놈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그때였다.

펑!

작은 폭발음이 일어나며, 드론의 동체가 불꽃에 휩싸였다.

그리 크지 않은 폭발, 진석현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폭발했다!"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어디 다치 신 곳은?"

"뭐야, 배터리가 터진 거야?"

"그, 그런 거 같은데요?"

경호원들이 진석현의 몸을 에워쌌고, 그제야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안도했다.

눈물콧물로 얼굴이 온통 범벅이 되어 있는 부끄러운 꼴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

진철진 회장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섰다.

그룹의 장손이 마약 파트너한테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릴 순 없으니.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잖은가.

"러시아제 드론입니다. 판매 내역을 추적해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밀수로 들여온 거 같습니다."

"남아 있는 흔적 같은 것은 없나? 그, 데이터라든가 말이야."

"추적에 유의미한 데이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배터리 불량으로 폭발한 게 아니라, 안에 소형 폭탄이 탑재돼 있었습니다."

진철진 회장은 뒤집어질 듯이 놀랐다.

"소형 폭탄이라고? 그럼 언제든지 우리 집에 테러할 수도 있다. 그런 뜻 아닌가?"

"네, 그런 과시를 위해서 일부러 소형 폭탄을 탑재한 듯합니다. 딱 드론 동체만 파괴할 정도의 위력이었습니다."

배터리 불량이 아니었다니.

진철진 회장은 이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님을 인지했다.

상대가 지금 보통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어서 빨리 상대를 찾아내서 합의를 봐야 했다.

'설마 합의를 볼 생각도 없는 건가?'

글로벌 범죄 카르텔이니, 거래가 틀어진 것에 대해서 배상보다는 보복을 노리는 게 아닐까??

"빨리 놈들을 찾아내! 찾아내서 싹싹 빌든지 무릎을 꿇든지 해서 달래란 말이야!"

"네, 회장님."

진철진은 분노로 씩씩거리며 비서를 내보냈다.

그룹 전체의 정보력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추적했지만,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러는 사이, 진석현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면서 아예 저택 밖을 나오지 않았다.

모든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밖에서 모습을 볼 수 없도록 구석에 숨어들어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망나니 성질이 잦아들고 얌전해졌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정보팀은 목을 걸고 필사적으로 중국 졸부 2세 무리를 찾아내려고 애썼다.

그런데 허탈하게도 상대가 먼저 찾아왔다.

컬러풀한 하와이안 셔츠를 중년의 백인 남자가 경호원으로 덩치 큰 흑인 둘을 거느리고 찾아왔다.

"도대체 그놈은 언제까지 우리 돈을 갖고 있을 셈이지? 목숨이 여럿이라도 되나?"

진석현의 친부이자 진철진의 장남인 진태호는 보고를 받자마자 서둘러 달려 나왔다.

"절대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그대가 모시고 있는 분에게 잘 말씀을 해주시오."

"그런 것 같더군. 처음에는 돈을 떼어먹으려고 일부러 검찰과 짜고 그런 줄 알았는데."

"……."

"여기 코리아 검찰들은 재벌의 하수인이라며?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진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간에 깊은 오해가 있었습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그 오해를 풀기 어려웠어요. 이제라도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우리 도련님도 사람을 잘못 본 것 때문에 가문에서 질책을 크게 받으셨지. 서로 같은 처지가 된 셈이군."

"그쪽이 모시는 분도……?"

"적은 돈은 아니잖나. 아무튼 돈을 돌려받으러 왔다."

"1억 5,000만 달러를 지금 바로 돌려드리면 되겠습니까?"

진태호는 살짝 욕심을 부려봤다.

부친은 위약금을 얼마를 부르던 간에 내주고 털어버리자고 했었지만,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다고 상대가 먼저 인정을 하니, 슬그머니 딴생각이 든 것이다.

"이 계좌에 입금하면 된다. 지금 바로."

"알겠습니다. 바로 입금해 드리죠."

상대가 별말을 안 하자 진태호는 속으로 뛸 듯이 기뻐했다.

말 한 마디 잘한 덕분에 원금만으로 퉁칠 수 있게 되었으니.

부친이 알면 아마도 칭찬을 해줄 것이다.

합법 현금도 아니고, 비자금에서 무려 2, 3억 달러를 인출하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부담이 너무 크니까.

'됐어.'

"다 처리되었습니다."

"잠시 전화하겠다."

백인 중년 남자, 요셉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몇 마디 짧게 통화를 마친 뒤 전화를 끊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진태호를 바라봤다.

"1억 5,000만 달러, 정확히 입금했군."

진태호는 그 미소가 왠지 서늘하게 느껴졌다.

뭐라고 입을 열려는 순간, 상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설마 정확히 반납할 줄이야."

"잠깐……!"

진태호가 붙잡으려 했지만, 요셉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사무실을 떴다.

살짝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진대호는 곧바로 부친에게 전화를 해서 보고했다.

물론 적당히 긍정적인 쪽으로 각색을 했다.

-……그래? 그놈들이 원금만 받고 떠났다고?

"네, 아버지."

-이상하군. 위약금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단 말이냐?

"그런 건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1.5억 달러를 주니까 조용히 일어났습니다."

-하다못해 지연 이자도 안 받았다고?

1.5억 달러면 그동안의 이자만 해도 상당한 거금이다.

"네, 이자 언급도 없었습니다."

-……뭔가 이상한데.

"놈들도 우리가 진짜 당했다는 걸 이제 알았을 테니까요. 원금만 회수하고 떠나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음, 그런가.

부친은 내내 꺼림칙함을 떨치지 못했지만, 알겠다고 통화를 끊었다.

진태호는 요셉이 보였던 반응을 체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되새김질했다.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뭐, 녀석들이 위약금은 한 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으니까.'

2, 3억 불의 비자금을 아꼈다는 생각이 다른 찝찝함을 가렸다.

돈도 온전히 돌려받았는데 설마 더 물고 늘어지겠느냐, 그런 합리화가 똬리를 틀었다.

***

열흘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진석현은 이제야 표정에서 공포를 지울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못난 놈."

진철진은 혀를 차며 못마땅한 눈으로 손주와 휠체어를 노려보았다.

"다시는, 다시는 마약에 손댈 생각도 하지 말거라. 평생 정신병원에 갇혀서 살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네, 절대로 손대지 않겠습니다."

이제 다 해결되었다는 안도감에, 진석현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재판도 걱정이 없었다.

임탁정은 재판에서 빠졌고, 고윤무는 철저히 라테그룹 편을 들고 있었다.

3심까지 지루한 일정이 이어지겠지만, 진석현이 신경 쓸 것은 없었다.

나중에 집행유예 판결문만 적당히 수령하면 그만.

마음을 놓은 진석현은 다시 강남의 본인 아파트로 돌아왔다.

현관문 앞에서 그는 멈칫했다.

"택배가 왜 여기 있지?"

이 아파트는 택배기사가 내부로 들어올 수 없다.

경비실에 일괄적으로 맡기고, 경비직원이 각 세대에 직접 갖다 준다.

경비 직원은 어떤 일이 있어도 현관문 앞에 택배를 두지 않는다. 반드시 직접 전달을 한다.

복도에 너저분하게 물건이 나와 있으면 이웃 주민들이 클레임을 걸기 때문이다.

"야, 저거 뜯어 봐. 안에 뭐 있나 확인해."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새파랗게 어린놈의 반말에도 경호 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

소포를 뜯는 순간 그의 표정이 변했다.

"도, 도련님!"

"씨발! 그게 뭐야!"

안에는 진석현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보통 사진이 아니었다.

진석현의 얼굴 부위를 붉은 유성매직으로 북북 칠해놓은 사진.

"이, 이 사진! 아까 회장님 저택에서 출발할 때 찍힌 거 같습니다!"

"뭐? 아까 찍힌 거라고?"

"네, 아까 찍힌 사진입니다! 배경을 보니 확실합니다!"

자세히 보니 그 말이 정말이었다.

즉 이 사진을 찍은 놈들은 멀리서 사진을 찍은 다음, 자신보다 훨씬 빠르게 이쪽으로 이동해서 박스에 넣어 갖다 놓은 것이다.

"도련님! 아래쪽에 메시지가!"

경호원은 자신이 직접 읽은 후,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돌려서 보여주었다.

피로 칠한 것 같은 섬뜩한 붉은 한국어가 진석현의 동공을 뒤흔들었다.

[이제 자비는 없다.]

"씨발! 씨발! 씨바아알!"

진석현은 혈류를 치는 공포에 짓눌려 발버둥 치다가 그만 혼절했다.

놈들은 여전히 진석현을 노리고 있었다.

아마도 진짜 원금만 달랑 줬다는 이유 때문이리라.

"놈들이 먼저 입에 담지 않아도 네가 알아서 줬어야지! 그 돈을 아끼자고 그놈들을 자극했단 말이냐!"

"알아서 잘 협의한 줄 알았더니, 돈이 아까워서 다른 것들은 눈을 감아버렸구나! 이 못난 놈!"

부친이 심한 질책을 받았지만, 진석현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놈들이 이전보다 더 강한 원한을 품고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

그 뒤로 더 이상의 택배도, 위협도 없었다.

하지만 진석현은 아파트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밤낮으로 암막을 쳐둔 채, 한 줄기 빚도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혼자 아파트 깊숙한 곳에 틀어박혀서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에 벌벌 떨었다.

'드론…… 폭탄…….'

그놈들이라면 폭탄을 실은 드론을 창문으로 보내서 날려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는 더욱 증폭되었고, 진석현의 정신은 피폐해져갔다.

결국 그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

"김수희. 약 좀 가져와 봐……."

-내가 스카치를 어떻게 구해, 오빠. 옛날에 준 건 이미 다 먹었지.

"스카치 아니어도 되니까 아무 약이나 좀 가져와 봐! 효과 쎈 걸로!"

-아이, 알았어. 그럼 적당히 구해서 갖다 줄게. 삼성동 아파트로 가면 되지?

진석현은 일반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경호원들은 현관문 밖만 지키며 안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제했기에, 아파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아파트를 드나드는 그의 여자들이 백에 무엇을 숨겨 다니는지도.

"회장님, 더 이상 놈들의 낌새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비가 삼엄해서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도 경비를 소홀히 하지 말고.

혹시라도 다시 연락이 오면 이번에는 나한테 바로 연결해, 절대 다른 놈 통하지 말고!"

"네, 회장님."

그러나 중국 졸부 무리가 수상한 접근을 하는 낌새는 그 후로도 전혀 없었다.

진철진은 녀석들이 포기했나?' 하고 조금씩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서서히 안일해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 진석현은 조용히 약에 찌들어가며 망가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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