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75화
213장 치킨 레이스 (5)
[서해전자 파운드리, LOS 진영에 적극 동참!]
[래플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 이제는 모두 서해전자에서 생산한다.]
[폭스콘, 느닷없는 의붓형의 입양에 긴장하나?]
[본격적인 래플의 줄 세우기 시작, 프리덤폰의 강상죄 응징 위함?]
[서진파운드리의 운명은?]
언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래플폰 진영 vs 프리덤폰 진영.
그렇게 편을 가르고, 구독자들의상상력을 동원하는 자극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래플은 래플폰, 래플워치, 래플팟, 래플북, 래플패드 등등 글로벌 B2C 시장의 공룡이다. 자사 완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절대적인 갑 그 자체.]
[프리덤폰이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 장을 내민 이상, 래플은 더 이상 서진파운드리에 발주를 하지 않을 것이다.]
프리덤폰을 만드는 프리덤인더스트리는 서진파운드리의 자회사다.
기사들은 래플의 괘씸죄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그 대립 구도를 자극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펼쳐냈다.
[래플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차단당한 반도체 업체의 미래는 과연?]
[서해전자 반도체의 눈부신 상승이 기대된다.]
[납품할 곳을 잃은 서진파운드리, 앞으로 매출 전망 어떻게 되나.]
쏟아지는 기사들을 훑어보던 장효주가 눈을 들어 하수영을 주시했다.
"왜 이렇게 하나같이 수영 씨한테 부정적이죠?"
"저한테 부정적인 게 아니라 프리덤폰에 부정적인 거겠죠."
"그게 그거잖아요. 프리덤폰 95%가 수영 씨 거니까."
"그럼 겔드폰과 래플폰이 광고비를 많이 집행해서 그 둘을 아주 많이 홀릭하나 봅니다."
"수영 씨도 광고 많이 하지 않아요? 제가 지금까지 찍은 광고만 해도 몇 개인데."
장효주는 수영그룹 전속 CF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련광고를 엄청 찍었다.
수영라면, 프라임컴퍼니, 청담수영병원, 프라임웰빙, 프라임오일, 심지어는 독도 홍보 광고까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수영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연간 집행하는 마케팅비용이 연간 10조 원은 훌쩍 넘는 것으로 안다.
"아, 우리는 TV 광고만 해서요. 부활의 이순신 방송국에만 대부분 몰아주고 있죠."
"신문사에는 아직까지도 안 줬어요, 그럼?"
"네, 하나도."
"그러니까 이러는구나. 난 이제는 슬슬 신문사에도 광고 몇 개 주는 줄 알았죠."
"펜은 본래 먹물을 먹어야 싱싱한 법입니다. 뭐하러 돈을 먹여요. 그러다가 돈맛 들려서 배탈 나요."
"이미 돈맛은 오래 전에 든 거 같은데요."
"프리덤, 부이사장님 연락 좀 넣어."
-알겠습니다. 연결되었습니다. 스피커 모드 활성화합니다.
잠시 후 왕세경이 통화 너머로 말했다.
-이사장? 무슨 일인가?
"프리덤폰 까면서 래플과 서해전자 띄워주는 기사가 요즘 득실대더라고요."
-고놈들은 잊을 만하면 존재감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는군.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일세. 이번엔 얼마를 집행할까?
조용히 듣고 있던 장효주가 갸웃거렸다.
'얼마를 집행하냐는 게 무슨 뜻이지?'
"특별집행으로 한 500억 원 정도 하시죠."
-아우, 1회성 집행에 500억 원이라니. 우리 하 이사장 통 큰 건 내가 진짜 못 따라가겠다니까.
"이번에는 방법을 조금 바꿔보죠. 매번 레퍼토리가 같으면 시시하잖아요."
-어떻게?
"방송국이 먹는 돈은 최소로 하고, 대부분을 사원들에게 보너스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하죠."
-오호, 돈을 회사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다 뿌려주자는 거로군.
"기사 쓴 놈들 배 좀 아파보라고 해야죠."
-알겠네. 집행하는 계열사는…….
"이번엔 콕 집어서 서진파운드리 하나로만 밀어붙이죠. 그래야 상징성이 있고 좋잖아요."
-놈들이 배 아파서 뒤집어지겠어. 알았네. 내가 정 대표하고 잘 이야기해서 집행하지.
왕세경은 병원 부이사장이지만, 동시에 수영그룹 모든 계열사의 광고 집행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그룹 전체 이미지의 조율을 위해서 자수성가 재벌 출신인 그가 담당하는 것이다.
정서진조차도 서진파운드리의 광고 집행은 왕세경에게 양보한다.
전화가 끊자 장효주가 물었다.
"뭐 어떻게 되는 거예요?"
"CVN 케이블에 광고비로 500억이 들어갈 겁니다. 대신 이번에는 사원들 보너스로 나눠주라는 조건을 걸겠지요."
"CVN케이블 직원들 다 합쳐도 4,000명이 안 될 텐데요? 그럼 한 명당 천만 원 넘게 떨어지는 거예요?"
장효주는 순간 까는 기사를 썼던 기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배가 아플지 상상했다.
"언론에서 한 번씩 지랄할 때마다 CVN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거든요."
"……왜 본인 돈을 그런 식으로 써요?"
"이게 더 재밌으니까요."
"……재미?"
"그럼 뭐, 신문사에 로봇 군단 끌고 쳐들어가서 사장 목 따고 논설위원들 뚝배기 까고 그럴까요?"
"애초에 할 수도 없는 불가능한……."
"못 할 거 같아요?"
"……."
하수영이 말을 자르고 들어오자 장효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진지하게 빤히 바라보는 눈빛에 왠지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수영 씨라면 언젠가는 정말 가능할지도…….'
그렇게 생각하자 호흡이 더욱 가빠왔다.
"힘으로만 때려 부수는 게 전부는 아니죠. 매질하고 두들겨 패고 목매다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느 순간에는 질립니다."
"……왜 실제로 많이 해본 것처럼 말해요?"
"근데 딴 놈한테 돈 주는 건 반응이 재밌잖아요. 내성이 생기지도 않고 매번 지랄발광을 하니까."
실제로 수영그룹에서 CVN케이블에 거액의 광고비를 집행할 때마다, 언론계에서는 땅이 꺼져라 통곡 소리가 터져 나온다.
'저게 다 내 돈인데!'
'우리가 저 돈을 받아야 했는데!'
'왜 우리한테는 광고를 안 주냐고!'
하다못해 광고 경쟁자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CVN이 그 달콤한 과실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돈 밝히는 펜촉들로서는 눈이 뒤집어지고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인 것이다.
내가 돈을 벌어서 얻는 만족감은 내성이 생기지만, 남이 돈을 벌어서 내가 앓는 복통은 절대 내성이 생기지 않는 법이니.
***
프리덤인더스트리는 보란 듯이 CVN을 통해서 특별광고를 집행했다.
사실 프리덤폰 입장에서는 기존 매체를 통한 광고를 하나 안 하나, 팔리는 건 똑같다.
그러니까 헛되이 광고 집행비만 지출된다.
하지만 매출은 그대로지만, 다른 효과는 얻을 수 있다.
'우린 이렇게 돈이 짱 많음.'
이라는 이미지 효과는 확실하게 얻는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 이미지를 다듬기 위해서 광고를 하는 셈이다.
공돈 500억 원이 생긴 CVN케이 블은 당연히 좋아라 했다.
그중 450억 이상을 사원들에게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는 조건이었지만, 불만은 없었다.
'공짜로 주는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갑이 분부하시는 대로 써야지.'
덕분에 CVN케이블은 한바탕 돈잔치가 벌어졌다.
인턴부터 정직원까지 전원 800만 원 이상의 보너스를 일시불로 받게 된 셈이다.
정직원에만 한정하면 인당 1,000만 원이 넘었겠지만, 왕세경은 현시점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못 박았다.
***
이 바닥만큼 좁은 곳은 없다.
당연히 언론계에도 이 사실이 알려졌고, 열심히 서해전자와 래플을 편드는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막대한 허탈감에 빠졌다.
"김 기자, 저번에 서해반도체 관련기사 쓰고 용돈 얼마 받았지?"
"한 200 받았었지. 자네도 그쯤 받지 않았어?"
"그랬지. 기사 한 번 쓰는데 200이면 많이 챙겨준 거긴 하지."
우호 기사를 내보내기 위한 돈은 대부분 회사가 먹는다.
기자들은 건당 수고비조로 주는 몇 백 단위의 돈에 만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CVN케이블은 입사한 지 1주일도 안 된 인턴들까지 일괄적으로 800이상씩 받았다던데."
"……정말, 내가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자괴감이 들어."
서해전자와 래플을 추켜세우는 척 하면서 프리덤폰을 까내리는 기사를 정말 열심히 썼다.
은근슬쩍 수영그룹의 다른 사업들도 곁다리로 끼워 넣으면서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남들은 수영그룹이 뭐 깔 게 있느냐고 하지만.
까내리는 데 있어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달걀이 희다는 것도 얼마든지 비판 받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있으니.
그게 바로 펜촉의 힘이다.
"도대체 수영그룹 광고팀은 무슨 생각인 거야?"
"설마. 하수영이 그놈 생각이겠지."
"듣자니 그놈은 농사짓는 거 말고는 관심이 없다는데? 신문 같은 건 아예 안 본다고 하더라고."
"그럴 리가. 어떻게 사람이 신문을 전혀 안 보고 살 수가 있어?"
"들리는 말들은 그렇다는데? 보통 마이웨이가 아니래. 아주 그냥 눈과 귀를 닫고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더라고."
"독도 다리 놓는 데 그 돈지랄을 하는 걸 보면 그럴 수도…… 거기 꼴아박은 돈이 대체 몇십조 원이야? 그거 원금이나 건질 수 있나?"
"어림도 없지. 그냥 자기만족에 다리 놓은 거라고, 독도 펜션 숙박비보면 너무 싸서 어이가 없다니까?"
어쨌거나 신문사들은 후속기사를 준비했다.
래플의 부사장이 한국을 찾아왔고, 서해전자 반도체 사장과 대대적인 계약 체결 행사를 가졌다.
방송국이란 방송국은 죄다 불러다 놓고 혈맹 관계임을 선포했다.
-서해반도체가 LOS 생태계에 완전히 들어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래플 부사장의 그 부분에서는, 서해 반도체 사장 권순철도 내심 속이 쓰렸다.
결국 오너 리스크는 어쩔 수 없나. 이런 말도 안 되는 패착을 놓다니.
완벽한 팹리스로 전환하고 생산은 전부 서진파운드리에 맡겨야 한다.
그런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는 생각 아닌가.
언론은 앞을 다투어 축하 보도를 내보냈다.
[서해-래플 동맹 굳건히 형성.]
[폭스콘, 게섯거라!]
[래플폰 생산을 서해전자가 맡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폭스콘 사장의 깊은 탄식 : "가장 두려운 경쟁자가 LOS 생태계에 자리 잡고 우리를 밀어내려고 한다."]
[프리덤폰, 게섯거라!]
[스마트폰은 하드웨어가 전부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그중에서도 컨텐츠 관련 소프트의 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프리덤폰? 솔직히 하드웨어 스펙좀 좋은 거 말고 내세울 게 있나?]
[프리덤은 어차피 실톡만 깔면 다되는 거잖아. 실톡이야 LOS 스토어에서도 받을 수 있고, 래플폰 유저가 굳이 프리덤폰으로 넘어갈 이유가 있나?]
[프리덤폰, 단말기 1대 팔 때마다 최대 200만 원씩 손해 보고 있어. 신흥 재벌의 값비싼 취미라기에는 국부 유출이 심한 거 아닌지?]
기자들은 서해와 래플을 추켜세우는 기사를 열심히 써서 올렸다.
기사 안에 은근슬쩍 프리덤폰을 까내리는 내용도 당연히 잊지 않았다.
기사를 보고 광고주들이 얼마나 흡족해할지 기대했고, 프리덤폰 관련자들이 얼마나 혈압이 오를지를 상상했다.
하지만 혈압이 상승하는 것은 또다시 본인들이었다.
"선배님! 프리덤폰에서 또 CVN에 특별 광고 집행했어요!"
"뭐야, 설마 이번에도 또?"
후배 기자는 피를 토하는 얼굴로 외쳤다.
"네, 맞습니다! 광고비로 들어온 거 대부분 전 사원 인센티브로 돌렸답니다!"
"그, 그럼 저번 것까지 합쳐서 모든 직원들이 1,600만 원 이상씩 보너스 받은 거야?"
"인당 2천만이 넘죠! 이번에는 더 많이 들어갔으니까요!"
"이런 망할! 우린 힘들게 기사 쓰고 기껏해야 술값 일이백 받는데, 누구는 가만히 앉아서 몇천씩 받는 게 말이 되냐고!"
선배 기자는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던 키보드를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치킨 레이스를 무서워할 줄 알고!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