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90화
216장 라이플' 프리덤 (6)
금엽총까지 수여하고 난 후, 하수영은 수렵인들과 어울려 뒤풀이를 가졌다.
주로 장년층으로 구성된 수렵인들에게 하수영은 우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의원님, 러시아에서 부틴 대통령과 순록 사냥도 했는데, 캠프데이비드에서도 한 번 라이플 잡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제 아들놈이 잠수함에 타는데, 의원님 덕분에 핵잠수함으로 옮겨서 근무 여건이 너무 좋아졌다고 기뻐합니다. 아비로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실은 제가 충청도에서 수영치킨 매장을 하고 있는데, 꼭 한 번 의원님을 직접 뵙고 싶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프라임오일 다녀요."
"제 딸이 독도펜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렵인들의 90% 이상은 하수영과 가족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수영농장이 한국 경제시스템에 깊고 넓은 뿌리를 내렸다는 의미다.
의도적인 인맥을 만들기 위해 행사에 참가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일단 수렵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야 행사 참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기업인들 중에 수렵 면허취득에 집중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덕분에 큰 행사임에도, 분위기가 엉뚱하게 '하수영 인맥 굳히기'로 흐르지 않을 수 있었다.
"하하, 사실 제가 '50인 10억 포상금'말고도 수렵계를 위해서 여러가지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 중입니다."
"지금 이 행사와 엽총 사격 대회말고도 또 있습니까?"
"캠프 데이비드 사냥에 초청받으면 그때 선두권 엽사 몇몇 분들을 함께 모시고 미국에 방문할 생각이거든요."
"……!"
그 말에 수렵인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현직 미 대통령과 함께 엽총을 쥐고 사냥을 즐길 수 있는 기회라니?
수렵인으로서 상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물론 그때에도 포상금 누적은 잠시 멈추고, 모든 수렵인들이 생중계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려고요. 모든 행사는 포상금 랭크에 전혀 지장없을 테니,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역시 의원님은 수렵계를 구원하기 위해서 내려온 한 줄기 빛입니다."
"그런데 의원님, 사격대회 천억은 너무 많은 게 아닐까요? 유해조수 사냥경쟁 포상금도 총 500억 원인데 말입니다."
"설마 사격대회 1등 먹으면 포상금이 100억, 200억씩 하고 그러는 겁니까?"
여기저기서 나오는 의견을 들은 뒤 하수영이 대답했다.
"대회 한 번에 붓는 총상금이라고만 생각하면 과하지만, 사격과 수렵의 부흥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많지도 않아요."
주변을 둘러싼 수렵인들의 눈빛에 진지함이 깃들었다.
"사격과 수렵의 부흥을 위한 밑거름……."
"총상금이 천억 원인 대회입니다. 설마 우리나라에서만 참가하겠어요? 당연히 해외에서도 나 좀 쏜다 하는 스나이퍼들이 몰려들겠지요."
"……."
"국내에도 사격붐, 수렵붐이 크게 일 테고요. 방송국에서도 당연히 가만히 볼 수 없습니다."
"그렇겠네요. 천억이 상금으로 걸린 대회라면, 방송국에서도 흥행을 위해서 무조건 붙으려고 하겠어요."
"CVN케이블은 무조건 메인편성들어가야죠. 또 대회 주최자로서 제가 여기저기 광고도 내보낼 거고요."
"이야, 이제야 의원님이 그리신 밑그림이 조금씩 보이는 거 같습니다."
상금을 노리고 전 세계에서 프로들이 몰려오고, 대회의 사이즈가 급격히 커진다.
국내에도 엄청난 붐이 일고, 방송계에서도 달려들고, 자연스럽게…….
"정부와 국회도 답답한 지금의 수렵 정책을 개선해야 할 동기가 생기겠죠?"
"허어. 거기까지 내다보시고 그렇게 큰돈을 투자하시는군요."
"원래 큰 대회 하나가 장기적으로 부흥하면 거기에 붙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대회 중 일부 코스는 또 국산 엽총으로만 한정을 할 거예요."
"그거 국내총기회사 성장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하수영은 큼지막한 고깃덩이를 순식간에 입에 털어 넣었다.
다들 그 왕성한 식욕에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상금 천억은 상위 랭커들에게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소정의 상금을 줄 겁니다."
"소정의 상금이요? 참가자 전원 말입니까?"
"기본 차비, 탄환값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게 해줘야죠. 해외에서 오는 참가자들은 왕복 티겟값 정도는 줄겁니다. 이거 천억으로는 모자라려나?"
"그렇게까지 하면 단숨에 대회 사이즈가 커질 수 있겠는데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역사와 권위가 없는 신생 대회잖아요. 체급을 키우려면 돈질이라도 해야죠."
"그럼 상위 랭커들 상금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는지………?"
"우승자는 100억, 준우승자는 50억, 3위는 20억, 4위는 10억. 일단 상위 4명은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요. 한 22위까지는 상금을 줄 생각입니다."
"성적 상금에 참가 상금까지 고려 하면, 이거 천억으로도 모자라는 거 아니야?"
"남아도는 걸 걱정해야지, 모자라는 걸 염려해서는 대회 권위를 높일수가 없어요. 전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넘어서길 바라거든요."
"4년 간 총상금만 4,000억 원이면 선수들 입장에서는 세계사격선수권 대회보다 더 끌리겠는데요."
"일정이 겹치면 저라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포기하고 여기에 올인할 거 같습니다."
상금으로 압도하겠다는 호쾌한 전략.
우승 상금이 100억 원이라면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도 참가를 할 것이다.
'수영그룹 계열사들이 전부 스폰서로 달라붙을 테니까, 한 회사에서 100억씩만 부담해도 이건 뭐 수천억은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거 상금 천억이 별 거 아니었잖아?'
수렵인들은 하수영배 사격대회의 전망을 상상하자 가슴이 무척 간질거렸다.
좋은 성적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기념적인 첫 대회에 무조건 참가하고 싶었다.
"의원님! 사격연맹에서 반드시 숟가락을 얹으려고 달려들 겁니다! 총상금만 천억이니 그놈들이 두고 볼리가 없습니다!"
"이건 제 이름으로 하는 단일대회니까 그분들이 낄 데는 없어요. 대한체육회와 제가 직접 담판 지어서 진행할 겁니다. 만약 누가 훼방을 놓을 생각이라도 품는다면……."
하수영이 별안간 목소리를 흐리자 다들 바짝 긴장했다.
"미국 순록보다 그놈들을 먼저 사냥하러 가야죠."
***
하수영이 수렵 대회의 개최를 선언하자, 국내 스포츠계가 크게 술렁거렸다.
특히 총상금 천억 원이라는 정보에 선수들은 순간 기운이 쭉 빠질 정도였다.
"총상금이 천억 원이라니…… 이건 진짜 크다."
"우리나라는 야구가 스포츠에서 제일 큰데… 작년 KBO 총연봉이 700억 원이 안 됐지?"
"무슨 단일 대회 총상금이 야구리 그 전체 연봉보다 높아?"
"내수용 대회가 아니라는 거지. 지금 전 세계에 고하는 거잖아. 나 좀 쏜다 싶으면 엽총 들고 당장 튀어올 준비하라고."
"아무리 하수영 의원이 개인 재산이 많아도,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요?"
"수영농장이 거느린 계열사가 몇 개인데, 설마 개인 돈으로만 다하겠어?"
"계열사들이 십시일반하면 그까짓 천억쯤이야."
"님들. 중국 황비농장에서만 일 년에 100조 원 넘게 들어와요. 중국농장 일 년 치 수입만으로 대회 천번은 열 수 있어요."
특히 야구구단 화산 호크스는 가장 큰 충격에 빠졌다.
하수영이 바로 화산 호크스 신임구단주이기 때문이다.
단장은 즉시 감독과 코치진을 불러다가 갈구기 시작했다.
"우리 호크스 경기가 얼마나 실망스러웠으면 야구가 아니라 사격대회에 투자를 하셨겠어! 이건 치욕이라고, 치욕!"
구단주가 다른 종목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더 큰 돈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
한국 최고 인기를 누리는 야구 구단으로서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
"그러게! 내가 선수들 관리 똑바로 하라고 했지! 사생활 문제없도록 하고, 팬서비스도 잘하라고! 아직도 지들 공놀이가 생산성 있다고 착각하는 놈들이 설치나!"
"죄송합니다. 앞으로 관리 똑바로 하겠습니다. 단장님."
"상금만 천억이야, 천억. 그럼 대회총운영비는 대체 얼마겠어? 최우승상금이 100억 원이면 사격 금메달리스트들이 앞을 다퉈서 몰려오겠네!"
대회 급이 올라가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
게다가 수영그룹은 얼마든지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갈 여유가 있다.
호크스뿐만 아니라 다른 9개의 야구구단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당장 엽총사격대회 발표 이후 KBO 경기 퀄리티가 하락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천억, 천억…… 상금만 천억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대회가 어디 있어?'
'이 대회를 매년 연다고? 진짜 미친 거 아니야?'
***
하수영은 즉시 하수영배 엽총사격대회 개최를 위해 대한체육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일단 후원자 리스트부터 무시무시했다.
-프라임컴퍼니, 프라임오일, 프라임웰빙, 효원식품, JM식품, 수영목장, 수영레스토랑, 나노소프트, 수영오세안, 수영양식, 수영치킨, 수영향신료, 수영사료, 수영몰, 청담수영마트, 수영펜션…….
-서진파운드리, 프리덤인더스트리…….
-JS건설, 백두중공업, 울릉군청, 제주도청, 부산시청, 강남구청, 청담동주민센터, 청담동가족협회…….
-하수영후원회, 하수영을 사랑하는 사람들…….
-농식품부, 농협, 전국농민협회, 수협, 전국어민협회…….
-식약처, 전국식품유통협회…….
하수영이 자기 이름을 걸고 여는 첫 스포츠 대회.
때문에 주변에서 앞을 다투어 조금이라도 지원의 손길을 얹고자 했다.
제주도청만 해도 3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서 부랴부랴 내놓았고, 부산시청도 20억 원을 내놓았다.
심지어 하수영후원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내놓은 기금만 1,000억 원이었다.
"무슨 정치인 후원회가 이렇게 돈이 많아?"
"그 후원회, 천억대 자산가가 이백명이 넘잖아요. 한 명이 5억씩만 내놔도 1,000억 원입니다, 벌써."
"……."
"이거 장난 아니겠는데요. 홍보 효과도 엄청날 테고, 지방경제 활성화에도 좋을 거 같습니다. 관광공사는 벌써부터 관련 상품 준비한답시고 호들갑이더라고요."
대한체육회장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겨우 사격 대회를 이 정도로 지원하면, 야구나 축구라도 하면 난리나겠네."
"야구는 화산 호크스 경기하는 거 보고 학을 뗐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나중에 축구를 한 번 넌지시 밀어보는 건 어떨까요?"
"하수영 의원이 축구 구단 하나 인수하거나 창설해 주면 좋은데. 인수말고 창설을 한 번 밀어붙여 볼까?"
"일단 대회 승인이 먼저일 거 같은데요. 그분이 일처리 느린 걸 제일 혐오하신답니다."
"사격연맹에서는 뭐 나오는 말 없나?"
"왜 없겠어요. 자기들이 반드시 끼어야 한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총기가 엄청나게 왔다 갔다 하는 대회니만큼 무조건 자기들이 끼어야 한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야. 사격 대회니까 그만큼 위험할 수밖에. 그래서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한다던가?"
"실은 실무진에서 그 부분만이라도 사격연맹의 협조를 구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는데, 하수영 의원님이 글쎄 뭐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했는데? 답답하니까 그냥 빨리 말하게."
"국방부와 엮어서 처리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겸사겸사 국방부 홍보도 같이 해주고요. 아예 국방부에서도 스폰서로 참여할 모양입니다."
"아니, 국방부를 대체 무슨 명목으로 끌어들였어?"
"의원님이 해군원수 아닙니까. 국방부 끌어들이는 거야 충분하지요."
"……."
"안 그래도 해군에 의원님 뺏겼다고 질투하던 육군에서 이번에 제대로 잘 보일 모양입니다. 총기위험관리는 전부 육군이 맡아서 해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대한체육회장은 뒷이야기를 더 들었다가는 정신이 혼미해질 것만 같았다.
"행정처리 빠르게 해줘. 문제가 없는지만 검토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하수영배 엽총사격대회는 대한체육회의 공식 승인을 쉽게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