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02화
218장 목장 업그레이드 (6)
저렇게 해도 정말 괜찮을까?
업체 사장들은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하수영을 지켜보았다.
하수영은 그들이 증가한 총액에 맞춰서 수정한 견적서를 미국에 전송한 후, 막 통화를 하려는 중이었다.
"하수영입니다. 견적서는 잘 받아 보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렇게 진행되는 겁니까?
"아, 제가 직접 설명을 드릴 부분이 있어서요. 그래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업체 사장들 중 영어를 모르는 이도 프리덤이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준 덕분에, 스피커 통화 내용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우리 측이 설정한 마진 비율이 낮지는 않은 편이라서요. 괜찮으신지 양해를 좀 구하려고요."
-저희는 그런 건 조금도 개의치 않습니다. 마진 비율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러십니까?
"그게…… 원가가 총 견적의 10%가 안 될 겁니다. 한 자릿수예요."
-아니, 그런데 원가율이 낮은데도 총액이 이거밖에 안 된다는 겁니까??
"한국 시장과 물가가 어디 미국에 비교가 되겠어요? 아무튼 제가 협력 사들 실적 좀 밀어주고 싶다 보니 마진에서 살짝 욕심을 얹어봤습니다. 아이고, 민망해라."
-우리 연방정부의 총예산이 7조달러입니다. 메탄 포집 사업으로 빼놓은 예산에 비해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염려하지 마시고 파팍 챙겨 가십시오. 그게 우리도 마음이 편합니다.
"고맙습니다. 협력사에서 너무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저도 조금 염려가 되더라고요."
-절대로 걱정하지 마십시오. 메탄 포집 설비를 도입할 수만 있다면, 우리 미합중국은 무엇이든 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하수영은 통화를 끊은 뒤 '들었지?' 하는 눈빛으로 업체 사장들을 돌아봤다.
"자, 들으신 바와 같이 우리 미국바이어는 손이 아주 큽니다. 알아서 많이 챙겨 먹으라고 세심하게 배려까지 해주는 것 봐요."
"아, 회장님…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미 미국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보고 계신 줄도 모르고 괜한 걱정만 했습니다."
"이제 함부로 불신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수영은 그들의 사과를 부드럽게 넘겼다.
"아무튼 앞으로는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여기저기서 비용을 만들어내 봅시다."
"예, 회장님."
"원래 황금 거인은 각질 뜯어먹는 재미로 들러붙는 거예요. 미국이란 황금 거인을 열심히 따라다녀 보자고요."
***
하수영은 캘리포니아주에 목장으로 쓸 부지를 구매했다.
야트막한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지형이고, 근처에 물을 끌어올 수 있는 담수호도 있었다.
주정부의 땅이지만 하수영은 연방 정부의 중재로 싸게 살 수 있었다.
심지어 땅값의 일정 부분은 연방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수영은 서울의 두 배 크기에 달하는 목장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큰 목장이라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야. 역시 아메리카는 어메이징해."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하수영은 주정부를 만나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땅이 된 목장부지를 둘러보러 헬기를 탔다.
상공에서 탁 트인 부지를 내려다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하수영은 조만간 이 목장을 가득 메우게 될 사랑스러운 소들을 생각했다.
"축사 시설도 짓고, 울타리도 세우고, 수로도 끌어서 놓아야 하고, 분뇨 정화 시설도 만들어야 하고, 정말 할 게 많네."
-마스터, 도축 시설도 가져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의 도축 시설은 너무나 야만적입니다.
"음, 고깃결 상한다고 전압 낮추다가 기절 못 시켜서 살아 있는 채로 죽이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비프스 캘론도 그 부분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그래, 도축 장비도 가져와서 여기에 설치해야겠다. 그나저나 전략 무기 반입이라고 세관에서 걸리면 곤란한데. 잘 위장해야겠네."
-미국의 기술 수준으로는 펄스 도축건이 대항성병기라는 것을 밝혀낼 수 없을 겁니다. 그저 기괴하게 커다란 와이파이 공유기일 뿐이죠.
"대항성병기라니. 그걸 많이 다운 그레이드한 거라서 실제로 별을 파괴하진 못해."
-도축 과정의 공개 절차가 문제입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하수영이 만든 도축장에서 소와 돼지들이 어떻게 도살되는지, 농식품부는 자세히 모른다.
이미 자는 도중에 숨뇌가 끊어져서 죽은 소들을 다시 도살하는 광경을 여러 번 봤고, 그런 식으로 잡는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농식품부는 농민회장이라 불리는 하수영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주정부가 아무리 호의를 보여준다.
고 하더라도, 동물애호가 단체 등의 시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뭔가 미심쩍다 싶으면 울타리 부수고 총 들고 들어와서 뒤져볼 놈들이 넘쳐나니까."
-그게 아메리카지요.
"할 수 없지. 우리도 전기충격 기절장치를 달아놓자."
-쓰지도 않을 전기충격 장치가 되겠군요. 아깝습니다.
"돈이야 어차피 미 정부에 청구하면 알아서 내줄 텐데 아까울 게 뭐 있냐."
-돈이 아니라 공간이 아깝습니다. 불필요한 설비가 무의미하게 차지하고 있을 공간이요.
"음, 그건 그래."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감내해야지요. 대신 아주 비싸고 최신 장비를 주문합시다.
"그것도 한국에서 파는 거 많으니까, 한국제를 주문하면 되겠네."
-제가 바로 모델을 골라서 주문을 넣겠습니다.
그렇게 하수영은 한동안 목장을 둘러보면서 계획을 세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영농장 볏짚으로 만든 사일리지 사료를 실은 화물선이 속속들이 미국을 향하고 있었다.
화물선들은 캘리포니아 항구에 차례차례 정박해서 사일리지 사료를 하역했다.
그러면 화물차들이 사일리지 사료를 싣고 캘리포니아 수영목장으로 향했다.
급하게 지어놓은 초대형 가건물 창고에 사일리지 사료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소 선별은 끝났어?"
-네, 선별은 다 끝났고 이제 배를 타고 오고 있는 중입니다. 총 10만 마리를 선별했습니다.
"반의반도 안 되네. 그거 가지고 언제 이 넓은 목장을 가득히 채우지."
-그래도 금방 채울 수 있을 겁니다. 모두 어미로부터 갓 독립한 송아지로만 선별했습니다. 앞으로 독립하게 되는 송아지들도 족족 미국목장으로 보낼 겁니다.
"그래, 지금은 일단 미국 목장을 먼저 키울 테니까. 이렇게 100만 한우 양병 계획은 또 한 차례 미뤄졌네."
-한국 목장과 미국 목장을 별개로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양쪽을 합쳐서 100만 두를 갖추면 곧바로 육류 유통을 시작하지요, 마스터.
"한국에 100만 두를 몰아넣으면 많아 보이니까 장사를 시작해도 될 거 같은데, 미국에까지 나눠 놓으니까 너무 부실해 보여. 한 1,000만 두까지 머릿수 갖추고 시작하는 건 어떨까?"
-마스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수영한우 맛을 본 소비자들이 과연 그때까지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고기 본격 유통은 아직 하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 런칭을 위해서 소량의 물량을 넓게 조금씩 풀면서, 수영한우의 맛을 소비자들의 입맛에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고급 호텔, 청담수영마트, 수영펜션 등을 통해서 수영한우를 접했고, 이미 그 맛에 듬뿍 빠진 상태였다.
그 절대적인 맛에 반한 이들은 하루빨리 수영목장이 100만 두를 갖추고, 본격 유통을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터도 아시지 않습니까? 신상품, 신작 게임, 신작 영화 같은 것들이 예고했던 날짜보다 미뤄지게 될 경우, 소비자들이 겪게 되는 커다란 실망을 말입니다.
"음…… 확실히………."
-그런 실망은 하수영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수 있습니다. 마스터,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십시오.
프리덤은 고민하는 하수영을 더욱 진지하게 재촉했다.
-100만 마리를 갖추면 정식 유통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미국 목장이 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1,000만 마리로 늘어나면, 소비자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 네 말이 옳다."
하수영은 진지하게 끄덕이며 손뼉을 쳤다.
"고객들과의 약속은 늘 중요하지. 내가 잠시 목장 불리기에만 눈이 멀어서 정작 중요한 고객을 잊고 있었네."
-이해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마스터.
***
하수영의 화물선들은 얼마 전 백두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은 것들이다.
때문에 소를 태우고 장거리 항해를 하기에는 부적합했다.
그래서 하수영은 다른 곳에서 빌린 가축수송용 선박에 소들을 태워서 데려왔다.
연료 절감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최고 속력으로만 항해했기에, 소들은 예정보다 일찍 미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소들을 또다시 화물차들이 부지런히 목장으로 실어 날랐다.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에 떨던 소들은 하수영이 맞이해 주자 긴장을 떨치며 반가워했다.
"이 귀여운 것들. 이놈들을 나중에 잡아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가슴이 다 아프구나."
-아무런 고통 없이 죽게 하는 것만이 마스터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축복입니다.
"나중에 죽기 전에 긴 꿈같은 거라도 꾸게 해줘야겠는데. 한 20년 정도 들판을 뛰어다니며 초원을 지배한다는 내용으로."
-목장에서의 삶이 자신인지, 들판의 초원의 왕으로서의 삶이 자신인지, 소들도 헷갈리겠군요.
10만 마리를 선별했지만, 배 몇 척으로 한 번에 실어올 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미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며 소들을 실어날라야 하리라.
"어서들 오너라. 아직 울타리도 없고 축사도 변변찮긴 하지만, 곧 아주 근사한 목장이 될 거야. 한국보다는 넓어서 마음에 들지?"
울타리가 없지만, 소들은 축사에서 일정 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 무렵이 되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축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수영은 목장견 보더콜리 수십 마리를 사들였다.
성체도 일부 섞여 있지만, 대부분은 어미와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청소년견들이었다.
성체 보더콜리들은 새 주인을 처음에는 낯설어했고, 기어오르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하수영이 몇 번 간단하게 어루만져주자 곧 서열과 소속을 인정하고 꼬리를 내렸다.
"너희들의 임무는 이 목장과 저 소들을 지키는 거다. 잘 알겠지?"
컹! 컹!
성체 보더콜리들은 꼬리를 흔들며 화답했고, 청소년견 보더콜리들도 그에 따라 짖었다.
***
목장을 찾아온 비프스 캘론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통제를 따르는 보더콜리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정말 며칠 전에 미국에서 새로 사들인 개들이 맞습니까? 원래 한국에서 키우다가 데리고 온 개들이 아니 고요?"
"네, 미국에서 샀습니다. 아직 사흘 밖에 안 됐네요."
"저 영악한 놈들을 사흘도 안 됐는데 저렇게 길들이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전 영락없이 어려서부터 하수영 사장님 손에 큰 개들인 줄 알았어요."
"하하, 개들이 서열 의식 하나만큼은 확고해서 오히려 사람보다 더 다루기 편해요. 저의 야수적인 부분을 조금만 보여주면 되거든요."
"야수라니요. 내가 본 하수영 사장님은 누구보다 유쾌하고 젠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