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03화
218장 목장 업그레이드 (7)
축사는 한국처럼 여러 층 구조로 지을 필요가 없었다.
목장은 쓸데없을 정도로 넓었고, 굳이 그런 식으로 면적을 절약하지 않아도 됐으니.
하수영과 비프스 캘론은 각각 손에 큼지막한 맥주통을 들고, 목동견 보더콜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소몰이를 하는 걸 지켜봤다.
날이 어두워지자 보더콜리들이 초원에 방목돼 있던 소들을 축사로 몰아넣는 것이다.
소들도 이제 집에 들어가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는지, 군말 없이 보더콜리의 지휘에 따라 축사로 이동하고 있었다.
"음, 역시 개는 보더콜리가 최고예요. 적어도 제 취향에는 말입니다."
"이참에 청담동에도 몇 마리 들이 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야겠어요."
목장 밖에는 한창 울타리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물론 미국업체가 아니라 전부 한국에서 출장 온 업체들이다.
"울타리는 미국업체 통해서 짓는 게 훨씬 저렴할 텐데요."
"저와 친분이 있는 분들이라서 제가 일감을 챙겨주고 있는 겁니다. 저분들도 기간 대비 수익이 높으니까 좋아서 오신 거고요."
"너무 손해가 큰 거 아닙니까?"
"돈이야 미 정부에 전부 청구하고 있으니 문제 될 게 없죠."
"아아, 그랬지요. 메탄 포집 안테나 설치를 대가로 목장의 모든 것을 지원받는다고 했던가요?"
"네. 여유가 되면 나중에 캘론 목장에도 설치를 해드릴게요. 물론 돈은 미 정부가 줄 겁니다."
"기후위기 문제에는 관심이 없던 연방정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해결책이라는 게 결국 미국의 경제를 억제하는 것이었으니 외면했던 거지요."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는 것은, 결국 미국 경제의 쇠락을 뜻한다.
그래서 미국은 기후위기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당장의 경제 둔화로 인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눈에 뻔히 보였으니까.
"돈을 팍팍 써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면, 미 정부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없는 겁니다."
"뭐, 우리 연방정부가 돈 팍팍 쓰는 거 하나는 잘합니다."
저녁에는 멀리서 손님이 찾아왔다.
나노소프트의 발머 스틴과 사티아아델 CEO가 찾아온 것이다.
하수영은 조촐하게 돼지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고, 술병도 열었다.
통칭 수영파우더로 통하는 엘릭서 고춧가루를 뿌린 바베큐 고기 맛에 사티아 아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제가 먹었던 그 어떤 바베큐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맛이군요. 대체 이 맛의 비결이 뭡니까?"
"좋은 고기, 좋은 굽기 스킬, 그리고 특제 향신료를 듬뿍 뿌렸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죠. 고기는 많으니까 많이 드세요."
옆에서 발머 스틴이 고기를 힘차게 뜯으며 한마디 보탰다.
"그래, 자네는 많이 먹어야지. 요즘도 청문회 불려 다니느라고 고생이 많잖은가."
"아직도 청문회에 불려 다니시나요?"
"……예. 독과점 문제로 심심하면 연방의회에서 불러댑니다. 뿐만 아니라 주의회에서도 돌아가면서 불러 대고 있습니다."
"저런. 나노소프트 클라우드 매출이 껑충껑충 뛴다고 하더니, 벌써 독과점 몸살을 앓고 있는 수준이었나요?"
PC OS로 떼돈을 벌 것이라는 인식과 다르게, 나노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가장 큰 이익을 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라면 장사'를 제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IT 시장 독과점 문제로 출석을 요구받는 것이라면 차라리 기뻤을 겁니다."
"클라우드 독과점 때문이 아닌가요?"
"수영레스토랑 때문입니다. 왜 IT 기업이 푸드시장에 발을 들여서 돈을 갈퀴로 긁어가고 있느냐고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거든요."
사티아 아델은 작게 항의하듯이 말했고, 발머 스틴은 어느새 살점이 없어진 뼈다귀를 던지고는, 새로운 뼈다귀를 집어 들었다.
"사티아, 우리 요식 사업부가 너무 잘나가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미안하지만, 그래도 CEO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세."
"그 CEO는 정작 푸드 사업에 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요, 발머."
"굳이 다 알려고 할 필요가 있나? 우리는 지금 알아서 잘하고 있네. 외부의 불합리한 공격을 막아주기만 하면 돼. 지금처럼 말이지."
"정말…… 우리 나노소프트는 푸드회사가 아니라 IT회사입니다!"
"압니다. 알아요. 하드웨어의 전통명가죠. 근데 서피스북 시리스는 대체 왜 그 모양입니까?"
"미, 미스터?"
하수영이 평온한 톤으로 찔러 들어오자, 사티아 아델은 당황해서 머뭇거렸다.
"툭하면 오류에 버그에 인식 불량에, 좀 잘 좀 만들어봐요."
"슈퍼갑의 클레임을 새겨듣게, 사티아."
"……알겠습니다.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개선점을 보내 주십시오."
술을 조금씩 곁들여가며, 주제도 약간씩 바뀌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오너인 하수영에 대한 중간보고도 곁들인 대담이었다.
"수영라면 분기 매출은 250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일 년에 1,000억 달러 정도죠. 현재 매장을 더 많이 늘리고 있지만, 이제 비약적으로 매출이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사람의 외식 횟수에는 상한선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도 저녁까지 수영라면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엄청 늘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합니다."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습니다. 매장을 늘리는 것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언제까지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매장을 더 늘리는 것은, 각 매장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주고, 또 고객들의 거리 부담을 해소해 주기 위해 서란 목적이 크다.
"냉동품에 수영파우더를 뿌려서 판매한 덕분에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머지않아 냉동시장 매출 1위를 찍을 거 같습니다."
"……."
"좋은 소식이네요. 외식과 간편 가정식, 그 두 가지를 전부 나노소프트가 잡는군요."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사티아 아델이었다.
'우리 나노소프트가 종합식품회사라니. 종합식품회사라니…….'
발머 스틴이 이끄는 요식사업부는 수영레스토랑 외의 다른 푸드 사업도 왕성히 추진하고 있었다.
각종 가정용 인스턴트식품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햄버거나 도넛, 샌드위치, 치킨 같은 정크푸드 사업도 시작했다.
수영라면과 겹치지 않는 푸드시장의 빈틈을 완벽하게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나노소프트는 업계에서 맥날드, 덩킨도너츠를 능가하는 푸드회사로 인식되고 있었다.
화가 난 맥날드에서 앞으로 나노소프트의 윈드밀을 쓰지 않겠다며, '탈윈드밀 선언'을 하고 래플의 맥생태계로 넘어가 버리는 일도 있었다.
인스턴트식품 등은 하수영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때문에 하수영이 그에 대한 수익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엘릭서 고춧가루가 아니면 이렇게 매출 급상승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발머 스틴은 엘릭서 고춧가루를 매우 비싼 가격에 사들이고 있었다.
또한 푸드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식자재를 수영농장으로부터 구매하고 있었다.
"수영목장이 본격적으로 고기 출하를 시작하면, 드디어 우리 나노소프트에서도 수영한우를 사용할 수 있게 되겠군요. 기대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 목장 육류 유통은 캘론 목장에서 취급하고 있어서요. 당연히 캘론 그룹을 통해 구매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수영목장은 미국 내 유통망이 없기에, 파트너인 캘론 그룹을 통해서 육류를 유통하기로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비프스 캘론은 소가 먹을 사료도 직접 재배하고, 육류 유통까지도 직접 한다.
비프스 캘론도 입이 근질거려서 끼어들었다.
"하수영 사장님, 그나저나 우리 목장은 언제쯤 수영농장산 사일리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겁니까?"
"음, 캘론 목장까지 커버하기에는 양이 좀 부족하네요. 그렇다고 소비량의 1/10도 안 되는 양을 제공할 순 없잖아요?"
"그것만이라도 제공해 주십시오. 수영농장산 사일리지만 먹는 소들을 구분해서 프리미엄 등급으로 출하하면 됩니다."
"그러시다면 생산 일정을 한번 조절해 보겠습니다."
"……."
"미스터, 그런데 메탄 포집 안테나를 여러 항공기에 달아서 다른 목장들을 순회하는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요?"
"당장의 생산이 부족하니 그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비행선은 어떨까요? 아무래도 메탄을 대량으로 저장해야 하니까 비행기보다는 비행선이 더 나을 거 같습니다."
비프스 캘론은 양력이 아닌 기체의 부력으로 뜨는 비행선을 권유했다.
이에 처음 항공기 이야기를 꺼낸 발머 스틴이 덧붙였다.
"비행선은 그런데 너무 느리고 날씨에 따른 추락 위험도 큽니다."
"하지만 양력 항공기는 탑재량에 한계가 있을 테니, 자주 활주로에 내려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 않겠습니까?"
"음, 그것도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하수영은 진지한 얼굴로 발머 스틴과 비프스 캘론의 의견 교환을 듣고 있었다.
"그건 해결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잉에서 미팅을 원하고 있는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내일이라도 당장 뛰어올지 모릅니다."
"……."
"아, 그래요? 그럼 만나볼게요."
온통 목장, 사료, 고기, 소의 방귀와 트림만 오고 가는 속에서, 사티아 아델은 짙은 고립감을 느꼈다.
***
발머 스틴이 보잉에 연락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날 오전에 캘리포니아 목장까지 달려왔다.
"제퍼는 부사장입니다. 대한해군 원수님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하수영입니다. 반갑습니다."
"혹시 함대에 필요하신 함재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십시오. 바로 컨설턴트를 통해 카탈로그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그럼 나중에 몇 부 보내줘요. F35 시리즈만으로 채워 넣으니 뭔가 단조로운 면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꼭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소소한 영업에 성공한 제퍼는 부사장은 흡족한 기분으로 본격적인 브리핑을 시작했다.
"저는 프로펠러 엔진기를 통한 메탄 항공 포집 방식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장점이 있나요?"
"네, 프로펠러 엔진기는 속도는 느리지만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죠. 그리고 제트기에 비해 느릴 뿐, 수백km/h 정도면 항공 포집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건 그래요. 그런데 착륙 중량을 생각하면 그리 오래 포집은 못 하지 않을까요?"
항공기는 착륙을 위해서는 최대한 가벼워지는 게 안전하다.
제퍼는 부사장은 그래도 자신만만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공중급유방식을 채용하면 됩니다."
"공중급유방식? 아!"
"네, 대형 공중급유기에 포집 안테나와 액화처리장치를 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항공기가 따라붙으면서 실시간으로 탱크를 비워주는 거죠."
"포집기 따로, 수송기 따로, 이렇게 세트를 이루자는 거군요."
"그럼 포집 작업이 끊김 없이 지속 될 수 있습니다. 포집 항공기 역시 공중급유로 연료를 공급받으면 되고요."
"괜찮은데요?"
"포집기와 수송기, 이렇게 2기 1조를 이루고 5개 조 내지 10개 조마다 공중급유기를 붙여주면 쉼 없이 포집 작업이 이뤄질 겁니다. 미국의 모든 목장을 지속적으로 순례할 수 있죠. 목장 안테나는 중요 거점에만 설치하시면 됩니다."
"이야, 진짜 괜찮은데요."
"잠깐, 그럼 그 돈은 누가 냅니까?"
사티아 아델이 듣고 있다가 기가 막혀서 의문을 제시했고, 네 남자는 동시에 그를 쳐다봤다.
제퍼든 부사장이 사교 웃음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미 정부가 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