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05화 (905/1,270)

프랜차이즈 갓 905화

219장 미국은 돈이 많아요 (2)

하수영이 보잉 주식에 올인을 하라고 했을 때, 임탁정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미국 시장에 집어넣었다.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주었던 28억(로또 1게임 당첨금)도 밀어 넣으려고 했다.

"당신 미쳤어? 이걸 가지고 주식에 몰빵한다고? 말이 되는 소리야?"

"확실한 소스가 있으니까 나만 믿어 봐."

"당신이 무슨 확실한 소스 같은 게 있어! 맨날 마약쟁이들만 잡으러 다니느라고 인맥 같은 것도 변변찮으면서! 여의도에 아는 트레이더 하나 없잖아!"

"윽, 비겁하게 팩트로 공격을 하다니. 아니, 그나저나 왜 돈이 1억밖에 없어?"

"우리 집 새로 산 거 그새 잊었어? 있던 집 판 거랑 로또 당첨금으로도 모자라서 대출도 5억이나 받았잖아!"

"그, 그랬나?"

"허구한 날 제주도에만 있으니까 라테드림타워 거기가 진짜 집인 거 같지?"

"……."

"사실 나도 그래. 거기 스위트룸 너무 좋아."

호텔 안에서 주거, 레저, 쇼핑, 문화 등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보니 그렇다.

아이들도 서울 집보다는 임탁정의 라테드림타워 스위트룸을 더 좋아했다.

그 덕분에 기러기 아빠 신세를 면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그럼 애초에 1억도 다 털어 넣고 4억만 대출받지 그랬어?"

"그래도 언제 무슨 일 생길지 모르는데 1억 정도는 수중에 쥐고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지. 안 그래?"

"……."

여기서 임탁정은 양심이 조금 찔렸다.

그런 귀중한 돈 1억을 달라고 했으니, 아내가 성질을 부리는 게 당연하리라.

"확실한 소스니까 걱정 말고 맡겨 봐. 내가 불려서 돌려줄게."

"그러니까 그 소스가 누군데?"

"청담동……."

"꺅! 어머나, 어머나! 그럼 하수영의원님? 의원님이 주신 정보야?""

"어, 마, 맞아. 의원님이 이번에 좋은 투자처 있으니까 전 재산 올인하라고……."

"그럼 당연히 올인해야지! 기다려! 여보세요? 엄마? 돈 좀 있어? 있으면 나 좀 빌려줘. 내가 이자 엄청 쳐서 줄게! 응응! 확실한 투자처가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아니, 여보?"

임탁정이 말릴 새도 없이, 아내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한 번씩 꽉 돌렸다.

그리하여 며칠 후, 아내는 남겨둔 1억에 빌린 돈 4억을 보태서, 5억을 만들어서 가져왔다.

"영혼까지 끌어모았어."

묘한 감정에 젖은 눈으로 통장을 바라보던 임탁정이 불현듯 중얼거렸다.

"우리 처음 데이트할 때 생각나네. 당신 쇄골과 가슴 계곡 라인이 참 이뻐서 몰래 훔쳐봤었는데, 영혼까지 끌어모았다고 먼저 털어놔서 그 솔직한 모습에 내가 그만 결혼이라는 무덤에……."

"배고프지? 밥 먹을래?"

"점심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응, 제삿밥."

아무튼 임탁정은 모든 돈을 보잉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걱정이나 불안함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의원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챙겨주시겠지,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의원님의 판단이니까 틀릴 일 자체가 없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믿음은 보답 받았다.

보잉에 넣은 200억 원이 1,000억원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원래 그의 돈 252억 원은 5년 정기예금으로 묶여 있었다.

월 4,000만 원 이상의 이자를 매달 지급받는 대신, 중도해지하면 이자를 모두 반환한다는 조건.

그래서 해지 대신 252억 원을 담보로 200억 원을 빌렸다.

은행이야 담보와 수익이 확실하기 때문에 흔쾌히 빌려주었다.

그가 받는 예치이자보다 대출이자가 조금 더 높기에, 4,000만 원의 이자를 받아도 거기에 돈을 보태서 대출이자를 갚아야 했다.

대신 중도해지 수수료가 없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보잉에 투자한 본인 돈 200억 원이 1,000억 원이 되어 돌아왔다.

납부할 세금을 제외하고, 순수한 본인 실수령금이 1,000억 원이 된 것이다.

"진짜야? 이거 진짜야?"

남편에게 5억을 줬더니 30억 가까이 불어나서 돌아왔다.

아내는 통장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자는 적당히 얹어서 돌려줘. 투자한 것도 아니고 빌려준 건데 너무 많이 줄 필요 없어."

"얼마? 이자는 얼마나 주면 될까?"

"4억 빌렸으니까 8억으로 돌려주면 딱 적당할 거 같은데."

"응, 알았어. 그렇게 쳐서 돌려줄게. 그래도 2배면 많이 남았다."

빌린 돈 8억을 돌려줘도, 22억 가까이 되는 돈이 남는다.

즐거워하는 아내의 표정을 보며, 임탁정은 마음을 굳게 다잡고 말했다.

"여보,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뭔데? 아, 맞다. 당신도 비상금 꿍쳐둔 거 넣었지? 얼마 벌었어?"

"그 전에 이혼 안 한다고 약속해."

"여자 생겼니? 이혼 안 해줄 거니까 꿈도 꾸지 말고 어서 고해성사하렴."

"사실 당신한테 줬던 28억, 그게 당첨금 전부가 아니야."

"알고 있었어."

아내가 방글방글 웃으며 말하자 임탁정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한참 동안이나 굳어 있던 그는 아내의 킥킥거리는 웃음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 알고 있었어?"

"그럼 라테월드타워 투숙이 의원님 지원이란 말을 내가 믿을 줄 알았어? 그거 자기 당첨금 꿍친 걸로한 거잖아. 252억."

"흐, 흐어억! 아, 아니.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있는 거야?"

"그날 김포공항 판매점에서 수동 10게임 당첨된 게 1등 게임 전부였어. 그리고 당신, 그날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갔었지."

"……."

"당신이 뭔가 사업이라던가, 아니면 큰일을 하려나 보다 하고 모른 체했던 거야. 28억 원이면 평생 생활비는 다 갖다 준 거잖아? 대충 매달 467만 원씩 50년어치 준 거니까."

"……."

"솔직히 5억이 30억으로 불어났을리는 없고, 그중 20억 정도는 당신이 주는 용돈 맞지? 의원님이 투자 정보 줬다는 건 당신 거짓말이고.

안 그래?"

"……애초에 내 말을 믿지 않았구나."

"로또 번호도 의원님이 찍어준 거라며? 자기 덕분에 280억 원이나 생겼는데 굳이 더 챙겨줄 필요가 없잖아."

임탁정은 조용히 미리 준비해 둔 서류들을 꺼냈다.

아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 위해서 준비한 '보고서'들이었다.

"여기 S은행 252억 원이야. 매달이자 4,000만 원 넘게 받는 대신 5년 동안은 중도해지 안 하기로 했어."

"그 돈으로 라테드림타워에서 펑펑쓰면서 호의호식한 거구나. 그래, 인생 짧은데 우리 가족도 이런 사치 누려봐야지. 잘했어."

"이건 얼마 전에 S은행에서 예치금담보 잡히고 200억 원 빌렸다는 대출 서류."

"나 용돈 주자고 대출한 건 아닐 테고, 무슨 사업하기로 한 거야? 혹시 수영레스토랑?"

"이거 전부 미국 주식시장에 넣었어. 보잉에 몰빵했지."

그제야 아내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당신, 미쳤어? 정말 주식에 손댄 거야? 아니, 잠깐. 혹시 의원님이 투자 정보 소스 줬다는 게 사실……."

"보잉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지?"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임탁정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통장 하나를 더 보여주었다.

[100,098,173,091원.]

12자리 숫자의 향연에 아내는 순간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이, 이게 다 얼마야? 일, 십, 백, 천, 만…… 처, 천억?"

"세금 다 내고 남은 거야."

"이, 이게 다 당신 돈이야?"

"우리 돈이지."

"세, 세상에나!"

아내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임탁정은 우쭐한 기분이 들어서 아내의 흥분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아내가 잔뜩 상기된 표정 그대로 말했다.

"샤워하고 올게."

"여, 여보?"

"조금만 기다려."

"아니, 여보? 갑자기 왜?"

"천억짜리 남편이 너무 섹시해서 참을 수가 없어."

"여보! 여보!"

아내는 아직도 숨을 헐떡이는 임탁정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속삭였다.

"우리 천하장사 임꺽정 씨, 왜 이렇게 약골이 되셨어요? 제주도 책상 생활이 너무 편하셨나요?"

"나 정도면…… 그래도 강인한 거야……."

"알았어요, 알았어. 좀 더 쉬어."

아무튼 부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천억이나 생겼는데 검사 생활 더할 거야?"

"그래야지. 돈은 어디 가지 않지만 법복은 한 번 벗으면 끝이잖아. 어차피 언제든지 벗을 수 있고, 지금은 그때가 아닌 거 같아."

임탁정은 검사직이 하수영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했다.

이것을 내려놓으면 자신은 하수영을 도울 방법이 전혀 없어지게 된다.

"그분이 일개 차장 검사의 힘이 절 실할 거 같진 않은데."

"개미만 한 힘이라도 남겨두고 싶은 거지. 이것마저 없으면 난 의원님한테 술상무 말고 아무것도 못돼."

"그래, 그럼 그건 당신이 알아서해, 혹시 알아? 나중에 의원님이 법무부 장관까지 끌어올려줄지? 당신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 위해서."

살짝 속물스러운 감정이 섞인 아내의 말에 임탁정은 흐릿하게 웃었다.

"뭣보다 난 사업이나 투자 같은 건 전혀 아는 게 없어. 돈 불리겠다고 설쳤다가는 오히려 깎아 먹기만 할 거야."

"그럼 그 돈은 그냥 묵힐 거야?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아, 프리 덤."

-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아내가 부르자 프리덤이 냉큼 대답했다.

"천억 가지고 어떻게 굴리면 좋을까? 너 프로 버전 아닌 건 아는데, 그냥 노말 모드에 맞는 조언이나 좀 해줘."

-노말 모드에 맞는 조언이라면 역시 빌딩 구입이죠.

"그렇지? 역시 그거뿐이지?"

-냉정하게 말씀드려서 두 분이 천억 원대 자금을 적절하게 굴릴 만한 수완이나 경험, 지식은 없으시니까요. 압구정동, 삼성동에 적당한 매물을 구매하면 될 거 같습니다.

"왜 하필 그 두 동을 콕 집어서 말해? 혹시 청담동이랑 붙어 있어서?"

-네, 그렇습니다.

"기왕이면 청담동을……."

"당신, 내가 의원님 미움 사는 꼴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아, 맞다. 의원님이 청담동 부동산콜렉터라고 하셨지."

아내는 아차 싶어서 얼른 말했다.

-그리고 1층은 제게, 아니, 하수영의원님께 가맹점을 부탁하면 될 거 같습니다.

"가맹점? 혹시 수영레스토랑을 말하는 거야?"

-수영레스토랑이든 수영오세안이든, 하수영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1층 전체에 세를 놓고 주인님이 관리하시면 꾸준한 수익이 보장될 겁니다.

"근데 나 음식 장사 같은 것은 경험이 없는데……."

-하수영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모두 제 종합 서포트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라면 하나 끓일 줄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데다가, 요식업 지식이 전혀 없어도 창업에 문제가 없다.

때문에 하수영 프랜차이즈 요식업은 가맹 경쟁률이 치열하다.

"수영레스토랑이 회전율도 높고 참치보다는 대중적이어서 돈이 더 잘된다던데."

-참치나 라면보다는…… 아닙니다. 그건 하수영 의원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군요. 모친 찬스를 쓰시죠.

"모친 찬스?"

-모친께서 요리를 잘하시니까요.

보잉 정보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뜻에서 식사 대접 한 번 하시죠.

"그래야겠다. 엄마도 의원님 덕분에 1억 벌었으니까 해줄 거야. 의원님 언제 들어오시는지 알아?"

-조만간 들어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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