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28화
222장 청담에 맞선 결과 (4)
충격적인 분위기가 회의장을 휩쓸었다.
한참 동안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모두의 초점은 화면 속의 가상3D 황금빛 탑에 고정되어 있었다.
동시접속 999억 개 이상.
하루출력 3,000킬로와트시.
접속안정 범위 반경 1,000km.
마치 구름 속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마법 같은 단어들이다.
정말 저런 스펙이 가능하다고?
25세기도 아니고 21세기인 지금 시대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노교수 유진중이 가장 먼저 질문했다.
"아직 실물은 없는 듯한데, 언제 시제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겁니까?"
"제작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재료 수급이 문제죠."
"재료 수급이요?"
"무선송전탑을 만드는 데는 대량의 금이 필요합니다."
"금이요? 정확히 얼마가 필요합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금의 양에 비례해서 출력 범위, 송전 출력, 동시접속 대수가 올라가니까요."
"……."
"정확한 비율은 보안상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술 자체는 이미 완성돼 있으며, 검증이나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다. 라고만 보시면 됩니다."
아직 실물을 보진 않았지만, 누구도 에릭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프리덤을 만들었고, 물을 거부하는 금속처리 기술을 하루아침에 뚝딱내놓았으며, 어느 날 갑자기 마법의 주머니처럼 사과만 한 인공 태양을 꺼낸 인물이다.
그런 이가 저렇게 당연한 듯이 말하는데, 의심을 품을 리가.
본래 과학은 끊임없는 의심과 비판, 상호 검증을 거쳐야 하는 영역이지만, 중고등학생이 노벨물리학상 칼테교수의 연구 실적을 검증할 수가 있겠나?
그저 설명을 듣고 따라가는 것도 벅차서 숨이 넘어가지.
'역시 답은 황금이지.'
하수영은 유유자적하게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렸다.
사실 황금은 성능에 아무 상관 없다.
그저 개인적인 재미와 디자인을 위해서 황금을 포함시킨 것뿐이다.
일단 외피를 금으로 만들어서 두르면, 보기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과학자들은 이제 하나둘씩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으음…… 대단한 기술이긴 한데 아무래도 정부의 간섭을 심하게 받을 거 같습니다."
"전자파가 위험하다고 아파트 단지에서 통신중계시설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 통신전파도 아닌 전력 그 자체를 전송하는 거라면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겠어요."
"전자파 위해는 없는 겁니까? 초고 압 송전탑은 근처에만 가도 감전 위험이 있는데, 이건 괜찮은 겁니까?"
고압 전기가 송전선을 흐를 때, 인체에 해로운 막대한 전자파가 발생한다.
통신 전자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
그렇다면 대도시에 무선 전기를 전송할 때 위험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송전 과정에 어떤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겁니까?"
"통신 간섭을 피하려면 아무래도 주파수 설정에 신경을 써야 할 텐데요."
"그럼 주파수 이용권을 따기 위해서 이제 우리도 통신사와 경매에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정부가 벌써부터 주파수 가지고 갑질할 게 눈에 선하군요. 으, 그 꼴을 봐야 한다니……."
"아니죠. 이렇게 대단한 기술인데 그놈들이 무슨 갑질을 합니까? 오히려 우리 앞에서 공손히 머리 숙이고 주파수를 갖다 바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국가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무선 송전 기술 앞에서 절대로, 절대로 거드름 못 피운다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지금 핵피아들 설치는 걸 보면 꼭 합리적으로 나올 거라고 믿기는 힘든데요."
"핵피아들만 설치는 거 아닙니다. 반 핵피아 세력들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견제하고 있어요. 산자부에서는 발전소 신법을 놓고 내부 다툼까지 일어났다는군요."
모두가 핵피아에 찬성하지 않는다.
싸고 깨끗한 전기를 원하는 이들 당연하지만 핵피아의 그런 움직임을 제지하고 나선다.
기득권 카르텔은 이익을 위해 서로 뭉치지만, 이익을 위해 서로 반목하기도 한다.
행정기관에서 의견이 나뉘고 대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잠시만요, 여러분."
그때 하수영이 마이크에 몇 번 말을 했고, 임원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제가, 아니, 우리 에릭 실장이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요?"
"예?"
"엿 먹으라고 기껏 칼을 뽑았는데, 칼자루에 저당을 잡혀뒀을 리가 있나요? 그런 건 싹 깔끔하게 정리를 했죠."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주파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겁니다."
"예?"
"송전하는데 주파수니 뭐니 다 필요 없어요. 송전탑과 단말기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가 얼마든, 장애가 있든 없든, 그런 외부 환경에 '전혀.' 영향받지 않고 즉시 전력이 공급되니까요."
"서, 설마! 양자얽힘을 이용한 겁니까!"
"맙소사! 정말로 양자얽힘을 상용적으로 구현을 했다고요?"
"답은 노코멘트입니다.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다시 한번 정수리가 쭈뼛하니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
하수영이 쳐다보자 로한이 가볍게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납이나 금, 퀴륨 같은 고밀도 물질로 만든 벽두께 10미터짜리 벙커안에 넣어도 방해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
과학자들은 더욱 할 말을 잃었다.
그 어떤 외부 요인으로도 송전을 방해할 수 없다고?
이것이 가지는 유용성, 그리고 전략적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기존의 송전탑, 송전선 따위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력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을 새로운 무기였다.
어떤 면에서는, 그러니까 지금 환경에서는 핵융합보다 더 파급력이 클 수도 있다.
전기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비싼 자원이다.
전기 문명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송전망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깔고, 중간에 끊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서 관리해 줘야 한다.
아프리카 오지 등에서 전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발전소가 부족해서 라기보다는, 송전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선송전탑은 기존의 송전망 인프라를 완벽하게 박살 내버릴 수 있다.
고대 로마에서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전쟁을 벌이는데, 5세대 전차 1만 대가 갑자기 튀어나온 꼴이다.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아예 게임자체가 안 되는 수준이다.
"차후 특별히 허락할 때까지는 당연히 보안 유지해야 하는 거 아실 겁니다."
충격에 휩싸인 과학자들은 알았다.
는 대답을 잊을 정도로 넋이 나가 있었다.
예상했던 그대로의 반응.
하수영은 마지막 추가 멘트로 마무리를 지었다.
"조만간 테스트 기동이 있을 겁니 그때 다시 확인하세요."
테스트를 위해서 수영조명은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그들은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배터리를 다수 확보해서 센서를 달았다.
또 TV 등 배터리가 없는 전자제품도 종류별로 확보했다.
방전된 배터리는 측정장치를 달아서 두꺼운 납으로 된 상자에 넣었다.
"밀폐 상태는 완벽합니다."
"여기도 이상 없습니다."
"준비 완료입니다."
테스트 장비는 전국적으로 흩어놓았다.
심지어 수영발전소에서 가장 먼, 제주도 남쪽의 마라도에도 몇 개 갖다 놓았다.
그렇게 테스트 준비를 마친 과학자들은 커다란 황금탑을 황홀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길이 약 4미터가량 되는, 번쩍거리는 광채를 자랑하는 탑.
당연하지만 통짜 금은 아니었고, 탑의 외부에 금을 두른 것이다.
"이거 탑 하나 만드는 데 금을 200톤이나 썼다는데."
"와, 그럼 금값만 해도 얼마야? 10조 원?"
"그 정도 되지."
"진짜 끝내주게 비싼 송전시설이네."
"이거 하나면 우리나라 전 지역에 송전망 인프라를 깔 필요가 없는데, 그 돈에 비하면 껌값이 아닐까?"
"아, 그렇겠어요. 전국 송전망 인프라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 아니, 수백조 원 이상이 될 테니까. 거기다가 유지보수 비용도 계속 들어가고……."
"겨우 10조 원으로 전국을 커버하면 완전히 남는 장사라고."
흰 연구 가운을 입은 로한은 테스트 준비에 한창이었다.
잔뜩 진지한 태도를 보고 있으니, 새삼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몸 좋고 잘생기고 근데 머리까지 좋다니…….'
'에릭 로한 박사야말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심지어 모발도 풍성해. 신이 존재한다면 저런 불공평한 존재를 빚을 리가 없잖아.'
"무선송전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로한이 덤덤하게 입을 떼었다.
간단한 가동 테스트이지만, 수영조명에서는 극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CIA가 염탐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보안에 신경을 쓰세요.
덕분에 테스트 장비를 구매하고, 전국 여러 장소에 설치하는 데만 해도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이 펼쳐졌다.
장비를 설치한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모든 비밀은 오로지 이사회 과학자들만이 공유하고 있었다. 스카웃 당시 하수영의 검증을 거친.
"보안에 신경을 쓰긴 했는데, 괜찮겠지?"
"탑의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테스트 배터리들 방전 상태도 완벽합니다. 이제 결과를 보면 되겠군요."
이곳에도 테스트용 배터리와 전자 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수영 발전소 역시 최소한의 출력으로 터빈을 돌리며 발전을 하고 있는 상황.
"시작합니다."
덤덤한 에릭의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고, 동시에 꺼져 있던 전자기기들에 전원이 들어왔다.
어댑터에 부착된 전력수신칩을 통해 전원이 공급되며, 전자기기가 작동을 시작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TV, 노트북, 선풍기, 이동식 에어컨, 열풍기 등을 보며 경이로움에 젖었다.
"이럴 수가……."
"……진짜 되네?"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
전기차 배터리도 빠르게 충전되고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
배터리 성능에 맞춰 최고의 속도로 급속충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마라도에서도 데이터 왔습니다. 모든 테스트 설비들이 동일한 시각에 정상 작동하고, 또 충전되고 있습니다."
"실험은! 성공입니다!"
"우와아아!"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축하합니다. 에릭 로한 교수!"
"에릭 교수! 당신은 정말 천재요, 천재!"
"우하하하! 정말 세상을 뒤바꿔놓을 대발명입니다!"
이제 더 이상 송전탑과 긴 송전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더 이상 도심 시내 지하에 전력 케이블을 매설할 필요가 없다.
각 가정집이나 빌딩은 개별로 전기 수신장치를 달아서 다이렉트로 전기를 받으면 그만이다.
전봇대가 쓰러져서, 새가 전깃줄에 감전돼서, 변압기가 고장 나서, 그런 이유로 정전이 닥칠 일은 이제 없으리라.
"이거 이제 스마트폰과 노트북 충전기가 사라지는 시대가 열렸군요."
"그 빌어먹을 래플이 더 이상 충전기 케이블 가지고 장사해 처먹는 일은 없겠지요?"
"와, 이러면 전기차들은 대박 아닌가요? 충전 주차자리 가지고 더 이상 다툴 필요도 없고, 여행 갈 때 충전 계획 때문에 머리 아플 일도 없고."
"아예 배터리를 빼버려도 되겠는데요? 실시간으로 전기 받는데 뭐 하러 배터리 씁니까?"
"그건 아니죠. 고속주행 중에 송전딜레이 같은 오류가 발생하면 정말 위험합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서 보험으로 소형 배터리 정도만 넣어두면 되겠네요. 배터리 크기 자체는 확실히 줄어들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