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53화
227장 무선을 무선이라 부르지 못하고 (3)
-일대일 단독 연결이면 거리를 훨씬 더 늘릴 수 있습니다.
로한은 덤덤하게 설명했다.
-원래 송전탑 1개를 다중 수신장치에 동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송전거리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 캐시 발전소를 두고, 정확히는 중계 장치가 되겠지만, 거기까지 대량의 전력을 무선으로 보내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무선으로 보내 줄게.
그다음부터는 너희가 알아서 유선 망으로 여기저기 잘 뿌려 봐.
코즈펠트는 로한의 구상을 완전히 이해했다.
"만약 이 방식이라면……."
-송전탑만 세우는 대로 바로 전력 공급을 시작할 수 있죠. 캘리포니아에 있는 기존 발전소를 이용해도 되겠군요.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물론 강릉발전소가 언제든 전기를 끊어버릴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하수영이 시원하게 끼어들었다.
"걱정 마세요. 설마 송전을 끊었다. 연결했다. 그런 장난질을 치도록 미국이 저를 몰아붙이겠어요?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
뭔가 뉘앙스가 이상한데?
'그런 짓 안 할게.'가 아니라, '내가 그런 짓 안 하도록, 너 잘할 거지?''
이런 말투 아닌가?
-효율은 400W로 잡죠. 일 년 동안 3,504GWh의 전력생산을 보장합니다.
미국 전체 소비 전력의 0.08% 정도 되는 수준.
0.08%라고 하면 너무 작아 보이지만, 단일 발전소의 용량, 그것도 나눠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코즈펠트도 반신반의했다.
"그게 가능합니까?"
-터빈 증설만 끝나면 가능합니다. 그 후에도 만약을 대비해서 터빈은 계속 증설을 할 거고요.
"핵융합의 열효율이 정말 무자비한가 봅니다. 발전소 1개가 그만한 전력을 커버할 수 있다니……."
-대신 강릉과 캘리포니아를 연결하는 재료가 필요합니다.
"금 말씀이시군요. 얼마나 더 있어야 합니까?"
-천 톤 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천 톤이라고 하셨습니까, 지금?"
코즈펠트는 순간 자신이 뭐 잘못 들었나 싶었다.
천 톤? 천 톤이라고?
미국 보유량의 1/8이 필요하다고?
-1시간당 400MW의 출력을 일대일로 보내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안정적입니다.
"그, 그럼 나중에 송전 용량을 늘리려면……."
-400W씩 증가할 때마다 천 톤씩 더 필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 보세요. 일대일로 보내는 것도 이 정도인데, 미국 전체에 무선망을 깔려면 얼마나 많은 금이 필요하겠어요? 감당 안 된다니까요, 이거."
"……."
"근데 금을 녹여 설비를 만든다 해서 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문제는 없지 않아요? 게다가 바깥쪽에 한 덩어리로 붙여놓는 건데."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코즈펠트 이사는 금 천 톤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하수영이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걱정 마요. 금 송전탑을 강릉 발전소에 세우겠지만, 소유권까지 달라고는 안 할게요. 그건 제가 너무 염치가 없잖아요."
"……감사합니다."
코즈펠트 이사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협상이 끝났으니 이제 본국에 보고를 해야 한다.
백악관의 주인은 과연 뒷목을 잡지 않을 것인가?
***
다음은 러시아였다.
"NCND. NCND. 아임 쏘리."
"농사와 목축에 필요한 땅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연해주를 모두 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 음. 사실 지금 연해주 목장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겨우 연해주만으로 되겠습니까? 유럽 진출도 하셔야죠. 크림반도, 보로네슈 일대에서도 얼마든지 농장과 목장을 꾸리십시오. 그 어디든지 마음껏 울타리를 그어보십시오!"
러시아 해외정보국 이반 요원은 넓은 러시아 지도를 쫙 펼졌다.
예전에 인연을 맺은 러시아 미녀대학생, 한때 요원으로 착각했던 로마노프가 옆에서 활짝 웃으며 유성펜을 내밀었다.
"그어버려요. 어디든, 원하는 대로"
하수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 독수리는 내 얼굴이 웃게 하지만, 불곰은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니까. 못 말려."
그리고 하수영은 유성펜을 들어서 연해주 전체에 선을 그렸다.
또한 크림반도 지역에도 선을 그었다.
그 뒤 매우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크림반도에서 포도농장을 짓고 유럽의 와인 시장을 점령하는 것……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요."
"저 이번에 한국에 취직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우리 자주 봐요."
"러시아 미녀는 언제든지 환영이죠. 내가 아까 뭐라고 했더라? NCND? 그건 저기 집어치우고, 자, 뭐가 궁금하죠?"
이반 요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무선 전기가 정말 사실입니까?"
"사실인데, 아주 많이 비싸요. 그래서 수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할 생각도 없고요.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하니까요."
하수영은 미국에 공개한 만큼, 러시아에도 똑같이 알려주었다.
송전망 구축에 대량의 금이 필요하다는 설명에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블라디보스토크와 서울을 연결하는 해상 파이프는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가스보일러 다 뜯어내고 전기보일러를 설치할 순 없죠. 우리나라 유류, 가스 소비량에 큰 변동은 없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유지할 거니까요."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를 겁니다."
"그래서 공개를 안 하는 겁니다. 아마 수영조명은 원전만 딱 몰아내고 그 자리만 차지할 겁니다."
"회장님 생각은 다르신 거군요?"
"저야 마음 같아서는 우리 농장하고 가맹점에만 전기 넣고 싶죠."
"……아, 오히려 확장을 반대하시는 입장이셨군요."
"수영조명 직원들 월급도 주고 해야 하니까 뭐 사업 확장을 용인한 겁니다. 처음부터 제 뜻은 농장 전용 발전소였습니다."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먹거리 외의 생태계를 너무 급격하게 바꾸고 싶지 않거든요. 막말로 전력 시장 종사자들 다 실직자 되면, 저는 이 많은 식품들을 어디에서 팔죠?"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깊은 신뢰가 갑니다."
"결국 다 농사짓자고 하는 건데, 농사 사업 기반이 흔들리는 걸 제가 왜 바라겠습니까?"
러시아는 석탄 발전이 60% 이상이다. 석탄 생산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신재생 전기에 대한 관심도 낮다.
"독수리 놈들도 했는데, 우리라고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핵융합 전기를 넣어 주십시오."
러시아는 딱 상징적인 규모로만 계약을 했다.
당장 적극 도입을 하기에는 양자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미래의 변화 대비를 위해서 일단 문을 열고 통로를 만들어둔 것이다.
무엇보다 하수영이 기존 시장을 크게 붕괴시킬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것에 만족했다.
***
그 뒤에도 여러 나라들이 찾아왔다.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스페인, 등등.
하수영은 그들에게는 NCND조차 주장하지 않았다.
"글쎄요."
"아는 게 없는데요. 전 일개 농부일 뿐입니다."
"기술적인 것은 기술자에게 물어봐야죠. 그리고,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알려줘야 합니까?"
"제가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나요?"
미국과 러시아 외의 나라들은 무선 전기 기술의 존재를 강하게 확신하지 못했다.
두 나라에 비해 정보력과 관심이 떨어졌던 것도 있고, '설마 그게 되겠어?'라는 의구심과 자기합리화가 컸던 탓이다.
그 나라들의 관심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무선 전기보다는, 이미 공식 인증된 핵융합 발전소에 있었다.
"핵융합로 제작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수출은 없습니다. 미국, 러시아가 매달리는 것도 거절했다고요."
미국과 러시아,
절대방패 2개를 앞세우니 대부분은 어떻게든 떨어져 나갔다.
"의원님, 중국에서 황비버섯과 수영농장 양식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전 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려울지라도, 나중에 기회가 열리면 소소한 배려를 해주십사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음, 적절한 환경이 모두 골고루갖춰지면 이 세상에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기대하겠습니다."
중국 대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정중히 물러갔다.
-마스터, 괜찮은 겁니까? 황비버섯농장을 인질로 삼아서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닙니까?
"인질? 누가 인질이고, 누가 인질 범인데?"
-그야 중국의 황비버섯농장이 인질이고 중국 공산당이 인질범…….
"나 10년 치 매출 선금받았다. 농장 그거 문 닫으면 누가 손해일 거 같냐?"
-14억 인구 시장에서 퇴출되면 결과적으로 우리도 손해입니다!
"사람이 딴 건 몰라도 3대 욕구는 못 막아. 농장 없어지면 지들이 어떻게든 우리나라 들어와서 밀수해서 사가겠지."
-…….
"못 팔아도 난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이거야."
-마스터가 인질범이 되겠군요.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라. 농사짓는 로봇이 그렇게 촐싹대서야 새싹들이 안 좋은 것만 본받게 된다고."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스텔스 구축함 이거 언제 오려나. 하루빨리 받았으면 좋겠는데."
-퇴역 절차라는 게 있으니 느긋하게 기다려 보시죠. 그런데 어디에 집중적으로 배치하실 겁니까?
"소말리아 쪽에도 한 척 놓고, 생선 수송로도 지켜야 하니까 그쪽에도 배치하고, 남미에도 한 척 배치해야겠네."
-남미 마약 카르텔이 코카나무잎 수송선들을 노린다는 정보가 있으니, 확실히 그쪽도 단단히 대비해야 할 거 같습니다.
국제 해적들한테 수영농장 소속 화물선들은 아주 좋은 목표다.
선주가 매우 부유하기에, 몸값을 단단히 뜯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그리고 항모병원선에서도 커버 범위를 넓혀 신경을 써주고는 있다.
하지만 수송 반경이 워낙 넓어지다 보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마스터, 해적들을 상대하는데 미사일은 너무 과잉 화력이 아닙니까?
줌왈트 구축함 3척은 기존의 함포와 기관포가 모두 제거되거나 취소 되었다.
그래서 무장이라고는 미사일이 전부다.
-저는 MK.46 30㎜ 함포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은품에 큰 걸 바라면 안 돼. 그 거라도 달아준다는 걸 감지덕지해야지."
-일본 해상자위대가 양식장을 노리고 기습 점령을 하면, 과연 30m 함포로 막아낼 수 있을까요? 미사일은 물량전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설마. 일본이 독도도 아니고 울릉도 양식장을 노리고 기습을 하겠어?"
-요즘 일본 식량 사정이 심각합니다. 생선이 없다 보니 일본인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합니다.
"흐음. 일본인들이 생선 하나에는 정말 진심이기는 하지."
-일본 유통업자들이 우리 양식장생선을 밀수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의 불만도 상당합니다. 국부가 유출된다고 극우 언론들의 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흠, 양식장 습격 시나리오라……."
-대기근에서는 그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어디 일본 뿐이겠습니까? 향신료 전쟁이 그러했듯이, 양식장 전쟁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말이 옳다. 그럼 어떡하지? 원래 줌왈트에 달려다가 취소했던 155㎜ 함포를 달아달라고 해볼까?"
-그건 포탄이 너무 비싸고 많이 싶지도 못합니다. 레일건으로 가시죠.
"레일건?"
-저희 전기는 남아돌잖아요. 특히 양식장 해역은 발전소 바로 옆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