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58화 (958/1,270)

프랜차이즈 갓 958화

228장 어장 호위함 (4)

중국, 베트남 어부들을 취조한 결과는 별것 없었다.

그들은 바다를 쥐 잡듯이 뒤져도 물고기가 거의 나오지 않자, 물고기가 많이 있다고 알려진 통영 바다로 향한 것뿐이었다.

'저기로 가면 물고기가 많이 있다! 우리 모두 만선이 될 수 있다!'

'기왕이면 머릿수 잔뜩 만들어서 가는 게 좋다! 느려터지고 운 없는 놈들은 미끼로 던져주고, 나머지는 생선을 싹 긁어오는 거다!'

'오오! 좋은 생각이다!'

'최대한 많을수록 좋으니까 베트남놈들도 불러 모으자고!'

테러, 혹은 군사적인 의도가 숨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조사 결과 순수한 생선 약탈이 목적이라는 게 밝혀졌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믿은 것은 아니다.

"그럴 리가 없어. 겨우 물고기나 좀 약탈하자고 남의 나라 영해를 침범하고, 해경을 뚫고 들어간다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겨우 생선에 눈이 멀어서 그런 무모한 짓을 한다고? 그게 사람이냐?"

"분명히 다른 뭔가가 있을 거야.

어부로 위장한 첩보 요원이 있을 거라고."

"진짜 물고기 훔치자고 그 많은 배들이 목숨을 걸었다고? 말도 안 되지."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해경과 해군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에 빠졌다.

테러, 군사, 혹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장하기 위한 공작인 줄 알았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물고기에 눈이 돌아가 버린 것이었다니.

반면, 최종 조사 결과를 들은 하수영은 태연하게 반응했다.

"원래 성인군자도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계가 위협받으면 무슨 짓이든 하게 돼요."

"그렇긴 하지만, 설마 저 정도로 무모할 줄은 몰랐습니다."

"에이, 저 정도는 순한 맛이죠. 궁지에 몰려서 한탕 크게 해야겠다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

"역시 그냥 포로로 잡지 말고 전부 바다에 빠뜨렸어야 했는데, 이거 내 피 같은 세금으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할 거 생각하니까 혈압이 오르네요."

작전 중에 무심코 포로는 안 잡는다고 했던 말이, 설마 진심이었나?

"원수님, 그런데 따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항의 들어온 것은 없었습니까? 아무래도 수영그룹이 그쪽에 크게 수출하는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중국은 아직까지 아무 말 없고요. 베트남이 조금 지랄을 하더라고요."

"의외로군요."

"자기들도 쪽팔린 거 아니까 모른 체 발뺌하기로 했나 봅니다. 막말로 거래관계 부서져도 나는 상관없어요."

황비버섯으로 거의 10년 치 매출을 이미 당겨온 상태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손절로 농장이 철수하면, 결국 중국만 손해를 본다.

심지어 해적들이 약탈을 하러 간곳은 수영양식장이고, 막아낸 것도 하수영이다.

"역시. 중국 입장에서는 항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군요."

"근데 베트남 얘들은 뭘 믿고 저렇게 나대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확거래 끊어버리면 어쩌려고."

하수영은 주효정의 효원식품을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황비라면을 수출하고 있었다.

베트남 주민들은 라면보다는 안에 든 황비버섯을 식재료로 쓰기 위해서 라면을 구입하고 있었다.

현지의 다른 라면들은 경쟁력을 잃고, 황비버섯라면은 굴지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원수님, 그렇지 않아도 레일건 때문에 주변국들이 난리입니다."

"그래도 용케 레일건인 건 알아봤네요. 스텔스함으로 운용한 거라서 모를 줄 알았는데."

"통영 바다에서 그렇게 많은 레일건 탄자를 발포했으니 정보 누출은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지금도 외교 채널로 정말 레일건이 맞는지 확인하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처럼 NCND하세요. 무긍정, 무부정. 이거 생각보다 좋습니다. 상대가 알아서 발작하거든요."

"에……. 외교부에서 일단은 레일건이라고 확인을 해주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일본은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잘된 거 아닌가요? 레일건 무서워서 앞으로 독도펜션에서 얼쩡거리지 않을 테니까요."

"……."

국방부 장관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헛기침 몇 번으로 긴장을 풀었다.

"원수님. 그래서 혹시나 해서 여쭙는 겁니다만, 레일건을 전차에 장착가능하겠습니까?"

"가능은 한데, 한 대에 2,000억이 넘어가는 전차를 만드시게요?"

"가격은 어떻게 차후에라도 조정이……."

"로한 말로는 대량생산해도 가격이 크게 떨어질 일은 없으니 기대하지 말랍니다. 저도 3문 간신히 받아냈어요."

"그래도……."

"무엇보다 레일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력공급시스템이 더 중요하고, 훨씬 더 비쌉니다. 세트로 묶으면 5조 2,000억 원은 할 테니까, 그냥 포기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

중국 버섯농장 파트너, 류이엔 회장이 조용히 청담동을 찾았다.

"우리 비즈니스 외적으로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안전한 곳에서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시죠. 제 의원사무실은 아주 안전합니다. 도청방지 장치가 되어 있거든요."

"그럼 안심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류이엔은 사뭇 긴장해서 입을 열었다.

"해적질을 한 어선단 말입니다. 중앙정부의 뜻이 아닙니다. 지금 베이징에서도 그거 때문에 당황해합니다."

"일부 도둑들의 일탈을 통치자가 일일이 제어할 수는 없는 법이죠. 이해합니다."

"나포된 어부들을 위해서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주석께서는 모른체하기로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아직 황비버섯 재배법을 훔치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그 말에 류이엔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정곡을 제대로 찌르셔서 제 가슴이 다 아픕니다. 맞습니다. 그게 이유입니다."

"류이엔 회장님께서 관리감독을 잘 해주셔서 황비버섯 재배 비법이 유출되지 않고 있잖아요.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수영농장에서 공급하는 특별한 비료가 없으면, 무슨 짓을 해도 안 되는 걸요."

현재 하수영은 안살린이 개발한 구루마 비료에 엘릭서를 섞어서 공급하고 있다.

버섯을 잘게 찢어 포자를 뿌린 후, 이것을 뿌려주지 않으면 자라나지 않는다.

특수비료의 주기적인 공급이 없으면 버섯이 자라나지 않으니, 비법을 노리는 세력들도 답답할 것이다.

"첩보 조짐이 요즘에는 잠잠해졌습니다. 마치 겉보기에는 포기한 것처럼요."

"정말 포기했을 수도 있죠."

"14억 인구가 매일, 1인당 평균 100g의 양을 먹어치우는 독점 식재료입니다. 엄청난 시장이죠. 이걸 순순히 포기할 재벌이나 권력자는 없습니다."

"흐음."

"다행히 아직까지는 제가 중앙정부에 연줄을 잘 대고 있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재배 비법을 절대로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류이엔 회장님도 일신을 조심하셔야겠는데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제 몫을 적게 하고, 주변과 최대한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가장 큰 몫을 가져가는 게 바로 국가주석입니다."

"여기저기 삥 뜯기는 것만 없었어도 우리 몫이 더 커졌을 텐데, 아쉽네요."

"어쩔 수 없지요. 중국에서는 큰 사업일수록 안전하게 하려면 이곳저곳과 많이 나눠야 합니다."

거래가 끊기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게 바로 류이엔이다.

그는 가장 큰 투자를 했지만, 그에 비해 적은 몫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어민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더라도 중국 정부가 공식 항의를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씀을 전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확실히 공개적으로 퍼지기에는 민감한 이야기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혹시 함포는 안 궁금하고요?"

"예?"

하수영이 장난스럽게 묻자 류이엔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래도 회장님이 저와 그나마 친한 중국인이잖아요. 친분을 내세워서 슬쩍 물어보라고 하지 않던가요?"

"……안 그래도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제가 이리저리 캐물었지만, 끝까지 아무것도 대답해 주지 않은 것으로 해주십시오."

"알리바이를 만들겠다는 거군요."

"전 식품 기업가일 뿐입니다. 군사외교적인 문제는 끼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아, 이해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중앙정부는 레일건이 아니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런 뉘앙스였습니다."

"그렇군요.제가 말씀드리자면……."

"아아! 회장님!"

"아, 맞다. 그냥 제가 말을 돌렸다는 걸로 말 맞추기로 했죠. 참."

류이엔은 살 떨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

중국은 침묵하고, 베트남은 비난하고, 일본은 함포의 제원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등 다양한 반응이 한반도를 휘감았다.

그 과정에서 반한 감정이 극에 다다른 베트남 정부가 황비버섯라면의 유통을 금지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그로 인해 애꽃은 베트남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지만, 한국은 베트남해적들에 대한 목소리를 외면했다.

F1 컨텐츠로 시작했다가 종합 IT 커뮤니티가 된 스페이스 포뮬러에서는 레일건을 놓고 매일같이 뜨거운 반응이었다.

[줌왈트가 레일건으로 해적들 배때려잡고 다니는 영상입니다. 먼 거리에서 찍어서 화질이 좀 그렇습니다.]

-우와, 대박! 완전 대박!!

-무슨 레이저빔 쏘는 거 같은데, 진짜 레일건이 맞나요?

-레일건 고유특징입니다. 탄자에 플라즈마 불꽃이 붙어서 궤적을 남기거든요.

-무슨 특전사가 기관총 들고 병아리떼 학살하는 거 같네요..

-진짜 레일건이 맞는 거죠? 그런데 국방부는 왜 아무런 공식 논평이 없나요?

-아무래도 NCND 스탠스 같은데, 요. 레일건 존재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건 줌왈트 3척 모두 조선 소에 입항할 때에는 함포 2문이 전부 제거된 상대였다는 거. 저 함포는 한국에서 새로 장착한 겁니다.

-오늘 미 국방부 장관이 우리나라 들어온다는데, 분명 레일건 때문에 엉덩이에 불붙어서 부랴부랴 들어온걸 겁니다.

-진짜 레일건이라면, 역시 저것도 로한 박사가 만들었겠지?

-너무 불안하다. 제발 미국에 레일건 기술 덥석 넘기지 않았으면, 핵융합처럼 우리나라가 꼭 끌어안고 가야 할 기술 같은데.

한국을 공식 방문한 미 국방부 장관은 일정을 이틀이나 소화하고 나서야 겨우 하수영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하수영을 바로 만나러 가기에는 너무 많은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사흘째에 조용히 하수영을 만난 앤더슨 뷰캐넌 장관은 줌왈트 재구매의사를 먼저 타전했다.

"안 되죠. 기껏 열심히 튜닝 다 끝냈는데 다시 되팔라니요. 금 6,200톤을 줘도 안 팝니다."

현재 미국에 남은 금 보유량(민간 소유)까지 언급하자, 장관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금 6,200톤으로 살 수도 없지만,

"원수님, 우리는 청담 줌왈트에서 미 해군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청담줌왈트는 우리가 꿈에도 그리던 완벽 그 자체의 모습이었습니다."

"정담 줌왈트? 오, 그거 굿 네이밍이네요. 완전 제 마음에 드네요."

"재판매가 어렵다면, 줌왈트 4번함을 신규 건조 시 레일건 함포를 달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수영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볼드모트, 혹은 볼트를 아십니까?"

장관은 잠시 경직되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방부에서는 오로지 저만 알고 있습니다. 해군부 장관도 알지 못합니다."

"보안성 하나는 괜찮군요."

하수영은 고개를 작게 까딱거리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했다.

"로한 박사가 태업을 할 게 뻔해서 어려울 거 같긴 한데……."

앤더슨 장관은 그 짧은 고요가 무척 길게만 느껴졌다.

"하나만 들어주신다면 제가 설득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아, 저희 농장에 아직 기상위성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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