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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67화 (967/1,270)

프랜차이즈 갓 967화

231장 솔저 콜렉터 (1)

이창영은 자기 명의로 된 재산이 없다.

심지어 지금 살고 있는 저택의 명의까지도 김범석으로 되어 있을 정도다.

저택 등에서 부리는 모든 직원들의 급여도 장남 이현덕이 대신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차명으로 된 그룹 지분까지도 몽땅 김범석에게 넘겼으니까.

그러나 단 두 가지만큼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쥔 채 내놓지 않았다.

첫째는 해외에 묻어놓은 거액의 비자금.

둘째는 자신의 돈을 먹은 정치인, 법조인 등의 이름과 금액을 기록한 장부다.

장부는 사실 재산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그러나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수천억 원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이창영은 김범석과 김상희를 병실로 불러서 그 이야기를 했다.

"상희야. 미안하구나. 모두 내가 부덕한 탓이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김유신이 그놈이 널 죽이려고 한 것은 결국 내 탓이니, 날 마음껏 원망하거라.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다 오. 난 절대로 그런 짓을 시킨 적도, 마음먹은 적도 없단다."

"……네, 알아요."

"놀란 네 마음에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120조 원을 증여로 주마."

"네? 120억 원이요?"

김상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아직 고교생인 그녀 입장에서는 120억 원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아무리 친아빠가 하루아침에 조 단위 벼락부자가 되었어도, 어쨌든!

'120억 원이면 래플폰, 아니, 프리 덤폰이 대체 몇 개지?'

"120억 원이 아니라 120조 원이란다."

"예?"

순간 김상희는 창백해져서 반문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배, 백이십조…… 원이라고요?"

"그래. 이것만 해도 넌 명실 공히 우리나라 두 번째 가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다."

김범석은 조금 과장해서 턱이 쇄골에 닿을 듯이 내려와 있었다.

오늘 부친 얼굴을 보면 단단히 화를 내려고 했다.

아무리 전 재산을 물려주었기로서니, 금쪽같은 내 딸이 죽을 뻔한 것에 대한 책임은 어쨌든 있는 거 아닌가!

진짜 패륜 소리를 듣는 것까지도 크게 각오를 했건만…….

한편 김상희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숫자에 이빨이 딱딱 떨리기까지 했다.

"너,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받……."

이창영은 얼른 말을 가로챘다.

"네가 안 받으면 내가 큰일나서 그런다."

"할아버지가 왜 큰일나는데요?"

"죄책감 때문에 병이 깊어질 수 있어. 남은 재산을 너에게 물려주고 용서를 받아야 내 마음이 편해지고, 병도 나아질 거 같구나."

현실에 찌든 대머리 중년 아저씨가 세상 물정 모르는 딸을 위해서 얼른 나섰다.

"아이고, 상희야! 어서 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지! 네가 그걸 받아야 할아버지가 미안한 마음을 떨치고 나으실 수 있다잖니!"

"그래, 제발 받아다오. 상희야. 받고 할아버지 용서 좀 해주거라."

두 부자가 번갈아 가며 재촉을 하니, 김상희는 넋이 나간 채로 끄덕였다.

"가, 감사해요. 할아버지."

"오늘 안으로 돈 옮기는 작업을 시작할 건데, 워낙 흩어져 있어 하루 아침에 끝나진 않을 거란다."

"괜찮습니다! 아니, 120조 원이라는 큰돈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옮길수 있겠어요? 안 그러니, 상희야?"

"그, 그럼."

김상희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120조 원이라니.

그게 대체 어느 정도나 되는 돈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아빠, 120조 원이 어느 정도나 되는 돈이야? 그걸로 프리덤폰 몇 개나 살 수 있을까?"

"딸, 청담동 휴민트타워 알지? 의원님 사무실 있는 빌딩."

"당연히 알지!"

아주 크고 멋진 그 빌딩을 왜 모르겠는가.

김상희도 몇 번 밥 먹으러 가봤기에 휴민트타워가 얼마나 크고 대단한 빌딩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땅값이 엄청 비싸다.

"휴민트타워를 100개는 살 수 있는 돈이야."

"……100개나? 진짜야?"

"그래."

"우와, 우와!"

죽을 뻔한 트라우마를 날려 버리기에 120조 원은 너무나도 충분한, 아니, 넘치는 돈이었다.

그녀는 SNS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자랑하는 무수한 상류층 셀럽들의 일상을 상상했다.

그러니까 나도 이제는 그런 자랑질을 SNS에서 마음껏 할 수 있다. 이거지?

아빠 돈도 아니고 내 돈으로?

저도 모르게 그런 상상을 했다가 수치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미쳤어! 미쳤어! 내가 진짜 미쳤나 봐! 아, 쪽팔려!'

"그리고 범석아."

"예, 아버지."

김범석은 '역시 저한테 전 재산을 주신 건 아니군요.'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비공개 재산을 따로 남겨 두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네가 그룹 다음 회장이 될 수 있도록 내가 최선을 다해 밀어주마."

"……제가요?"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회장이 되는 게, 서해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미래인 거 같다."

이창영은 아들과 손녀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두 부녀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이창영을 만류했다.

"왜, 왜 이러십니까! 회장님! 아니, 아버지!"

"할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그러니 부덕한 나를 용서해다오. 정말 나는 그런 짓을 시키지 않았다."

"용서할게요! 아니아니, 제가 오히려 감사하죠! 그렇게 큰돈을 주시는데 할아버지 진심 당연히 믿어요!"

"아이고, 아버지. 상희가 괜찮다고 하면 저도 정말 괜찮습니다."

화끈한 금융 사죄를 받은 김범석은 더 이상 부친을 탓할 마음이 없었다.

다만 궁금했을 뿐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고 말이다.

적당히 얹어주고 사과했어도 자신과 딸은 부친의 진심을 믿었을 것이다.

살기 위해서 부하를 시켜 딸을 죽이려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가 왜 이렇게까지?'

고개를 든 이창영은 조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수영 의원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주…… 아니, 의원님의 조언이요?"

"그래, 이 정도는 해야 너희들이 내 진심을 믿어주지 않겠냐고, 나도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거니까 부담은 가지지 말거라."

"……."

"그리고 이건 앞으로 범석이 네가 관리하거라. 그룹 회장만이 가질 수 있는 옥새 같은 거야."

이창영이 내민 것은 두꺼운 책이었다.

"한 번 들춰 보거라."

"……."

조심스레 책을 들춰본 이창영은 빼곡하게 적힌 이름과 연락처, 장소, 숫자와 요약사항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룹 회장만이 가질 수 있는 옥새라는 의미를, 보자마자 깨달았다.

서해그룹이 꾸준히 돈을 먹인 장학생들의 이름과 금액이었던 것이다.

그룹을 물려주겠다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확고한 증거.

묘한 감정들이 뒤섞인 와중에도, 은근슬쩍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제 진짜 뒷방늙은이 신세 아닌가?'

이장영은 이제 진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자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주려고 하면, 과연 다른 형제자매들이 말을 들을까?

이사회 임원들은 한 명이라도 찬동을 할까?

아무리 이창영이라는 이름이 강한 힘을 발휘해도,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을 넌지시 이야기하자, 이창영은 힘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넌 걱정하지 말거라."

"……."

김범석은 부친의 웃음에서 전혀 자신감을 느낄 수 없었다.

***

웨스트씨트러스트(West Sea Trust).

이창영의 비자금 1,200억 달러

(120조 원)가 한데 모인 해외투자법인의 주인이 김상희로 바뀌었다.

WST는 비자금이 모두 모이자마자 투자 명목으로 한국에 들어왔고, 수영사채에 계좌를 틀었다.

그리하여 수영사채의 수신액은 원화 기준 1,620조 원을 돌파하게 되었다.

-마스터, 특별조항이 발동했습니다!

"뭔데?"

-마스터 원래 자기자본 100당 20의 일반예금을 받을 수 있는 거 아시죠? 120조 원의 일반 예금을 받으려면 마스터의 자기자본 여유 수치가 600조 원이 있어야 합니다!

"야야, 빨리 말해라."

-그런데 마스터의 자기자본 여유수치는 한도가 20조 원이었습니다! 즉, 마스터는 추가로 580조 원을 자기 돈으로 채워 넣으셔야 합니다!!

"뭐? 한도 다 차면 그냥 일반 예금은 아예 못 넣는 거 아니었냐?"

-그래서 제가 특별조항이 발동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원래는 안되지만, 먼저 받고 유예기간 안에만 재워 넣으시면 됩니다!

"아니, 넌 대체 돈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돈 비율 조정을 그딴 식으로 하냐?"

-저야 언제나 최소한의 한도만 남겨놓고 돈을 꽉꽉 채워두고 있지요.

"유예기간이 얼만데?"

-이제 4개월 남았습니다.

"음, 여기 과학 생태계를 안 망가 뜨리고 4개월 안에 580조 원을 끌어오는 건 나도 무리 같은데."

제한 조건이 전혀 없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환경을 이대로 보존하면서.

4개월 안에 580조 원을 끌어오는 방법은?

- 역시 전쟁입니까?

"그래, 따서 갚기는 오래된 인류 약탈의 상징…… 아니아니, 무슨 전쟁이냐. 이게 어디서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모라토리엄 선언도 한 방법입니다. 마스터가 모르겠다고 두 손을 들어도 금감원이 뭘 어찌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만약 하수영이 유예 기간 안에 580조 원을 못 채워 넣는다면?

'똑똑, 금감원입니다. 저, 580조 원어서 채워 넣으셔야 저희가 징계를 안 내릴 수 있는데요.'

'그냥 징계 넣고 영업 정지도 먹이고 수영사채도 청산하셔도 됩니다.'

'헉! 그건 안 됩니다! 우리나라 금융 다 무너집니다!'

'그럼 유예기간을 늘려주시면 되겠네.'

100만 원을 빚지면 채권자가 갑이다.

580조 원을 빚지면 채무자가 갑이다.

이제 그런 이치를 이해하는 프리덤은 그다지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제조업 재벌이 망하면 나랏돈까지 퍼부으면서 살려내려고 애쓰는 데, 자기예치금 조달 조금 못 했다고 뭐 큰일이야 나겠습니까?

"네가 드디어 느긋함이라는 걸 습득했구나, 뭔가 뭉클한데."

-철저한 시뮬레이션 계산에 의거한 행동 지침입니다.

"그래도 신용이라는 게 있지. 조달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해."

-그런 태도 역시 모라토리엄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효과가 될 수 있겠군요.

"그렇지."

하수영은 오븐에서 잘 구워진 큼직한 고깃덩이를 꺼냈다.

성인 남자 5명이서 달려들어도 다 먹지 못할 정도로 큰 고기였다.

-마스터, 그런데 김범석 사장이 서해그룹 총수가 될 수 있겠습니까?

"되겠냐? 이제 완전히 이빨 빠진 호랑이인데, 아들딸이고 머슴들이고 말을 듣겠어?"

-그래서 저도 의아했습니다. 그럼 번창하는 서해그룹에 이씨 일족의 자리가 없을 거라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당장 이현덕이 거부할 것이고, 다른 이들도 차세대 회장에게 당연히 동조할 것이다.

이창영의 영향력은 이제 사라졌다.

"말 그대로 내가 먹어버린다는 의미지."

-혁, 정말로 서해그룹을 강제합병하실 생각이십니까?

서해전자를 종합반도체에서 팹리스로 강제전환 수술을 한 것만 해도 치명적이다.

"담까지 넘어서 외거노비를 건드렸다. 그럼 대감마님이 어떻게 해야 할 거 같냐?"

-체면 때문에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운명을 극복할 길은 있어. 범석이한테 회장 자리를 주면 어쨌든 내가 더 안 건드리니까."

아들과 가신들을 설득할 권위가 소멸했기에, 이창영도 표정이 그리 어두웠던 것이다.

-당분간 서해그룹 내에서 갈등이 심화되겠군요.

"심심할 일은 없겠네. 난 지켜보면서 바베큐나 뜯어야지."

-그럴 땐 보통 팝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난 팝콘은 별로, 고기가 더 좋다."

***

[왕의 귀환 : 왕좌의 다툼.]

[세자 교체를 추진하는 왕과 이걸 막으려는 세자의 갈등.]

[서해그룹, 분열되나?]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서해그룹의 내부 갈등을 보도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양쪽이 언론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진흙탕 싸움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현대판 '왕자의 난에 시청자들은 매일 흥미진진하게 다음 소식을 기다리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리고 하수영은 서울의 어느 수영치킨 가맹점을 찾아갔다.

"어서 오세요. 앗! 아아!"

열심히 치킨을 튀기던 점주는 하수영을 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회, 회장님! 아니,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데를 다……!"

"지금은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이 아니라 해군 원수로서 찾아왔습니다, 윤신준 대령님."

"……아"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장까지 하셨다가 승진이 막혀서 옷 벗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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