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69화 (969/1,270)

프랜차이즈 갓 969화

231장 솔저 콜렉터 (3)

줌왈트 3척 운용을 위해서는 52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함장, 부함장, 기관장, 갑판장 등의 필수 지휘 인원은 예비역 장교, 부사관들을 영입해서 얼추 조달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이들이 군대를 가는 나라이다 보니, 예비역 중에서 쓸 만한 인재가 백사장 모래알처럼 널려있었다.

이제는 승무원의 대부분을 구성할 하위 장교 및 부사관을 모집할 차례.

"병 출신 예비역 대학생들을 공략하겠다. 뼈 빠지게 공부하고 자격증모아봤자 어디 중견기업이나 제대로 들어가겠어?"

"놀면 뭐하냐. 바다로 와서 해적으로부터 양식장이나 지키라고."

"양식장을 지키는 건 전 국민의 식탁을 지키는,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다."

"만약 양식장에 중금속 테러라도 일어난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 즉시 우리나라 국민들은 생선을 섭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복무 기간 동안 30평대 한강뷰아파트에서 무상 거주할 수 있다."

"10년 복무 시 전역 후에도 10년 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다. 20년 복무 시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죽을 때까지 거주할 수 있다."

"선착순 300명. 줌왈트 승무원으로 발탁되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

"벽식 노노. 기둥식으로 튼튼하게 지어서 층간소음에서 매우 자유로운 아파트, 이웃과 얼굴 붉힐 일 전혀 없음."

"왜 아직도 지원을 안 하는가? 샐러리맨으로 평생 고생해 봐야 한강뷰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 거 같아?"

SNS에 온갖 홍보글들이 퍼지며 예비역 대학생들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웹서핑을 하다가 관련 글들을 찾아본 대학생들은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말도 안 돼, 무슨 해군 재입대한다고 한강뷰 아파트 무상거주권을 준다고?"

-제가 알아봤는데 사실입니다, 주인님.

"뭐? 진짜야?"

어느 예비역 대학 3학년생은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수영그룹에서는 광진구 아파트 재건축조합으로부터 부지를 사들여 대단위 기숙사 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최소 평수가 전용 84제곱미터죠.

"세대 수가 대체 얼마나 되는데?"

-40,301세대입니다. 물론 집합주택이 아니라 단 1개의 부동산으로 간주됩니다.

"미친, 투기과열지구에서 단 한 명이 그런 땅을 소유해서 아파트 올리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서울시와 협상을 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로 최소 30년 이상 운영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럼 줌왈트 승무원한테 거주권을 주는 게……."

-하수영 원수님 인스타에 올라왔습니다. 제가 오피셜임을 확인했습니다.

"나도 보여줘봐! 어서!"

프리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엄청난 소식이다 보니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원수님, 진짜 기둥식이에요?

ㄴ네. 층간소음 걱정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원수님, 진짜 줌왈트 20년 타면 평생 거주권 주나요?

ㄴ네. 그니까 이런 거 댓글 쓸 시간에 당장 입대 지원이나 하십시오.

-원수님, 20년 채우기 전에 전사나 순직하면 어떻게 돼요?

ㄴ아차, 그걸 빼먹었네요. 전사나 순직의 경우는 정년까지 복무한 걸로 간주합니다. 더 설명이 필요합니까?

하수영의 SNS는 평소 프리덤이 관리하기에, 일일이 반응하기 귀찮은 것들은 본인이 아니라 프리덤이 답글을 단다.

물론 일반인들이 그걸 알 리가 없다.

- 원수님, 원수님은 하루 종일 SNS만 하시나요? 모든 SNS에서 실시간으로 대답을 하시는 거 같아요.

ㄴ이 정도 멀티태스킹은 되어야 원수를 할 수 있습니다.

ㄴㄴ대박. 완전 대박. 원수님, 사랑해요!

본인 SNS 오피셜까지 모두 확인한 예비역 3학년생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

'내가 만약 서해전자에 들어가도 서울에 24평짜리 아파트나 한 채 살 수 있을까?'

한강뷰는 애초에 어림도 없다.

뼈 빠지게 일하고 악착같이 돈 모아도 브랜드 아파트 입성은 어려울 것이다.

'눈 딱 감고 10년만 복무해도 20년은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어.'

다만 무주택자 직원 전용 기숙사라는 게 걸린다.

대학생은 얼른 댓글을 달았다.

-원수님, 질문 있습니다. 줌왈트승무원이 집을 사면 기숙사에서 나와야 합니까?

ㄴ줌왈트 승무원은 예외입니다. 왜냐하면 해군이기 때문이죠.

'아싸! 그럼 돈 모아서 서울에 집을 사도 기숙사에서 나갈 필요는 없다는 거잖아!"

속으로 환호하던 대학생은 불현듯 이상함을 느꼈다.

"근데 무슨 댓글을 달자마자 1초도안 돼서 답글을 다시지? 진짜 하루종일 SNS만 하시는 건가?"

-하수영 원수님이 프리덤한테 맡겨 놓아서 그렇습니다. 이 정도 간단한 질문은 원수님이 사전에 적어둔 답변에서 꺼내 와서 달아주는 거죠.

"아, 하긴, 원수님도 프리덤 쓰시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구나."

마지막으로 급여와 복지 수준을 확인한 대학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다급해졌다.

"프리덤, 줌왈트 승무원 지원 좀 넣어줘! 나 이거 한다! 반드시 한다! 말리지 마라!"

-네, 지금 바로 지원을 넣었습니다. 조만간 심사와 면접이 결정되는 대로 통보가 올 겁니다.

"후, 겨우 300명밖에 안 뽑는 자리니까 괜히 긴장되네. 경쟁률이 얼마나 되려나? 10 대 1? 20 대 1?"

-현재까지 230 : 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30 대 1이라고? 그럼 거의 7만 명 가까이 지원을 했다는 소리야?"

-그렇습니다.

20년만 일하면 평생 한강뷰 아파트 거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

10년만 버텨도 20년이 보장된다.

취업난과 거주로 인해 신음하는 예비역 대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귀한 기회는 없었다.

나중에 전역을 하더라도 수영그룹 다른 계열사로 이직을 할 기회도 쉽지 않겠는가, 하는 계산도 있었다.

'원수님이 거느린 사업체가 어디 한두 개야? 10년이면 이 나라 재벌기업들 전부 다 집어삼키실 기세이신데.'

줌왈트 장교 및 승무원을 뽑는 자리.

하지만 해군 예비역에게만 기회가 돌아간 건 아니었다.

전역한 지 2년 이내의 전문학사, 4년제 2학년 이상 수료의 예비역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돌아갔다.

- 원수님, 전역한 지 3년 됐는데 저는 지원할 수 없습니까?

ㄴ간부사관 제도 준용이라 전역한 지 2년 이내의 예비역만 해당됩니다.

- 원수님, 여자들은 해당이 안 되나요?

ㄴ간부사관 제도 준용이라 전역한 지 2년 이내의 예비역만 해당됩니다.

- 원수님, 사관학교 생도생들은 지원할 기회 자체가 박탈되어 있습니다. 불공평합니다.

ㄴ자식아. 참모총장한테 가서 따져. 원수라고 군 편제를 마음대로 하는 줄 알아? 다 법대로 하는 거라고.

-원수님!

-원수님!

-원수님!

300명을 뽑는데 무려 15만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이 정도면 2년 이내의 예비역 중에서 2년 이상의 학업 수료자들은 거의 다 지원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해군은 인재들을 끌어오는 하수영의 과감한 방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합격자 발탁을 논의하기 위해 청담동으로 올라온 해군 참모총장은 하수영 앞에서 연신 감탄과 존경을 드러냈다.

"원수님, 정말 대단합니다. 아무리 좋은 대우를 약속해도 직업 군인은 절대로 안 하겠다는 게 요즘 젊은이들인데, 이렇게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면서 지원하다니요."

"그럴 땐 그 좋은 대우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보면 될 거 같습니다."

"……하하. 한강뷰 아파트 평생 거주권에 비하면 뭐든 모자라겠죠."

참모총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오늘 아침에 자신의 책상에 보란 듯이 놓여 있던 보고서 제목을 떠올렸다.

[입영자원 감소에 따른 해군 운영개편의 필요성.]

병력 자원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두통은 해마다 늘어간다.

그런데 하수영은 겨우 300명을 모집하는데 우수한 자원들이 잔뜩 몰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명문대 석박사까지 명단에 있는 걸 보고 얼마나 흥분했던가.

15만 명 지원자들의 이글거리는 속마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무조건 20년 채워서 평생 한강뷰를 획득한다!

-그 다음에 전역해서 수영그룹 계열사로 이직하면 된다.

-해보고 적성에 맞으면 별을 노려도 되고,

'이것이 서울의 힘, 아니, 한강뷰의 힘인가…….'

왜 지방으로 내려간 공기업들이 인재 조달에 힘들어하는지, 그 이유의 반대편을 제대로 엿본 느낌이다.

***

장교, 부사관으로서 중요한 것은 능력과 인품이다.

최신 스텔스 구축함이기에 요구하는 기준은 더더욱 까다롭다.

하수영은 프리덤이 제공하는 지원자의 정보를 토대로 가차 없이 쳐내고, 고르고, 솎아냈다.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은 아니다.

프리덤의 판단 기준을 참고로 한 것이다.

-이 지원자는 제가 보기에 함상생활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지원자는 매우 우수합니다.

-이 지원자는 조금 아쉽지만 서류통과는 해도 될 듯합니다.

서비스 이용 약관당 당연히 불법이나 계약위반은 아니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7천여 명의 1차 합격자가 추려졌다.

해군본부에서는 이 명단을 보고 군침을 질질 흘렸다.

"아, 정말 탐나는데. 이거 정말 탐나는 인재들인데."

"대다수가 해군 출신은 아니지만, 그거야 1년만 배를 태워보면 끝나는 일이고……."

"어쨌거나 해군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지원한 우수하고 젊은 인재들 아닙니까."

물론 그들에게 줌왈트 말고 다른 해군 보직을 권유한다면 질겁을 해서 달아날 것이다.

그들은 줌왈트의 레일건이 아니라 결정적으로 한강뷰에 반해서 지원을 한 이들이니까.

"300명만 뽑고 나머지는 버린다니……."

"해군 자원도 부족한 판인데, 정말 아깝긴 합니다."

그러나 줌왈트 3척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나머지 300명의 승무원.

아깝지만 나머지는 눈물을 머금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그리하여 최종 300명의 합격자가 선정되었고, 100명의 지원자들이 예비 번호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예비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기회가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죄다 현역 마친 지 2년이 안 된 놈들인데 뭐 얼마나 힘들다고 탈락을 하겠어."

"물 건너간 거지, 뭐."

"아쉽다. 아쉬워."

교육과 훈련을 위해 해군사관학교 시설에 웃으며 입소하는 이들의 영상을 보며, 예비 후보자들과 불합격자들은 눈물을 삼켰다.

"아아, 한강뷰가 바로 눈앞까지 와 있었는데……."

"뭔가 아쉬운데, 원수님이 줌왈트말고 다른 전투함은 구매 안 하시려나?"

"미사일 순양함과 경항모에서는 장교 모집 같은 거 안 하나? 거기도 인원은 늘 부족하다고 들은 거 같은데……."

7천 명의 1차 합격자 중 대부분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하지만 일부는 줌왈트 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수영과 무관한 함종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병원선, 미사일 순양함, 경항모 등 하수영이 구매한 것들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다 보니 몰랐던 정보에 눈을 뜨기도 했다.

"퀸 루나 호가 정말 대박이구나. 이거 완전히 떠다니는 특급 호텔이잖아?"

"와, 여기에서 근무하는 현역 애들은 진짜 완전히 개꿀 빨고 있네. 아우, 내 현역 시절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 난다."

"퀸 루나 호도 결국 장기복무자 체제로 가지 않을까? 여기 확 지원해 봐?"

퀸 루나 호는 배를 타는 해군 현역 장병들 가운데 두 말 필요 없는 최고의 보직으로 손꼽혔다.

취업 준비 중인 해군 출신 1차 합격자들로서는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대상이었다.

-마스터, 이제 줌왈트 외 보통 승무원들을 모집하면 될 거 같습니다. 지금 1차 합격자들이 불이 제대로 붙었습니다.

"산 채로 잡아와라. 한 명 빼놓지 말고."

300장의 거주권을 미끼로 뿌렸고, 물고기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미끼를 먹지 못했어도, 어장에 들어온 이상 순순히 나가게 놔둘 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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