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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96화 (996/1,270)

프랜차이즈 갓 996화

236장 육 그리고 해공 (1)

신형 랩터 킬러 컨테이너 재습격은 사실 샌더달 소장의 부사단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부사단장 정도가 나서지 않고서야 이런 기습적인 움직임은 일어날 수가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미 육군은 지휘체계 자체가 붕괴한 반란군이나 다름없다.

현장을 지휘한 대령도 극비작전이란 당부에 극도로 보안을 유지했으며, 휘하 부하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했다.

-비밀 수송 작전이다. 그 이상은 알려고 하지 말고, 지시한 대로만 움직이면 된다.

그들은 비밀 수송 작전이라는 대령의 설명만 듣고, 충실히 명을 이행했다.

그리하여 레넌 총장이 반환한 컨테이너는 하룻밤 만에 샌더달 사단의 기지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

윗분들 사정을 모르는 사단 구성원들은 오늘도 아주 평화로웠다.

미 군사경찰이 요란법석을 떨며 부대에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부사단장은 흐뭇한 미소를 애써 감추며, 군사경찰 부대가 휘젓는 것을 지켜보았다.

'근뇌파 놈들, 이번 기회에 제대로 크게 물을 먹겠어.'

부사단장이 사단장 몰래 이런 독단을 저지른 것은, 국방부 장관의 은밀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뇌파 놈들의 기를 좀 죽여야겠어. 샌더달 소장을 시작으로, 이건 대통령의 의지일세. 자네가 도와주게.

-지시만 내려 주십시오.

-랩터 컨테이너를 다시 몰래 훔쳐서 기지로 가져가게. 레넌 소장의 반환에 불만을 품은 근뇌파의 항명으로 보이도록 말이야.

-저, 그러면 제가 하수영 의원한테 괜히 찍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자네가 몰라도 되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고 말해두지.

부사단장은 순간 직감했다.

하수영과는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났구나.

'역시 육군이 랩터 킬러 통제를 탐낸 것 때문에 하수영 의원도 속으로는 화가 나 있었군. 일단 한 방은 먹여줘야 넘어가 주겠다, 이건가.'

그렇게 나름대로 해석을 마친 부사단장은 샌더달 소장 몰래 병력을 움직여 컨테이너를 다시 기지로 가져온 것이다.

당연히 상급부대의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고, 이렇게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군사경찰이 들이닥친 것이다.

아마 샌더달 소장도 지휘권을 일시적으로 박탈당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를 빼돌렸을지도 모른다! 수량을 확인해야 한다! 컨테이너를 모두 열엇!"

"예!"

그리하여 컨테이너 4대가 모두 차례차례 열리게 되었다.

문이 열리고 내부를 확인한 군사경찰 지휘자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거칠게 문을 열어젖힌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당황했다.

"어, 없다?"

"아무것도 없어! 텅 비었습니다!"

"대대장님! 이쪽 컨테이너도 텅 비었습니다!"

"여기도 텅 비었습니다! 모든 컨테이너가 텅 비어 있습니다!"

몰래 뒤에서 활약했던 부사단장도 이 상황에는 무척이나 놀랐다.

레넌 총장은 한달음에 다시 캘론목장으로 달려갔다.

하수영은 편안한 작업복 차림을 한 채 비프스 캘론과 함께 말을 타고 목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레넌 총장이 나타나서 숨을 고르며 사정을 설명하자, 하수영의 안색이 변했다.

"오늘 새벽에 컨테이너를 훔쳐가고, 또 그 안에 있던 드론이 모두 없어졌다고요?"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샌더달 소장 그놈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미 육군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또한 관련자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합당한 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레넌 총장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관련자들을 절대로 그냥 두고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가 불탔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그의 안에서 냉정한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어찌 보면 잘된 것인지도.'

근뇌파, 육군의 골칫덩어리들.

애초에 하수영을 상대로 배드캅 역할을 맡게 유도한 것도, 징계나 좌천 조치를 하기에 합당한 명분을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하수영 앞에서 예상 이외의 큰 망신을 산 것은 안타깝지만, 이왕 이리 된 거 철저하게 근뇌파 놈들을 몰아낼 셈이었다.

'매일 전쟁, 선공, 공격만 부르짖는 그놈들은 미 육군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벌써 타국에 빼돌리거나 그러지는 못했을 겁니다. 샌더달 소장이 그 정도로 국가반역 행동을 할 정도로 막가파도 아닙니다. 너무 큰 걱정을 하실 필요는……."

"드론을 빼돌린 게 아닐지도 몰라요. 이거 아무래도 활성화가 된 거 같은데요."

"예?"

하수영이 어두운 얼굴로 말하자 레넌 총장은 당황해서 반문했다.

활성화라니?

"원래 연해주의 개방형 농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드론들입니다. 진드기나 메뚜기 같은 해충부터 장수말벌, 그리고 유해조수까지도 물리칠 수 있는 풀옵션 농장지킴이라고 할 수 있죠."

"폴옵션 농장지킴이……."

"미군에서는 신형 랩터 킬러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불러선 안 됩니다. 랩터 킬러가 2차대전 구축함이라면, 놈은 현대의 다목적종합전투함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한 가지 임무에만 특화된 것과, 다양한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의 차이.

'그래서 체급도 그렇게 차이가 났던 것인가.'

신형 드론은 랩터 킬러의 몇 배이상으로 컸다.

물론 덩치가 커진 만큼 전력 소요도 비례해서 훨씬 증가할 테니, 그만큼 활동 가능 시간은 대폭 줄었으리라.

레넌 총장은 거듭 생각했다.

'여섯 개의 컨테이너 중 극비 개조부품이 실린 것은 하나. 드론이 실린 것은 모두 다섯, 그중 넷은 지금 문제가 생겼고.'

애초에 신형 드론 5개 컨테이너는 연해주로 가려던 게 미국으로 잘못 온 게 아닌가.(하수영의 거짓말이지만, 레넌은 이렇게 안다.)

"그럼 활성화가 되었다는 것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무엇이 활성화된 겁니까?"

"드론들은 아직 중앙통제 컴퓨터, 즉 프리덤과 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기체들은 자체 AI가 내장되어 있는데, 그것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 같습니다."

레넌은 살짝 놀랐다.

"상황의 위험함을 깨달았다니."

"정식 육군의 검문과 압류와 달리, 한밤중에 몰래 컨테이너를 훔쳐가는 것은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죠."

설명을 들으면서 레넌 총장은 그만 감탄했다.

일개 AI가 스스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뭐, 프리덤이 직접 통제하지 않아도 정말 괴물이나 다름없군.'

레넌 총장은 헤슬라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마다 이런 느낌을 받곤 했다.

이건 말만 못 할 뿐이지, 사람 말을 진짜 사람처럼 다 알아듣고 이해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내가 며칠 전 새벽에 친구랑 술먹다가 3차로 간 그 가게 말이야. 그 가게다. 어딘지 도통 기억이 안나네.'

이런 사람 비서도 속 터질 것 같은 개떡 같은 설명을 듣고서도 정확하게 목적지를 설정하고, 또 안전하게 주행을 해주니.

역시 AI의 황제가 만든 드론이라 그런지 번들 버전도 장난 아니게 뛰어나다.

"아무튼 그래서 컨테이너 문을 열고 모두 탈출한 거 같습니다."

"드론이 스스로 문을 열었단 말입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컨테이너 문 상단 모서리에 조그만 비상문이 있습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만든, 드론들이 탈출하기에는 충분한 크기죠. 운송 도중 사고 같은 게 일어났을 경우 재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과연 컨테이너 전부 그런 문이 있다는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레넌 총장이 다시 물었다.

"그럼 드론들을 다시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등록코드를 입력하지 않아서요. 지금 포장도 안 뜯은 미개봉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품 인증 전 공장출고 상태입니다."

"저런……."

"사용자 권한 세팅이 하나도 되지 않은 상태라서, 저도 지금은 그놈들을 호출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거 엄청 비쌀 텐데, 설마 이대로 육군이 모두 물어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레넌 총장은 올해 육군 전체 예산을 떠올리고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샌더달 소장 놈은 반드시 스킨헤드로 만들어버리리라.

"이쪽에서 그 어떤 주파수나 명령으로 호출해도 듣지 않는다는 거군요."

"네. 알을 깨고 막 나왔는데 어미각인이 이뤄지지 않은 채 물가로 도망친 아기 오리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수색을 해야겠군요."

"지금쯤이면 '비상전력'이 모두 떨어져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대기전력 모드를 유지하고 있을 겁니다. 전력을 아끼기 위한 생존 수단이죠."

"그렇다면 찾아내기도 더 어렵겠군요."

"네. 지면에는 숨지 않았을 테고, 높은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은신했을 거라고 봅니다."

"예상 탈출 범위가……."

"적어도 30km 이상은 이미 벗어났을 거 같은데요."

반경 30㎞라니.

어찌 보면 별거 아니지만, 높은 곳에 꼭꼭 숨은 최신형 드론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지표면 근처에 숨었다면 금속탐지기를 넓게 돌리면 될 텐데.

***

일은 계속 커졌다.

공군과 해군까지 수색 작전에 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군이라면 몰라도, 내륙 깊숙한 곳에서 벌어진 사건에 왜 해군이 나서는지 레넌 총장은 배알이 뒤틀렸다.

"우리 해군이 해상에서 운용하는 신형 드론은 특히 수색과 정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원수님'께서 육군 항명파 때문에 잃어버리신 드론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자부 합니다."

"하늘에서의 정찰하면 우리 공군이 빠질 수가 없죠.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그 신형 드론, 우리 공군에서도 한 번 구매를 할 수는 없는지……."

은근슬쩍 구매 의욕을 드러내자 하수영이 가볍게 흘렸다.

"하드웨어는 거의 대부분 미국 회사들한테서 산 거니까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한국에서는 거의 조립만 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진정 필요한 것은 로한 박사가 설계한 그 AI입니다. 원수님."

공군과 해군 참모총장이 깍듯하게 하수영을 원수님이라고 부르자, 그제야 레넌 총장은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여태까지 의원님이라고만 부르고 있었다.

아무튼 3군이 모든 수색능력을 동원해서 잃어버린 드론 찾기에 나섰다.

컨테이너 1기당 30기씩 실려 있었으니, 모두 120기의 드론이다.

전부는 몰라도 1/3 이상은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3군의 무인기 등 항공수색 전력이 의심구역을 쭉 훑고 다녔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났다.

하지만 놀랍게도, 3군 어느 쪽도 드론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단 1기조차도 말이다.

무인기란 무인기는 모조리 긁어모아! 있는 건 격납고에서 죄다 꺼내 와! 우리 육군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드론들을 찾아낸다!"

"공군이 명예를 걸고! 반드시 우리가 먼저 찾아낸다!"

"위대한 동맹국 해군원수님을 기필코 도와드려야 한다!"

그렇게 3군이 경쟁심이 불붙을 대로 타올랐지만, 끝내 사흘째가 되어도 드론은 찾아낼 수 없었다.

"이거 안 되겠는데요. 만약을 대비해서 드론들은 태양광 충전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낮 동안 꾸준히 충전을 하고 계속 탈출했다면, 이미 30km가 아니라 그 이상도 벗어났을 겁니다."

하수영의 설명에 3군 총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시간이 없어요. 공장세팅 말고는 하나도 입력이 안 된 놈들이라 빨리 찾아야 해요. 안 그러면 어디 깊은 동굴 같은 곳에서 처박혀 고물이 되고 말 겁니다."

"혹시 민간 피해를 끼칠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없어요. 잃어버리는 게 문제죠. 그거 랩터 킬러보다 훨씬 더 비싼 건데,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롭그루먼, 제너럴다이내믹스에서 드론계의 F-22로 남을 거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최강의 전투력, 아니, 살충력을 지녔다는 이야기로군요."

"아뇨. 군용 드론으로 도입했다가는 결국 생산중단 될 거란 이야기였어요."

"……."

"가성비가 좀 많이 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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