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11화 (1,011/1,270)

프랜차이즈 갓 1011화

238장 다큐에 진심인 농부 (3)

파일럿 영상 시청 반응은 대단히 미묘했다.

뭔가 영상은 잘 빠졌고, 흡입력도 넘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눈과 귀를 단단히 붙들어둔 채, 놓을 생각을 안 한다.

시청 지속력만 생각하면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좋다.

문제는…….

'이거 다큐라며?'

'시사교육 프로그램 아니었어?'

'무슨 다큐를 블록버스터처럼 만들어놨어?'

'깜짝이야. 난 또 무슨 하수영 회장님이 새로 제작한 드라마인 줄 알았잖아.'

'다큐가 이렇게 맛이 강렬해서야 이게 시청자들에게 먹히려나?'

그들이 알던 다큐와는 완전히 결, 아니, 종 자체가 다른 컨셉이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활기에 넘치는 박수가 퍼졌다.

"우와, 진짜 재밌네요! 정말 숨도안 쉬고 끝까지 봤습니다! 정말정말 재밌어요!"

하수영이 깔깔 웃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그룹 회장 이하 임원들도 얼른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요! 바로 이런 게 다큐죠! HDR 아이맥스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 빠방하게 지원하는! 아이맥스극장이나 120인치 8K 티비로 시청했을 때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피디님, 좋은 영상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수영이 크게 박수를 치면서 감사를 표하자, 피디는 감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회장님이 잘 보셨어! 회장님이 날 칭찬하셨어!'

CVN케이블에는 행운의 징크스가 있다.

바로 좋은 의미에서 하수영의 주목을 받은 직원이나 출연자는…….

"회장님. 이거 1화는 이대로 곧바로 방송 내보내도 되겠는데요? 진짜 마음 같아서는 내일 당장 안방 티비에서 본방 시청으로 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CVN 회장이 여유 있게 웃으며 하수영의 말을 받았다.

"허허,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16화가 모두 제작이 되어야 방송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지요."

"휴, 진짜 어느 세월에 기다리지. 아참, 이렇게 좋은 영상을 만든 우리 피디님한테 회사에서 격려금이라도 내려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시지요. 얼마를 집행하면 되겠습니까?"

"피디님은 5억, 나머지 촬영팀도 일괄적으로 5,000만 원씩 돌리시죠."

"그렇게 집행하겠습니다."

제삼자가 듣기에는 얼핏 이상한 대화다.

회사가 격려금을 집행하는데 하수영의 허락을 받고 있으니.

이것은 내막을 알면 이해가 된다.

CVN케이블은 수영그룹에서 배가 터질 정도로 과대한 광고료를 지불받았다.

제대로 단가를 계산하면 천배 , 아니, 그 이상의 돈을 받은 셈.

때문에 광고비의 부분이 아직도 집행이 되지 않은 상태로 묶여 있다.

그 광고비를 다 소모하려면 몇 년 동안 수영그룹 광고만 내보내도 모자랄 지경.

그래서 수영그룹은 광고 횟수를 깎아주는 대신, 지불 금액의 상당수는 주주나 임원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돌릴 것을 요구했다.

계약에 따라서, 인건복지비로 배정된 재정은 하수영이 얼마든지 참견 할 수 있고, 배임 시에는 즉시 회수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파일럿 영상 관람이 끝나고, 뒤풀이를 위해 만찬장으로 다 같이 이동했다.

그룹 회장이 케이블 사장을 슬쩍 불렀다.

"수고했네. 하수영 회장님 반응이 아주 좋아서 나도 만족스러워."

"영광입니다. 회장님."

그룹 총수의 칭찬에 케이블 사장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영상미가 대단하던데. 무슨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줄 알았네. CG 비용이 참 많이 들었겠어. 아, 질타하는 건 아니니 오해 말고."

"오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CG 비용은 그리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나오는 로봇이나 그런 영상만 봐도……."

"그거 전부 CG가 아니라 실사입니다."

"……그게 다 실사라고?"

"네, 전부 실사입니다. 회장님께서 로봇들을 모두 지원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룹 회장은 잠시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뻐끔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비행 드론만 수백 기가 넘고, 수십대가 넘어가는 로봇 콤바인에 로봇트랙터, 세 개의 다리로 걷는 2미터 크기의 수확로봇만 수백 대에, 두 팔과 두 다리로 활동하는 안드로이드 로봇만 수십 기가 넘었다.

그게 전부 CG가 아니고 실사라고?

"촬영 현장도 전부 회장님의 직할 지이다 보니 딜레이도 없었고, 회장님께서 손수 행차하시다 보니 모든게 프리패스로 통과돼서 일정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촬영에는 필연적으로 현장 대기라는 게 발생한다.

하지만 회장님이 촬영팀에 끼어 있으면?

수영그룹과 협력회사들이 온 힘을 다해 딜레이가 생기지 않게 만든다.

"덕분에 재연 배우들과 촬영팀, 스태프들도 편안하게 끝까지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허허."

"숙소와 식사까지 회장님께서 전부 책임져 주셔서 모두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촬영했습니다. 끼니마다 나오는 식사가 너무 맛있어서, 이제 회장님 안 계실 때 어떻게 식대를 꾸려야 할지가 걱정일 정돕니다."

"농민 재벌이라 그런가, 다른 사람들 밥 먹이는 거 하나는 정말 진심인 거 같군. 안 그런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회장님."

그러고 보니 뒤풀이 만찬도 하수영이 직접 준비했다.

아이맥스 대관은 방송국에서 책임을 졌지만,

"이거 감사의 의미로 만드는 찬조영상쯤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유의미한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겠어."

"네, 어차피 광고는 수영그룹 집행금으로 채워 넣을 거니,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편성 자체는 이익입니다."

"다큐 추진하면서 동시에 예능도 한 번 만들어 보게. 활동 배경을 수영그룹으로 해서 말이야. 계열사가 워낙 많으니 매주 장소를 바꿔도 끊임없이 나올 거 아닌가."

"나중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한 번 가도 되겠죠. 알겠습니다. 하수영 회장님께 허락받고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수영이라면 두 말 않고 승낙할 것이다.

그날 만찬에서 케이블 사장은 슬쩍 이야기를 꺼냈고, 예상대로 하수영은 흔쾌히 승낙했다.

아니, 오히려 역으로 아이디어 제안까지 했다.

"특별한 고정 게스트를 하나 출연시키는 게 어때요?"

"설마 회장님께서 직접 출연하시는 겁니까?"

"저야 그런 거 한두 번 하고 난 다음에는 다른 거 하느라 바빠서 고정은 곤란하고요. 가끔 특별 게스트로 한두 번씩 나올 순 있겠죠."

그럼 누구를 말하는 거지?

케이블 사장은 혹시 장효주를 말하는 건 아닌가 하고 혼자 추측했다.

"우리 카지노에서 서버, 딜러로 쓰는 안드로이드를 예능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시켜보죠."

"안드로이드를요?"

사장은 아까 파일럿 영상에서 봤던, 마치 로봇군단을 지휘하는 고급장교 같았던 안드로이드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프리덤 실체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면 안심되실 겁니다. 방송사고가 날 일은 없습니다."

"아, 그 안드로이드들도 프리덤이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겁니까?"

"네. 당분간은 농장에는 투입 않고 카지노에서만 활약할 예정이지만요. 좀 비싸거든요."

F-22까지는 아니지만, F-35 하고는 비등하다는 것은 사장도 아까 파일럿 영상에서 봤다.

사람의 형태를 본떴지만 불쾌한 골짜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고, 오히려 어린이 만화에서 나올 것 같은 친근하고 귀여운 모습.

그런 로봇이 매화마다 고정적으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이거 대박인데!'

커다란 흥분감이 가슴을 휘몰아친다.

사장은 한시라도 빨리 관련 기획을 논의하고 싶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

-서해그룹 왕자의 난이 점점 심화됨에 따라, 그룹 주가도 하루가 멀다 하고 불안정하게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그룹 경영 지식이나 경험, 연륜이 전혀 없는 외부인이 그룹의 중추에 들어서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공감을 얻기 힘든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편, 보유 지분만으로 보면 이현덕 부회장이 이범석 사장을 이길 수 없는 게 자본주의 주식시장의 질서가 아니겠느냐는 냉철한 일침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창영 명예회장은 이 모든 혼란을 일부러 주도했느냐는 세간의 물음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경영일선에서 철저히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그룹 내의 반도체 등 전자사업임원들은 이범석 사장이 수영콜라 사장을 맡는 등, 수영그룹과의 친분을 고려해 그가 총수를 맡는 게 그룹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될 거라 보고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서해그룹 왕자의 난, 승리자가 누가 될지를 놓고 월스트리트에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상, CVN케이블이었습니다.

하수영은 정차한 캠핑카에서 장효주와 함께 뉴스 방송을 보고 있었다.

서울은 올해도 최고온도 42도를 찍으며 역대 기록을 또 한 번 갱신했다.

중국은 식료품 가격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고.

미국에서는 양식 생선들이 배 터지게 소고기를 먹으며 살을 찌운다.

"이번에 CVN에서 하는 예능, 회사에서 저보고 나가 보라던데요."

"나가지 마세요."

"왜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나가고 싶은데."

"젊은 배우가 그런 데서 이미지 소모하는 거 아닙니다. 정 나오고 싶으면 가끔 나와서 토크 정도나 하던가. 몸으로 하는 건 하지 말고."

"그럼 수영 씨 게스트로 나올 때만 저도 얼굴 비출까요?"

"그럼 효주 씨가 묻힐 텐데요. 저는 조금 특별한 출연을 생각하고 있어서."

"수영 씨가 조금 특별하다고 하면 벌써부터 불안하고, 또 기대되는 거 알죠? 대체 뭘 생각하고 있을까 말이에요."

"차력쇼는 아닙니다. 뭘 타고 등장하면 좋을까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거 캠핑카만 끌고 나타나도 출연자고 시청자고 다들 우와우와 할 텐데요."

"에이, 이런 데일리카 정도로 되겠어요? 좀 더 특별한 탈것을 타고 등장해야죠."

"생각해 둔 게 이미 있군요? 뭐예요?"

"비밀입니다."

장효주는 피식거리며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채널을 돌리자 다시 이현덕과 김범석의 대조된 얼굴이 나타난다.

김범석이 오늘 우호지분 8%를 확보함에 따라, 뉴스에서는 서해그룹의 후계자 쟁탈전을 또다시 뜨겁게 다루고 있었다.

"이범석, 아니 김범석 씨가 서해총수 되면, 서해그룹 전체가 수영그룹자회사나 마찬가지겠네요."

"쓸 만한 계열사라고는 거의 없는 자회사 그룹이 되는 거겠죠."

"쓸 만한 계열사가 없어요?"

"전혀 없죠. 서해전자도 서진파운드리에 반쯤 기생한 상태라서 자립성이 떨어지고, 그 외 다른 계열사들은 농사에 도움 하나 안 되고."

"……."

"그나마 중공업 조선소 하나 있는 게 봐줄 만했는데, 그것도 워낙 감축을 많이 해서 백두중공업에 비하면 변변치 않아요."

"그래도 김범석 씨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재벌 회장이 되는 거니까 참 좋겠어요. 그분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 아니에요?"

"나라를 구한 게 아니라 제 즐거움을 추구했죠. 그리고 전생뿐만 아니라 현생에서도 했습니다."

"현생에서는 뭐 했는데요?"

"걔가 해군에 원수 진급 아이디어줘서 제가 별 다섯 개 달았잖아요. 이것만 해도 재벌 회장은 시켜줘도 될 만한 공적입니다."

하수영은 머리를 흔들며 키득거렸다.

"하여튼 간신 놈들은 생이 바뀌어도 그 간사한 본질이 어디 안 간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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