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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29화 (1,029/1,270)

프랜차이즈 갓 1029화

242장 용왕의 진노 (4)

아덴만을 통과하던 프랑스행 화물선이 해적에게 쫓긴다는 소식을 받자마자, 청담함은 헬기와 F35B를 각각 2기씩 발진시켰다.

헬기를 뒤에 남겨두고, F35B가 먼저 화물선이 있는 해역으로 진입했다.

-화물선으로부터 더 이상 연락이 없다.

-설마 벌써 납치된 건가? 해적이 출현했다는 요청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럴 리가. 통신에 문제가 생겼겠지.

그러나 화물선을 찾아낸 F35B 편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빈 소형 보트 여러 척이 화물선의 좌우 측면에 이미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벌써 화물선에 올랐다고?

-저 작은 보트들이 대체 어디서 왔지? 해안에서부터 출발했나?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모선이 있을 거다.

-레이더에는 아무 반응이 없다.

소형 보트가 스스로 오기에는 너무 먼 바다.

분명히 보트를 내려놓은 모선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할 일이 없는데.

-이미 해적들이 화물선에 올랐다면, 전투기가 할 일은 지켜보는 것 뿐이다.

-현실적으로 구조는 어렵다. 뒤따르는 헬기에도 대테러 작전에 특화된 인원은 없다.

보고를 마치자, 청담함에서 지령이 내려왔다.

-본국에서 대테러 부대가 출발했다. 그동안 화물선과 해적들을 감시하라.

-알겠다.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

-우리 F35B가 2인승이었다면 한꺼번에 날아가서 대테러 부대원들을 싣고 올 수 있을 텐데. 그 점이 아쉽군.

-안 그래도 대테러 부대에서 미사일 격납고에 타서라도 오겠다고 하는 걸 겨우 만류했다고 한다.

-대테러 부대원들도 제정신이 아니군. 진심으로 한 말인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나?

-그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어야 대테러 작전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F35B 2기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화물선 주위를 지속적으로 선회했다.

바로 그때였다.

-여기는 청숫골 23호, 여기는 청숫골 23호, 들립니까?

-여기는 청담함 함재기. 잘 들립니다.

-아아! 통신이 돼서 다행입니다! 저는 청숫골 23호의 선장입니다.

-선원들은 무사합니까?

-네, 모두 무사합니다. 지금 전원 패닉룸에 피신해 있습니다.

-지금 본국에서 대테러 부대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배를 접수할 때까지 패닉룸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패닉룸으로 피신했다는 보고가 들어가자, 청담함의 반응도 한결 느긋해졌다.

-다행이다. 화물선 청숫골 시리즈는 패닉룸이 매우 견고해서 승무원들이 그 안에서 한 달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해적들이 패닉룸을 발견해서 부수고 들어오면 어떡합니까?

-그 넓은 배에서 위장된 패닉룸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찾는다 해도 AK 소총 따위로는 출입구를 뜯을 수도 없을 거라고 하더군.

-그 정도입니까?

-공기, 물 순환시설도 완벽해서 식량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버틸 수 있다는군. 한 달 치 식량이 상시 비축되어 있다고 하니까, 일단은 안심이다.

-그럼 느긋하게 해적들을 소탕하기를 기다리면 되겠군요.

-대테러 부대원들이 수송기를 타고 온다고 하니, 몇 시간이면 도착을 할 것이다.

-녀석들, 먼바다에서 고생 좀 하겠군요.

공군 수송기가 청담함에 착륙할 수야 없을 테니, 적당한 포인트에서 낙하산으로 뛰어내려 경항모에 올라 타야 할 것이다.

그때였다.

-화물선이 방향을 틀고 있다!

-뭐? 선원들은 모두 패닉룸에 피신했다고 하지 않았나 -뭔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해적들이 배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럴 리가. 선장이 잠금을 걸어서 해적들이 움직일 수는 없을 텐데.

패닉룸에 들어가기 전 해적들이 배를 움직이지 못하게 선장이 조치를 했을 텐데?

F35B 편대에서 패닉룸에 확인을 하자, 선장도 당혹스러워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배를 못 움직이게 조타 시스템을 잠가놨는데.

-그런데 지금 배가 선수를 틀고 있습니다. 남쪽을 향해 움직입니다.

-남쪽이면 소말리아 방향입니다!

결국 편대는 지켜봐야 했다.

화물선이 소말리아의 어느 해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 이상은 소말리아의 영공이다.

더 이상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지금 즉시 귀함하라.

-젠장!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니!

편대장은 분통을 터뜨리며, 결국 모함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그로부터 하루.

청담함은 전속력으로 아덴만을 향해 질주했다.

만약을 대비해 퀸 루나에 전투헬기 편대와 군인들을 보내 놓은 채로.

본래 임무는 퀸 루나의 호위지만, 지금은 피랍된 화물선이 위급상황이었으니.

그런 상황에서 줌왈트 2호가 청담함에 합류했다.

두 함은 긴밀하게 소통하며 앞으로의 상황을 논의했다.

"지금은 선주가 아니라 대한해군 원수 자격으로서 이 자리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하수영의 참여.

그는 별 다섯 개가 찬란히 빛나는 원수 군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게다가 예식용이 아니라 실전용이었다.

"해적들로부터 아직 아무 연락이 없었죠?"

-네, 어떤 외교 채널로도 들어온 요구는 없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외교부 차관이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한동안 소말리아 해적들의 선박납치는 좀 뜸한 편이지 않았나요?"

-그랬습니다. 최근 반년 동안은 납치 위협조차도 없이 평화로웠죠.

"피랍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죠."

당시 상황 정보의 타임라인을 확인한 하수영이 고개를 들었다.

"화물선은 해적들의 접근을 상당히 늦게 알아차렸군요.

"이 점이 너무 이상합니다. 화물선 레이더가 그렇게 부실하지는 않을 텐데요."

장강필 대령이 험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줌왈트 인수인계 중에 실전에 참여 하게 된 미군 함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적어도 1시간 전에는 해적들의 접근을 눈치채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습격을 알아차리는 것도 늦었고, F35B가 화물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소형 보트들이 접선을 한 채 텅 비어 있었죠."

장강필 대령이 말을 받았다.

"F35B가 보트를 내려놓은 모선을 보지 못했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몸값을 노린 일개 해적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틀림없이 소말리아 원주민 해적들입니다."

미 함장이 화물선에서 찍힌 영상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AK소총을 든 해적들이 선내를 수색하는 모습이었다.

생김새로 볼 때, 그들은 틀림없이 소말리아 원주민 해적들이었다.

그때 장강필이 눈을 치켜뜨며 어느 부분을 가리켰다.

"잠시만요. 이게 무엇일까요? 해적 하나가 이상한 짐을 메고 있습니다."

"어, 정말이군요. 겉보기에는 통신장비로 보입니다만……."

"몸값을 노리고 납치한 해적들이 이런 군용 통신 장비 같은 걸 메고 다닌다고요?"

"어쩌면 통신 장비가 아닐 수도 있지요. 이를테면 선박의 컴퓨터를 해킹하기 위한 장비라던가……."

"아! 그렇다면 조타 시스템이 잠긴 배를 움직인 게 납득이 갑니다!"

조각은 맞춰졌고, 이제는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몸값을 노린 평범한 해적들이 아닙니다. 적어도 이놈들을 사주한 세력은 말입니다."

"어떻게 들키지 않고 소형 보트들을 가까이에 토해낼 수 있었을까요?"

"보트 사진들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아! 이거 보십시오. 전부 고무보트입니다!"

"고무보트라. 그럼……!"

"잠수함으로 해적들을 수송한 거라면 가능합니다!"

잠수함으로 화물선 가까이까지 접근한 다음, 해적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접근한다.

이러면 보트를 내려놓은 모선이 왜 보이지 않았는지 설명이 된다.

F35B가 도착했을 때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던 것도.

분위기가 더욱 딱딱해졌다.

"잠수함, 잠수함이라."

"설마 소말리아 정부가 주도했을까요?"

"그럴 리가요. 소말리아 정부는 그럴 능력이 못 됩니다. 잠수함이라니요."

"에이, 아무리 빈국이어도 그렇지 그래도 국가인데 잠수함 한두 척 운용을 못하겠어요?"

하수영의 말에 미 함장이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보였다.

"그건 소말리아 해군을 너무 과대 평가하는 겁니다. 디젤함 한 척을 운용할 만한 재원도, 능력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외교부를 통해 소말리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게 되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지만.

"납치에 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합니다."

"잡아떼는 겁니까?"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외교부 말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흠, 그럼 우리의 수색 협조는요?"

"선박 납치 자체가 없는 일인데 무슨 수색이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완강합니다."

"이거이거 더욱 수상한데……."

"실제로 해적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소말리아 정부는 통제는커녕 현황파악도 불가능할 정도로 행정 장악력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미 파산한거나 마찬가지 상황이어서요."

"파산? 얼마 전에 내전 끝나서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요."

"내전이 끝난 건 사실인데, 안정화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각 군벌들이 내전을 더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몰리다 보니, 흐지부지 내전이 종식된 것이라서요."

"흐음, 그 정도로 소말리아 경제가 최악이었나요?"

미 함장은 자신이 아는 바를 열심히 설명했다.

"소말리아뿐만 아니라 지금 아프리 카 대륙이 전체적으로 엄청난 침체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원래 아프리카가 가난한 대륙이긴한데, 그 말씀은 좀 더 특별하게 안좋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작년에 수단 내전이 종식되면서 그 여파가 주변국에 퍼져 나갔는데, 그게 악영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어? 수단 내전이 종식됐어요?"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하게 싸우느라 국민들이 죽어나가는 그 나라가 하수영은 처음 듣는 표정으로 물었고, 미 함장이 열심히 설명했다.

"후로시디안 군벌이 수단 내전을 종식하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죠. 그 이후 수단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흠."

"수단발 경제침체가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우간다, 콩고 민주공화국 등 주변국들까지 휩쓸면서, 지금 아프리카 대륙 경제는 엄청난 위기 상황입니다."

말을 들어보니 지금 소말리아뿐만 아니라, 수단을 중심으로 주변 아프리카 나라들이 거의 무법천지나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국가는 행정 장악력을 상실했고, 수많은 자경단이 산적, 들적, 해적의 이름으로 활동하며 각자도생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

"아프리카는 21세기 들어서 가장 최악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현재 소말리아 정부는 잠수함을 동원할 능력이 없다?"

"그렇습니다."

"결국 누군지 모를 배후 세력은 저를 저격한 거군요."

몸값을 노린 납치가 아니다.

특정 국적, 특정 화물을 실은 선박을 노린 것도 아니다.

바로 수영농장의 화물선을 노린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고, 또 침묵을 지킬 리가 없을 테니까.

"연락이 전혀 없는 걸 보면, 배에 실린 포도나무에 흥미가 꽤나 있는 모양이네요."

"원수님, 혹시 짐작 가시는 곳이라도……."

"음, 중국 아니면 일본?"

"……."

"어차피 이런 식으로 저한테 날 세울 나라가 두 개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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