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30화 (1,030/1,270)

프랜차이즈 갓 1030화

242장 용왕의 진노 (5)

"소말리아 정부에 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니, 단독으로 움직입시다."

"원수님, 너무 위험합니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패닉룸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우리 선량한 선장님과 선원들입니다. 한시 빨리 그들을 구출해야 합니다."

"그래도 외교적인 명분은 갖춰야……."

"그런 건 외교부가 알아서 하고, 우리는 얼른 움직여야죠. 시간을 끌수록 인질들만 위험해져요. 외국이 뒤에서 잠수함까지 동원해 줄 정도면, 패닉룸 발견도 시간문제인 건 알고 있죠?"

결국 정부는 긴급 구출 작전을 승인했다.

아울러 하수영을 현지 작전팀 소속으로 임시승인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하수영이 지휘권은 양보해서, 정부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항구의 밤.

어두운 선착장에서는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모두 다 내릴 필요는 없다! 단 19개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손대지 마라!"

"하역이 끝나는 대로 폭탄을 설치하고 물러나라!"

입은 옷이나 눈에 띄는 외관으로는 신분을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작업자들은 모두 중국어로 고래고래 떠들어 대고 있었다.

"당쯔환 중교! 하역은 아직 멀었나?"

"이제 한 개만 더 내리면 컨테이너 19개를 모두 내립니다!"

"선별은 무차별 랜덤으로 실시했겠지?"

"예! 23,000개의 컨테이너 중에서 무차별로 랜덤으로 골라서 뺐습니다!"

"해적들이 귀중품이 실린 화물을 찾느라 뒤적거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네! 알고 있습니다! 꺼내지 않은 컨테이너도 몇십 개씩 열어서 내용물을 흩트려 놓았습니다!"

"폭탄 설치도 빨리빨리 서둘러라!"

즈천 대교는 차가운 눈으로 화물을 응시했다.

부하들 중에서는 이번 임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놈들이 많았다.

이해는 간다.

당장 즈천 대교 본인조차도 이게 도대체 무슨 임무인지 처음에는 의아했으니까.

'해적을 내세워서 화물선을 납치하고, 컨테이너 몇 개를 빼돌린 다음 배를 폭파해서 증거를 없애라니.'

배는 가라앉고, 컨테이너들은 물위를 표류하며 해적들의 절도품 잔치가 망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다.

군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내막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작전의 목적이 어느 정도 보였다.

'연구 샘플 확보가 목적인가.'

수영농장의 기이한 생산력은 강대국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저 농장은 왜 저렇게 작은데, 저런 말도 안 되는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거지?

저 농장에서 나오는 생산물들은 왜 저렇게 품질이 다 좋은 거지?

만약 하수영이 중국인이고 수영농장 본진이 중국에 있었다면, 진작 공산당에서 모든 비밀을 샅샅이 훑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수영농장은 한국에 있었고, 한국 정부는 굉장히 형식적인 품질 감찰만 반복할 뿐이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나, 수영농장의 비밀을 파헤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워낙 경비가 철통같아서 한국 농장에서는 샘플 채취가 불가능하다고 했었지.'

농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각국 스파이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바로 수영농장이다.

중국 정부도 수영농장의 비밀을 캐기 위해서 지금도 스파이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의 황비버섯농장에 군말 없이 특혜를 허락해 준 것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다.

지금도 중국 황비버섯농장에서는 주기적으로 샘플들이 없어지고 있지만, 정작 하수영은 아무 문제도 삼지 않고 있다.

'중국 농장만으로는 비밀을 밝혀낼 수가 없었던 거겠지.'

특별한 비료.

여러 나라들이 수영농장이 가진 비밀로 손꼽는 공통의 주제다.

무언가 아주 특별한 비료를 써서 재배하기 때문에 저런 말도 안 되는 생산력을 보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버섯, 곡물 등 시중에 유통되는 수확물만으로는 역분석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해적을 내세워서 포도나무 컨테이 너까지 강탈하기로 한 것을 보면.

'컨테이너를 조금 더 많이 빼내도 상관은 없을 텐데…….'

그러나 상부에서는 철저히 19개로 제한했다.

더 욕심을 부렸다가 국가가 개입했다는 확신을 키워주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심증은 어쩔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는 철저히 해적들의 소행으로만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말리아 항구에서 가라앉은 배를 인양해서 조사할 수는 없을 테니, 주변에 나뒹구는 무수한 컨테이너들이 해적의 소행이라고 알려줄 것이다.

그중 19개가 쏙 빠졌다고 해서 알아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전부 실었습니다! 폭탄 세팅도 다 끝냈습니다!"

"10시간 뒤로 세팅하고, 우리는 즉시 이곳을 뜬다!"

"예! 대교님!"

"나는 화물선을 타고 이동하겠다.

본국에서 합류하자."

"알겠습니다!"

컨테이너 트레일러들이 공항을 향해 출발했고, 중국군 잠수함도 깊은 바다로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항구에는 약탈당한 화물선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

두두두두두두!

헬기 편대가 항구 주변을 낮게 날며 사방을 경계했다.

생체반응이 전혀 보이지 않자 헬기 편대는 적당한 곳을 골라 내려앉았고, 곧이어 특수분대원들이 재빠르게 내렸다.

그중에는 하수영도 있었다.

특수분대장은 처음에는 하수영의 합류를 극구 반대했다.

이런 중요한 실전에서 전투력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심지어 원수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국가 중요 인사를 참여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후방 기관총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AK로 무장한 해적들이 드글드글할 텐데, 소총과 수류탄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전투함 CIWS 체계에 쓰이는 발칸포(100kg 이상)를 가볍게 쥔 채 거들먹거리는 태도에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도 대장 이하 대원들은 소리 없이 경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체 저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저렇게 뛰어다니는 거지?'

'터미네이터라도 되는 거야, 뭐야?'

'호흡 한 번 나빠지지 않잖아.'

속도를 더 올려보았는데도, 하수영은 전혀 지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다.

기관총도 아니고, 기관포도 아니고, 무려 발칸포를 들고 있는데 말이다!

'피지컬 하나는 진짜 원수급이네'

'해군 녀석들, 지갑 하나만 보고 떠받드는 게 아니었어.'

'어우, CIWS를 손에 들고 다니는 해군 장군이라니. 나 같아도 소름이 돋겠다.'

중간중간 무장한 해적들이 앞을 막아섰다.

특수부대는 그럴 때마다 어렵지 않게 제압하며 앞으로 착실하게 나아갔다.

"분대장님, 이거 서둘러야겠습니다. 놈들이 배에 무슨 짓을 했을지 안심을 할 수가 없어요."

"네, 원수님. 조금 더 속도를 내겠습니다."

"다들 식사를 못 하셨나? 소총 하나 들고 왜 이렇게 비실거리는 거죠?"

"……."

발칸포를 들고 뛰어다니는 양반이 그런 말을 하니 모두 할 말이 없어졌다.

'저 정도면 올림픽 역도를 나가도 메달은 그냥 따겠는데.'

마주치는 해적들을 사살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화물선까지 도착한 그들은 내부를 수색, 도주로를 확보한 후 패닉룸에 연락을 취했다.

불안에 떨며 기다리던 승무원들이 기뻐하며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탈출했다.

그동안 하수영은 따로 선내를 수색하며 돌아다니다가 복귀했다.

"선내에서 점착 폭탄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8개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배를 아예 가라앉힐 작정이었단 말입니까? 이렇게 화물이 많은 데도요?"

"그리고 컨테이너 19개가 사라졌네요. 분석 샘플만 충분히 확보하고 나머지는 해적 소행으로 위장할 셈이었나?"

"그럼 큰일 난 게 아닙니까?"

"그저 가져가서 백날 뜯어봐야 그냥 평범한 포도나무입니다. 해적들 고용하고 잠수함까지 움직이느라 큰 돈 썼을 텐데, 겨우 그거만 가져가고 만족이라니."

그때 줌왈트에서 긴급 통신이 들어왔다.

-원수님, 현장 항구에서 230km 떨어진 다른 해안에서 수상한 배 한 척이 출항한 걸 감지했습니다.

"이쪽은 다 해결된 거 같습니다. 선내 폭탄도 모두 제거했습니다. 지금 바로 배 끌고 출발하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소말리아 육군이 그쪽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서둘러 출항하셔야 할 듯합니다.

"중국인지 일본인지, 아무튼 해적 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돈을 먹인 건 확실하네요. 얼마나 썼으려나? 한 10억 달러?"

모두가 철수 준비로 부산한 가운데, 하수영은 항구에 방치돼 있던 픽업트럭 한 대를 가져왔다.

철수를 지휘하던 부대장이 기겁을 해서 물었다.

"원수님? 그 차는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먼저 철수하세요. 저는 컨테이너가 이동했다는 항구로 가보려고요."

"안 됩니다! 원수님을 그런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낼 수는 없습니다!"

"제 소중한 재산을 화물주 본인이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겠습니까?"

"아까는 놈들이 쓸모없는 짓에 돈만 날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즈천 대교는 만족스러웠다.

작전은 순조로웠다.

그리고 지금 타고 이동하고 있는 수송차량의 승차감도 마음에 들었다.

"왜 미국제 군용트럭이 소말리아에 있지? 게다가 이건 작년에 나온 신형인데?"

통역병이 소말리아 운전수에게 질문했고, 운전수가 흥분해서 길게 떠들어댔다.

"뭐라고 하는 건가?"

"저주받은 트럭이라고 합니다."

"저주받은 트럭?"

"네, 빈곤을 불러오는 저주받은 트럭이라고 합니다. 원래 수단 반군이 사용하던 트럭이 여러 나라를 거쳐 지금 소말리아에 들어왔는데, 이 트럭이 들어오고 나서 거짓말처럼 소말리아 경제가 폭망했답니다."

즈천 대교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빈곤인 나라가 폭망할 경제가 어딨다고. 명분을 찾으려고 별별것에 다 핑계를 붙이는군."

즈천 대교의 표정에서 느낀 게 있는지, 운전수가 빠르게 뭐라 뭐라했다.

"수단이 내전이 종료됐어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게 이 트럭의 저주때문이랍니다."

"하여튼 미개한 땅이라서 그런지 별별 미신을 다 믿는군. 그럼 트럭을 없애 버리면 되지 않나?"

"원래 트럭은 4대였답니다. 수단을 차지한 후로시디안 장군이 트럭의 저주를 깨닫고 모두 팔았답니다. 당시 다이아몬드 보관 창고가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걸 트럭의 저주라고 생각한 겁니다."

운전수가 열심히 떠들어댔다.

"그런데 트럭들을 팔자마자 후로시디안 장군이 탔던 차량이 전복하면서 사지가 부러졌고, 그 후유증으로 4일을 못 넘기고 죽었습니다."

"……."

"트럭 중 1대를 샀던 군벌 소속의 다이아몬드 상인이 그 소식을 듣고 불길하다 여겨 트럭을 불태웠는데, 그날 집에 불이 나서 본인도 온몸에 불이 붙어 죽었습니다."

"……."

"다른 트럭 1대를 샀던 군인은 트럭을 바다에 던져 버렸는데, 그날 바로 욕조에서 목욕을 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사실인가? 모두 지어낸 이야기 아닌가?"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저주받은 4대의 트럭이라고, 다들 벌벌 떨면서 무서워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운전을 한다고?"

"트럭을 구석에 방치했다가 더 큰 저주를 불러올까 싶어서 이렇게 바람을 자주 쐬게 해주는 거랍니다."

통역병이 열심히 설명했다.

"지금 저주받은 트럭은 이제 2대가 남았는데, 1대는 우리가 타고 있는 소말리아 이 트럭이고, 나머지 1대는 행방불명이라고 합니다."

"트럭이 어떻게 가난의 저주를 불러온다는 건가? 자세히 말하라고 해봐."

들어보니 별거 없었다.

트럭이 들어오고 나서 세계 경제가 나빠지며 외부 지원이 줄어들고,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광산에 갱도 붕괴와 지진이 잦고, 군벌 오너가 투자한 사업마다 큰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유류 창고에 불이 자주 나고, 수송차량이 자주 사고가 나고, 건기인데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며 중요 물자들이 침수되는 일이 잦고.

하지만 초자연적인 힘을 믿지 않는 즈천 대교로서는 웃음이 나올 정도로 미개한 행동이었다.

"그나마 트럭이 자주 바람을 쐬게 해줄 때 저주의 힘이 가장 약해지기 때문에, 트럭 주인인 소말리아 대통령이 매일 트럭을 운행하라고 지시를 했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그럼 이 트럭을 내가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어봐라."

그러자 운전수의 표정이 더할 나위없이 환해지며, 이빨 10개를 모두 드러내며 웃었다.

"1달러, 지금 당장 1달러를 달랍니다. 그럼 트럭을 판다는군요."

"겨우 1달러?"

"무상으로 주면 저주의 힘이 그대로 원 소유주에게 남는답니다. 반드시 구매자가 소유권 인수를 제대로 이행해야 소유주가 바뀐답니다."

그래서 몰래 어디 버리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운용을 하고 있던 건가?

"여기 있다. 1달러."

운전수는 1달러를 받아들고는 굽실 거리며 몇 번이고 감사의 뜻을 올렸다.

즈천 대교는 속으로 비웃었다.

'정말이지 멍청할 데가 없군. 이런 트럭이면 중고여도 3만 달러는 받을 텐데.'

"화물선에 이 트럭도 실으라고 해라. 내가 가져가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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