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39화
244장 대륙의 파이프 (3)
신두는 출시 이후 큰 환영을 받았다.
국군, 미군, 유엔에서 손을 크게 벌리며 물량을 요구했다.
신두는 흠잡을 데 없는 야전용 실전 전투식량이었으며.
가장 값싼 돈으로 완벽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었고, 보관, 운반, 섭취, 그리고 뒤처리까지 모든 게 깔끔했다.
유엔이 지원하는, 신두가 시범적으로 공급된 빈민국에서는 주민들이 신두를 최고로 쳤다.
당장 굶어 죽는 게 문제인 사람들에게, 신두는 최상의 음식이었다.
신두는 한국 소매유통만 하루에 1,000만 알씩 팔리고 있었다.
대부분 1,000 kcal(3,000원)이며, 일매출이 300억 원에 달했다.
군납은 제외한, 한국 내수시장 매출만 이러했다.
식품으로서의 잠재력이 무지막지하다.
가지 많은 나무다 보니 그만큼 바람이 잘 들지도 않았는데…….
"상무님. 동물애호단체에서 찾아왔는데요."
"동물애호단체? 거기에서 우리 회사를 왜 찾아와?"
"신두를 아픈 반려동물에게 먹여도 되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아니, 환자식도 아니고 그런 걸 왜 우리 회사에서 찾아? 그냥 매뉴얼대로 설명해!"
"매뉴얼대로 설명했는데 막무가내입니다. 아픈 동물에게 얼마만큼 먹여야 되냐고 꼭 대답을 들어야겠답니다."
"망할. 알았어. 지금 내가 나간다."
도심에서 떨어진 변두리 공장까지 찾아올 정도면 보통 극성이 아니다.
상무는 복장을 정돈하고, 방문객들을 맞이하러 나갔다.
불시 방문자는 무려 서른 명에 달했다.
상무는 그들이 하나같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설마…….'
"왜 신두를 아픈 고양이에게 먹이면 안 되는 거죠? 저희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요구합니다!"
"신두는 만 2세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루 권장량 칼로리에 따른 섭취를 해야 합니다. 고칼로리 식품이다 보니 당뇨 환자 등 칼로리 제한을 받는 분들은 의사와 상의하셔야 하고요."
사람한테만 먹이세요.
상무는 이런 당연한 설명을 또 해야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 할머니가 병원에서 신두만 드시다가 얼마 전에 퇴원했어요. 지금도 신두만 드시니까 다시 입원을 안 하시고요. 우리 고양이가 지금 11살인데 그럼 신두를 꾸준히 먹이면 잔병치레를 덜 하는 거 아닌가요?"
대체 내 말을 뭐로 들은 거냐.
상무는 그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억지로 웃는 표정을 만들었다.
"동물 급여용으로는 고려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점을 알아봐 달라고요! 제품을 만들어서 팔았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희 회사는 사람소비용 식품을 만들어서 팝니다. 동물용은 만들지 않습니다."
"왜요?"
"……."
"왜 동물용은 안 만드는 건데요? 동물이라고, 사람 아니라고 뭐 차별하고 그러는 건가요? 그런 거예요?"
"와, 프라임컴퍼니가 동물과 사람을 차별하는 회사였어."
"프라임컴퍼니는 반성하라! 반성하라!"
불길한 예감은 맞았다.
30여 명의 방문자들은 캐리어에서 주섬주섬 피켓 등 시위도구를 꺼내고는,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아버렸다.
-반려동물 섭식용, 해명하라!
-해명하라!
-반려동물과 사람을 차별하지 마라!
-차별하지 마라!
상무는 조용히 등을 돌렸다.
독기로 흐려진 저들 대표자의 눈빛을 봤을 때부터 왠지 이렇게 될 거 같았다.
"대체 이게 무슨 억지인 거냐? 프리덤한테 물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텐데."
「제 동료가 여러 번 질문을 받아서 꾸준히 설명을 해줬습니다만, 납득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납득을 못했다고?"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설명을 통해 깨우침을 얻는 건 아니더군요.」
"젠장. 이제는 하다하다 동물애호 단체에서까지 찾아오다니. 비건 협회에서 두 달 시위를 마치고 돌아간게 얼마나 됐다고."
「저들이 바라는 건 팩트가 아닙니다. 본인이 원하는 대답입니다.」
"사람 먹는 식품 만드는 회사에 와서 동물용을 내놓으라니. 억지도 정도가 있지. 회사 주식 1주도 없으면서 왜 주주 행세를 하는 거야?"
프라임컴퍼니의 사업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하수영, 정서희, 그리고 전성렬뿐이다.
"회사가 커진 건 좋으나 별별 이상한 일들이 다 일어나는군."
「그래도 극성 비건 단체보다는 길게 못 버티고 물러날 것 같습니다.」
"아, 그건 좀 끔찍했지."
무려 두 달이나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돌아간 극성 비건 단체.
그들은 회사에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
-신두의 모든 제조공정을 우리가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세요. 정말 고기와 생선, 유제품이 안 들어가는지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게 해주세요.
-그래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어요.
-신두에 육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하수영 회장님이 본인 이름으로 공식 선언해 주세요. 벌금도 1,000억 정도 공탁해 주세요.
-그래야 믿을 수 있겠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기가 차는 요구였다.
농식품부나 식약처, 구청의 관리감독도 아닌, 민간단체의 그런 요구를 들어줄 의무는 없었다.
적당한 수준이면 소비자를 위한다.
는 명목이랍시고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진상 중의 진상 수준 아닌가.
"상무님! 비 옵니다!"
"또?"
"네, 지금 엄청 쏟아집니다!"
예보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비가 왔다.
하지만 직원들은 다들 익숙한 분위기였다.
"진짜 진상들 쫓아내려고 우리 공장 성주신이 비를 부르는 게 틀림없다니까."
"저 사람들은 얼마나 갈까요?"
"극성 비건 친구들은 궂은비를 맞아가면서 두 달을 버텼는데, 저 친구들은 과연 얼마나 갈지 궁금하네."
궁금증은 얼마 가지 않아 해소되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동물협회 방문자들은 우왕좌왕하더니, 모두 급히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그들이 사라지자마자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쳤고, 얼마 후 그들은 다시 슬그머니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시위를 시작하고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비가 왔고, 이번에는 그들도 완전히 떠나 버렸다.
"근데 진짜 성주신 같은 게 있나 봐요. 저런 사람들이 자리 잡으면 귀신같이 알고 하늘에서 비를 내려 주네."
"극성 비건 애들 이번에 재충전하고 다시 올 때 됐어. 마음 놓지는 말자고, 몰래 공장 들어와서 테러할지도 모르니 경비 단단히 세우고."
"잔칫집이라고 진짜 별별 사람 다 꼬이는 거 보면서 사네요. 지금 우리 회사가 신두 하나로만 일 년에 11조 원 넘게 매출 나고 있는 거죠?"
"군납, 유엔, 내수시장 다 합치면 그쯤 되지. 내수 빼고 군납 쪽이 2,000억 가까이 될 건데, 전체 비율로 보면 별거 아니고."
"매출 2,000억 원이 작아 보일 정도라니. 정말 뜨악합니다."
"이번에 중국에 정식으로 진출한다는데, 그럼 매출이 얼마나 더 늘까요?"
다른 부하 직원이 홀린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중얼거렸다.
상무가 말했다.
"중국 황비버섯의 절반만 나와도 엄청난 거지. 그거 매출만 일 년에 수백조 원 넘는다던데."
"수백 조요?"
"14억 인구가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다는데, 그럼 그 정도는 나와 줘야지. 한 사람이 하루에 200원만 써도 일 년이면 102조 원이야."
"우와, 역시 인구빨은 못 이기네요."
"사실 우리 수영그룹이 내수시장에서 버는 비율은 얼마 안 될걸? 죄다 미국, 중국에서 벌어오는 거지."
***
중국 식품 수출은 한시적이지만 세금 면제.
중국이 한중 무역망에 단단히 빗장을 걸고 갑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무리 없이 발효된 대통령령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이것이 수영농장그룹을 위한 조치임을 눈치챘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에 식품을 내다 팔 만한 저력을 가진 기업은 수영그룹뿐이었으니까.
김범석이 청담동을 찾아왔다.
하수영 앞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은 김범석은 공손히 태블릿을 들어 올린 채 보고를 시작했다.
"주인님이 그리신 대중 수출 전략의 큰 그림에 제가 몇 가지 조잡한 색칠을 보태봤습니다."
"좋아. 한 번 지껄여 봐라."
'크흑, 한 번 지껄여 보라니……. 어쩜 저렇게 멘트 하나하나가 참사나이다우실까.'
김범석은 속으로 감격을 잠시 훔치고는,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생선으로 단단한 장갑을 파쇄하고, 그 안의 부품을 신두로 분쇄하며, 콜라로 심장을 뜯어내고, 엘릭서 드링크로 마무리한다는 4단계 구상안입니다."
"음, 일단 듣기에는 귀에 간사하니 좋은데?"
"감사합니다, 주인님."
생선으로 먼저 1차 무역장벽을 부순다.
신두로 무장해제 된 중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콜라로 2차 타격을 준다.
그리고 엘릭서 드링크로 완전항복을 받아낸다.
"그 이후에는 일사천리입니다. 우리 수영식품그룹에서 생산하는 모든 곡물, 육류가 대륙의 칼로리를 제패할 겁니다."
"나는 신두 수출을 먼저 생각했는 데, 네놈은 수산물을 먼저 투입해야 한다는 거지?"
"옙. 신두는 주인님이 거느리신 해군, 그중에서도 항모함대에 비할 수 있습니다."
"녀석. 비유 한 번 내 맘에 쏙 들게 간사하니 잘하는구나."
"본진 전투력이죠. 하지만 본대를 제대로 투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병군을 투입해서 상륙교두보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해병군이 바로 생선이라는 거고?"
"그렇습니다. 한때 수산물 수출만 400만 톤이 넘던 중국은 지금 인민들 식탁도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이때 저렴한 가격으로 수영양식장 생선들이 들어간다면, 공산당은 빗장을 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아직 중국까지 소화하기에는 양식장사이즈가 안 나오는데."
"그러니 어디까지나 교두보를 건설할 첨병, 상륙부대죠."
김범석은 입이 부르터져라 설명에 열을 올렸다.
"몸을 보호하는 딱 하나의 장갑판, 그것만 뜯어내면 됩니다. 그 후에 거기에 집중 화력을 투사하면, 굳이 단단한 장갑을 더 떼어내지 않아도 내부를 곤죽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좋아. 이건 네가 한 번 책임지고 추진을…… 아니, 잠깐만. 네놈 요즘 배다른 형제와 재산 싸움 하느라 바쁘지 않냐?"
"괜찮습니다. 주인님께서 이 영광스러운 소임을 맡겨주신다면, 이 김범석이, 몸과 영혼을 갈아 넣어서라도 반드시 완수를……!"
"안 돼. 네놈은 서해그룹 간판을 차지하는 게 더 중요해."
"크윽, 주인님! 저는 둘 다 잘할 수 있습니다!"
"응. 안 돼. 왕자의 난에나 집중해라."
"주인님!"
"플랜이나 내놓고 썩 꺼져라. 지금 네놈이 집안싸움에 집중할 때지, 외부에 눈 돌릴 때냐?"
***
하수영은 큰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하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나머지는 아랫것들이 뻘뻘거리며 채워 넣는 것에도 익숙하다는 뜻이다.
밑그림 크게 그리고 대충 붓질 몇 번 한 다음에, '자, 이제부터는 너희들 차례다.'라며 오토 플레이 모드로 접어드는 게 익숙하다.
"근데 이거 딱히 맡길 만한 오토가 별로 없네……."
정서희와 전성렬은 프라임컴퍼니 유지에 바쁘고, 정서진은 반도체 파운드리 전담 오토.
주희도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관리 총책임자이고, 최진국은 목장과 양식장 전담 오토,
"이거 하다가 공략 모드에서 노가다 모드로 전환되면 이어 맡아줄 오토가 필요한데, 적당한 인재가 내주변에 이렇게도 없나?"
「나노소프트는 어떻습니까?」
"아, 거기가 있었네."
「미국 자본주의라는 궁극의 패시브 스킬이 붙어 있죠. 대륙 공략에 제격입니다.」
"좋아. 발머 스틴 씨한테 연락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