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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50화 (1,050/1,270)

프랜차이즈 갓 1050화

246장 하수영맛 (5)

로한의 말대로, 원통형 코어는 통짜 금속이 아니라 무수히 작은 구멍을 갖고 있었다.

현미경으로 표면을 살피니, 벌집형 구조로 되어 있는 프레임이 끝없이 작게 수렴하는 형태였다.

'이걸 대체 어떻게 만들었지?'

'이게 대체 무슨 기능을 하는 거지?"

'이해가 안 돼!'

과연 프랙탈 구조가 어디까지 거듭되는지, 현미경 배율을 무한히 늘려서 살펴보고 싶을 정도였다.

아주 가느다란 실이 육각형을 만들고, 그것이 모인 실로 다시 육각형을 만들고, 그것을 무수히 반복한 끝에 지금의 원통형 구조를 만든 형태였다.

그 어디에도 어떻게 해서 력을 내는지, 기계적인 원리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

동일한 프레임이 무수히 내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추력을 낸다는 거야?'

원리를 조금도 짐작할 수 없으니 미쳐 버리겠다.

레일건 때도 이런 비슷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마치 캔버스 위에 사과를 그렸는데 잠시 후 그 안에서 진짜 사과를 꺼낸 것을 목격한 기분이다.

사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원리.

하지만 지금 저 모터(라고 주장하는 물건)는 신이 나서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출력 체크를 해봅시다."

로한은 기계적으로 말하며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원들은 얼이 빠진 채로, 흐느적거리듯이 그의 실험을 도왔다.

성능 체크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원들은 이해 불가능한 모터 원리에서 느낀 것 이상의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들 눈앞에서는 모터의 축이 고장 나 있었지만, 아무도 실망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들뜬 충격이 표정에 가득했다.

"엄청납니다! 헤슬라자동차 동급 사이즈 최신 모터의 51배에 달하는 힘을 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믿어지지 않습니다! 구동 원리도, 이 말도 안 되는 파워도!"

원래 모터는 내부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영구자석에 반응하여 미끄러지는 힘으로 회전한다.

당연히 내부 코일이 많을수록 큰 힘이 발생하기 때문에, 파워를 높이려면 모터가 커져야 한다.

이 점 때문에 엔진에 비해 크게 대비 출력에서 늘 불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터라 주장하는)동력기는 동급크기 시판모델 모터의 51배에 달하는 힘을 냈다.

파워를 견디지 못한 회전축 부위가 부서지는 바람에 그 이상을 보지 못했을 뿐, 원통형 코어는 여전히 멀쩡했다.

"크기나 출력으로는 나무랄 게 전혀 없습니다. 저속, 고속에서도 전혀 문제없는 토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축부위 내구성이 더 견고했다면, 51배 이상의 수치도 볼 수 있었으리라.

전력을 더 높이면 어느 대비까지 힘을 낼 수 있을지, 연구원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시판된 모터, 엔진, 그 어느 쪽도 이 동력기에는 상대가 안 됩니다! 이대로 출시하면 자동차 시장을 씹어 먹을 수 있겠습니다!"

"자동차뿐만이 아닙니다! 회전 동력장치가 들어가는 모든 장치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프로펠러 항공기, 선박, 심지어 잠수함에도 말입니다!"

"모터면 모터, 엔진이면 엔진, 그 모든 것을 전부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동력기관의 대혁명입니다. 대혁명!"

다들 뛸 듯이 기뻐하며 잔치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때면 항상 분위기에 초를 치는 공돌이가 있는 법이다.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만."

"김선주 주임, 지금 뭐라고 했어요? 이게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요?"

"아니, 이 놀라운 혁신적인 발명품을 보고도 어떻게 그런 말을……."

김선주 주임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태연히 말을 이었다.

"정정하죠. 고정시설에 장착된 모터 같은 건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한전에서 전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어디 댐 배수펌프 모터 같은 거요."

"……?"

"자, 여러분. 여기 출력 대비 전력 소모량을 한 번 보십시오. 제가 간단하게 정리를 해뒀습니다."

"전기 그거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히이익!"

투덜거리며 전력 소모량 수치를 확인한 연구원들은 눈을 부릅떴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믿을 수 없다는 경악이 가득했다.

"뭐, 뭔 놈의 전기를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처먹어?"

"저속, 저출력에서도 기본으로 처먹는 전기가 엄청난데요?"

"이, 이래서야 전기자동차에 넣어도 완충해 봤자 수십 ㎞도 못 달리고 방전되겠는데요?"

김선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이제 왜 제가 상용성이 없다고 말씀드렸는지 이해하십니까?"

"……."

"특별히 큰 힘을 내야 하는 모터가 필요한 곳에서는 환영하겠네요. 당연히 전선이 깔려 있어야 하고요. 이를테면 조선소 같은?"

김선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배터리나 자체 연료로 발전기 돌려야 하는 이동성 장비에는 절대로, 절대로 못 씁니다. 이건 오천크스초사이어인 3예요, 3."

조용히 듣고 있던 로한이 물었다.

"그게 뭡니까?"

김선주는 한껏 공손해져서 대답했다.

"아, 엄청나게 강한 만화 캐릭터입니다. 우주 최강의 변신 형태입니다. 그런데 변신 유지 시간이 얼마 안됩니다."

"아아, 그렇군요."

"동력효율이 너무 안 좋아서 자동차 같은 이동성 장비에는 상극이라고 생각됩니다. 배터리 용량이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은 커져야 합니다."

정신을 차린 다른 연구원도 김선주의 말을 거들었다.

"배터리 용량이 수십 배 이상 커져도 상용화는 힘들 거 같습니다. 그래 봤자 완충 시 주행거리는 거의 비슷하다는 건데, 소비자들은 차라리 힘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충전 주기가 더 길어지는 것을 선호할 겁니다."

"사실 지금 전기자동차들이 뭐 힘이 조금 아쉽긴 해도 못 타고 다닐 정도는 아니니까. 나도 잘만 타고 다니는데."

다들 아쉽다는 듯이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자, 로한이 조용히 말했다.

"동력효율이 낮다고 생각합니까?"

"예, 아무래도……."

"저파워 구간이라서 효율성이 낮은 것뿐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험을 해보죠."

며칠 후 에릭은 다시 원통형 코어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트레일러에 실어서 운반해야 할 정도로 엄청나게 사이즈가 컸다.

연구원들은 며칠 동안 밤을 새워서 만들어놓은, 조립형 외장 케이스를 코어에 둘러서 연구타입 모델을 완성했다.

그렇게 성능과 효율 테스트를 했다.

"1,000톤 기차 동력기관으로 장착했을 시를 가정한 상황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좀 아쉽네요."

"힘은 좋은데, 소모 전력량이 역시 너무 엄청납니다."

"그래도 소형일 때보다 초대형으로 만드니까 단위당 효율은 오히려 증가하지 않았습니까?"

"확실히 그렇네요. 저파워 구간이라서 효율이 나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1,000톤짜리 기차에 달아도 여전히 동력효율이 나빠요."

"잠시만요! 이거 효율 증가비 함수가……!"

김선주 주임은 눈썹을 부르르 떨며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하다가, 다리에 힘이 탁 풀려서 주저앉을 뻔했다.

"이럴 수가! 내가 암산이 틀렸을 리가 없어! 계산기로 다시!"

"김선주 주임? 왜 그러나?"

"검산 좀 해야겠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로한은 팔짱을 낀 채 지켜보기만 했고, 연구원들은 왜 저러는지 몰라 웅성거렸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값을 몇 번이고 입력하기를 반복하던 김선주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럴 수가……."

"대체 왜 그러는…… 으응? 이거 진짜야? 숫자 잘못 입력한 건 아니지?"

"자네 뻑하면 손 떨리고, 딴생각하고 그러다가 숫자 엉뚱한 거 누르고 그러잖아? 지금도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내가 다시 계산을 해봐야겠어!"

결과를 보고 경악한 연구원들은 저마다 검산을 거듭하고는, 믿을 수 없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눈을 몇 번이나 비비는 이도 있었고,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로한을 경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증가함수 증명값으로는 100만 톤이상의 차량에서는 오히려 동력효율이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어……."

"계, 계산상으로는 그렇지만 직접 확인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요? 100만 톤짜리 차량을 실제로 만들어서요? 동력기는 버텨도 차체나 축, 바퀴 같은 것은 자기 무게도 못 버틸 텐데요?"

"테스트 설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다음에 정식 실험이 제대로 될지………."

모터가 트레일러에 실어서 운반해야 할 정도로 크기가 커지면서 에너지효율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산업에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효율이 나쁜 편이다.

에너지효율과 무관하게, 그저 많은 힘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

계산상으로는 100만 톤 이상의 차량부터 에너지효율이 급격하게 좋아 진다.

어찌어찌 연구실 검증은 거친다 쳐도, 실물 실험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리고 의미가 있을까?

'100만 톤짜리 차량이 만들어질 리가 없지.'

'가장 큰 선박이라고 해봐야 중량톤 60만 톤짜리 원유선 정도인데.'

'결국…… 실용성은 전혀 없는 건가.'

"그러니까 여러분 의견은."

팔짱을 끼고 있던 로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소형-1이든 소형-2든, 크기 대비파워는 아무 문제 없다 이거군요?"

"크기 대비 파워야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런데 지금 소형-2라고 하셨습니까?"

"저게 소형-2 모델입니까? 설마 저것도 소형이라고요?"

컨테이너보다 더 커다란 저 무지막지한 원통 금속물이 소형-2 버전이라고?

소형-1과 너무 심하게 차이가 나는 거 아닌가?

부피만 수백 배 이상인데?

연구원들은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서 당혹스러웠다.

'소-1과 소-2라니. 이건 괴리가 너무 심하잖아.'

'그럼 중형은? 대형은?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

'에릭 박사가 크기 기준을 대체 어떻게 잡고 있길래…….'

로한이 천천히 일어나며 다시 물었다.

"그럼 소형-1을 자동차에 달아도, 전선 꽂아주고 전기료도 할인해 주면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거다, 이거로군요? 그렇지요?"

"네?"

"전기 프리가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전선이라고요?"

차량에 전선을 꽂는다니, 이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평온한 로한의 표정을 보며, 연구원들은 퍼뜩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배터리 용량 문제는 이미 해결을 하신 겁니까?"

"혹시 이미 100배 이상의 전하 제 장 가능한 배터리가 완성된 겁니까?"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100배 용량 배터리를 단다 하더라도 이 동력기보다는 그냥 기존 모터를 쓰는 게 사용자 만족감에서는 더 낫습니다! 이 동력기는 저파워 구간에서 에너지효율이 너무 안 좋습니다!"

어느덧 연구원들은 100만 톤 이하를 '저파워 구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래서 학습이란 무섭다.

"당연하지요. 원래 1억 톤 이상의 이동장비에 장착하는 모터니까요."

"1, 1억 톤 이상……!"

"그런 이동장비가 세상에 존재합니까?"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해둡시다, 그럼."

로한은 건조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자꾸 동력기라고 하지 말랍니다. 이건 전기모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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