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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56화 (1,056/1,270)

프랜차이즈 갓 1056화

247장 답답해서 내가 공장 (5)

"네! 10억, 시, 십억 달러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환율이…… 아!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달러 기준으로 경매를 진행하고, 대금 결제는 달러나 원화, 낙찰 고객께서 편하신 방향으로 결제하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경매장은 아직도 극지방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충격적인 매너입찰에 다들 현실에서 잠시 괴리된 상태였다.

사회자도 마찬가지였다.

'시작가가 10억 달러면, 이거 호가를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 거야? 미치겠네.'

원래는 시작가 10억 원, 그리고 호가는 1,000만 원으로 시작하려 했다.

그러다가 적당히 호가를 2,0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 이런 식으로 늘려나가며 분위기를 한껏 띄울 작정이었다.

분위기를 제대로 띄워야 낙찰가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반대가 돼버렸다.

'분위기는 완전 다운됐는데, 가격은 하늘을 뚫고 치솟았네.'

***

경매 가격은 상품의 미래가치, 참가자들의 지불 능력, 그리고 현장의 경쟁심이 삼각으로 서로 맞물려 형성된다.

이 상품이 나중에 얼마까지 오를까?

내가 오늘 당장 얼마까지 낼 수 있을까??

저 새끼들이 나한테 어디까지 따라 붙을까?

이런 3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지난 일주일, 경매 예상 낙찰가는 대중 사이에서 커다란 가십거리였다.

-단순히 중소기업 스포츠카에 특제 모터를 단 차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수영 의원이 직접 망치를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두들긴, 자산 10조 달러짜리 재벌의 땀과 혼이 담긴 예술 작품인 것이다.

'자산 10조 달러가 객관적인 지표가 있냐?'는 반문은, 낙찰가를 향한 폭발적인 관심에서 애처롭게 묻히곤 했다.

-자수성가 대재벌의 젊은 혼과 기운이 듬뿍 담긴 예술품이다. 전 세계에서 초대받지 못한 콜렉터들이 미친 듯이 갖고 싶어 난리가 났다.

-다빈치 그림도 하나에 5,000억에 낙찰되는데, 하수영의 정기가 듬뿍담긴 예술 작품은 나중에 과연 얼마나 하겠냐?

-철 지난 페라리 낡은 클래식카 모델들도 소장용으로 수백억씩 거래된다. 하수영 의원이 직접 두들겨서 만든 1호기 스포츠카? 50년만 지나 봐. 수천억은 그냥 넘어갈걸?

차량으로서 기능성이 아닌, 예술적인 가치와 희소성을 크게 부여하는 해석.

-국내 재벌들은 다행으로 여겨야 해. 하수영 의원하고 안면 트고 싶어서 난리 난 외국 재벌들이 경매에 참가 못 한 것을.

-워렌 버핏하고 점심 한 끼 먹겠다고 수백만 달러씩 내는데, 하수영의 혼이 담긴 차량을 값비싸게 구매해서 자연스럽게 안면 틀 수 있다면 수천만 달러도 아깝지 않지.

-저건 단순한 신차가 아니야. 하수영이 직접 만들었다는 프리미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수천억 이상으로 가격이 붙는 한정판 굿즈야. 대체 굿즈에 기능성을 중요시하는 바보가 있다고?

-못해도 이번 경매 끝나고 나면 천억 이상 부르면서 되팔라고 하는 외국 부자들 나온다. 내가 장담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팽배했다.

때문에 연예인들은 감히 저 차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기념비적인 행사에 초청받아서 자리를 빛낼 수 있다는 게 중요할 뿐.

재벌들은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소 수백억 이상의 낙찰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늘 자리에 모인 이들의 지불 능력을 따져본 것이다.

경매 디데이가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이상이었으면, 더 높은 예상 낙찰가가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얼마에 사든, 무조건 손해는 아니다. 시간 지나면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

'낙찰을 받으면 그걸 구실로 수영그룹과 인맥을 틀 수 있다. 운 좋으면 하수영 회장과 밥 한 끼 같이할 수도 있겠지.'

'여유 한도 내에서 무조건 쥐어짠다.'

재벌 회장들도, 후원회 노인들도, 그리고 초청받은 개인 재산가들도 모두 한 마음이었다.

얼마에 낙찰받든, 절대로 금전적인 손해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그럼 남은 것은 지불 능력과 경쟁과열.

그 둘이 그리는 접점에서 가격이 결정되게 된다.

그리고 참가자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생각했던 사람은 의외로 백두자동차 사장 백동원이었다.

최대 7,000억 원.

이는 단순히 상품에 대한 상승가치를 기대해서가 아니었다.

하수영을 향한 은밀한 뇌물이자, 아부였다.

프리덤 자율주행 모듈을 도입하기 위한, 지금까지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즉 위자료이자 배상금이며, 뇌물이다.

말 그대로 한계까지 쥐어짜 낸 상한선.

이 가격을 뛰어넘을 수 있는 초청객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랍산 매너입찰 한 방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

"10억 달러, 10억 달러입니다. 상위입찰 없습니까?"

당연하지만,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재벌 총수조차 감히 상위입찰을 노릴 수 없는, 무지막지한 응찰가.

달아오른 분위기 한번 느껴보지 못한 참가자들은 억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생 겪어볼 일 없는 지금의 분위기에 중독되고 있었다.

"상위입찰이 없다면 10초 후 경매종료를……."

"10억 1,000만 달러."

그때였다.

개량한복을 입은 한 노인이 수기가 아니라 구두로 입찰했다.

재벌 총수 및 연예인들은 경악해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바로 최우석, 강남구의회 부의장이자 청담동에서 알아주는 자산가 유지였다.

그를 알아본 재벌 회장들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최우석 부의장이라 해도 그만한 돈은 없을 텐데?'

최우석의 정확한 자산은 3,000억원이 채 안 될 것이다.

10억 1,000만 달러라는 돈은 당연히 지불 못 한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 있게 입찰을 한 것인가?

그때 결연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이백이 넘는 노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최우석을 응시하는 시선은, 그들이 하나로 단합되었음을 보여준다.

몇몇 이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최우석 부의장 개인이 아니라, 하수영 후원회 전체가 나선 거로구나!'

그 예상대로, 지금 후원회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플랜D를 실행하는 중이었다.

후원회 내부 분열을 위한 담합은 안 되지만, 외부에 맞서기 위한 단합 발동.

'10억 달러든, 20억 달러든!'

'우리 청담동 하수영후원회가 십시일반으로 모두 건물 한 채씩만 모으면!'

'오일머니라 해도 두렵지 않다!'

후원회 회원들은 최소 자산이 1,000억부터 시작한다. 또한 많은 수가 자산가 공식 통계에는 잡혀 있지 않다.

한 명당 50억 원씩만 내놓아도, 1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마법!

이백이 넘는 후원회 노인들의 단합된 열기가 경매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지하크는 다리를 바꿔 꼬며 한껏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거기서 입찰가를 더 올릴 줄이야."

-지하크.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아닙니다, 왕자님. 다소 흥미로운 집단지성을 잠시 목격해서 그렇습니다."

-집단지성?

"경매가 진행 중입니다. 끝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

하수영후원회는 오일머니라는 외국자본에 맞서서 용감히 싸웠다.

1회 응찰로 끝날 뻔한 시시한 분위기를 건져내는 데에도 큰 공헌을 기여했다.

재벌 총수들은 물론이고, 개인 자산가, 연예인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후원회를 응원했다.

심지어 프리덤 모듈 도입을 위해 7,000억 원을 뇌물로 바치려 했던 백동원 사장마저도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낼 정도였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어.'

'종로와 청담의 단합력을 아랍에 보여주세요!'

지하크는 단 한 번도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느긋하게 호가를 끌어올렸다.

그는 일부러 파격적인 가격을 부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사회자가 부르는 호가에 더해서, 수기로 입찰에 응하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14억 2,000만 달러! 14억 2,000만 달러! 상위입찰 더 없습니까!"

최우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까지 잘 따라붙었다. 하지만 상대는 아직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제는 한계다.'

플랜D를 위해서 사전에 익명투표를 했었다.

자신이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 회원 전부가 금액만을 적어서 낸 것이다.

그렇게 나온 숫자를 다 합친 금액이 바로 1조 4,200억 원.

즉 회원 개개인의 최대 지불 금액을 모두 합친, 후원회의 상한선 금액이었던 것이다.

이제 극에 다다랐으니, 입찰을 포기해야 한다.

그 순간, 최우석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14억 3,000만 달러!"

"뭐? 최우석이? 대체 왜?"

"상한선을 넘은 금액이야, 친구!"

"그 강을 건너서는 아니 되네!"

후원회 노인들은 눈을 부릅뜨며 경악하다가, 이내 결연한 최우석의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초과분 100억 원은 나 혼자 부담하겠소. 그러니 아무 염려들 하지 마시게.'

그 순간, 후원회 부회장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14억 4,000만 달러!"

"부회장? 자네마저?"

부회장은 옆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동료에게 굳은 눈빛을 건넸다.

"괜찮네. 삼성동 다이파크 아파트한 채 더 정리하면 돼."

"하지만……!"

"지금 지하크, 저 친구의 눈빛을 보게. 아직도 여유가 남아 있어."

"……그렇군."

"우리 후원회는 아직 진정한 한계에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도 오일머니를 이기겠다고? 오만도 이런 오만이 없는 거네."

"진정한 한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동료는 그 말을 듣고 주먹을 불끈쥐었다.

그리고 사회자를 향해 외쳤다.

"14억 5,000만!"

흐름은 후원회 전체로 이내 퍼졌다.

동료들의 각오를 깨달은 이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각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14억 6,000만!"

"14억 7,000만!"

"14억 8,000만!"

이미 평균적으로 50억 이상을 내놓아서 지하크에 맞서고 있었다.

거기에 다시 추가로 100억씩을 더하면서, 굳건한 단합력을 쌓아 올렸다.

갑작스러운 현금 백수십억의 지출은 청담동 마왕성 노인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것.

하지만 오일머니에 맞서기 위해서는, 가진 모든 패를 끌어모으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오른다. 그때까지 우리는 충분히 버틸수 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건물 몇 개 더 팔고 오는 건데.'

'오늘 당장 낼 수 있는 돈이 겨우 190억뿐이라니! 이렇게 원통할 수가!'

'지급을 일주일만 늦춰줘도 더 큰 돈을 부를 수 있을 텐데!'

플랜D의 경우, 저마다 낸 돈에 비례해서 분할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오를 것이다.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 볼 일은 없다.

그러나 후원회의 자존심을 지키기에, 가용자금이 과연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까?

모두가 추가로 100억씩 턱턱 낼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한계까지 쥐어짜 낸 금액을 미리 익명투표에 써낸 회원들이 더 많았다.

그런 이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쌈짓돈을 털어 100억 원을 마련해 입찰에 응했다.

이미 호가 단위는 1,000만 달러(100억 원)였기 때문이다.

"19억 9,000만 달러! 19억 9,000만 달러! 더 이상 없습니까?"

어쩌다 보니 지하크가 빠지고 노인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듯한 구도가 되었다.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이들 눈에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부자들이 많았나 하고 놀라워할 풍경.

청담동 후원회의 모든 기를 모은 월세옥이 완성되었지만, 지하크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리고 노인들은 분한 표정으로 지하크를 씹어 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후원회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섰다.

마침내 지하크가 수기를 들었다.

"20억 달러! 20억 달러 나왔습니다!"

"다음 응찰가는 20억 1,000만 달러입니다!"

"20억 1,000만 달러 없습니까? 없으면 다섯을 세고 경매를 종료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낙찰! 20억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후원회는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서 잘 싸웠다.

하지만 그들의 승리로 경매의 대미가 장식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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