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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66화 (1,066/1,270)

프랜차이즈 갓 1066화

249장 모터가 필요해?(3)

2남 백서훈과 3남 백진택이 왔을 때 본 것은, 만취해서 쓰러진 큰형과 대야 수준의 철제 술잔에 와인 오크통을 들이부으며 술을 마시는 하수영의 모습이었다.

"오셨군요. 자리 세팅을 다시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괜찮……."

"먼 길을 온 손님들께 대접이 허술할 수야 없죠. 프리덤. 준비해라."

「네, 마스터.」

그리고 곧바로 2기의 안드로이드 로봇이 나타나서 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사람 이상으로 정교한 움직임을 매우 빠르게 해내는 모습에서, 백서훈과 백진택은 당황해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로, 로봇?"

"의원님 댁에서는 로봇들이 가사일을 하는 겁니까?"

"네. 제 집에는 저와 친구들 말고는 아무도 들이지 않습니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사이, 다른 로봇 하나가 식사 카트를 끌고 와서 대기했다.

상이 깔끔하게 치워지자마자 곧바로 카트를 열어서 음식을 차려놓는다.

단단한 금속제 수저, 흙으로 빚어낸 접시, 뭉클뭉클한 과일, 서로 다른 질감과 강도를 가진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동시에 만져낸다.

백서훈 2형제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안드로이드의 완벽한 움직임을 보면서, 저것으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상상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돈이다! 엄청난 돈이 지금 눈앞에 있어!

백서훈은 명품 VIP 직원들이 안드로이드 직원을 보고 얼마나 신기해 할지를 생각했다.

백진택은 재해사고와 작업 실수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로봇 직원들이 가득 메운 조선소를 상상했다.

심지어 파업도 하지 않아!

"앉으시죠. 어서들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음식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한 맛이었다.

적당한 간, 식감의 균형, 온도 차이까지 완벽하게 조율이 잡혀 있었다.

백진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것도 로봇들이 조리한 겁니까?"

"네. 로봇들이 했습니다."

"허어, 카드 딜링만 잘하는 게 아니었군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스베이거스 수영카지노에는 안드로이드 딜러를 도입했다는 걸 백씨형제들도 알고 있었다.

"신체 관절을 얼마나 정교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한 거거든요. 카지노 딜러가 가능하다면 정교한 외과적 수술도 가능하죠. 물론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는 전제하에."

"요리 정도는 정말 대수도 아니겠습니다."

"안드로이드한테는 요리나 수술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데이터셀을 얼마나 차지하느냐 정도만 있죠."

자리를 떠나지 않고 꼿꼿하게 대기 중인 안드로이드를 슬쩍 보며, 백서훈은 갖고 싶다는 충동이 사정없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저런 걸 한 100기쯤 백화점에 꽉깔아놓으면 얼마나 멋질까?

손님들은 또 얼마나 많이 몰려들까?

백동원에 이어 백서훈도 알콜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3남인 백진택만 남았다.

"백두자동차에 좋은 이야기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큰형이 저렇게 진탕 술을 마시고 기절한 걸 보면 말입니다."

"백두자동차가 앞으로 우리 모터와 전기만 쓰기로 했습니다."

"모터야 그렇다 치고, 전기까지도요? 혹시 이미 배터리 사업에도 손을 뻗으신 겁니까?"

"뭐, 이왕 이리 됐으니 더 이상 보안을 숨기는 의미가 없을 거 같군요."

"……?"

"제가 말하고 싶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상황이……."

"네, 저는 끝까지 비밀을 지키고 싶었는데, 무작정 그럴 순 없게 됐습니다."

"보안이라는 게 때로는 묶어두기만 해서는 오히려 더 손해일 때도 있는 법이죠.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백동원 사장님이 자기가 알아낸걸 가져오면서 거래를 요구했습니다. 강릉 발전소에 있는 황금 안테나와 인공위성, 그리고 전기차의 상관관계를 말이죠."

어디까지나 '백동원이 알아낸 것'위주로, 하수영은 설명했다.

처음에는 침착하게 듣던 백진택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구겨지고, 눈동자는 커졌으며, 종래에는 속눈썹이 격렬한 떨림에 시달렸다.

"그러니까 의원님 말씀은, 위성송전으로 정확하게 대상 배터리를 상시충전 가능하다, 이 말씀이십니까?"

"백동원 사장님이 '용케 거기까지 알아내셔서는' 협상을 하자고 요구하는데, 제가 더 이상 당해낼 길이 없었습니다.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동네방네 비밀을 흘리고 다닐 기세같아서요. 휴."

기절한 백동원이 들었으면 억울해 했을 것이다.

그럴 생각도 없었거니와, 동네방네 퍼트리고 다녀봐야 백두자동차만 손해를 보니까.

'위성송전이라니.'

백진택은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게 어디 꼭 자동차만 해당될까?

바로 화물선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아닌가?

LNG 가스 추진은 가성비 좋은 연료지만, 핵융합 전기에는 비할 바가 아니리라.

또 연료의 생산부터 전송, 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이 친환경적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이건 나더러 전기 화물선 시대를 준비하라는 말이구나.'

지금 전 세계는 전기차 열풍이 한 창이다.

하지만 전기 화물선이란 개념은 누구도 챙기고 있지 않다.

발상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은 너무나 허황된 낭비이기에.

그 무겁고 거대한 화물선을 장기간 움직이려면, 어마어마한 배터리가 장착되어야 할 테니.

화물선 무게의 절반을 배터리로 채워도 모자랄지도 모른다.

'배 건조 성공보수를 받아도 백두자동차 경영권을 넘보기 힘들 수도 있겠어.'

백진택의 야심은 조선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 인수를 시작으로, 나아가 그룹 전체를 다시금 하나로 묶고 싶었다.

지금처럼 여러 형제들 사이에 뿔뿔이 나누어진 채가 아닌.

백진택은 입맛이 쓴 채로 술과 음식을 계속 들었다.

"이런. 벌써 다 비웠네. 새 통을 가져와야겠습니다."

"허헉, 오크통 한 통을 벌써 다 비운 겁니까?"

"남자가 셋이니 인당 한 통씩은 비워야 술 좀 먹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프리덤, 가서 한 통 꺼내와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안드로이드가 빈 오크통을 회수하고, 다른 안드로이드가 새 오크통을 가져왔다.

하수영은 오크통을 직접 따서 다시금 대야에 술을 따랐다.

'정말 엄청난 대식가로군. 그 많은 술을 먹고도 별로 취하지도 않은 거 같고.'

술에 아주 강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업가로서 엄청난 강점이다.

"지금 돌아가는 도크들만 다 끝나면, 이제 100척 건조가 다 끝나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의원님."

"그 다음에는 조선소 운영이 어떻게 돌아가나요?"

"일단 70% 건조라인이 외부에서 임대한 것입니다. 그쪽 조선소들도 새로 받은 일감들이 있어 건조가 끝나면 돌려줘야 합니다."

백두중공업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자가 조선소 라인만 남는다.

"향후 4년 치 일감이 미리 쌓여 있어 여유는 빠듯합니다. 하지만 의원님께서 일감을 주신다면, 다른 곳과 이야기해서 일정을 뺄 순 있습니다. 그 부분을 먼저 합의하고 일감을 받은 거라서요."

"갖고 계신 건조 라인 전부 킵해 두시죠. 제가 우선적으로 또 발주하겠습니다. 외부 임대까지는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100척 납품이 모두 끝나더라도 라인은 비워놓겠습니다."

"발주가 좀 늦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건조 비용에 달아 두세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비즈니스로서 당연한 겁니다."

약간의 침묵을 흘린 후,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전기 화물선입니까?"

"네."

지체 없이 즉시 돌아온 대답에 백진택은 '역시…….' 하고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쌍동선, 혹은 삼동선으로 갈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다동선을 생각하시는군요."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체급이 조금 더 클 겁니다. 컨테이너로 치면 10만 개 이상은 실을 수 있는 체급이 되어야 해서요."

"……정말 엄청난 배를 생각하시는군요."

"미래를 대비하는 거죠. 다동선이 구조만 튼튼하게 만들면 파도에도 안정적이고 여러모로 좋잖아요?"

백진택은 문득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미래를 대비한다니요? 어떤 미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식량위기, 기후위기를 SNS에서 지속적으로 경고해 온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사실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같은 순간은 몰라도 아는 체를 해야 하는 법.

"네, 물론입니다."

"몇 년 전부터 때아닌 태풍에, 가뭄에, 홍수에, 날씨가 엄청 이상해졌지요? 우리나라 농사도 지금 2년 연속 말아먹었고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수영농장이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나라는 쌀 대란에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고, 더 만능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악재에도 대처할 수 있는 대형 멀티해상 플래폼이 되어야 해요. 전 그 답을 다동선에서 찾으려는 겁니다."

"대형 해상 플래폼……."

"앞으로는 선박들의 설계 컨셉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건 대비하고 계시나요?"

"물론입니다. 설계 단계부터 반수성 금속을 사용하는 선박은 모든 게 달라져야 하니까요. 당장 밸러스트탱크 용량과 위치부터 큰 변경을 주고 있습니다."

기존 화물선은 화물 적재량에 따라 흘수선이 달라진다.

그래서 빈 배일수록 밸러스트 탱크에 물을 채워서 선체 균형과 프로펠러 스크류의 깊이를 맞춘다.

반면 반수성 금속을 사용한 선박은 평평한 바지선 형태에 가까워질수록 유리하다.

때문에 기존 선주들은 만재흘수선 위쪽만 반수성 금속 처리를 하는 등, 차세대 선박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다동선은 아무래도 물에 잠기는 부위가 적지. 그래서인가…….'

"다들 너무 무사태평이라구요. 중국 내륙강들이 말라붙는 거 보고도 모르나? 메뚜기떼가 싹싹 다 긁어먹어서 그 난리가 났는데도 무슨 강건너 불구경이에요."

"의원님?"

"막말로 갑자기 대륙 하나가 뜨거워져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되면요? 배 위에서 농사지으면서 몇 년 동안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금 선박들로는 절대 안 되죠."

백진택은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속으로 애써 부정하려 했다.

"내진 설계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기후대비 대책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요. 그래도 양덕들은 좀 낫더라고요. 거기 친구들은 담수화 장치와 수경재배시설이 설치된 선박을 생존키트 품목으로 업데이트했더라고요."

"설마 정말 그런 비극적인 날이 오겠습니까?"

"지금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대비를 해야죠. 진짜 몇 년 안남았어요."

"한국도 위험할까요?"

"한국도 위험하긴 한데, 식량만큼은 제가 커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근데 서울 기온이 50도가 넘는 나날이 이어지면, 그건 어쩔 수가 없을 듯해요."

"기온이 50도가 넘는단 말입니까?"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최고 온도 50도 한 번은 갱신할 겁니다. 지금도 온실가스 열심히 뿜어내고 있잖아요."

백진택은 마지막까지 버텼지만, 언제인지 모를 시점에서 의식을 잃었다.

그는 먼저 기절한 둘째 형과 비슷한 꿈을 꾸었다.

'안드로이드 직원…… 월급 안 받고, 파업 안 하고, 연차 안 쓰는 만능 직원…… 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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