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68화
249장 모터가 필요해? (5)
강릉 수영발전소는 터빈 부하율을 한계 이상으로 한계에 가깝게 돌리고 있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밤일수록 더 부하율이 치솟는다.
시차로 인해, 밤에는 캘리포니아핵융합발전소(로 위장한 수신 안테나)에서 전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3차 터빈 확장이 끝났지만, 지금 또 한창 4차 확장 공사가 이뤄지는 중이었다.
"증기는 남아도는데, 그걸 가지고 돌릴 터빈이 부족해."
"애초에 발전소 터빈 용량 자체가 터무니없이 모자랐어."
"에이, 모자랐던 건 아니지. 고리원전 이상가는 한국 최대 원전으로 들어섰던 건데."
"잘돼서 좋긴 한데, 괜히 불안하네. 이거 진짜 안전한 거 맞지? 대참사나고 그러는 거 아니지?"
"핵융합은 고장 나거나 파괴되면 바로 꺼져요. 고압증기가 새어나와서 피해 볼 순 있겠지만 그건 다른 발전소도 다 마찬가지고, 열 발전소 중에서는 가장 안전합니다."
아주 피해가 없을 순 없다. 고압파이프가 터져 나오면 그 자체로 참사니까.
하지만 그것은 열을 사용하는 다른 발전소들도 전부 마찬가지.
그리고 수백 미터만 벗어나도 피해에서 안전하다.
"위에서는 구형 플래폼 발전 용량을 140만MW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하던데."
"그게 가능할까? 고리원전 가장 최신 원자로의 설계 용량이 140만㎾였어. 자그마치 천 배라고, 천 배!"
"지금처럼 무차별로 고압파이프와 터빈 늘리는 거 보면 언젠가는 가능할 거 같지 말입니다."
외부에서 보면 수영 발전소는 다소 기형적인 구조로 변해가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초고밀도 직접회로를 보는 것도 같다.
어떻게든 중앙에서 증기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고압 파이프길을 내고 있다고 할까?
'야! 여기 틈이 있다! 여기 파이프꽂아서 증기 빼가자!'
'예썰!'
'야이, 개자식들아! 여기는 우리가 파이프 꽂으려고 미리 찜해 둔 곳이라고!'
'닥쳐. 먼저 꽂은 놈이 승자야.'
심지어 열전지를 만들어서 갖다 붙여서 전기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었다.
'미친놈아, 그럼 저 뜨거운 중심부에서 폐열은 어디로 뺄 건데? 그게 괜히 우주에서 주로 쓰이는 줄 알아?'
'열을 꼭 빼야 돼요? 수영 스포츠카 보면 죄다 핵융합 배터리 썼다고 하던데.'
'열 차이가 클수록 전기가 더 많이 나온다고! 무턱대고 가열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아무튼 이렇게 지저분하게 고압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발전소 기술자들은 신형 가열로 설계에 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핵융합로를 새로 만들어요? 왜 쓰던 거 그냥 쓰지 않고요?"
"지금 저 꼬라지를 봐. 더 이상 증기를 끌어올 파이프를 꽂을 데도 없어."
"처음부터 확장성을 고려하지 않았나요?"
"고려했는데 그 확장 모듈을 죄다 써먹고도 모자라서 마개조까지 닥치는 대로 했는데도 이 모양 이 꼴이야."
"……."
"그래서 새 핵융합로를 만들어야 하는 거다. 오브를 넣고, 더 많은 물을 한 번에 끓일 수 있는 초대용량 물탱크를 말이지."
애초에 강릉 발전소는 오브를 담기에는 너무 작고 보잘것없는 그릇이었다.
"어차피 오브에 어울리는 새 발전소를 만들기 전까지, 잠시 거쳐가는 길이었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시간을 아낄 수 있었지."
아닌 게 아니라, 강릉 발전소가 아니었으면 오브는 그동안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연구실 비밀금고에서 잠만 자고 있었을 것이다.
"정식 핵융합로는 한 번에 더 많은 물을 끓일 수 있고, 또 무한한 확장성을 통해 외부의 터빈에 초고압 증기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연간 생산량 10pWh(페타와트시)가 가능하도록."
"10페타와트시면 전 세계에 전기를 공급하고도 남겠는데요?"
"OECD 회원국 전체 연간 생산량이 9페타와트시가 조금 안 되는 수준이지."
"이건 발전소가 아니라, 발전소 도시네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발전소를 이루고 있는 지역.
한국에 그런 명물이 생기게 될 줄이야.
"그럼 지금 구형 발전소 마개조는 대충 멈춰도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전기가 모자라서 난리인데 그게 무슨 소리냐? 나중에 이사 갈궁궐 짓는 중이라고, 지금 사는 반지하에 물 새는 거 수리 안 해?"
"그, 그렇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강릉 발전소는 끊임없는 마개조로 발전 용량을 늘리는 한편.
오브가 이사 갈, 무한한 확장이 가능한 도시형 발전소를 바로 옆에 새로 짓고 있었다.
이사가 끝나면 구형 발전소 역시 한 개의 터빈 모듈로서 새 발전소 도시에 흡수될 예정이다.
프라임건설 이도공은 오늘도 얼굴에 살이 푹푹 빠지고 있었다.
***
수영모터에 관심을 보인 자동차 회사들은 많았다.
헤슬라는 물론이거니와, 벤츠, BMW, 폭스바겐 등등 유서 깊은 자동차 회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회사들도 다들 마찬가지.
그러나 기존 모터보다 10배 이상 전력비가 안 좋다는 말에, 다들 주저 없이 포기했다.
아직은 상용화를 하기에는 먼, 장난감 수준이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백두자동차가 모든 전기차에 즉시 도입하겠다고 전격 선언을 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백두자동차가?'
'즉시? 모든 전기차에?'
'뭐야? 그래도 세계 판매 3위씩이나 하는 회사가 무턱대고 그러지는 않을 테고, 정말 뭔가 있는 건가?'
'아니지. 3위씩이나 하는 회사니까 진짜 돈만 보고 움직일 텐데, 그럼 그렇게 전력비가 나빠도 이익이 된다 이 소리 아니야?'
다시금 관심이 생긴 자동차 회사들은 청담동 모터쇼 이후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모든 전기차가 진짜 모든 전기차는 아니었네."
"내수용 전기차에만 해당된다는 거군,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해."
"역시 무선 충전 서비스를 해외에서도 할 수는 없었겠지."
"근데 수영모터스는 사막에서도 한다고 들은 거 같은데?"
"그게 가능한가?"
아우디는 자회사 람보르기니를 슬쩍 찔러 보기도 했다.
"트랙터 만드는 네 형한테 가서 한번 알아봐. 그 형이 지금 수영모터스와 ODM 했다면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그놈이 왜 우리 형입니까! 갈라선 지가 언젠데!"
"아, 그래도 친형제인데 겁나 살벌한 거 봐라."
"흙밭에 나뒹구는 그런 농기계나 만드는 놈을 친형제로 인정한 적 없소! 설령 형제라 해도 내가 형이지, 왜 그놈이 형이란 말입니까!"
아무튼 글로벌 전기자동차 브랜드의 관심은 백두에 쏠렸다.
아무리 내수 전용이라지만,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주행거리가 50m를 넘지 못하는 차를 출시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스포츠카 기준으로 치대 50km면, 4인승 세단의 경우는 90km 이상도 나올 수 있는 거 아닌가? 가솔린도 연비가 대충 차이 나잖아?"
***
「마스터. 백두자동차에 힘을 실어주는 게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을까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백두자동차는 내수 시장에서 쥐어짜 낸 이익으로 수출 적자를 상쇄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내국민소비자들은 손해 보고 있고요.」
"그거야 이 나라 재벌 기업들 종특이지. 안 그런 데가 없어."
안 그런 기업도 있긴 하지만, 저 말이 '보편적으로 없다'라는 뜻임을 프리덤은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자동차 사업 할 것도 아닌데, 뭐 알 바 아니지."
「농사짓는 데 승용차가 전혀 필요 없긴 합니다만.」
"그리고 자동차 산업 관련해서 사람들이 좀 많이 일하냐? 가족들까지다 합치면 100만 명은 넘을 텐데. 안 그래도 백두자동차에 주행 모듈 안 준다고 입 퉁퉁 불어터져 있는 친구들이야."
「100만 명의 고객은 적은 수가 아니죠.」
"자동차 가질 거 아니면 그냥 손도안 대는 게 나아. 괜히 백두자동차 망했다가는 신경 쓸 거리만 는다."
「그럼 앞으로 경영에도 간섭은 안하실 겁니까? 제가 그동안 수집한 사고와 불만 사례만 해도 수백만 가지가 넘습니다.」
"백두자동차 관련주는 1개도 없는데 뭐하러? 그냥 모터 실적만 차곡차곡 잘 쌓으면 된다. 우리 수영모터스 목표는 뭐다?"
「전기 화물선이 EU 인증을 받아서 식자재 유럽 수출을 안정적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내수 전기차로 주행 실적 쌓고, 이제 전기 화물선 한 10척 정도 띄워서 잘 굴리면 유럽 그 혐성놈들도 아무 말 못 할 거다. 우리 입장에선 그거면 된 거지."
「알겠습니다. 저는 다만 백두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마스터께 옮겨오는 게 아닌가 우려했습니다.」
"그 정도야 넘어가야지. 원래 라면 먹다 보면 국물 방울 튀고, 설거지하다 보면 물 튄다. 세상이 다 그런 거야."
「예, 마스터.」
"승용차는 우리하고 전혀 상관없으니까 놔둬, 놔둬."
***
헤슬라에서 하수영을 찾아와서 진지하게 모터 논의를 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전력 소모량은 사실입니다. 헤슬라 지금 배터리 체제로는 감당이 안 될 텐데요."
"그럼 백두자동차는 왜 저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겁니까?"
"충전 서비스에 자신이 있어서 그래요. 우리 모터가 그것만 해결되면 사실 전혀 빠질 게 없거든요."
"대체 어떤 식으로 해결한다는 겁니까?"
"에이, 그건 제가 말씀 못 드리죠."
"……미국에서는 불가능합니까? 이것만 알려주십시오."
"가능하다면, 미국의 헤슬라 자동차들도 모터 전부 갈게요?"
"네, 그럴 생각입니다."
하수영은 잠시 태블릿으로 뭔가를 살핀 다음 고개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안 돼요. 아직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현재 발전소 전력 생산 능력을 말한 것이지만, 헤슬라 이사는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다.
'한국과 달리 우리 미국은 땅이 너무 넓어서 그런가 보군.'
그렇게 헤슬라는 더 이상 미련을 보이지 않고 떠났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한동안 백두자동차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아갔다.
***
BD모터스,
백두자동차에 모터를 납품하는 하청업체이다.
백동원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로, 사실상 가족사나 마찬가지.
이 회사가 완전흡수 형식으로 수영모터스에 매각되게 되었다.
백동원의 중개 덕분이다.
수영모터스는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회사를 샀고, 덕분에 즉시 양산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BD모터스 사장은 따로 백동원으로부터 보상을 받긴 했으나, 미래 먹거리를 잃고 백수가 돼서 그저 억울했다.
"형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내 사비까지 보태서 제값 받고 팔게 해줬는데, 이게 억울하다고? 너 어찌 되든 말든 납품 다 끊고 앞으로 수영모터스에서만 납품받았어도 그 소리 나왔을까?"
"그, 그건……."
"남들은 제때 좋게 정리하고 싶어도 못해, 이 한심한 녀석아. 감사하게 생각은 못 할망정."
"그럼 전 앞으로 뭐 해먹고 삽니까?"
"가진 게 수백억이 넘는 녀석한테 내가 언제까지 생계 조언 해줘야겠냐?"
말은 모질게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룹은 앞으로도 계속 다이어트가 필요했고, 빨대를 꽂고 있는 친인척 및 가신들의 관계사는 정리할 수 있을 때 쳐내는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