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72화
250장 비매품 안드로이드 (4)
A씨 부부는 프라임건설 사내부부였다.
얼마 전, 아내가 출산을 하면서 육아휴직 신청을 했다.
현업에서 오래 떠나 있으면 감을 잃을까 걱정이었지만, 복직 자체가 염려되진 않았다.
그리고 복직을 염려하기 이전에, 육아는 이미 전쟁이었다.
"왜 울어. 왜 우니, 미치겠네. 나도 울고 싶다. 그만 울어. 오빤 왜 안 와……. 아, 그냥 회사 가고 싶다.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오빠육아 휴직하라고 할걸. 아! 엄마……."
초보 부모에게 육아는 전쟁 그 자체였다.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고, 전쟁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보급 자체도 빈약하기 그지없는 전선에 내동댕이쳐진.
그런 때 지원군이 왔다.
「AF-271이라고 불러주십시오. 271호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집을 찾아온 것이다.
A씨 아내는 처음에는 로봇이 제대로 아이를 볼 수 있을까 염려했다.
그러나 능숙하게 젖병을 소독하고, 분유를 준비하고, 기저귀를 갈고, 그 와중에 청소를 하고,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하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보고 구원을 얻었다.
'프리덤이 몸까지 얻으니까 더 완벽한 비서가 됐어.'
심지어 '가사로이드' 서비스는 개인비서 AI와 연동까지 됐다.
즉,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친분을 형성한 프리덤이 갑자기 메탈바디에 들어가서 다시 나타나 도와주고 있는 셈.
A씨 아내는 그렇게 가사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힘든 것은 전부 가사로이드 프리덤에게 맡기고, 자신은 쉬운 것만 골라서 하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프리덤은 그녀가 원할 시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친절하게 육아를 가르쳐주기까지 했다.
「억지로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지켜보고 있으니 몸에 익을 때까지 그냥 반복하면 됩니다.」
"응, 고마워. 진짜 너 아니었으면 아이 어떻게 키울 뻔했니……."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19첩 한상 차림으로 가시죠.」
"오, 오늘도?"
「모친이 잘 먹어야 젖이 더 잘나오는 법입니다. 부친도 생업에 종사하느라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테니, 영양보충 차원에서 19첩 한 상으로 가겠습니다.」
"너야말로 안 피곤…… 아아, 로봇한테 피곤을 묻는 게 어이없긴 하구나."
***
수영그룹 직원들 중 힘든 가정사를 가진 이들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배정받았다.
집안에 병약한 부양자가 있어, 마음 놓고 일터로 나가기 힘든 이들이다.
가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사로 이드가 생기자 그들은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함을 품었다.
'그냥 우리 자르고 저 안드로이드를 바로 현장에 투입하는 게 더 생산성 있는 거 아니야?'
특히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며 몸으로 하는 단순반복적인 업무 종사자일수록 더욱 그런 불안감이 강했다.
아무튼 가사로이드 프리덤은 큰 도움이 되었다.
싫은 소리 전혀 없이, 힘든 티 없이, 지치지 않고 24시간 가사일을 해주었으니.
병자가 새벽에 일어나서 배설물 처리 등 번거로운 간병을 요구해도 눈하나 깜짝 않고 빠르게 해치워 버린다.
몸이 거동하기 힘든 이는 관절이 굳는다며 회전 운동까지 꼬박꼬박 시켜준다.
"프리덤, 넌 언제까지 우리 집을 이렇게 도와줄 수 있어?"
「이 집의 문제가 소멸하거나, 주인님이 수영그룹에서 퇴사하기 전까지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퇴사하지 않을 거야."
***
영화제작사 CR필름 형우철 대표는 맨 프롬 콜롬비아로 일약 초대박이 나며, 돈방석 위에 올랐다.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시장을 휩쓸어버린 맨 프롬 콜롬비아는 상영이 한참 전에 끝났음에도, 여전히 OTT 서비스를 통해 돈을 긁어 들이고 있다.
'맨 프롬 콜롬비아 2를 어서 찍긴 해야 하는데.'
마약상 김주환 배역(하수영)은 영화 주연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에서 빠지면 안되는 핵심이 돼버렸다.
맨 프롬 콜롬비아 2는 아마 하수영과 로한의 무대가 될 것이다.
'1편 제작에만 5,000억 원 이상을 썼는데. 2편 제작에는 과연 얼마를 쓰시려나.'
여기저기서 2 제작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하수영 때문에 감히 어림도 내지 못했다.
하수영 입장에서 그들의 투자를 받아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형우철은 오늘 해군대령으로 복귀한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반갑다. 복직했다며? 모두 원수님 덕분이지. 그분이 나를 살리고, 내 가정을 살리고, 그리고 이 나라 해군을 살리셨으며, 바다와 하늘까지 모두 살리셨지."
"……어, 그래."
"너는 그런 분을 모시고 어쩜 그렇게 영화를 험하게 찍는 거냐? 그분이 어디 다치기라도 하시면 우리나라 국군의 미래가 어둡다."
"그거 너 해군 현역 복귀하기 전에 찍은 거야. 언제 이야기인데."
"아무튼. 곧 2 찍는다며?"
"찍는다, 찍는다, 말만 나오지 언제 찍을지는 모른다. 너도 알다시피 그분이 워낙 바쁘시냐?"
친구 대령은 인정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이 세상에서 제일 바쁘신 분이지."
"야. 혹시 맨 프롬 콜롬비아 2 찍을 때 우리나라 해군 도움도 좀 받을 수 있겠냐?"
"당연한 거 아니냐? 그냥 말만 하면 해군이 힘을 합쳐서 알아서 배든 항공기는 갖다 바칠 거다. 감독한테 그냥 말만 하라고 해."
"그래. 고맙다. 그분이 해군에서 갖는 위상이 정말 어마무시하구나."
"용왕이시다, 용왕. 우리 해군의 찬란한 앞길을 인도해 주시는."
형우철은 지나가는 듯이 슬쩍 물었다.
"야, 그런데 그렇게 해군 입지가 높으면 오히려 중앙정치권에서 싫어하거나 하진 않냐?"
"무슨 소리냐?"
"그 왜, 우리나라는 군부 쿠데타도 여러 번 겪었고 하니까. 아무래도한 군을 쥐락펴락하는 실세가 있으면……."
"군부 쿠데타라니, 육군부 쿠데타라고 해야지. 왜 그 땅개 놈들이 저지른 짓을 우리 해군이 공동책임 져야 되는 건데?"
"그, 그런가?"
"어느 역사에서도 해군이 쿠데타의 핵심으로 관여한 적은 없다. 항상 배척 대상이었지."
"그럼 그런 경계하는 시선은 거의 안 받겠네?"
"해군으로 쿠데타? 어디 보자. 3만 명도 안 되는 해병대를 어찌어찌 다 챙겨서 서울로 보낸다고 치면, 수방사 기갑군단 포탄에 다 쓸려나가겠군."
"……그런가. 그럼 그분이 육군에 지원을 일절 않으시고 거리를 두는 것도 나름 현명한 대처라고 할 수 있겠군."
"아니, 그분은 그냥 육군은 다가오는 미래국방에 필요성이 덜하다고 판단하신 거다. 오직 강한 해군만이 국방을 수호하고 해외 무역로를 안전하게 수호할 수 있지."
친구 대령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친위 쿠데타 오해 따위를 받을 필요도 전혀 없고."
"흐음. 내가 소재 하나를 구상 중인데. 그럼 만약에 어떤 정치 세력이 육군과 결탁해서 현대판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가장 먼저 그분을 구속하는 게 우선이겠네?"
"뭐, 혹시 설마 원수님의 일대기라도 찍어보려는 거냐?"
"아직은 구상 정도만 하고 있어. 다큐 일대기는 아니고 캐릭터만 살려서 한 번 가상의 내용을 찍어볼까 하고."
"음…… 먼저 청담동 일대에 계엄을 선포하고 그분의 신병을 확보해야겠지. 차후 국정 운영에서 그분의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분이 가진 산업체가 좀 많냐?"
"그렇지."
"그렇게 되면 해군에서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그분을 탈출시키기 위한 작전을…… 그러려면 한강을 통한 침수…… 아. 잠깐만."
친구 대령은 퍼뜩 생각난 듯이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알기로, 지금 서울에만 가사로이드가 한 200기 넘게 풀려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 가사로이드? 그건 나도 알지. 수영그룹에서 또 기발한 돈지랄 복지를 했다고 난리던데."
"돈지랄이라니!"
"아, 미안. 나도 입에 붙어서 실수했다."
형우철이 연거푸 사과하자 친구 대령은 화를 풀고 천천히 말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무장만 하지 않았지, 만약 무장보급만 이뤄진다면 웬만한 특전사 몇 이상은 합친 전투력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 정도야?"
"무엇보다 안드로이드라서 지치지도 않지. 유사시 200기의 안드로이드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면, 원수님 신병을 가상 쿠데타 세력이 확보하는 건 힘들겠는데."
"오, 그렇게 되나? 시나리오에 그것도 반영을 해야겠네."
나중에 정말 찍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흥미 있는 시나리오는 그때그때 다듬어두는 게 영화인의 자세.
신이 나서 이리저리 끄적이던 형우철이 다시 물었다.
"야, 그럼 반대로 의원님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 풀린 안드로이드에 무기 보급해서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원수님이 직접 실행을?"
"그래. 녹음 같은 거 안 하고 있으니까 그냥 편하게 한 번 풀어봐."
"으음……."
"꼭 시점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돼. 어느 정도 그럴듯하게, 현실성있게 타이머 좀 감아도 무방하다. 어차피 영화 이야기잖냐."
"……."
친구 대령은 잠시 눈을 감고, 조용히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전개했다.
"해군에서 원수님께 절대적인 충성을 바칠 만한 세력은 러시아제 미사일 순양함, 미국제 경항모, 그리고 줌왈트 3척."
"미국에 주문한 F35C 300기가 모두 실전배치되었다고 가능하면, 해군 지상항공사령부 역시 원수님의 뜻을 적극 따를 것이고."
"그때쯤이면 가사로이드 프리덤이 못해도 최소 1,000기에서 많게는 몇 만 기 이상으로 전국에 풀려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미국은 높은 확률로 의원님을 지지할 테고, 병원선 포드 항모 2척은 순식간에 2개 항모함대로 편제될 수 있겠네."
"그쯤 되면 남은 해군 세력도 승산이 높다고 판단해서 원수님에게 적극 가담할 테고."
"안드로이드를 무장시켜 청와대와 국회를 점령하고, 동시에 수방사 지휘부까지 한순간에 장악을 한 상태에서 F35C가 하늘에서 육공군 전기지를 24시간 감시한다면……."
"……친구야, 너무 무섭게 말하는거 아니냐? 네 말 들으니까 지금, 의원님이 안드로이드 복지 목적으로 푸는 게 아닌 거 같은데?"
"……."
가사로이드라는 명분으로 서울 및 경기도 곳곳에 풀린 안드로이드 로봇은, 유사시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로봇 군단이 된다.
친구 대령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디까지나 적극적인 방향으로 가상 시나리오를 그려본 거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은 아무런 무장을 갖추고 있지 않고, 순수하게 가사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어."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원래 만능형으로 만들었는데 가사도 할 수 있으니 그쪽으로 배정하는 거라는 소문이…… 아, 미안."
"원수님을 모독하지 마라. 쿠데타라니, 원수님은 그런 의도가 눈곱만큼도 없으시다."
"알았다, 알았어. 오늘 나눈 이야기는…… 그냥 비밀로 하는 게 좋겠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다듬기 위해, 형우철은 근래에 해군근무 상황이 어떻게 좋아졌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못내 찜찜함을 버릴 수 없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한 기당 400억 원 가까이 한다던데, 그 비싼 걸 설마 정말로 가정사 있는 직원들 복지용으로만 풀었을까? 무언가 국가 비상상황을 대비한다는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