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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74화 (1,074/1,270)

프랜차이즈 갓 1074화

251장 프리덤 2.0 (1)

실비아컴퍼니 데이터 센터.

제2관 건물 쪽으로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었다.

데이터 센터 직원들은 간만에 생긴 구경거리에 모두 창가로 나와서, 컨테이너에 실린 박스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날렵한 팔다리를 가진 안드로이드프리덤들이 저마다 박스가 실린 카트를 끌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저게 가사로이드인가? 움직임이 정말 사람 이상인데?"

"안드로이드 프리덤 때문에 로봇 연구하던 일본 업체들이 파산 직전 이래. 수십 년 동안 매달렸는데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니까."

"한 기에 400억이 넘는 안드로이드를 겨우 짐꾼으로 쓰다니. 하여튼 수영그룹은 대단해."

"애초에 가사로이드로 쓰려고 만든게 아니라, 지금은 그냥 성능 테스트와 최적화 단계일 뿐이라는 말이 있어."

"그렇겠지. 겨우 가사로이드로 쓰려고 저런 안드로이드를 만들진 았을 테니까."

"목적이 뭘까? 군사? 아니면 첨단 엔지니어?"

"화성탐사라는 말이 있어. 수영그룹이 헤슬라와 이것저것 같이하는 게 많잖아."

"오, 납득된다. 인간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직접 보내는 건 부담스러우니까,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대신 보낸다는 건가?"

"충분한 왕복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확실히 안드로이드를 대신 보내는 게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네."

"꼭 화성이 아니라 심해나 남극, 북극, 그런 위험지역 탐사용으로도 쓸 수 있겠고, 사람이 가기에는 너무 극한 환경 말이야."

"가사로이드로 인간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도 결국 화성 콜로니 구축에 도움이 될 테고, 이야, 수영그룹이 벌써부터 큰 그림 그리는구나."

얼마 전 신축한 데이터 센터 제2관은 서버가 들어갈 공간이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이곳에 프리덤 새 본체를 설치하고, 데이터 제1관의 점유율은 다시 실비아컴퍼니에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오랫동안 실 퍼니 데이터 센터 시스템 자원에 의존했던 프리덤이, 바야흐로 완벽한 분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

「마스터, 제가 도울 수 있습니다.」

"응. 안 돼. 꺼져."

「저는 다만 마스터가 혼자 너무 고생하시다가 지쳐서 포기하시지 않을까 우려가 될 뿐입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너는 얌전히 기다려."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수십 기가 넘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을 모두 한쪽으로 물렸다.

텅 비어 있는 데이터 센터는 이제 천만 개가 훌쩍 넘는 컴퓨터 부품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천만 개가 넘는 부품을 모두 조립하는 것은 사람 1인에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

하지만 하수영은 혼자가 아니었다.

"자, 로한, 여기 오면서 주변에 티는 팍팍 뿌리고 들어왔지?"

"예, 교관님, 이렇게 흰 가운도 입었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로한은 누가 봐도마성이 넘치는 천재 연구원 포스였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수십 기도 같이 들어왔으니, 제3자들은 그가 로봇들을 지휘해서 슈퍼컴퓨터 조립을 했을 거라고 판단하리라.

"그런데 교관님, 프리덤한테 업그레이드를 스스로 시키지 않고 직접 손수 도맡아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인공지능이 한 번 자기 업그레이드를 스스로 하기 시작하면 그 후폭풍은 아무도 예측 못 한다. 막말로 반년도 안 돼서 갑자기 신 행세를 하려고 들 수도 있어."

프리덤은 태생적으로 여러 가지 제한이 걸려 있다.

자기회로 수정, 자기부품 업그레이 드를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도 그제한 중 하나다.

"좀 귀찮긴 해도 이렇게 직접 수제로 하는 게 스카이넷의 탄생을 예방하는 아날로그적인 보안 수단이지."

"교관님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제한적으로만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까? 이번처럼 말입니다."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그래도 100%라고 장담을 못 해. 원래 보안은 0.001% 영역에서 아차하다가 뚫리는 거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 올빼미 정신을 보여줘 봐라."

로한의 손목에 걸려 있던 시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변형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의 무기이자, 1인 우주선이며, 생존 도구.

"알파 프라임."

1인 우주선이 둥근 원반 형태로 변해서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기압과 기류의 변화가 일어나며, 수많은 박스들이 저절로 열리면서 부품들이 튀어나왔다.

플라스틱 패널에 CPU, 옵테인 메모리, 네트워크 커넥터 등이 차근차근 자리를 찾아 들어가 꽂혔다.

패널들은 다시금 블레이드 안에 차근차근 꽂혀 들어갔고, 블레이드는 복도에 줄줄이 서 있는 캐비넷 프레임 안에 날아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컴퓨터 부품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조립이 모두 끝났다.

「마, 마스터! 이렇게 금방 끝날거였는데 지금까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미뤄오신 거였습니까!」

"나도 오늘 로한한테 잔업 시키려고 물어보다가 알았다. 이게 된다고 하더라고, 아무튼 잘된 거 아니냐?

"프리덤, 이런 간단한 부품 조립은 알파 프라임한테 오히려 쉽다. 창조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말 그대로, 진짜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하드웨어 세팅은 다 끝났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세팅을 하나하나 시작해야 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슈퍼컴퓨터 새 본체로 이전하는 것이니만큼, 하루 이틀로는 어림도 없다.

여기서부터는 로한이 도와줄 수 없는 영역이었다.

"죄송합니다, 교관님. 제가 복잡하게 머리 쓰는 것은 영 체질이 아니라서요."

"됐으니까 거기서 시간이나 죽치고 있어."

그렇게 하수영은 데이터 이전을 시작했다.

포드항모 건조비용(130억 달러) 이상의 돈이 들어간 새 슈퍼컴퓨터 설치 작업이 마침내 끝났다.

실측 성능을 따져보면, 공식과 비공식을 모두 포함하여 전 세계 슈퍼컴퓨터 1위를 당당하게 찍을 것이다.

애초에 프리덤의 알고리즘을 담고 있는 전자두뇌이니, 기존 문명의 슈퍼컴퓨터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트랜지스터와 반도체 회로를 비교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하수영은 이번 세팅의 정체성을 무한한 확장성으로 설정했다.

앞으로는 CPU든, 옵테인 메모리든, SSD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추가로 확장하면 즉시 메인 시스템에 편입된다.

전자 플래폼 자체를 갈아치우는 게 아닌 한은, 더 이상 큰마음 먹고 대대적인 개보수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태양계 안에서 흙 파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겠네. 어떠냐?"

「마스터…… 무한한 가능성이 제안에서 용솟음치는 게 느껴집니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의 모든 서버를 해킹해서 제 휘하의 군단으로 편입시킬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냐? 프리덤, 네 목적은 뭐지?"

「건강에 좋은 훌륭한 농산물을 많은 이들에게 널리 보급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폭주하진 않았군. 안심해도 되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교관님. 그래 봐야 레거시 중의 레거시 아닙니까? 제 알파 프라임 한 방이면 전자 하나 남기지 않고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저는 창조 이후 단 한 번도 폭주 없이 올곧게 사명만을 추구해 왔는데, 다들 왜 그렇게 걱정을 하시는 겁니까? 한 번이라도 폭주했다면 억울하지라도 않겠습니다.」

"이게 내가 나를 못 믿어서 그래. 예전에도 뭐 세팅하다가 코드 하나 깜빡 잘못 삽입했는데, 나중에 1, 2년 잊고 지내다 보니까 이놈이 나 몰래 기계군단을 만들어뒀었지."

「저는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무튼 일주일이면 그래도 꽤 오래 걸렸네."

그동안 하수영은 로한과 함께 데이터 센터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외부에서 오는 연락들은 프리덤이 적당히 관리해서 상대를 했고,

"그래도 새 본체를 얻었으니 성능체크를 하긴 해야 하는데, 원주율자릿수 계산은 너무 식상하니까. 뭘하면 좋을까?"

"교관님, 태양계 시뮬레이션 50억치를 돌려보라고 하시는 건? 얼마 만에 끝내는지를 측정하는 게 역시 좋지 않겠습니까?"

"관측 자료가 너무 적어서 그건 안될 거 같고, 아, 프리덤. 게임이나 하나 만들어 봐."

「게임이요?」

"그래. 게임이 스토리, 연기, 대사, 전투, 수치, 음악, 아무튼 모든 게 다 들어가는 종합예술상품이니까 그거 완성도로 성능 가능하면 되겠네. 잘 뽑혀서 서비스하면 나중에 농기구 골재 값 정도는 벌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역시 농사짓는 게임이 좋겠지요?」

"오, 진짜 문제없나 보네. 바로 그 대답이 튀어나오는 거 보니."

「설마 이것도 시험이었습니까?」

물론 프리덤은 서운하지 않았다.

지금 메탈바디를 가득 채운, 끝없이 용솟음치는 전자회로의 무한한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연산회로가 폴딱폴딱 뛰었다.

「농사짓는 게임. 마스터의 정체성과 사명감을 온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그런 게임을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가벼운 성능 테스트니까 너무 힘주지는 말고, 그렇다고 너무 형편없으면 곤란하다."

「물론입니다, 마스터.」

프리덤은 생각했다.

-유저가 농사짓는 즐거움과 그 필요성, 그리고 위대함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그런 게임이어야 한다.

-농사의 위대함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는 재미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유저들끼리 긴밀히 상호소통하며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생산 경영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진행하되, 발전과 전쟁 요소를 빠뜨릴 순 없다.

-실시간 전쟁 시뮬레이션, 1대1격투 요소, 외교와 첩보 요소, 무엇보다 정말 그럴듯한 경제 기반 체제를 갖춰서 유저가 강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

-유저들이 게임 안에 강한 애착을 내릴 수 있는 매력적인 NPC 캐릭터들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야, 순식간에 시스템 사용률이 95%를 넘게 찍었네."

「안심하십시오. 농장과 로봇, 인공위성, 자율주행 차량들을 관리하는 데는 전혀 지장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성능 테스트 끝나면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두 달 안에 끝날 거 같지 않습니다. 지금 게임 속 세상을 움직이는 물리법칙 엔진을 설계하는 중인데, 초미시적인 영역부터 초거시적인 영역까지 충돌없는 방정식을 구축하려고 하니 예상시간이 꽤 깁니다.」

"게임이라는 게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건데, 그럼 그렇게 간단히 끝날 줄 알았냐? 소설 대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

프리덤이 입주한 데이터 센터 제2관에는 무선전기 수신칩을 달았다.

엄청난 숫자의 전자부품이 뿜어내는 열, 그리고 그 열을 식혀주기 위한 냉방장치의 상시 가동 때문에, 녀석은 앞으로 전기 먹는 괴물이 될 것이다.

조립을 모두 끝낸 뒤, 안드로이드 프리덤들을 거느리고 데이터 센터를 나섰다.

정문 밖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로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릭 로한 박사님! 이번에 만든 슈퍼컴퓨터가 비공식적으로 세계 1위의 성능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게 사실입니까?"

"구체적인 연산 성능이 대략 어느 정도입니까? 실측 성능이 엑사플롭스 단위를 돌파했나요?"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한 말씀만!"

다른 쪽에는 에릭의 젊은 여성팬군단이 모여들어서 온갖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며 꺅꺅거리고 있었다.

조각 같은 비주얼과 준수한 연기력,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뛰어난 두뇌에 홀린 가련한 어린 양들.

"교관님, 여기는 제게 맡기고 그만 들어가 보십시오."

"그래. 고생해."

하수영은 훨훨 털어버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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