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77화 (1,077/1,270)

프랜차이즈 갓 1077화

251장 프리덤 2.0 (4)

독도 펜션은 태풍의 여파에 휩쓸리지 않았다.

오히려 태풍의 이점을 톡톡히 봤다.

태풍이 독도 펜션 주변으로 아름다운 해무를 남겼던 것이다.

때문에 경남 일대가 태풍으로 고통 받는 동안,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에서는 빗줄기를 뚫고 독도 펜션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남부지방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지만, 중부에서는 태풍의 잔향이 남긴 자연의 절경을 즐기는 대조 상황이 빚어졌다.

독도 펜션의 모든 객실은 꽉꽉 들어찼으며, 해무에 휘감긴 독도를 눈에 담기 위해 당일치기 관광객들이 계속 찾았다.

"파도가 심해서 해상교량이 꽤 흔들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일정 이상의 저항은 지지대 빈틈으로 물이 튀어 오르며 감쇄되기 때문입니다. 교량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파도가 매우 높은 상황을 고려하여 만들어졌습니다.」

해상교량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바지선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배는 크면 클수록 파도에 의한 흔들림이 줄어든다.

아무튼 해운대 펜션이 이재민 쉘터역할을 하며 얻은 금전적인 손실은, 독도 펜션에서 올린 수익으로 상쇄되었다.

여기에 해운대 펜션은 그 대단한 구호능력으로 위명을 쌓았고, 독도 펜션은 태풍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해무 절경으로 명예를 쌓았다.

분산 투자의 좋은 점을 톡톡히 누린 것이다.

***

탱크처럼 무한궤도를 장착한 식료품 트레일러가 장애물 깔린 도로를 헤치고 수영펜션으로 들어가는 영상이 유명세를 탔다.

수영그룹 관련 종사자들은 자기 일처럼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황당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 궤도 트럭도 운용하고 있었다는 건 처음 듣네."

"평소에는 쓸 일이 전혀 없을 텐데, 저렇게 많은 수를 예비로 두고 있었단 말이야?"

「그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바퀴형 트레일러를 궤도형으로 개조한 것뿐입니다. 도로 접지 수단만 교체한 것이죠.」

"아, 어쩐지."

「힘이 좋은 볼보의 트럭 트레일러들이라서 궤도형으로 개조해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

부산과 경남 일대는 복구 작업을 진행하느라 이리저리 삐걱거리고 있었다.

역류한 정화조 오물이 온 도로에 퍼지는 바람에, 도시는 어디를 가나 역겨운 오물 냄새가 진동을 했다.

파견된 복구 작업팀은 당장 휴식 공간도 확보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침수지역 일대로 들어오는 큰 도로 들이 상당수 소실돼서, 이재민 구호 물자를 추진하는 것만 해도 버거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경악, 복구 작업팀의 부실한 식사. 겨우 이런 걸 먹고 복구 작업에 힘을 내라고?

-군대 짬밥도 이것보다는 나을 듯.

-복구팀으로 가야 할 예산은 누구호주머니로 들어갔는가?

맨밥에 김, 김치, 그리고 우유만 달랑 놓인 식판 사진이 SNS를 타고 뉴스에 보도되면서 여론이 뒤집어졌다.

정부 대변인은 위탁업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 와중에 해운대 복구팀이 수영펜션에서 매끼 제공받는 19첩 도시락의 사진이 공개되며, 복구본부는 더욱 욕을 얻어먹었다.

-정부는 어설픈 민영업체에 위탁을 맡길 바에는, 차라리 그 돈을 그냥 수영펜션에 줘라.

-무상으로도 저런 식사를 제공하는데, 유상이면 만한전석 코스가 나올 듯.

-대피 기간 동안 이재민들한테 나온 식단만 해도 엄청나던데. 난 연어 스테이크가 나오는 이재민 쉘터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음.

-근데 통영 양식장도 태풍 피해 엄청 입었을 텐데, 괜찮으려나?

***

통영 양식장은 복구 작업을 금방 마쳤다.

무너진 잔해를 밀어내고 도로와 공터를 청소하는 게 전부였다.

양식장 시설들은 태풍을 대비해서 예전에 이미 개보수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태풍이 온다 싶으면, 요새화된 콘크리트 창고 안으로 모든 시설들을 들여 버린다.

통영 양식장은 지자체 입장에서도 귀중한 경제 수입원 중 하나였기에, 부지사급에서 부랴부랴 나와서 현황을 살펴보았다.

"정말 놀랍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수준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태풍을 잘 방어할 수 있었습니까?"

"본사에서 미리 주의를 내렸거든요. 그래서 태풍이 상륙하기 한참 전에 일찌감치 모든 설비를 창고 안으로 들이는 작업을 해뒀습니다."

"일찌감치요?"

"네, 기상청 예보가 뜨기 이틀 전부터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부지사는 수영그룹에 기상위성이 있다는 루머가 정말인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수영그룹이 아주 비싼 기상위성을 샀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하수영은 정식으로 확인을 해준 적이 없었다.

"가두리 피해는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날아가거나 찢어진 곳이 전혀 없습니다. 양식어들도 모두 건강하고요."

"정말 기적이군요."

박영식 전무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양식장 직원들은 브라우니가 물고기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잘 통제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라우니? 아, 양식장에서 기르는 초거대 참다랑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제는 체급만으로도 범고래 정도는 가뿐하게 찜 쩌먹을 정도죠. 아, 마침 저기 보이는군요."

박영식 전무가 바다 쪽을 가리켰다.

거대한 물분수가 솟구치며, 푸른 빛깔을 자랑하는 참다랑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높이 뛰어올랐다가 바닷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이내 유유자적하게 등을 수면 위로 내민 채, 작업선에 맞춰서 천천히 움직인다.

배와 나란히 한 샷에 잡히니, 참다랑어 덩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참다랑어로군요. 가장 큰 참다랑어라고 세계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지요?"

예. 일본의 어느 재벌이 900억 원에 팔라고 제안이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헐값을 받고 우리 양식장의 마스코트를 팔 일은 없죠."

부지사는 양식장이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사실 양식장이 지자체 재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는 않는다.

이제 수산물 판매에는 부가세나 소득세가 일절 붙지 않으니까.

하지만 수산물 판매에 2차, 3차 종사자들이 하나의 커다란 경제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의 경제활동에서 나오는 세금, 보이지 않는 경제 효과는 이제 경남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양식장을 발원지로 창출되는 파생일자리만 해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종사자 및 가족들이 가지는 표심이 강력하다.

"저희 양식장은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다른 피해 지역이나 많이 신경 써 주십시오. 이번에 다른 양식장들은 기르던 고기 대부분을 잃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허어, 그 정도란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도정부에서도 특별히 양식장복구 사업에 신경을 쓰겠습니다."

"부지사님, 콘크리트식 완전폐쇄형 양식장으로 나아가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닌 말로 올해만 큰 태풍이 두번을 휩쓸었습니다. 이런 식이면 농사도 양식이고 못합니다."

"콘크리트식 폐쇄형 양식장?"

"네, 양식장을 위해서 아주 큰 방파제를 지어서 주변을 둘러싸야 할 거 같습니다. 이건 도정부에서 나서서 밀어줘야 해요. 일반 양식업자가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그것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습니다."

***

농식품부 식량정책국장 복상익은 태풍 피해 집계를 살피고 있었다.

하수영의 도움으로 살아난 남해안일대의 양식장들이 이번에 모조리 박살이 나버렸다.

다행히 보험도 들었고, 국가에서 피해보상이 나갈 예정이긴 하다.

무엇보다 수영양식장이 건재해서 생선 공급에는 차질이 없어 보인다.

"생선 수출량을 줄여야 하나?"

"굳이 줄이지 않아도 내수 물량에는 지장이 없을 거 같습니다, 국장님."

"정부에서 수출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입장도 아닙니다. 양식장 수익의 9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내수 물량을 큰돈 받지 않고 풀어주는 것만 해도 지금 감사패를 전달해야 할 정도입니다."

국민들은 어획대란을 피부로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

수영양식장 덕분에 안정적인 가격으로, 결핍 없이 생선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한 달째 생선요리는 구경도 못 했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생선요리를 식탁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해가 바뀌기 전에 꼭 생선요리를 먹으려고 몇 달 동안 저축했습니다.

-어머니 건강이 너무 안 좋으신데, 돌아가시기 전에 그 좋아하시던 생선요리를 한 번 해드리고 싶어요.

해외에서 나오는 대중의 그런 반응들은, 국민들에게 있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마치 다른 대륙의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며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복상인 국장은 국내 식량유통 현황보고서를 보면서 소리 없이 신음했다.

'우리나라 식탁은 이제 수영농장에 철저하게 종속되었다…….'

물론 100%는 아니다.

하지만 수영농장이 관여하지 않은 영역은 소스, 장식용 재료, 비식량식자재 등 생존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었다.

수영농장 입장에서는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주식과 무관한 사각지대.

수입산 육류 또한 수영마트의 자회사인 뉴월드마트, 하우스플러스에서 유통을 하고 있었고.

길거리 배식을 받는 노숙자부터 재벌 회장까지, 모두 수영농장의 손길이 닿은 음식을 입에 넣고 있다는 점에서 평등했던 것이다.

'이 나라에 새로운 카르텔의 등장인가. 식량 카르텔…….'

이제 정부는 수영농장을 빼고, 이 나라의 식량안보를 논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막말로 어느 날 갑자기 수영농장이 국내 농사를 모두 접겠다고 하면, 식량 자급률이 순식간에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란 놈들은 그런 현실의 위험성을 도무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는데. 국가의 식량안보를 겨우 농장 하나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그런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은 농식 품부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의견이 자칫 수영농장을 저격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요즘 지상파에서 수영그룹을 잘못 헐뜯었다가는 개인 비리가 주변에 싹 돌아서 크게 망신을 당한다던데. 조심해야지, 조심.'

얼마 전 싼샤댐 일대에 닥친 문제로 중국에서 신두와 쌀, 콜라, 물고기 등을 대량으로 수입했다.

천문학적인 거래량 덕분에 수영농장은 큰돈을 벌었지만, 나노소프트를 내세운 거래다 보니 그 돈의 대부분이 미국에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거래하여 연해주에도 초대형 규모의 목장을 세우고,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유럽의 양식장 산업까지 진출했다.

농식품부로서는 가면 갈수록 수영농장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식량 뉴딜 정책을 밀어붙여야 하는데, 당장 큰돈들어간다고 위에서는 전혀 생각이 없으니."

식량 뉴딜 정책.

모든 농지와 양식장이 태풍 등 자연재난을 버틸 수 있게끔 요새화를 갖춰야 한다는 구상.

하지만 식량의 중요성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중앙정치인들은 다른 주제에만 관심이 있다.

차라리 중국과 일본처럼 여러 번 크게 데였으면 생각이 바뀌었을 텐데, 수영농장에서 너무 커버를 잘해 주니까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안다.

"국장님. 일본 쪽에서 온 소식인데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쌀을 구매하려는 모양입니다."

"처음은 아니잖나?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

"그게, 구매량이 굉장합니다. 550만 톤 정도라고 합니다."

"550만 톤? 걔네 보통 한해 쌀 수확량이 800만 톤이 조금 안 되지 않았나?"

"올해 쌀농사 망했다더니, 진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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