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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092화 (1,092/1,270)

프랜차이즈 갓 1092화

255장 한파 그리고 봄 (1)

「마스터, 어쩌면 규슈 땅을 생각보다 더 일찍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네. 청담동을 전부 차지하는 것보다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뭐야, 어째서?"

「히사타로농업 덕분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데. 자세히 설명해 봐."

하수영은 어느덧 장효주와의 대화를 멈추고 프리덤의 말에 집중했다.

「규슈는 지금 매우 따뜻합니다. 올겨울에는 단 한 번도 영상 12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새벽에도 말입니다.」

"그랬지. 덕분에 벼농사도 잘 됐고.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없었고."

규슈 농장에서는 엘릭서 비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안살린이 개발한 구루마 비료만 사용했다.

물론 울타리로 농지 전체를 성역화했기에, 눈이 펑펑 내린다고 해도 벼들은 잘 살아남아서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봤겠지.

「제 계산으로는 이런 규슈 날씨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따뜻한 겨울 덕분에 많은 병충들이 살아남아서 다른 농지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그거야 나도 아는 이야기인데."

「더 깊이 들어가 보십시오. 메뚜기 등 기존 해충들, 여기에 붉은불개미들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성역의 보호를 못 받는 농가는 계속해서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죠.」

"그렇지."

「결국 매물로 나올 것이고, 마스터는 그 농지를 흡수해서 농장 규모를 계속 늘릴 수 있습니다. 성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 외 농지의 피해는 지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뭐, 농사 지을 땅은 금방 다 먹을 수 있겠네."

「제 계산으로 규슈 전체 농지의 40% 이상을 먹으면, 비성역화 지역에 끼치는 병충해 피해가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농지와 상업지역, 주거지역을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

하수영은 조금 더 관심을 보였고, 프리덤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땅따먹기를 당할수록 병충들은 계속해서 성역 외 지역에 몰리게 되는 것이죠. 메뚜기, 나비, 하루살이, 모기, 붉은불개미…… 주거 지역은 봄부터 가을까지 엄청난 벌레떼에 시달려야 할 겁니다.」

"오, 충분히 그럴 수 있겠어."

「자고 일어나면 온 도로에 벌레들이 죽어 있고, 주택 옥상과 벽, 창틀, 정원에도 무수한 벌레들이 매일 바글거리는 환경이 될 겁니다. 주민들은 그런 환경을 견디지 못할 겁니다.」

"결국 하나둘씩 땅을 팔고 규슈를 떠날 수밖에 없겠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피해 같은 것은 어찌어찌 참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엄청난 벌레 사체 테러를 당한다면, 그런 환경에서는 누구도 살 수 없습니다.」

"그게 네 시뮬레이션이라는 거냐?"

「예. 우리가 규슈 농지의 40% 이상을 확보하면 그때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결과입니다.」

"그럼 내가 싹 사들인 다음에 성역을 치면 다 해결되겠구나. 아, 근데 규슈가 면적이 작은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다 사지? 수영사채를 다 털어도 턱도 없을 텐데."

「땅값이 대폭 하락하겠지만, 그래도 면적이 면적이니만큼 미리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돈, 돈이라. 그놈의 돈……."

요새는 돈이 나올 구멍이 적은 편이다.

중국 농장과 미국 나노소프트 요식 사업체, 서진파운드리 등은 이미 10년 치가 넘는 선금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 수영사채는 수신액이 2,700조 원을 돌파했고, 달러 비중이 50%가 넘는다.

물론 내수 시장에서 돈을 벌고, 또 중국과 일본에 쌀을 판매하는 등 꾸준히 돈이 벌리긴 한다.

하지만 이제는 2,700조라는 덩치에 걸맞는 느린 속도로 증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투기도 대량으로 구매하는 등, 버는 만큼 쓰는 것도 많다.

흑자가 조금씩이나마 쌓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남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이었다.

'저럴 줄 알았으면 우리 회사도 농업에나 진작 투자하는 건데.'

오죽하면 한국 재벌 오너 일가들이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안고 살까.

「이참에 유럽 농산물 시장을 강제개방해 버리시죠? 유럽 식료품 시장을 지배할 수 있으면 매년 수천억유로 이상은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개들은 독점이니 시장 방어니 하는 데는 경기를 일으키면서 달려드는 애들이라 좀 힘들지."

「으윽, 마음 같아서는 전쟁이라도 일으켜서 강제로 제 농작물을 먹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총포로 하는 전쟁 가지고는 안 된다. 차라리 죽으면 죽겠다고 나설 애들이야. 눈에 안 보이는 무역전쟁으로 넘어뜨려야 돼."

「그렇습니까. 아무튼 제 시뮬레이션대로라면 늦어도 2년 안에 규슈농지의 40% 이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금을 쌓아둬야 합니다.」

"정 안 되면 대출이라도 받지. 일본 우정국에서 잘해줄 거야. 지들 나라 망하는 문제니까."

「확실히 땅이 어딜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일본 정부에서도 적극 대출을 해줄 수 있겠군요. 그럼 자금 문제는 안심을 해도 될까요?」

"그래도 대출금 말고 내 돈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어 두는 게 나으니까. 모아두긴 해야 할 거야."

「갑자기 전투기를 너무 많이 지른게 아닌지 조금 염려됩니다.」

"전투기는 많을수록 좋다. 그래야 일본이 규슈 농장 가지고 감히 딴생각을 못 해."

「앗, 듣고 보니 타당한 말씀이십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초토화시킬 수 있으니까 일본 놈들도 함부로 뒤통수를 못 치거든. 그 나라는 워낙 신의가 없어서 같이 일 좀 벌이려면 미사일이나 전투기쯤은 갖춰놓고 해야 된다."

아까부터 조용히 듣기만 하던 장효주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그 성역이라는 게 뭐예요?"

"아아, 벌레 퇴치 처리를 성역화라고 해요. 내 소유의 부동산에는 대부분 처리를 하고 있죠."

"아, 혹시 그럼 지금 제가 사는 집에서 모기 한 마리도 구경 못 했던게 그거 덕분이에요?"

"네, 그래요. 편하죠?"

하수영이 어깨를 으쓱하자 장효주는 잠시 피식거렸다가 다시 물었다.

"원리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럼 겨울이 따뜻해서 해충은 늘어 가는데, 수영 씨 농지가 늘어날수록 그 해충들이 외부로만 몰린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 히사타로 전 총리라는 사람도 그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글쎄요. 예측은 할 수 있겠네요. 제 농지에 벌레 금지 처리를 했다는 건 그 양반도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규슈가 망가질 수도 있는 일인데, 과연 그 사람이 끝까지 놔둘까요? 40%까지 먹기 전에 견제하거나, 아니면 다른 수를 쓰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하수영은 작게 피식거렸다.

"그 사람에게 규슈 주민들의 피해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럼요?"

"같이 세운 회사에서 나온 생산물로 일본 식료품 시장을 집어삼킬 수만 있다면, 규슈쯤은 해외에 팔아치워도 상관없을 겁니다. 어차피 영토 할양도 아니고 그냥 민간 소유권만 넘어가는 거잖아요."

"……그래도 명색이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너무한 거 같은데요."

"자민당에서 총리까지 지냈다는 건 충분히 저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장효주는 입을 다물었고, 하수영은 프리덤과 함께 땅 살 돈 확보할 방법을 다시 이야기했다.

"시장에 큰 충격,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기존 경쟁자들만 깔끔하게 쳐내고 그 파이를 꿀꺽할 수 있을만한 종목이 뭐뭐가 있을까?"

「전기는 큰 충격과 변화가 필연적이니 제외하고, 다른 종목들도 충격변화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합니다. 역시 팜버스를 빨리 만들어서 출시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음, 게임이 큰돈이 되긴 하지. 그래서 지금 어느 정도나 완성했냐?"

「죄송합니다. 아직도 물리법칙에 진을 가다듬는 중입니다.」

"세상을 미니언 버전으로 아예 창조할 게 아니면 적당히 대충 해. 0과 1의 세계 안에서 신 노릇 할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제가 처음에 생각한 완성도는 갖춰야죠. 아무튼 돈을 싹싹 긁어모을 수 있는 그런 농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팜버스가 뭐예요?"

흥미롭게 듣고 있던 장효주가 물었고, 설명을 들은 그녀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농사짓는 게임이 뭐 재미가 있겠어요? 매니아들만 하는 그런 게임이 될 거 같은데."

프리덤이 발끈해서 반박했다.

「농사만 짓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럼?"

「플레이어들은 농사를 지어 판매해서 재화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그리고 농사에는 온갖 방해요소가 있죠.」

"방해요소?"

「홍수를 막기 위해서는 치수를 해야 하고, 당연히 건설 시뮬레이션 요소가 들어갑니다. 괴수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는 NPC 공격대 군단을 갖춰야 하고, 장비도 마련해야 합니다.」

"……."

「경쟁자의 약탈을 막기 위한 지상, 항공, 해상 전투력은 필연적이죠. 필요한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다른 플레이어와 교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경매도 할 수 있죠. 빙하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자연을 다스리는 기술을 완성해야 하고요.」

"……그건, 아무리 봐도 이미 농사짓는 게임이 아닌 거 같은데?"

장효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기가 막혀서 더듬더듬 말했다.

"막 엄청나게 기술이나 과학, 마법같은 게 발달한 짬뽕 문명 세계관같은데? 그런 세상에서 뭐하러 농사를 지어? 그냥 실험실에서 스테이크니 빵이니 다 만들어낼 거 같은데?"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길러진 농산물만이 신성한 기운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농산물 공납만이 경험치와 게임 머니를 받을 수 있죠.」

"……아, 그런 설정인 거야? 그러면 좀 납득이 될 거 같애."

***

봄을 앞두고, 지독한 한파가 한반도 일대를 덮쳤다.

기상청에서 최저온도 영상 4도 이상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날짜에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였다.

전국적으로 수도관 동파가 속출했고, 물이 나오지 않는 가정이 빈번 했으며, 기상청은 온갖 욕을 집어먹었다.

한창 태풍 복구 작업 중인 부산지역에서 특히 기상청을 향해 강한 저주를 쏟아냈다.

-보십시오! 북한 지역을 위성으로 항공 촬영한 사진입니다! 온통 눈으로 뒤덮여 새하얗습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국민들의 원성을 돌리기 위해 북한 카드를 꺼냈다.

한파는 북한에 더 치명적인 피해를 남겼는데, 여기에 폭설까지 내리면서 북한은 상당한 아사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런 한국의 태도가 괘씸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북한에서는 동해상으로 사흘 연속으로 미사일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번에 북한이 폭설과 한파로 피해 장난 아니게 입었나 본데?

-눈 치우기 바쁠 찰나에 미사일 날려대는 거 봐. 저거 분명히 쌀 내놓으라는 소리지.

-북한도 작년 농사가 시원찮았을 텐데 중국까지 삐걱거렸잖아. 내부적으로 아사자가 엄청날 텐데 도통 공개를 안 하네.

한국은 한파는 심했지만, 폭설 피해는 그래도 적은 편이었다.

눈은 대부분 강원도 쪽에만 내렸던 것이다.

해상교량은 열선설계가 되어 있어 눈이 닿자마자 녹아서 흘러내렸으므로, 눈이 쌓일 일이 없었다.

오히려 바다 한복판 휴게소에서 수평선을 가릴 정도로 펑펑 쏟아지는 대설을 보기 위해, 추운 날씨임에도 울릉도와 독도를 찾는 차량들이 많았다.

강원도 일부 지역은 대설로 인해 고립되었으나, 수영농장에서 보낸 초대형 궤도형 제설차량들이 한나절도 되지 않아 길을 만들어 뚫었다.

***

하수영은 국정원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중년 남자를 앞두고 있었다.

"신두 60억 알 거래를 주선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60억 알이면 1,600만 명이 아껴서 반년을 버틸 수 있는 분량입니다. 그렇게 많은 양을 정말 국정원이 주선한다고요? 왜요?"

"그것은 기밀입니다."

"좋습니다. 60억 알은 금방 준비할 수 있습니다. 대신 저도 래플식 마진을 붙이겠습니다."

"래플식 마진이 뭡니까?"

"이런저런 우대 할인 싹 없애고, 거래가 파투나지 않을 정도까지만 아슬아슬하게 마진을 책정한다는 뜻이죠."

"의,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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