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04화
257장 넘치는 금속들 (2)
"떴습니다! 떴어요!"
"그래?"
"네! 진주입니다! 의원님이 진주를 농장 후보지로 고르셨어요!"
"좋아! 우리가 먼저 달려가서 수색 한다! 얘들아, 모두 연장들 챙겨라!"
"예! 국장님!"
문화재보존국장은 하위 6과를 모두 이끌고 진주로 내려갔다.
5대의 전세 버스가 진주를 향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문화재보존국장은 가장 앞장서서 걸었고, 수십 명이 넘는 직원들이 그 뒤를 줄줄이 따랐다.
저마다 발굴에 필요한 연장을 하나씩 짊어지고 있어, 누가 보면 마치 조폭들이 집단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어쩌다가 마주친 주민들은 그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했다.
"저기냐?"
"네, 지금 JS건설이 지주들과 한창 협상 중인 부지입니다."
"좋아. 모조리 뒤져."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농사를 지은 지 아주 오래됐을 법한 황량한 야지였다.
하지만 보존국장의 눈에는 무한한 잠재력을 감추고 있는 보물땅으로 보였다.
"금이든, 고인돌이든, 도자기든, 우라늄이든 뭐든 나오기만 해라."
사방으로 흩어진 직원들은 조심스럽게 땅을 파헤치면서 발굴 작업을 개시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폐허이지만, 직원들의 손끝에는 열정이 넘쳐났다.
그들이 딱히 남들보다 성실해서는 아니었다.
하수영이 선택했던 땅에서는 여지 없이 대단한 것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원님이 직접 선택하지 않고 산자부 직원한테 대신 짚어달라고 했다는 말이 있던데, 괜찮을까?"
"아, 괜찮고말고! 생명 없는 도구라는 말 못 들어봤어? 그 산자부 직원은 그냥 도구일 뿐이야, 도구! 선택은 결국 의원님이 하신 거나 다름없는 거라고!"
"금은 이미 여러 번 나왔으니, 이번에는 좀 고대 문화재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청동기나 석기 유물들 말이야."
"뭐가 됐든 나오기는 할 거니까 어서 파보기나 합시다."
반드시 무엇이든 나올 것이다.
과거를 통해 검증된 그런 강한 확신 덕분에, 직원들은 땀 흘려 발굴을 하면서도 모두 의욕이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만…….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죠?"
"이 정도면 이제 뭐가 됐든 나올 때가 됐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우리의 삽질이 부족했나? 더 깊이 파야 하나? 중장비라도 가져와서 깊이 파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다가 문화재에 흠집이라도 나면 곤란해. 무조건 수작업으로 간다."
"저 왠지 원인을 알 거 같습니다! 등기부 명의가 아직 안 바뀌었어요!"
"그래? 아! 아직 계약만 하고 하수영 의원님한테 소유권이 안 넘어와서 안 나오는 거구나."
그 말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신입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명의가 바뀐다고 없던 유물이 갑자기 땅속에 생겨나는 건 아니지 않아요?"
"우리 회사, 분위기가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문화재청이 원래 이런 분위기였나요?"
"뭔가 이상해. 회사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닌지……."
그때였다.
"떴다! 떴습니다! 등기부 이름 바뀌었어요!"
"이야, 등기소가 웬일로 이걸 당일에 바로 처리를 하네요! 오늘 잔금넘어갔고, 등기부 이름도 바로 바뀌었습니다!"
보통 등기부에 반영되는 것은 며칠 이상씩 지연이 발생하지만, 하수영이 얽힌 거래라서 그런지 즉각적으로 반영이 되었다.
"자! 힘을 내서 더 파보자고!"
"네! 국장님!"
선임 직원들은 다시금 힘을 내어서 열심히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신입들도 눈치를 보면서,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땅을 슬금슬금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깡!
"어? 뭐가 있는데?"
신입 한 명이 삽 끝에 걸리는 미묘한 이질감에 멈춰 섰다.
그 작은 혼잣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순식간에 선임들이 달려와서 주변을 에워쌌다.
"뭐야? 나왔어?"
"뭐가 있대요! 빨리 모여서 여기 파봅시다!"
"그럼, 있어야지! 뭐가 있어야지! 등기부 바뀌니까 이제야 나오려나보다!"
신입은 속으로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 등기부 이름 바뀐다고 그전까지 없던 게 갑자기 튀어나올 리가 없잖아.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나왔다 나왔어!"
"청동검 같은데요? 유물입니다, 유물!"
"좋았어! 즉시 이 주변에 바리케이드 칠 준비하고, 조심스럽게 발굴 진행해!"
"예, 국장님!"
뒤로 물러난 신입은 다리 힘이 빠져서 넘어질 뻔했다.
"……진짜 나왔어?"
-진주에서 청동기 유물이 대량으로 발굴되었습니다.
-청동 무기, 농기구, 그릇, 장신구, 의자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이 1,500점 이상 발굴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유물의 총감정가는 최소 5조원이상으로 추정되며…….
-감정가액보다는 학술적인 가치가 더욱 큽니다. 이처럼 많은 종류의 청동기 유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경우가 없습니다!
-금과 은 등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장신구 유물이 추가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장신구 유물의 가치는 지금까지 발굴된 것들을 다 합친 것이 상으로 추정되며…….
-문화재청은 유물의 권리자인 땅주인에게 적절한 액수의 보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보상액수가 너무 높아 현금 지급은 무리이고, 일부는 세금 면제로 대체할 것으로 추정되며…….
-문화재청은 진주시에 아예 전용 박물관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수영과 문화재청 차장이 마주 앉아 있는 가운데, 티비에서는 진주유물 발굴 보도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장은 웃는 얼굴로 하수영을 대하고 있지만, 마음속은 묘한 혼란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정말로 의원님이 그 땅을 사지 않았으면, 아무 유물도 나오지 않았을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미 유물이 존재하는 땅을 하수영이 짚은 것이라면 몰라도, 하수영이 선택했기 때문에 없던 유물이 생겨 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으므로.
하지만 문화재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진지하게 그런 소문이 오가고 있었다.
-등기부 명의가 바뀐 바로 그날, 갑자기 유물이 발견되었다니까요!
-아, 좀 깊이 묻혀 있다 보니 우리가 파고들어 가다가 비로소 발견한 걸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하수영의원님이 땅을 샀기 때문에 유물이 나왔다는 유물창조론을 믿습니다.
-시험 삼아 의원님께 다른 지역의 땅도 한번 사보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합리적인 사고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차장은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유물 보상 방안을 논의하러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의원님.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상책이 마련될 겁니다. 다만 전액 일시불 현금은다소 어렵다는 점을 미리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보상은 뭐 알아서 진행하시고, 그래서 발굴 작업은 언제 끝나나요? 거기에 농장 지어야 되는데."
"염려 마십시오. 늦어도 3개월 안으로는 발굴 작업이 모두 끝날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유적지로 지정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
"농장 지으려면 다른 땅으로 가라? 안 됩니다."
하수영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세상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어요. 서락산 농장에 만약 문제라도 생긴다면, 즉시 식량 수급을 이어줄 멀티농장이 필요합니다."
"최대한 유적지로 지정이 안 되도록 힘을 써보겠습니다. 사실 문화재청에서도 무덤이나 고대마을보다는, 보물들을 숨겨놓은 비밀 장소가 아닐까 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물 수집도 좋지만 그게 사람을 먹여 살려주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미쳐서 서락산 농장에 테러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 거 같은가요?"
"……."
차장은 한순간에 서락산 농장이 사라진 한국을 상상하고는, 몸을 떨었다.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는 등 엄청난 대혼란이……."
"고작 가격 폭등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 시뮬레이션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10만 명 이상 아사자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사자라니, 그것도 10만 명이나……."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니 전쟁이니, 식량 사정이 매우 안좋습니다. 우리나라는 서락산 농장이 커버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문제를 모르는 것뿐이죠."
"……."
"그 중요한 농장의 멀티를 짓는 작업입니다. 최대한 서둘러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차장이 돌아갔고, 하수영은 TV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그래도 파내는 데 오래 걸리는 것들은 안 나와서 다행이다."
「산자부 차관에게 무작위로 찍으라고 요구한 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니, 근데 나올 게 진짜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람 발목을 잡네. 3개월이나 농장멀티를 미뤄야 한다고?"
「전 국민 3개월 치 식량을 비축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서락산 농장에 문제가 생겨도 3개월이면 식량수급은 충분히 복구할 수 있습니다.」
"진짜 이 나라에서 식량 걱정은 나만 하는 거 같다니까."
「흔하면 소중함을 잊고 당연시하게 되죠. 마치 공기처럼 말입니다.」
***
강릉 핵융합 발전소에는 거대한 순금탑이 다수 존재한다.
탑 주변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어 직원이라고 해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
발전소에 견학을 온 이들은 저게 99.99%의 순도로 이뤄진 금이라는 설명에 대부분 기절할 듯이 놀란다.
"아니, 그럼 저게 총무게가 얼마나되는 거예요?"
"약 2,700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견학자들은 쉽게 믿지 못했다.
"말이 안 되잖아요. 우리나라에 그만한 금이 어디 있다고요. 정부 보유량도 겨우 몇백 톤 정도일 텐데."
"그마저도 죄다 해외 은행에 보관중이고. 아니, 진짜 어디서 금을 캐서 저런 걸 만들었대?"
"수영농장에서 캔 금으로 만들었겠죠. 지금 티타늄 구리 나오는 거기."
"그거 금 다 합쳐봐야 겨우 600톤이라는데? 나머지 2,100톤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죠?"
"……."
그중 2,000톤은 미 정부의 몫이지만, 가이드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미국 금괴 운송은 줌왈트를 통해 매우 극비리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럼 저거 금값만 대충 130조원? 이야, 진짜 엄청나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북한 쳐들어오면 바로 발전소부터 노릴 거 같은데. 강릉이라서 휴전선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그러게. 너무 위험한 곳에 너무 비싼 것들을 갖다 놨어……."
"그래도 발전소 옆에 미군 주둔지도 새로 생겼고, 괜찮지 않을까?"
"줌왈트도 동해 양식장 지킨다고 동해를 수시로 순찰하니까 생각보다 안전할지도?"
독도 펜션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수영 핵융합 발전소는 한 번쯤 견학을 해볼 만한 장소였다.
발전소 홍보팀에서도 아예 전문인력을 편성해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핵융합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단점이요? 재래식 발전소에 비교하면, 단점이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죠. 여러분, 모닝과 페라리 둘중 하나를 사야 한다면 어느 걸 사시겠어요?"
"당연히 모닝이죠. 페라리는 너무 비싸서 꿈에서나……."
"그 페라리가 모닝보다 더 싸다면요?"
"뭐야. 당연히 페라리죠! 아니 그럼 발전소 쿼터제는 대체 왜 만든 거예요? 이 좋은 핵융합 전기를 놔두고!"
발전소 견학을 마친 이들은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무한한 적개심을 품은 채 돌아가게 된다.
"근데 가이드님, 저 순금탑이 발전소에 대체 왜 있는 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