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113화
259장 위약금은 넣어둬 (3)
수영 카지노 호텔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압도적인 매출을 자랑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로봇들이 서빙을 하는 덕분이다.
로봇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서빙하는 풍경은 SF영화 속으로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로봇, 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한테 수영 카지노 호텔은 리즈니랜드보다 더 방문하고 싶어 하는 장소였다.
리즈니랜드가 제아무리 현실이 아닌 듯한 풍경을 연출하는 강점을 가졌다 해도, 실제 로봇들이 돌아다니는 업장을 만들지는 못한다.
로봇들을 보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이 게임이 아니라 투숙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하수영은 어린아이들이 로봇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까르르 웃는 풍경을 가만히 지켜봤다.
"사실 안드로이드 비용까지 생각하면 흑자는 아니죠. 오히려 심각한 적자죠. 로봇값을 카지노에 청구하지 않고, 무상 렌탈 형식이라서 흑자가 된 것뿐이지."
쿠글 CEO 문차이는 안드로이드 프리덤이 건네주는 주스를 가볍게 받아들었다.
"안드로이드 프리덤 가격은 대략 얼마쯤 됩니까? 지금은 많이 내렸다고는 들었습니다만."
"하드웨어 구매를 포함해서 제조원가는 5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초창기에는 그 열 배 이상이었죠."
"규모의 경제 덕분이군요."
많이 주문하면, 당연히 가격이 내려간다.
수영농장은 미국 로봇 산업계에서 알아주는 큰손이었다.
농사 로봇들은 제외하고, 안드로이드 프리덤만 수백 개를 넘게 주문했으니.
"우리가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인공신경망을 소프트웨어로 완벽하게 재현한 점입니다. 똑같은 스펙의 안드로이드를 구매해서 우리 회사의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설치해도, 안드로이드 프리덤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프리덤은 쓸 만한 인공지능이죠. 그 정도 체급을 갖춰야 안드로이드 프리덤과 얼추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쓸 만하다니. 프리덤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분은 의원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에릭 로한 박사라면 서운했을 겁니다, 하하."
"그 친구는 그럴 성격이 아닙니다."
"두 분, 정말로 친하시군요."
첨단 IT업계의 미스터리가 바로 로한과 하수영의 관계였다.
수영그룹의 모든 첨단 기술은 모조리 로한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에릭은 왜 그렇게 하수영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고 있는가.'
재주는 곰이 부렸는데, 모든 과실은 전부 조련사가 챙기고 있는 상황.
당장 문차이 자신이 로한이었으면 진작 독립을 하거나, 과반의 지분을 확보했으리라.
하지만 로한은 기술의 소유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며, 하수영이 주는 얼마 안 되는 급여에 만족하고 있다.
"그나저나 프리덤폰은 정말 언제 미국에 진출하는 겁니까?"
"진출할 생각이 없는데요. 토착 호족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진출하기만 하면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을 텐데요."
"그 대신에 규제가 많죠. 일단 핵심기술도 까발려서 인증받아야 하고요. 개인정보 보안 문제도 있고. 한국에서 사업하다가 미국에서 사업하려면 그렇게나 머리가 아픈 겁니다."
"한국이 선진국 중에서 기업이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인 건 사실이죠. 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프리덤폰의 OS는 당연히 프리덤.
하지만 앱마켓, MAP, UCC 포털, 브라우저, 그리고 메일 등을 포함한 쿠글의 사무용 앱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안드로이드 인증을 받는다.
인증비용으로 쿠글은 단말기당 1달러의 돈을 받고 있고.
쿠글폰이 래플폰을 상대하기에는 한참이나 체급이 떨어지니, 프리덤폰을 밀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정작 프리덤폰의 주인은 한반도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으니, 속이 타는 건 이쪽이다.
"쿠글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하지 않나요? 프리덤이 안드로이드를 밀어내고 래플의 호적수로 자리 잡으면 안 좋을 텐데요."
"그건 프리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들의 생각입니다. 프리덤은 안드로이드나 LOS처럼 모바일 플래폼이 아니죠. 사람에 준하는 개인비서입니다."
프리덤폰은 따로 앱을 개발해서 쓰지 않는다.
앱마켓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서 필요한 만큼 사용한다.
문차이 CEO는 처음에는 프리덤을 모바일 플래폼 경쟁자라고 여겼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프리덤은 말 그대로 개인비서였다.
주인을 대신해서 폰과 일정을 관리해주고, 멘탈을 케어해 주는 친구.
쿠글이나 래플은 절대로 할 수 없었고, 해보지도 않은 영역이다.
"너무 프리덤폰을 밀어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그 자리에서 쫓겨 날 수 있습니다."
"쿠글폰이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프리덤폰이 대항마로 나서줘야지요. 그래야 쿠글도 삽니다."
"글쎄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사람 심리가 다른 법이라서. 저는 IT 생태계 정복전에 끌려 들어가고 싶지 않군요."
프리덤폰이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 필연적으로 쿠글과 래플을 잡아먹게 된다.
그리되면 미국, 유럽, 중국 등 온갖 나라에서 독점을 제재하겠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조만간 식량으로 세계대전 한 번 치러야 하는데. 전선을 쓸데없이 더 늘려서야 쓰나.'
당장 집중해야 하는 식량전선이 눈앞에 있는데, 이 상황에 전선을 하나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단은 식량전선에만 모든 집중력을 기울이고 싶은 게 진심이다.
그 이후 할 거 없고 심심할 때 모바일 전선을 열어도 되는 문제가 아닌가.
"로열티 좀 깎아주시면 한 번 생각은 해볼게요. 지금도 로열티가 너무 비싸요. 솔직히 프리덤폰은 팔아서 남는 게 없는데."
"미국 진출만 하신다면 로열티 인하는 얼마든지 배려해 드릴 수 있는 문제죠."
"프리덤폰 미국 진출이라, 글쎄요. 당장 반도체 때문에 청문회에 강제소환될 입장입니다만."
문차이의 표정에 경직이 깃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군요. 청문회출석이…… 그런데 굳이 출석하실 의무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거부하면 그만입니다."
하수영은 범죄자도 아니고, 미국시민이 아니며, 서진파운드리의 경영자도 아니다.
미 의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는 여러모로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촌평이었다.
어느 누구도 하수영이 직접 청문회출석을 결심하고, 백악관을 물밑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출석 요구를 한 의회조차도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 하수영은 철저하게 억울한 피해자로 비치고 있었다.
"우리 농장이 미국에 수출하는 식자재가 어디 보통이어야지요. 출석요구를 거부했다가는 당장 철퇴가 떨어질 겁니다. 면제해 주기로 한 식재료 세금이라도 부활시켰다가는 타격이 큽니다."
"약점을 잡혔으니 어쩔 수 없는 거군요. 저희 쿠글이 최대한 돕겠습니다."
쿠글은 단일 기업 중에서는 로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곳이다.
"아뇨, 이번만큼은 제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미국에서 마음 놓고 음식 장사 할 수 있습니다."
하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도체 제재라도 당하면 귀사의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데요. 이건 위약금 면책이 되겠죠?"
문차이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그가 무리해서 이 자리를 마련한 진짜 이유는 프리덤폰 수출 확대가 아니었다.
쿠글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그 수많은 서버와 전산장비…….
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95%가 서진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쿠글은 서진파운드리와 계약 당사자가 아니지만, 서버 제조사를 사이에 두고 밀접하게 엮여 있는 관계다.
"위약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역시 윈텔, 나노소프트에 위약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면책사유 아닙니까."
"고맙습니다."
"대체 의회는 무슨 생각인 건지……. 아무리 봐도 서진파운드리의 공정기술을 뺏으려고 간 보는 거 같습니다."
"부딪쳐 보면 알겠죠. 저는 이만 공항으로 가봐야겠습니다. 내일 의회에 출석해야 하니까요."
"건투를 빕니다."
***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게, 하수영이란 이름은 각인되어 있지 않다.
수영레스토랑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본국의 창업주가 누구냐는 별개인 것이다.
때문에 상하원 의원들은 이번 청문회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무언가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수많은 방송 헬기들이 의회 주변에서 호버링하고 있고, 거리에는 무수한 방송촬영 차량들이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대기시켰다.
미국의 방송사란 방송사는 전부 다 찾아온 것만 같은 풍경에, 주민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기웃거리며 몰리기 시작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구독자가 많은 미국인 개인 스트리 머들도 카메라를 들고 의회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코시든 상원의원은 깜짝 놀라서 보좌관을 통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다.
보좌관이 알아낸 사실은 기가 막혔다.
"나노소프트에서 미국에 돈을 풀었습니다!"
"돈을 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방송사들에 거액의 광고료를 풀었습니다! 청문회 특별 생방송 편성을 조건으로 걸고요! 개인 스트리머들도 거액의 협찬을 내걸고 생방송 실황을 요구했습니다!"
"뭐야?"
"심지어 직원이 3명밖에 안 되는 시골의 작은 신문사에도 5만 달러나 풀었다고 합니다!"
직원 셋밖에 안 되는 시골 신문사에도 5만 달러면, 대체 얼마나 큰 돈을 풀었다는 뜻인가?
"나노소프트뿐만 아니라 윈텔, ADM, 록히드마틴, 보잉…… 수영그룹과 엮인 기업들이 거액을 집행했습니다!"
"젠장. 그자는 대체 뭘 노리는 거지?"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지만, 정말로 나올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오늘 청문회의 청문 대상은 나노소프트, 윈텔 등 수영그룹과 엮인 기업의 CEO들이었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청문회장이 최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지 않길 바란다.
이렇게 거액의 돈을 풀어서 방송국과 스트리머들을 불러모았다는 것은, 분명히 하수영의 의지일 것이다.
코시든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정말로, 청문회에 나올 줄이야……."
"의원님, 오히려 잘된 거 아닙니까? 이참에 하수영 그자를 압박해서 서진파운드리 제2공장을 미국에 짓게 하면 됩니다. 그자도 미국에 벌인 사업의 규모가 하도 크니 걱정이 돼서 직접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음, 대기업 오너가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용감한 행동이로군. 본받을 만해."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심지어 이렇게 공개적인 판까지 깔았다.
코시든은 미국인, 그 역시 이런 마초적인 용기를 좋아했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와는 별개로, 서진파운드리 제2공장은 반드시 미국에 가져와야 할 것이지만.
그때였다.
TV의 모든 채널들이 일제히 똑같은 차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의사당 정문 쪽에서부터 우렁찬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거대한 트랙터.
흙이 덕지덕지 묻어 더러워진 흰색 람보르기니 트랙터가 의사당 앞에 정지했다.
커다란 밀짚모자와 체크무늬 셔츠에 멜빵바지, 그리고 무릎까지 오는 가죽 장화.
영락없이 조금 전까지 파종을 마치고 온 젊은 농부의 모습이다.
"저자가 하수영……."
밀짚모자가 만들어낸 그늘 아래의 눈동자가 차분히 의사당을 바라본다.
한 손은 잘 구워진 거대한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쥐고 있다.
의사당 정문까지는 불과 10미터.
그 짧은 거리를 느긋하게 걷는 동안, 거대한 스테이크가 순식간에 위장 속으로 사라진다.
커다란 고기를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은 남자의 피를 끓게 하는 마력이 있었고.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긴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체력을 충전시키는 남자 그 자체였으며, 길고 커다란 갈비뼈에 남은 살점을 마저 핥는 모습은, 마치 적을 눈앞에 두고 칼을 핥는 무사처럼 보였다.
이 순간, 방송을 보던 모든 미국의 남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
'저게 남자지.'
하수영이 가장 먼저 청문회장에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