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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15화 (1,115/1,270)

프랜차이즈 갓 1115화

259장 위약금은 넣어둬 (5)

생방송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안 팝니다, 안 팔아요. 이거 맞지?

-맞는 듯.

-캬, 안 팔겠다는 게 협박이 될 수도 있구나. 이래서 독점은 위험한 거야. 빨리 셔먼 액트 발동해서 해체시켜 버리자.

-병신아 서진파운드리 한국 기업임. 미국법하고 무관함.

-저런 병신과 내가 똑같이 한 표를 갖고 있다는 게 이렇게 수치스러울 줄이야.

-폭락하는 반도체 지수 좀 봐라. 아름답네.

-다들 허드슨강에서 만나자고.

"애초에 농장 로봇에 필요한 반도 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세운 부수 산업이었습니다. 저의 본질은 농업임을, 저는 지금까지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충격을 받은 상하원 의원들은 차마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유권자들의 비난 문자에 정신이 없었다.

주식시장을 강타한 반도체 쇼크.

지금 실시간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증발하고 있었다.

"독점은 위험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독점을 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독점은 좋지 않기 때문이죠."

의원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반도체와 컴퓨터 제조사들이 뒷목을 잡고 있을 것인가.

제조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앞으로 반도체 수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것인가.

다급해진 코시든이 말라비틀어진 성대를 억지로 쥐어짜 냈다.

"무조건 점유율만 낮추는 게 상황을 해결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저는, 저는 공장의 분산이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아닙니다. 미국의 모 철강재벌은 철강산업을 독점하고 가격을 대폭 낮추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경쟁력을 0으로 만들어 품질 향상을 오랫동안 막아왔습니다. 우리 서진파운드리 역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 기업이 시장을 100% 독점하게 되면 기술투자 동력이 줄어들어버린다.

굳이 돈을 써가며 개량하지 않아도, 고정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독점을 막는 근본적인 이유다.

지속적인 경쟁만이 제품의 품질, 그리고 기술의 발전을 재촉할 수 있기에.

지금 하수영은 미국의 그런 반독점정신의 근본을 들먹이고 있었다.

"그러므로 점유율을 기계적으로 50%까지 낮추고, 판매 가격도 올리겠습니다. 경쟁기업들이 판로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가, 가격까지 올린다고요?"

"네. 1위 기업이 가격이라도 높게 받아야 후발주자들이 용기를 내서 달려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누가 선발주자고, 누가 후발주자인가?

이 순간 그런 패닉에 잠깐이라도 빠지지 않은 의원은 없을 것이다.

만 24시간이 넘어간 마라톤 청문회 때문에 의원들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지만, 여기에서 물러날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하수영을 설득해서 저 미친 짓을 막아야만 한다.

'팔지 않겠다는 협박이라니.'

'젠장, 수영레스토랑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우리가 너무 학습 능력이 없었다.'

'지금 서진파운드리가 물량 줄이고 가격까지 올리면 반도체 쇼크가 전 세계에 떨어진다. 대공황이 닥칠 수도 있어!'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거의 무조건 반도체가 들어간다.

하다못해 전기밥솥이나 토스터도 제어를 위해 반도체가 들어간다.

반도체는 이미 전 산업에서 사용되는 적혈구와도 같은 것.

서진파운드리가 생산량을 줄여 버리면, 그리고 가격까지 높여 버리면 어떻게 될까.

당장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 반도체 회사들은 크게 웃겠지만, 전세계 산업에 거대한 빈혈이 잠식하게 된다.

세계 제조업이, 경제가 실혈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 상하원 의원들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막아야 한다!'

자유 청문 타임.

하지만 더 이상 휴식을 위해 그 자리를 뜨는 의원들은 없었다.

짧게 10분 이내로 화장실을 가는 정도로만 자리를 비웠을 따름이었다.

식사도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앉은 자리에서 먹어가면서 진행했다. 생수도 마찬가지.

그들은 배수진을 친 심정으로, 적의 대규모 폭격을 막아내기 위해 뭉쳤다.

그러나 530명의 체력으로는 하수영을 감당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이제 하수영은 더 이상 장광설을 펼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저 여유로운 표정, 떠들고 싶어서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보라.

저게 어디 할 말이 없어서 입을 꾹 닫고 있는 자의 것이겠는가.

'난 하루 종일도 떠들 수 있는데, 당신들은?'

딱 이런 표정이 쓰여 있지 않는가.

하수영은 다만 공수를 전환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진정 반도체 산업을 위한다면 무리하게 단기 점유율을 줄이는 게 효과적인 방책이 될 순없습니다."

"그럼 한국 내수 물량만 감당하죠."

"그, 그것은……!"

하수영의 대답은 짧아지고, 간결해졌다.

청문의 공백 타임을 길게 만들지 않기 위해 의원들은 낡고 늙은 체력을 쥐어짜 내야만 했다.

그들은 있는 말, 없는 말까지 쥐어 짜 내 가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벌었다.

하수영이 간결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그만큼 의원들이 더 많은 말을 해야만 했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무너지면 안 된다.'

의원들이 시간을 버는 이유가 있었다.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는, 하수영의 업무 지시가 서진파운드리에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느닷없이 회사에 전화를 걸 수는 없을 테니.

그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윈텔 등 반도체 회사들이 필사적으로 서진파 운드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

정서진은 윈텔과 통화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계약 물량을 더 늘리는 건 아무래도 어렵겠습니다."

-설마 청문회 개최 전에 이미 언질을 받으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청문회는 저도 보고 있습니다."

-…….

"아직 지시를 내리신 것은 아니지만, 오너의 뜻이 그런 이상 거기에 보조를 맞춰야겠죠. 그게 월급쟁이 사장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그동안 거래를 한 정이 있잖습니까? 어려운 부탁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물량을 더 늘려서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윈텔 사장은 거의 매달릴 듯이 말했다.

요구 조건은 물량을 3배로 더 늘려서 확약을 해달라는 것.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서명을 해야 점유율을 줄여도 안심을 할 수 있을테니.

"저도 윈텔이 사업적으로 얼마나 큰 양보를 해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지만 오너의 정확한 뜻을 확인하기 전에 무턱대고 반의사적인 계약을 맺을 순 없습니다. 위약금을 물고 물량을 줄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위약금이라니요!

"점유율을 30% 이상 낮춰야 하는 상황이니만큼 기존 계약 물량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위약금까지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서진 대표님! 우리 윈텔은 서진파운드리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반독점 제재 의지가 너무 확고하고, 윈텔은 미국 기업이 아닙니까?

의회의 제제결의가 통과되면 우리 둘 다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윈텔뿐만이 아니었다.

ADM, 엔도비, 쿠글, 헤슬라자동차 등등 직간접 관계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거래처가 연락을 취해왔다.

그때마다 정서진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미국의 제재결의를 오너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은 아무것도 약속해줄 수 없다.

-우리도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번 돈을 위약금으로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블러핑이다.

물량 축소에 대한 위약금이라고 해봐야, 서진파운드리가 여태껏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서진파운드리가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는 것은 맞기에, 반도체 회사들은 '계약 위반이오!'라며 따질 수도 없었다.

애초에 독점 구도를 문제 삼은 것은 바로 미 의회가 아니었던가?

누가 봐도 서진파운드리가 일방적으로 처맞는 구조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 미친 워싱턴 놈들이 정말로 반도체 시장에 똥물을 뿌릴 셈인가!"

"서진파운드리가 점유율을 낮추면? 비싸고 환경오염 심하고 성능도 안나오는 기존 공정 반도체를 쓰라고?"

"이미 EU에 저탄소 반도체 품질인증까지 다 받아놨는데! 재래식 공정반도체를 쓰면 그 인증 혜택도 다 날아간단 말이다!"

"이대로는 전 세계 제조시장이 망하겠다."

반도체제조사가 아니라 그들의 고객사.

즉 반도체를 소비하는 제조회사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의회에 압박을 가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은 청문회 중이다.

하수영을 상대로 시간벌이를 하는 의원들은 그들의 항의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보좌진이 중간에서 땀을 흘리며 중재를 하고, 요약된 내용을 모시는 의원에게 전달해 가며 소통하는 식이었을 뿐.

***

"독점은 나쁩니다."

"저는 이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고자 합니다."

"원래부터 농사 로봇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을 위해서 파운드리에 투자한 겁니다. DIY, Do it yourself의 연장이었죠."

"대기업의 골목식당 침투로 인한 상권 붕괴는 한국에서도 경영 윤리적으로 오르내리는 주제입니다. 겸허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점유율을 50%까지 낮추겠습니다. 가격도 팍팍 올려서 경쟁사들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수영의 대답은 짧았다.

의원들이 뭐라 뭐라 말을 하든 간에 진지하게 들어준 끝에, 짧게 저 내용만 돌려가면서 반복할 따름이었다.

이미 36시간이 훌쩍 넘었다.

늙고 병든 의원들 530명으로서는 젊고 싱싱한 하수영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졸도해서 실려 가는 의원들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종래에는 상하원의 장, 부의장들마저 모조리 실려 가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미 절반이 넘는 자리가 비었다.

남은 의원들 역시 병들어 죽기 직전의 닭처럼 눈에 힘이 없었다.

"그런데 콘래드 의원님, 데비앙 의원님, 브렌덴 의원님, 마크 의원님……(중략)…… 괜찮으십니까?"

아직 남은 의원들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너희 청문회 계속 할 수 있겠니? 난 더 할 수 있는데?'

하지만 의원들은 어느 누구도 청문회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법정 시간은 훌쩍 넘겼지만, 그런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청문 대상과 의원들이 모두 이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은 때문이다.

마침내 마지막까지 버티던 코시든 의원까지 졸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청문회장은 끝이 났다.

하수영은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깨를 으쓱했다.

"끝난 거 같네요."

하수영은 유유히 몸을 돌려, 플래쉬 세계를 받으며 걸어서 의사당을 나섰다.

그리고 처음 왔을 때처럼, 거대한 람보르기니 트랙터에 올라 자리를 떴다.

52시간 동안 530명의 의원들을 혼자 상대한 끝에 가볍게 승리한 남자의 퇴장.

미국인들은 큰 충격과 강한 인상을 받았다.

***

"미 의회의 우려를 존중합니다."

"산업은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반도체처럼 방대하게 뻗어 있는 산업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서진파운드리는 반도체 생산점유율을 50%까지, 즉시 떨어뜨릴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그럼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판결에 대한 정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유럽에서 '아니, 우리는 왜 거기에 끌어들여?'라며 황당해했지만, 그런 발작 반응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리고 반도체 생산거래를 맺은 기업들은, 서진파운드리의 정중한 사과 공문을 받았다.

"미 의회의 반독점 제재 경고가 너무 강력해서 어쩔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은 확실하게 이행하겠습니다."

"위약금은 제발 넣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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